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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28화 (28/150)

#28화.

내가 패배를 시인하자 페트릭 또한 목에 겨눈 곡검을 치웠다.

토트가 박수를 치며 내게 다가왔다.

“대단하군. 페트릭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티다니.”

“확실히 대단하더군요.”

“페트릭이 중급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곧 상급에 도달할 인물일세. 게다가 곡검을 쓰는 만큼 상대가 대처를 못하는 경우가 많네.”

확실히 곡검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만약 같은 경지였다면 필시 패배했을 터.

내가 페트릭을 바라보았다.

“대처하기 어려운 만큼 사용하기도 어려운 법이죠.”

페트릭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방금 전의 대련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칭찬에 부끄러운지 페트릭이 꼼지락거렸다. 대련 때와는 달리 어수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제 승급은 어떻게 되나요?”

토트가 당연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이 정도나 보여줬으니 당연 골드로 승급일세.”

골드로 승급했다.

아이언에서 실버까지 올리기 위해 나흘간 많은 임무를 했던 반면에 실버에서 골드로는 너무나도 쉽게 승급했다.

약간의 회의감이 찾아왔다.

“만약 이걸 좀만 더 빨리 알았다면···.”

나흘간 그 고생을 안 해도 됐을텐데.

토트가 웃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일 후회해봤자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나흘 만에 골드 승급이 쉬운 게 아니지.”

“그건 그렇지만··· 일찍 알았다면 나흘이 아니라 하루 만에 골드로 승급되었겠죠.”

“이보게, 자네에게 도움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자네에게 고마워하고 있는데.”

하긴 그 나흘이란 시간 동안 사람을 도우면서 기분은 좋았다.

임무를 끝낸 뒤에 보수를 받으며 내게 감사를 표하던 사람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후회를 떨쳐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골드 등급이 되었는데 어떤 임무를 맡을 생각인지 물어봐도 괜찮겠나?”

“음···.”

잠시 고민해보았다. 그래도 답은 정해져있다.

“단체임무를 혼자서 해야죠.”

골드 등급부터 돈벌이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였다.

단체임무를 혼자서 할 수 있는 권한.

토트가 침음을 흘렸다.

“단체임무라··· 많이 위험할텐데 괜찮겠나? 벌이는 좋겠지만.”

“충분히 가능할만한 걸로 골라야죠.”

실버와 브론즈, 아이언이면 무조건 단체로 수행해야하는 임무.

많은 이가 투입되는 임무인 만큼 보수가 컸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보수는 적지만.

골드라면 그걸 혼자서 할 수 있다.

페트릭이 토트에게 다가갔다.

“토트, 전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벌써 간다는 말인가?”

“하려던 임무가 있어서.”

페트릭이 나를 보며 말했다.

“한스, 혹시 혼자서 하기 힘들 거 같은 임무가 있으면 내게 말해주세요. 몬스터사냥과 관련된 거면 같이해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별인사를 끝낸 페트릭이 3연무장을 떠났다.

토트와 둘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여기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도 그러니 이제 돌아가세.”

“네, 그러는 게 좋겠군.”

나와 토트 또한 3연무장을 떠났다.

“그나저나 조심하시게. 골드 등급이라도 단체임무는 어려운 법이니 말이야.”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임무가 적힌 게시판을 찾았다.

자유도시가 용병들의 성지인 만큼 임무가 많았다. 그중에서 단체임무가 있는 곳을 보았다.

“어떤 게 좋을까.”

단체임무를 하나씩 훑어보았다. 골드 등급이라도 혼자서 할 수 없다고 표시된 단체임무도 있었다.

일단 괜찮아 보이는 세 개를 골랐다.

“고블린 부락, 코볼트 부락, 던전탐사라···.”

고블린을 잡는 데는 도가 텄다고 할 수 있다. 이건 해야한다.

코볼트는···.

“개가 이족보행하는 듯한 몬스터였지.”

강의 때 배운 바로는 재빠른 게 장점인 몬스터였다. 고블린보단 강하지만, 지능은 고블린보다 낮기에 오히려 쉽다.

코볼트 부락이랑 고블린 부락을 없애는 임무를 받아야지.

“그런데 던전이라···.”

유적은 다른 말로 인위적인 던전이었다. 인간이 던전을 본떠 만든 게 유적이다.

유적과 다르게 던전는 마나의 뒤틀림으로 생긴 공간이다.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있지만.”

몬스터가 자리를 잡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몬스터가 한층 더 강했다. 변종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 확인된 바로는···.”

사전탐사를 나선 용병이 던전에서 발견한 몬스터는 늑대였다. 그냥 늑대가 아닌 변종늑대.

은색으로 빛나는 늑대였다. 통칭 은빛늑대라 불렸다.

“은빛늑대는 좀···.”

골드 용병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골드 등급이 혼자서 받을 수 있는 걸까.

“어, 밑에 작게 적혀있네.”

개체수가 적다고 한다.

게다가 임무 조건 중 보너스가 붙는 조건이 있었다.

[새끼 은빛늑대를 생포 시 임무성공비에 두 배를 추가 입금.]

이건 두 배로 준다고 적혀있다. 물론 새끼 은빛늑대를 생포했을 경우지만 말이다.

“그냥 세 개 다 받자.”

돈을 모아서 집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매번 여관에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어디 보자···.”

위치가 가까운 순서대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코볼트, 고블린, 던전 순으로 가까웠다.

나는 곧장 코볼트의 부락이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

얼만큼 걸었을까.

코볼트의 부락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십수 마리 되는 코볼트무리가 부락에 있었다.

일단 주위를 살폈다. 코볼트 무리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

“여기서는 써도 되겠네.”

사용하면 조금 어지럽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을 뛰어넘는 장점을 가진 능력.

염동력을 이용하기로 했다.

퇴마검을 들었다. 평소에는 염동력을 통해 검을 휘둘렀을 때에 실이 안 나오게 했다.

“그렇다면···.”

코볼트의 위치를 살폈다. 단번에 끝낼 생각이었다.

오랫동안 능력을 쓰면 머리도 아파오니 말이다.

“코볼트가 열두 마리.”

따로 안 세어 봤지만 실이 나오는 곳은 백 곳은 족히 넘는다.

염동력을 이용해 여러 가닥의 실을 코볼트 무리에게 뿜었다.

허공을 자유롭게 빠른 속도도 움직이던 실들이 제각각 흩어지면 코볼트의 머리를 관통했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져가는 코볼트 무리.

“확실히 편하고 좋네.”

만약 내가 이 능력이 어울리는 타인에게 넘겨줄 때엔 좀 아쉬울 거 같다.

일단 부락에는 살아있는 코볼트가 없었다. 임무는 성공이다.

“이제 챙겨가야겠지.”

임무를 토벌했다는 증거로, 코볼트 같은 경우는 송곳니였다.

코볼트의 입을 벌리자 지독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코를 막은 채로 코볼트의 송곳니를 뽑았다.

“으··· 드러워.”

토벌부위를 모두 챙겼다.

손에는 코볼트의 피와 침으로 범벅이 되었다.

“고블린 부락에 가기 전에 손부터 씻어야겠다.”

부락 근처에 계곡이 있을 것이다.

계곡을 찾던 중에 불쾌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 고블린 토벌부위도 챙겨야하네.”

고블린의 토벌부위는 귀. 코볼트보다 나았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었다.

이내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계곡을 찾아냈다.

“으··· 시원해.”

계곡물이 차가운 게 기분이 좋았다.

손에 남은 물기를 털던 중에 덩그러니 홀로 있는 집을 발견했다.

“이런 곳에 집이 왜 있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로 보아 사람이 살고 있는 듯해 보이지는 않았다.

집에 가까이 다가가니 팻말이 보였다.

[매각 중인 집입니다. 「하늘길 여관」]

하늘길 여관이라고 하면.

“그 로브의 사람이 장사하던 데일 텐데.”

뒷거래뿐만이 아니라 부동산도 하나 보다.

팻말에는 매각한다는 말과 동시에 자유롭게 둘러봐도 된다고 적혀있었다.

“어디 한번 봐볼까?”

외관은 그럴싸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먼지가 좀 쌓였을 뿐 괜찮은 상태였다.

“왜 이런 집이 나가질 않은 거지?”

집자체도 크고 넓었다. 딱히 안 팔릴 이유가 없었다.

혹시 유령이 나오더라도 신관을 부르면 되는 일이다.

“장소가 너무 외딴 곳에 있어서 그런 걸지도?”

내 말에 내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웃과 관계도 중요하니까.”

잠깐. 이웃?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외딴 곳에 이웃이라고 하면 누가 있겠는가.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 그렇겠구나.”

안 팔린 이유를 알아차리자 허탈해졌다.

이웃이 몬스터면 충분히 안 팔릴 만하다.

“그런데 엄청 싸겠지?”

몬스터가 이웃인 만큼 집 가격 자체는 쌀 것이다.

의도치 못한 습격을 막아낼 수만 있다면 살만한 곳이다.

“나는 소드익스퍼트 최상급.”

충분히 강하다. 솔직히 어떤 몬스터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약화된 오우거지만, 오우거도 많이 쓰러트렸다.

“이 집, 내가 사야겠어.”

나중에 하늘길 여관을 찾아가기로 하고, 일단은 임무를 완수해야한다.

“분명 고블린 부락이···.”

코볼트 부락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래도 그렇게 오래 걸릴 거리는 아니다.

임무서에 적힌 대로 고블린 부락이 있다고 추정되는 장소로 향했다.

“오.”

오랜만에 보는 고블린은 여전히 추악하게 생겼다.

코볼트 무리에게 했던 것처럼 염동력을 이용해 단번에 잡았다.

그리고 토벌부위를 챙기고, 던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던전은 가까운 데 있어서 다행이네.”

은빛늑대가 있다고 알려진 던전. 마나의 뒤틀림으로 생긴 공간.

포탈처럼 생긴 곳을 지나가자 지하실 같은 공간에 도착했다.

“으, 짐승 냄새.”

던전 자체가 환기가 안 되다 보니 짐승냄새가 심하게 났다.

코를 막은 채 전진했다.

빛이 전혀 없음에도 밝았기에 이동엔 문제가 없었다.

-크르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

“늑대라 그런지 코가 좋나 보네.”

은빛늑대가 누군가 자신들의 영역에 찾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이리오거라!”

굳이 숨길 생각도 없었기에 소리를 내어 유인하기로 했다.

내 소리가 던전에 울리며 타박타박거리는 늑대의 발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넷. 네 마리?”

개체수가 적다고 들었지만, 네 마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너무 적었다.

은빛늑대는 늑대의 변종으로 보통의 늑대보다 영리하며 덩치가 컸다.

그 점을 숙지하며 은빛늑대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최대한 단칼에 잡아야지.”

은빛늑대의 가죽과 털은 비싼 값에 쳐준다.

최대한 가죽에 손상이 없이 잡아야 한다.

은빛늑대를 보았다. 저게 다 돈이라고 생각하니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덤벼라, 내 돈. 아니, 은빛늑대들아!”

은빛늑대 한 마리가 내게 달려들었다.

퇴마검을 뽑아 목을 잘라냈다.

순서대로 달려드는 은빛늑대들. 나는 차례대로 목을 베어냈다.

“깔끔하게 베었네.”

머리는 필요 없다. 곧장, 몸의 가죽을 벗겨냈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상관없다.

경지가 깡패라고 검에 마나를 두르는 것으로 깔끔하게 벗겨냈다.

-끼잉···.

“어?”

손질에 집중하던 중에 멀리서 새끼 은빛늑대가 다가왔다.

아무래도 내가 잡은 녀석들 중에 어미가 있었나보다.

새끼 앞에서 어미를 손질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몬스터라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넌 잠시 여기 안에 있어.”

보따리 안에 발버둥치는 새끼 은빛늑대를 억지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질을 이어갔다.

“휴, 다 끝냈다.”

손질을 끝내고, 가죽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보따리를 풀어 새끼 은빛늑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내게 하악질을 해대는 새끼 은빛늑대.

“······.”

새끼 은빛늑대는 귀여웠다.

“이걸 가져다주면 임무비의 두 배를 준다고?”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은빛늑대 성체는 아름다웠다. 새끼 또한 귀엽다.

“그냥 내가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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