소설리스트

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0화 (10/150)

#10화.

동아리실 문 앞에 서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옛날부터 동화를 많이 봐서 신화마법에 절로 흥미가 동했습니다라고 하면 되겠지?’

동아리실을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에아 키르턴이었다.

에아 키르턴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곳엔 무슨 볼일로 찾아온 거지?”

“아… 그….”

에아 키르턴의 기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래서는 내가 수상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

“신화마법에 관심이 있어서 왔습니다!”

“신화마법…?”

에아 키르턴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때쯤 에아 키르턴이 무언가 알아차린 듯했다.

“아, 맞다. 여기 신화마법 동아리였지!”

“네…?”

“사실 신화마법 동아리는 사라진 지 꽤 됐어.”

“그럼, 여기는 뭐하는 곳인가요?”

“여기는 고대저주 연구회야.”

연구회라고 하면 인원미달로 동아리가 되지 못한 모임을 말한다.

“여기서는 신화마법에 대해 알 수 없나요?”

“뭐… 그렇긴 하지만 고대마법이나 고대저주나 신화마법이나 난 똑같이 생각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가입해서 네 마음대로 연구해도 돼.”

“아, 그렇군요.”

가까이서 보는 에아 키르턴은 멀리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무언가 홀린 듯이 나도 모르게 가입신청서를 에아 키르턴에게 건네주었다.

가입신청서를 건네받은 에아 키르턴은 내게 손을 내밀며 웃어주었다.

“반가워. 난 에아 키르턴이라고 해. 에아라고 불러도 돼!”

에아 키르턴이 내민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 저는 수하르 칼데르트라고 합니다. 수하르라고 불러주세요.”

내 이름을 들은 에아 키르턴은 흥미롭다는 듯 나를 훑었다.

“너가 수하르 칼데르트구나.”

“저를 아세요?”

“당연하지, 내가 아카데미 3년차인데 검성님이 따로 학생을 부르는 것은 처음 봤거든.”

생각해보니 아카데미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게 이상했다. 강당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 일단 가입신청서는 받았고, 주위에 고대마법이나 고대저주, 신화마법에 관심 있는 애들 있으면 이곳을 소개시켜주렴.”

“그건 왜요?”

“아직 동아리 인정을 못 받아서 지원을 못 받고 있거든. 사비로 충당하기엔 고대와 관련된 건 조금 비싸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나는 에아 키르턴에게 인사를 하고 동아리실을 떠났다. 동아리원 모집 게시판으로 가서 신화마법 동아리의 모집포스터를 뗐다.

그리고 에아 키르턴에게 부탁받은 대로 새로운 모집 포스터를 붙였다.

[고대마법과 고대저주, 그리고 신화마법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고대저주 연구회에 가입해주세요.]

대충 끄적인 듯한 글씨였다. 실제로 내가 동아리실을 떠나기 전에 에아 키르턴이 대충 적은 게 맞긴 했다.

동아리관을 떠나며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동아리라고 해도 출석은 열심히 하는 게 좋겠지?’

절대로 에아 키르턴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

주말이 지나가고 다시 평일이 찾아왔다. 지난주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나호흡법을 내가 익혔다는 것이었다.

검을 휘두르기 위한 육체단련법 강의도 수월하게 해냈고, 검성의 훈련 또한 이전보다 나았다.

검성이 휘두르는 검을 간신히 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검성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검성이 말했다.

“주말 사이에 뭘 했길래, 이렇게 신체능력이 좋아진 게냐.”

“마나호흡법을 익혔습니다.”

“가문의 마나호흡법 말이냐?”

“가문의 마나호흡법은 별로 좋은 게 아니라 새롭게 구했습니다.”

검성이 침묵했다.

“검성님…?”

“음… 이상한 마나호흡법을 익히지 않은 것인지 걱정되구나.”

매번 나를 죽일 듯이 때리던 검성이 나를 걱정하니 약간 감동했다.

“장담컨대 제가 익힌 마나호흡법은 그 어떤 마나호흡법보다 좋습니다. 절대 이상한 건 아닙니다.”

“그건 대충 알 수 있다. 쓰레기 같은 마나호흡법이었으면 며칠 만에 그렇게 신체능력이 좋아지진 않았을 테니.”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검성이 말꼬리를 늘어지게 내뱉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신체능력이 좋아졌으니 이전과는 다르게 대해야겠구나.”

“네…?”

“이전처럼 휘두른다고 감이 늘겠나. 전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휘둘러야지.”

“잠깐만요!”

충분히 생명의 위협이 오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보다 검성의 검이 더 빨랐다.

“악!”

검성의 검이 내 팔을 강타했다. 전보다 더 강한 통증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일단 살아야했기에 무작정 굴렀다.

마치 유적에서 홉고블린을 상대했을 때처럼 막 굴렀다.

“악! 악! 악!”

구르고 일어날 때마다 검성의 검에 머리를 맞았다. 이건 절대 효율적이지 않았다.

“재밌구나. 자꾸 머리를 대주니 머리를 때릴 수밖에 없구나!”

당장 구르기를 멈췄다. 그리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마나호흡법까지 돌리자 감각이 예민해졌다. 그리고 내 어깨를 검성이 노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몸을 틀어 검성의 검을 피했다. 눈앞에 새까만 검이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찾긴 뭘 찾아!”

눈앞에 보인 새까만 검이 내 이마를 향해 휘둘러졌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고, 이내 이마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이마를 감쌌다.

나는 허공에 소리쳤다.

“검성님, 제가 찾았는데 왜 때리시는 겁니까!”

“누가 검을 찾으라고 했나, 나를 찾으라고 했지.”

“아니, 검을 쥐고 있는 사람이 검성님일텐데 검을 발견하면 검성님을 찾은 거죠.”

“아니, 나는 나를 발견하라고 훈련 초반부터 말했다.”

욕을 내뱉고 싶었지만 참았다. 욕이라도 하는 순간 나는 그날 죽도록 맞는다. 지난주에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을 때 죽도록 맞았었다.

“알겠습니다….”

괜한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난 하나의 다짐을 했다.

‘아카데미 졸업하기 전까진 검성님한테 한 방 먹이고 만다!’

검성을 발견하는 것뿐만이 아닌 검성의 머리를 나도 한 번 때려보자는 다짐이었다.

아카데미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벌써 한 학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험은 어려웠지.”

배운 그대로가 시험에 나온다면 좋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교수들 때문에 시험 난이도가 상당했다.

교수들이 그 이상의 것을 원하게 된 계기가 전 과 만점자인 에아 키르턴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시험 난이도를 올렸다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에아 키르턴은 여전히 시험에서 만점을 유지했다.

한 학기가 지나는 중에도 나는 회귀에 대한 단서를 찾질 못했다.

“애당초 신화마법이 진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열심히 신화마법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그저 동화의 내용을 읽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자료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또한 학기 중에 있었던 검성과의 훈련도 진척이 없었다. 물론 그 진척이 내가 검성을 혼쭐내주는 상황을 말했다.

검성에게 한 방 먹일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고, 나는 소드익스퍼트 중급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검을 든 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을 소드유저라 부른다. 그다음 경지로는 마나를 익힌 자들이라 해서 소드마나유저였다.

그리고 기사단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마나를 검에도 두를 정도를 소드익스퍼트라 불렀다. 소드익스퍼트는 검에 담기는 마나의 비율에 따라 최하급에서 최상급으로 나뉘었다.

그리고 검에 담긴 마나를 통제하에 검 밖으로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다면, 초인의 경지인 소드마스터였다.

나는 성장했지만, 검성을 단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무슨 단계까지 정해놨데.”

검성은 내 성장에 맞춰서 난이도를 올렸다. 듣기로는 최대 10단계라고 하던데 난 아직 5단계밖에 되지 않았다.

“검성님의 머리를 때릴 때가 점점 멀어지는구나….”

아쉬웠지만 그보다 급한 게 있었다. 이번 학기가 끝이 나면 한 달 동안의 안식기간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배운 것을 복습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집은 가기 싫으니.”

돈이나 벌 생각이었다. 내 용병증도 이젠 실버 승격전이 다가왔다. 다섯 개의 임무 중 세 개만 해결하면 되었다.

게다가 실버급 용병이 된다면 벌이도 괜찮아진다고 들었다.

“그리고 유적도 가봐야지.”

오크들이 유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크 정도면 어느 정도 숙련된 소드유저도 잡아낼 수 있었다. 소드마나유저면 가볍게 잡는 게 오크였다.

만약 유적의 1층과 같다면 보상에 있는 곳에서 나타날 녀석은 하이오크일 확률이 높았다.

하이오크는 전설 속의 존재로 소드익스퍼트 상급과 동급이지만 1층에서의 홉고블린이 그랬듯 전설보다는 약하지 않을까란 게 내 생각이었다.

하이오크 자체도 단순한 녀석이라 소드익스퍼트 중급 정도만 되면 가볍게 이길 수 있다.

“그럼, 우선.”

아카데미의 안식기간을 맞이하기 전에 동아리실로 향했다.

에아 키르턴과는 같은 동아리인 덕에 상당히 친해질 수 있었다. 안식기간에 어디를 갈지는 모르겠으나 작별인사 정도는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 판단이었다.

동아리실에는 언제나 그렇듯 에아 키르턴이 고대저주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다.

에아 키르턴은 동아리실에 들어온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왔니?”

에아 키르턴은 나보다 두 살 연상인 열일곱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에아 키르턴을 부를 때 선배를 붙여 불렀다.

“네, 에아 선배. 선배는 안식기간 때 뭐하실 거예요?”

에아 키르턴은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아무래도 집을 한 번 가봐야겠지.”

“아, 미케네르 제국에 가는군요.”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더 고대저주를 연구하고 싶은데 워낙 아버지가 극성이시라….”

나는 에아 키르턴의 그 마음을 이해했다. 나의 아버지 역시 극성이시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핑계 아닌 핑계로 아카데미에 잔류할 수 있었다.

“저도 가문으로 오라고 들었는데 검성님이 안식기간에 따로 검에 대해 가르쳐주신다는 핑계로 아카데미에 머물 수 있게 되었어요.”

“뭐? 들키면 어쩌게?”

“실제로도 검성님이 안식기간에 가르쳐주시기로 했거든요….”

에아 키르턴이 나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주말마다 나를 보았기에 검성의 훈련이 얼마나 고된지 에아 키르턴도 알고 있었다.

“아… 고생하렴. 차라리 집을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하하하, 전 이만 가볼게요.”

“그래, 안식기간이 끝나고 다시 보자.”

동아리실을 떠나고 검성을 찾아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검성은 정원의 중앙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검성님!”

“어, 왔느냐.”

내가 검성을 찾아간 이유는 한 가지였다.

“저 안식기간 때는 훈련을 언제 하나요?”

“오전에 검술에 대해 알려주마. 그리고 자유시간을 가지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이전과 같다. 주말에는 똑같이 쉬니 오전에 검술만 추가됐다고 생각하거라.”

“네!”

“물론 오전에 한다고는 했지만 너는 새벽부터 나와서 연무장을 지쳐 쓰러질 때까지 돌거라.”

솔직히 몸이 지치도록 뛰는 건 좋아했기에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나는 검성에게 인사를 하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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