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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30화 (30/150)

#30화.

나는 이 결투를 오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결투가 시작하자마자 염동력을 이용해 포트이의 발을 묶었다.

포트이가 자신의 발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내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퇴마검을 휘둘렀다.

“끄아아악!”

포트이가 검을 든 팔을 잘라냈다. 그리고 도로 검을 겁집에 집어넣었다.

결투는 한순간에 끝이 났다.

포트이는 잘린 부분을 손으로 움켜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토트, 얼른 지혈초를 발라주든가, 회복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위험할 거예요.”

토트는 내게 하르를 다시 건네주고, 포트이의 상처 부분을 지혈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인지 토트는 붕대와 지혈초를 가지고 있었다.

악명이 자자하던 골드 용병 포트이는 이제 외팔이가 되었다. 용병 정지가 아니라도 주로 쓰던 팔이 잘려 앞으로 용병활동을 못할 거다.

“자, 하르야. 우린 이만 가자. 토트, 전 가보겠습니다. 뒤처리 좀 부탁할게요.”

“알겠네. 이번엔 포트이가 일방적으로 잘못했으니 팔을 잘라버린 것에 별다른 질책은 없을 거니 걱정 말게.”

“네.”

나는 하르를 다시 품에 넣고, 시청을 향했다. 허가증을 받기 위해서였다.

시청에서 은빛늑대를 기르기 위한 조언을 듣고 허가증을 얻었다.

그리고 하늘길 여관으로 향했다.

“잠깐만, 그 쪽팔린 걸 내가 말해야하나?”

생각해보니 하늘길의 내부로 들어가려면 암구호를 말할 필요가 있었다.

도저히 내가 하고 싶진 않은 뻘짓이다.

하늘길 여관을 가는 길에 1번 건달인 넘버완을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그때.

“······!”

나를 보고 놀라고 있는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남자. 내가 방금까지 바라던 인물이었다.

“어··· 넘버완?”

“오, 오랜만입니다.”

넘버완은 나를 보고 뒷걸음질 치려 했지만, 그보다 빠르게 내가 넘버완을 붙잡았다.

“넘버완, 네가 할 일이 있다.”

“저기 죄송하지만···.”

나는 보수 주머니에서 1골드를 꺼내어 넘버완의 손에 쥐여 주었다.

표정부터 달라진 넘버완.

“뭐든 시켜만 주십쇼.”

“하늘길 여관에 볼 일이 있는데 도저히 내가 암구호를 말하기는 싫어서··· 좀 부탁하마.”

“그 정도야 뭐 껌이죠!”

넘버완 덕분에 나는 쪽팔리지 않게 다시 하늘길 여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전히 로브로 온몸을 가린 사람이 있었다.

“또 오셨군요. 근황은 많이 들었습니다. 골드 용병이 되셨다고.”

“오호···.”

로브의 사람은 분명 정보도 따로 파는 모양이었다.

내 정보를 이렇게 빠르게 알아차릴 줄이야.

“그래서 오늘은 무슨 용무로 찾아오셨을까요?”

“그, 계곡 쪽에 집을 한 채 발견했습니다.”

“아, 그거 말인가요.”

곤란하다는 듯한 목소리.

“그 집은 저희에겐 골칫덩이와 같죠. 계곡에 관광사업을 해보려고 지었던 집인데.”

“근처 몬스터가 많아서 실패했나보군요.”

“네, 맞습니다. 따로 사람을 고용한다고 생각해도 인건비가 더 드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사업이죠.”

본론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 집값은 어느 정도 되나요?”

집 자체는 좋았다. 주변이 위험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로브의 사람이 종이에다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집값을 계산 중인 듯 했다.

“한, 이 정도?”

종이를 내게 건네주었다.

집값은 내 생각보다 훨씬 싸서 보유한 자금으로 가볍게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집, 제가 사겠습니다.”

“그래주시면 저야 고맙지만···.”

말끝을 흐리는 로브의 남자.

“최소한 이것은 설명해드려야겠네요.”

“다른 문제가 있는 건가요?”

판매를 망설일 만큼 큰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헐값인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제가 관광산업을 접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몬스터가 많은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요?”

“그것도 그렇지만, 관광사업에 자리를 잡던 중 다른 게 또 근처에 자리를 잡아버렸습니다.”

도대체 뭐가 자리를 잡은 걸까.

“오우거 가족입니다.”

“네···?”

“오우거 3인 가족입니다.”

허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유적에서 질리도록 잡은 게 열화 오우거였다.

보통의 오우거라도 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계약하시죠.”

“오우거란 말입니다. 걱정되지 않으세요?”

“그렇게 걱정되면 용병길드에 의뢰나 넣어주세요. 오우거 좀 잡아달라고.”

“크흠··· 그건 비용이···.”

갑자기 말을 멈춘 로브의 남자.

“오우거든 뭐든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계약하시죠.”

“저야, 뭐 상관없지만. 나중에 오우거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셔도 환불은 불가합니다.”

“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조르던 자유도시에 온지 나흘째 되는 날, 나는 집이 생겼다.

“그나저나 그럼 남은 여관비는 돌려받을 수 있으려나?”

아마도 없을 거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고 결제를 할 걸 그랬다.

“아까워하지 말자. 어차피 집이 빨리 구해서 생긴 일이니까. 좋은 일이지.”

일단 집으로 가기 전에 우선 여러 가지를 살 필요가 있었다.

“하르 이 녀석의 것도 몇 개를 사야하고··· 음식도 사야하고··· 가구도 좀 사야지.”

하르의 것은 일단은 목줄과 간식이다. 먹이 같은 건 내 음식을 나누어줘도 상관없다고 하니 말이다.

다음으로 음식은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괜찮겠다.

남은 가구로는···.

“딱히 필요한 게 떠오르지 않네.”

그 집엔 웬만하면 필요한 가구가 모두 있었다.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소파는 사야겠지.”

소파엔 먼지가 가득할 것이다.

상가로 향하여 필요한 것을 간단히 샀다.

그리고 가구상점으로 들어갔다. 마음에 드는 소파가 꽤나 컸다.

아무래도 들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거 가게 측에서 옮겨줄 수 있나요?”

“네, 당연히 가능하죠! 다만 배달비가 붙습니다.”

“배달비는 뭐 괜찮아요. 그럼, 계곡에 있는 집으로 부탁드립니다.”

“네···?”

종업원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 마치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은 거 같은 행동.

“그, 계곡 쪽에 하나 있는 집요.”

“하하하, 고객님 재밌는 농담이시네요. 설마, 거기에 사신다든가 그런 농담이신가요?”

“네, 오늘부터 거기에 살기로 했습니다.”

“농담이··· 아니신가요?”

난 지금까지 농담의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이 종업원은 왜 착각을 하는 걸까.

“네.”

“그렇다면 옮겨드리는 것은 무리입니다. 거긴 몬스터가 잦아서 배송불가 지역입니다.”

역시 예상은 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건만.

“아쉽네요.”

“그런데··· 진짜 거기에서 사시는 건가요?”

“아니요.”

“역시, 농담이셨군요.”

“오늘부터 거기에 살 예정입니다. 아직 살고 있는 건 아니고요.”

일단 원하는 것도 못사니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계곡가의 집은 조르던 자유도시와 거리가 있고, 사람 또한 오지 않는 공간이라, 많이 조용했다.

그게 좋았다.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라고는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 정도, 아니면 몬스터의 하울링 정도였다.

집에 들어가서 초를 켰다.

“이제부터 여기가 내 집인가!”

날이 어두해진 탓에 집 안의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작은 초로는 방을 밝히는 한계가 뚜렷했다.

나는 품속에 있는 하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긴 시간 많이 불편했을 하르다. 바닥에 내리자마자 방 안 곳곳을 뛰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산책도 시켜줘야한다고 그랬지.”

은빛늑대라는 종이 활동량이 많이 집 안에 두고 키우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사람을 습격하지 않도록 교육을 마치고, 성체가 되면 밖에서 기르는 게 좋다고 하였다.

“게다가 무리를 안 떠나니까. 집 나갈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되고.”

일단 밥부터 먹어야겠지.

임무 탓에 점심을 간단하게 먹어서인지 배가 요동을 치고 있다.

“음···.”

사온 음식 재료들을 보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 요리할 줄 모르는데.”

멍청하게도 그 점을 간과했다. 왜 당연히 내가 요리를 할 줄 알았다고 생각했었을까.

재료만 있다면 나오는 게 음식이라고 생각해버렸다.

“그냥, 보존식이나 먹어야겠지.”

괜히 요리를 시도했다가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가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냥, 배가 적당히 고플 때나 한 번 요리를 도전해봐야겠다.

“배는 좀 덜 차겠지만.”

말린 육고기와 빵으로 허기를 때우기로 했다. 말린 육고기를 반으로 갈라 하르에게 던져주었다.

날아온 말린 육고기에 코가 부딪힌 하르지만, 이내 바닥에 떨어진 말린 육고기를 게걸스럽게 해치웠다.

“짜식, 잘 먹네.”

빵과 육포를 번갈아가며 먹으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유적에서 먹었던 식사보다는 말이다.

“진짜 유적에서 매일같이 빵만 먹어서 미치는 줄 알았지.”

식사를 마치고 잠을 청하러 방에 들어갔다.

먼지투성이인 방을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침대를 만져보고, 주변을 검지로 쓸어보았다. 먼지가 묻어나오지 않는다.

“새 거 같은데?”

아무래도 로브의 사람이 앞서서 시켜놨나 보았다.

나는 한결 편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아늑했다.

“열다섯에 내 집 마련···.”

장한 일이다. 헐값에 받은 집이지만, 너무나도 좋다.

그나저나 문밖에서 끼잉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르겠지.

“어렸을 때가 기억나는 걸.”

혼자인 게 무서워 방의 구석에서 무릎을 감싸고 울던 게 생각이 난다.

하르도 같겠지.

문을 열어 하르를 방 안으로 들였다.

“그렇게 내가 울고 있을 때엔 테시아르 어머니가 날 달래주곤 했지.”

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주변이 고요했다. 몬스터의 하울링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이다.

내 눈이 스스륵 감기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날 볼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감촉에 잠에서 깨어났다. 하르였다.

어떻게 올라온 것인지 하르는 내 볼을 핥고 있었다.

“으··· 냄새.”

하르가 핥았던 곳에서 나는 짐승의 입 냄새. 앞으로 하르도 양치를 시켜야겠다.

침대에 일어났다. 겁도 없는 것인지 자신의 키보다 높은 침대에서 하르가 뛰어내렸다.

그리고 앞장을 서서 방문을 긁었다. 빨리 문을 열라는 듯이.

“그래, 그래, 알았어. 문 열어주면 되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밝아진 곳에서 집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온다고, 다 청소를 했었네.”

침실만 청소해줬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른 곳도 먼지 한 톨 남아있지 않았다.

로브의 사람은 생각보다 좋은 인물인거 같았다.

소비자가 불편하지 않게 모든 것을 일찍이 처리해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럼, 아침밥부터···.”

만들어볼까.

아니, 좀 허기진다.

아침밥을 만들 시간 따윈 없다.

“하르야, 넌 말린 육고기 먹어라.”

말린 육고기를 하르에게 던져주었다. 이번에 하르는 말린 육고기를 입으로 받아냈다.

나는 박수를 치며 하르를 칭찬해주었다.

“나는 빵이나 먹어야지.”

아침부터 말린 육고기는 무겁고, 느끼하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을 생각했다.

“오우가 가족이나, 몬스터가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울타리를 쳐야겠다.”

이런 것을 생각하니 아는 마법사가 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냥 이런 거는 침묵마법이나 경계마법 같은 걸로 하면 좋을텐데.”

그 까탈스러운 마법사들이 이런 일에 마법을 쓸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에효, 어쩌겠어. 내가 내 손으로 해야지. 하르야 밥 다 먹었으면 나가자.”

하르가 말린 육고기를 씹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아직 밥 먹고 있는 거 안 보이냐는 듯이.

“그래, 빨리 먹고 재료 사러 나가자.”

하르의 밥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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