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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3화 (13/150)

#13화.

아자르 교수의 경험담에서는 아자르 교수가 속했던 용병단의 이야기도 있었다. 단원들과 가족처럼 지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자유도시가 멀기도 하고, 편지를 주고받고 있으니 괜찮단다.”

용병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 자유도시였다.

동료를 생각하는 것인지 아자르의 말투가 부드러워져있었다. 나는 이를 지적했다.

“그런데 말투가 강의 때와는 달리 부드러우시네요.”

아자르는 멋쩍다는 듯 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원래 가르치려면 위엄이라는 게 필요하니까.”

“그럼, 이게 원래 말투신가요?”

“그렇지. 용병이라고 모두 거친 말투를 쓰진 않아.”

하긴 용병이 거친 말투를 쓴다는 것은 편견이었다. 실제로 왕국 내에 있는 용병길드에서도 말투가 거친 사람은 별로 없고, 오히려 친절한 사람이 많았다.

“그나저나 수하르, 너는 왜 안식기간인데 가문에 안 돌아가는 거야?”

“저는….”

검성에게 특별수업을 받고 있다고 아자르에게 알려주었다. 아자르 교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내 아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긴 너 같은 애면 검성도 마음에 들 거야.”

“…….”

겸손한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나오지가 않았다. 그만큼 검을 휘두르기 위한 육체단련법 강의는 힘들었다.

그 안에서도 나는 독종이었다.

“탈진한 상태에서도 검을 놓지 않는 건 나도 처음 봤었지.”

내 기억에는 없지만 그 당시 주위에 있던 학생들 덕에 알게 되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독종이 아닌 연줄로 검성에게 배우고 있다고 정정하려는 의도였다.

“사실 제 아버지가 검성님과 친구입니다.”

“친우의 아들이라고 해도 마음에 안 들면 검성님이 이렇게까지 너를 안 가르쳐주셨을걸.”

그리고 아자르 교수의 입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검성님의 강의에서 가망이 없어 보이는 녀석은 바로 제명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단호하신 분이 친우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너를 안식기간 때까지 가르치시지는 않을 거야.”

“그렇긴 하겠네요.”

검성도 가문에 돌아가서 쉬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오직 나를 위해 아카데미에 남아있는 것이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검성은 매일 같이 나를 때리면서 속으로는 나를 생각하는….

‘잠깐!’

생각해보니 검성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검성은 내게 자주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주로 악담이었다.

검성은 일찍이 자신의 자리를 아들에게 넘기고 여가를 보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게으른 검성을 보다 못한 아들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아들의 권유에 아카데미에서 검을 가르쳐주게 되었다고 했다.

‘그냥 아들 잔소리 듣기 싫어서 안 간 거 같은데….’

이런 내막을 알 리가 없는 아자르 교수였다.

“역시 검성님은 인품 또한 훌륭하신 분이야.”

갑자기 아자르 교수가 검성에 대해 찬양하기 시작했다. 그 눈은 마치 광신도의 무엇과도 같아 보였다.

나는 아자르 교수가 가진 검성에 대한 마음을 지켜주기로 했다.

“네, 맞습니다. 검성님은 훌륭한 인품도 가지셨죠.”

다만 거짓말을 억지로 내뱉느라 일그러진 내 얼굴을 아자르 교수가 눈치채지 않았으면 했다.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던 중에 칼데르트가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를 가지고 온 사람은 데일이었다.

“데일, 오랜만이야.”

“도련님…!”

데일은 나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하긴 아카데미를 들어갈 때보다 키도 크고, 덩치 또한 커졌다.

옛날의 왜소했던 내가 아니다.

“데일이 왔는데 내가 맛있는 거 하나는 사줘야겠지.”

“아닙니다. 백작님께 돈을 받았습니다. 도련님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 그래도 그건 데일 목돈으로 써.”

용병활동을 하며 어느 정도 돈은 벌어두었다. 아카데미 생활 중에는 애당초 돈이 나갈 구석이 없었기에 착실하게 모아두었다.

“그래도….”

“나 돈 많으니까, 걱정 마!”

나는 데일을 수도에서 제일가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데일은 이런 곳이 익숙지 않아보였다.

사실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데일, 이런 데는 처음 오지?”

“예! 도련님 덕분에 호강하네요.”

웨이터에게 자리를 안내받은 자리에 데일과 내가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귀족이나 상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웨이터가 두고 간 메뉴판을 보았다.

‘어, 생각보다 비싸네.’

그렇다고 다시 나갈 생각은 없다. 나는 데일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먹고 싶은 걸로 시켜.”

“이곳은 처음이라 도련님이 추천하시는 메뉴로 먹겠습니다.”

나도 여긴 처음이다. 추천할 메뉴 따위는 없었다. 이럴 때는 꽝이 없는 메뉴를 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럼, 코스요리로 먹자.”

2인 코스요리로 대충 시켰다. 데일과 쌓인 이야기를 하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잠시 뒤에 코스요리가 나왔다.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괜히 수도에서 제일가는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식사를 마친 나와 데일은 레스토랑을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뭘 이런 걸로. 그나저나 그 편지….”

누가 보냈냐고 데일에게 물었다. 데일은 모든 가족이 모여서 썼다고 말해주었다. 또 궁금한 게 생겼다.

“요즘 후계자 경합의 구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역시 가장 유리한 사람은 데이브 형이라고 했다. 그다음 세레아 누님, 세 번째가 밀리아 누님이라고 하였다.

“그럼 알트 형이 꼴찌야?”

“그게 아무래도 알트 도련님은 특출 나신 게 없으시다 보니···.”

하긴 알트 형은 모든 게 평균이었다. 다만 테시아르 어머니를 닮아 얼굴은 꽤나 잘생겼다.

“알트 형은 애당초 후계자에 관심도 없잖아.”

“네, 맞습니다. 세레아 아가씨도 마찬가지시죠. 그런데 요즘 밀리아 아가씨께서….”

또 밀리아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다. 다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조용합니다. 분명 밀리아 아가씨는 후계자 경합에 진심이실텐데.”

“음, 그냥 포기한 건 아닐까?”

데이브 형이 밀리아 누님을 용서했다고 하더라도 또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까 의심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밀리아 누님이 따로 무엇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체키 마을은 어때?”

“아, 그것에 대해 말할 게 있습니다.”

나는 칼데르트가를 떠나기 전에 데일에게 하나의 부탁을 했다. 체키 마을에 대한 안부를 들려달라는 이야기였다.

“제가 도련님과 함께 갔을 때 호수를 봤지 않습니까?”

“그랬었지.”

“그게 너무 좋아서 기사단에서 자랑을 했더니 오르트 단장님께서 휴가를 받아 그곳을 갔다고 합니다.”

데일이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오르트 단장님이 종자를 구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왜?”

“아니, 그 깐깐한 오르트 단장님의 눈에 들은 종자라니까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래, 대단하네.”

“사냥꾼 부부에서 자라 와서 그런지 꽤 빠릿하더라고요.”

사냥꾼 부부에서 자란 아이. 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 종자 이름이 뭐야?”

“제이콥이라고 합니다.”

역시 제이콥이었다. 새삼 신기했다. 제이콥은 어찌 됐건 백작가에서 일할 운명이었나 보았다.

다만 내가 백작가로 데려가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데일.”

“예.”

“제이콥한테 잘해줘야한다.”

데일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체키 마을 출신인데 제가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데일은 체키 마을에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하긴 단기간이라고는 하나 데일이 가르친 이들이 체키 마을에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데일은 이곳에 며칠 묵을 생각이야?”

데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편지 전하고 바로 돌아가야합니다.”

“뭐?”

“저희 기사단에서 큰 훈련이 하나 잡혀있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데일과 작별인사를 하고 보내주었다. 그리고 기숙사로 돌아가 편지를 읽었다.

“역시 밀리아 누님은 대충 썼네.”

다른 가족들에 비해 밀리아 누님은 두 줄이 넘지 않았다.

편지의 내용은 대개 같았다. 보고 싶다, 언제 집에 오냐, 거기 생활을 재밌냐, 보통 이런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아버지가 부탁한 게 맞았구나.”

검성과의 관계에 대해 깜짝 놀랬냐는 아버지의 말도 적혀있었다.

“역시 가족이란 좋군.”

나는 편지지를 곱게 접어 책상 위에 두었다.

***

안식기간이 시작된 지 1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고야 나는 유적을 찾아갔다. 유적은 변함없이 숨겨져 있었다.

“긴장되네.”

내 검술도 충분히 발전 시켰기에 보상이 있는 곳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어라?”

유적에는 신기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분명 고블린이 있던 층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오크들밖에 없었다.

고블린이 있던 층이 증발한 것만 같았다.

“그럼···.”

입구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오크를 노렸다. 의외로 쉬웠다.

“훗, 내가 너무 강해진 건가?”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난 오크들을 사이에서 무쌍을 찍으며 커다란 문이 있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오크들의 씨가 마를 때쯤에서야 커다란 문을 찾았다.

“똑같네.”

문에 적힌 문양까지는 모르겠으나 크기는 홉고블린이 있던 곳과 같았다.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홉고블린이 있던 곳과 같았다.

“하나 놓인 의자에 바닥에 새겨진 문양까지 다 똑같네.”

그리고 시작된 연출마저 홉고블린 때와 같았다. 나는 이제 몬스터가 나올 의자를 바라보았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서서히 선명해지고 있는 괴물의 정체는 하이오크였다.

“고블린과 같은 초록색 피부에 인간보다 훨씬 큰 덩치.”

입 밖으로 돌출된 어금니에 엘프가 연상되는 뾰족한 귀까지. 책에서 보았던 하이오크임이 틀림없었다.

완전히 선명해진 하이오크가 의자에 일어나며 괴성을 내질렀다.

“&%@&@!”

나는 하이오크를 상대하기 위해 검을 고쳐 잡았다.

하이오크를 마주한 감상은 절대 몬스터에게 말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이오크는 기품 있고 위엄 있었다.

순백의 갑옷을 입고 장검을 들고 서 있는 하이오크는 마치 신성제국의 기사 같았다.

“[email protected]@%!”

하이오크는 홉고블린과는 달랐다. 기사가 결투를 신청하는 듯한 자세를 잡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공은 양보하겠다는 소리인가?”

아무래도 그런 뉘앙스를 풍겨왔다. 아무래도 내 짐작이 맞았다. 하이오크는 내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으니 나를 다그쳤다.

“@$%@!”

“몬스터가 선공을 양보하다니 신기한 일이네.”

나는 하이오크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하이오크의 검과 내 검을 맞닿는 순간 하이오크는 내 검을 흘려버렸다.

“흘린다고?”

몬스터가 검술을 사용한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급하게 이어지는 하이오크의 검을 피했다.

“내가 알던 것과 다른데…?”

무기를 사용하는 몬스터의 경우엔 보통 본능적으로 휘두른다. 이 하이오크처럼 상대의 공격을 흘리지 않는다.

하이오크는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검격을 내게 퍼부었다.

“미치겠네.”

검을 계속 부딪혀보고 알아차렸다. 이 하이오크는 마나를 다루고 있었다. 그것도 나와 비슷한 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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