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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24화 (24/150)

#24화.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실종상태였을 것이다. 아카데미에서도 내 상태를 전달해주었겠지.

“가출이라도 한 줄 알았단다.”

“가출요?”

가출을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이런 형식으로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어째서 아버지는 내가 가출할 거라 생각한 것일까.

적어도 가출을 할 땐 편지 정도는 남겨놓을 생각이다.

“말 못 할 사연이 있었습니다.”

만약 내가 밀리아 누님의 의뢰를 받은 암살자에게 습격을 받아서 그랬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아버지의 근심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밀리아 누님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말이다.

“사연이 있었다라.”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신 아버지였지만, 아버지도 눈치챘을 것이 분명했다.

내 실종과 밀리아 누님이 관계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 그래서 밀리아에게 일어난 일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대전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그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더군.”

나는 우선, 메드락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보석. 완전히 미쳐버린 순간, 마족이 빙의하려고 넘어온다는 것.

우연히 내가 그 보석을 알아차렸고, 그 보석에 대해 알아냈다는 것.

“그렇군.”

“그래서 밀리아 누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말이다···.”

대전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음에도 밀리아 누님은 가문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마치 흑마법을 배운 사람 취급을 하는 것처럼.

그야 당연한 일이다. 메드락 같은 보석이 흔한 것도 아니고,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몬스터를 부르는 보석 정도로만 알고 있을테니.

밀리아 누님이 고의적으로 보석을 이용해 마족과 계약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보다 수하르.”

갑작스럽게 진지해지는 아버지의 표정. 불길함이 엄습했다.

“다시 후계자 경합에 참여할···.”

아버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절대로 싫습니다. 저는 절대로 후계자 경합에 다시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어째 대전에서의 가신들의 눈빛이 불길하다 싶더니.

“회의에서 건의가 올라왔다. 네가 마족을 쓰러트렸으니 네가 후계자가 되는 게 가문에 좋겠다고.”

“그렇다면 그간 노력해온 데이브 형이나 다른 형제들은 어떡하라는 말입니까.”

후계자 경합에 관심이 없던 세레아 누님이나 알트 형이면 모르겠지만, 데이브 형은 달랐다. 데이브 형은 진심으로 영주가 되고 싶어했다.

“사실, 너를 추천한 게 데이브란다.”

“뭐라고요···?”

말도 안 돼. 데이브 형이 나를 추천했다고?

“설마요, 전 분명 데이브 형한테 말한 적이 있는 걸요. 후계자에 관심이 없다고 말이죠.”

그때의 데이브 형은 납득해주었다. 이렇게 나를 다시 추천하는 거라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가 따로 데이브 형을 설득해볼게요.”

나는 절대로 영주가 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솔직히 누가 영주가 되든 상관은 없지만, 어울리는 사람을 꼽자면 데이브 형이다. 당연히 데이브 형이 영주가 되어야한다.

아버지가 방을 떠나자 곧장 데이브 형을 찾아갔다.

“형, 나를 후계자 경합에 다시 끌어드리려고 했다며.”

“맞아.”

“내가 영주가 되기 싫어하는걸 알면서도?”

데이브 형은 곤란하다는 듯 웃었다.

“수하르, 내가 영주가 되려는 이유가 뭔지 아니?”

이유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왜 영주가 되려는 건데?”

“나는 칼데르트가가 지금보다 더 커졌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영주가 제대로 되어야겠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세레아나 알트는 영지에 대한 관심이 없어. 그래서 후계자 경합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있지.”

“나도 알아, 둘은 다른 걸 하고 싶어하니까.”

“그리고 밀리아는···.”

데이브 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대전에서의 참상을 기억한 모양이다.

“하여튼, 밀리아는 급한 감이 있지. 다르게 말하자면 생각이 짧아서 영주에 안 어울려. 그래서 우리 형제들 중에 제대로 된 영주는 단 두 명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랑 나.”

“그럼, 내가 포기했을 당시에 왜 말리지 않았던 거야?”

자그마한 의문이었다. 이렇게 나를 높게 쳐주고는 내가 포기했을 때 간단히 납득했다.

“그게 행복해보였으니까. 이 가문에 계속 묶이는 삶은 너에겐 힘들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나보고 영주가 되라고?”

“제대로 된 영주는 기본적인 거지. 마족을 물리친 영웅이 영주라면 칼데르트가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이유에서였나.

“형, 나는 형이 영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형은 충분히 영주에 어울리는 사람이야. 영지민들은 치켜세워줘야하는 영웅 영주보단 노력가 영주를 좋아할 거야.”

“······.”

“형은 영주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있고, 영지민을 위해서 일도 열심히 하고 있잖아.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

데이브 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칭찬에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서였을 거다.

“하여튼 다시 말하는데 나는 절대로 영주를 할 생각이 없어. 당연 후계자 경합에 도로 참가할 생각도 없고.”

“그래, 알았다.”

이제 첫 번째 용건이 끝이 났으니, 그전부터 들었던 의문을 해결할 차례였다.

“그런데 데이브 형. 밀리아 누님의 목걸이···.”

밀리아 누님의 목걸이가 왜 밀리아 누님에게 있는 건지 그게 제일 의문이었다.

“왜 목걸이가 밀리아 누님한테 있는 거야?”

“······.”

분명히 데이브 형이 밀리아 누님에게 목걸이를 선물 받았었다. 그리고 진실을 알아차린 데이브 형이 목걸이를 따로 보관하기로 했었다.

“형이 따로 보관해놓고 있던 게 아니었던 거야?”

“사실은···.”

데이브 형이 해준 말은 충격적이었다.

애당초 밀리아 누님에게 목걸이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그 사건이 일어나고 다급하게 목걸이를 보관해놓았던 곳을 찾으니, 목걸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럼, 밀리아 누님이 몰래 가져갔다는 소리야?”

“그건 절대 아닐 거야. 내가 따로 말해뒀거든. 밀리아가 내 방에 찾아오면 따로 말해달라고.”

도대체 누가 밀리아 누님에게 목걸이를 돌려준 것일까.

도저히 데이브 형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목걸이에 발이 달려있는 것도 아닐텐데.’

한동안 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생각했다.

“이젠 어떡하지···.”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데이브 형이 나를 후계자 경합에 다시 넣는 게 어떠냐고 말을 꺼냈지만, 가신들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 증거로 매일 가신들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똑똑.

“아, 후계자 경합의 건이라면 돌아가주십쇼.”

“도련님, 다시 한번 생각해보심이···.”

“안 해요, 가주세요.”

따로 로테이션을 정해놓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매일 다른 가신들이 한 명씩 찾아왔다.

주로 세레아 누님과 알트 형, 그리고 밀리아 누님에게 힘을 더해주던 가신들이었다.

그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후계자 경합 때 도와준 만큼 나중에 돌아오는 게 크니까.”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 다들 권력욕에 미쳐버린 건지 자꾸 나를 후계자 경합에 참여시키려고 했다.

따로 아버지까지 내가 후계자 경합에 관심이 없다고 단언해주었지만, 가신들은 바뀌지 않았다.

“아씨, 어떡하지.”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일을 미루는 행동이었다.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나로 인해 지금 후계자 경합이 멈춘 상태였기 때문이다.

만약 아카데미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내가 졸업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 게 분명했다.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 후계자 안한다니까요. 제발 다른 데로 가주세요.”

“수하르···.”

어··· 이 목소리는.

테시아르 어머니였다.

나는 황급히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니, 여기엔 어쩐 일로···.”

“······.”

왠지 울먹이려는 어머니였다. 아마도 내가 어머니라고 말해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방금 한 말을 자신에게 한 말로 오해한 것일까.

“아, 방금 했던 말은 어머니께 하려고 했던 말이 아니었습니다. 자꾸 가신들이 찾아와서···.”

조금 진정을 한 테시아르 어머니가 말을 꺼냈다.

“차라도 한잔 마시자고 찾아왔단다.”

“네···.”

나는 내 방을 둘러보았다. 두 사람이 느긋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내 생각을 눈치 챈 테시아르 어머니였다.

“내가 가꾸는 정원으로 가자꾸나.”

“네, 어머니.”

그리고 정원에 도착하니, 테이블에 다과와 차 두 잔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먼저 준비해두셨네.’

나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테시아르 어머니 또한 맞은편에 앉으셨다.

“그런데 왜 갑자기 차를···.”

잠시 뜸을 들이던 테시아르 어머니가 말했다.

“아카데미는 어떠니?”

“네···?”

“아카데미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니?”

그게 궁금해서 나와 차를 마시자고 하신 걸까.

“힘들지만, 재밌었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살며시 미소를 짓는 테시아르 어머니. 나는 테시아르 어머니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모자지간의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많은 이야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옛날과 다르게 테시아르 어머니는 나를 조심스럽게 대하는 상태라 어쩔 수 없다.

“가끔은 용병일도 하는 게 이게 또 짭짤해요.”

“용병일도 한 거니?”

“네, 몬스터랑 수배범도 잡았어요. 그것 덕분에 주머니가 많이 두둑해졌죠.”

내 말을 듣던 테시아르 어머니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수하르, 용돈이 부족하면 말해주렴.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지 말고.”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 옛날과 다를 게 없이 나를 아껴주시고 있었다.

친모라고 생각될 정도로 내게 정을 주신, 나를 마음으로 낳아주신 분.

이런 모습을 보니, 회귀 전에 까칠하게 대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용돈은 안 부족해요. 그냥 용병일로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거였어요.”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조심하렴.”

그렇게 테시아르 어머니와 나는 쌓인 이야기를 풀어갔다.

주로 내가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런 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제 날이 늦었네요. 이제 그만 방으로 돌아가 봐야할 거 같아요.”

“그게 좋겠구나.”

내 방을 찾아왔을 때와 다르게 많이 표정이 풀어진 테시아르 어머니였다.

그 모습을 보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다.

***

가신들의 구애가 날이 가면 갈수록 심해져갔다. 어떤 가신은 자신의 여식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카데미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내게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도통 쉴 시간을 주지를 않는다.

찾아온 가신을 내쫓고, 방에서 다시 휴식을 취하려 할 때였다.

똑똑.

“도련님, 접니다.”

데일의 목소리였다. 나는 문을 열어 해맑은 미소로 데일을 반겨주었다.

“데일, 왜 이렇게 늦게 찾아왔어.”

“밀리아 아가씨 문제로 조금···.”

“아···.”

현재 밀리아 누님은 옥에 갇혀있다. 일단 마족과 동화하는 징조를 보였으니 기사단이 경비를 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내가 말했는데···.”

아무도 이제는 아무 걱정이 없다는 내 말을 믿질 않는다.

“갑자기 무슨 용무로 찾아온 거야?”

“소개해줄 사람이 있습니다.”

누굴 소개해준다는 걸까. 혹시 데일에게 혼약자라도 생긴 걸까.

에이, 아니겠지. 혼약자가 생겼는데 왜 내게 소개를 하겠는가.

“제이콥, 얼른 들어와서 도련님께 인사드려라!”

열린 문의 밖에서 쭈뼛거리며 제이콥이 들어왔다. 회귀 전엔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천하의 제이콥이 쭈뼛거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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