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칼데르트가까지 들려왔던 소문을 생각했다.
토스터 마을의 인근 동굴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자세한 위치는 모르겠다.
“하나하나 다 찾아봐야하나?”
마을을 떠나기 전에 주민들에게 물어봤을 때는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주민들은 대다수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자기 마을 근처라도 동굴이 몇 개나 있고, 위치는 어디인지 잘 모릅니다. 뭐, 몇몇 동굴은 알지만서도.”
결론적으로는 모른다는 소리다.
만약 주민들이 알고 있는 동굴이라면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나타났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주민들이 말한 위치를 굳이 찾지 않기로 했다.
“산을 타는 것도 오랜만이네.”
유적을 가기 위해 산을 탔던 것을 제외하면 산을 탄 적이 없었다.
“잘 기억해내보자.”
분명 들었던 소문에 단서가 있을 것이다.
토스터 마을 인근의 동굴이다. 그 말인즉 토스터 마을 근처라는 건 틀림없다.
그런데도 어째서 발견이 늦어진 걸까.
“숨겨져 있거나, 주민들조차 잘 가지 않는 곳.”
몬스터가 많이 존재하는 곳이겠지.
주민들의 말로는 토스터 마을의 뒷산엔 몬스터가 많다고 했다.
“위치는 뒷산이 틀림없을테고, 그렇다면···.”
저 산을 전부 찾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자들, 혹은 용병이 그 산을 올랐을 경우를 생각했다.
“최초 발견자는···.”
골드 용병.
발견자가 에이션트 스네이크를 쓰러뜨린 건 아니지만, 큰 기여를 했다고 들었다.
어째서 발견자가 큰 기여를 했다는 걸까.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겠지.”
그 생각을 토대로 뒷산을 수색했다.
계속해서 수색해보았지만, 쉽게 찾질 못했다.
찾고 있는 에이션트 스네이크는 나오질 않고,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소형몬스터들만 나왔다.
“잠깐만?”
고블린이나 코볼트같은 소형 몬스터.
소형 몬스터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가 있는 장소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에이션트 스네이크의 위치를 단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션트 스네이크라면 대형 몬스터에 속하지. 그리고 대형 몬스터들 사이에서도 강한 축이니까.”
에이션트 스네이크 영역에는 다른 몬스터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수색하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 곳을 찾으면 되겠구나.”
나는 최대한 마나를 주위에 퍼트렸다.
주위의 생명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계속해서 마나를 퍼트리며 이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조금 힘이 많이 들어가버리면 다른 몬스터들을 자극해버리니까.”
쓰러트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굳이 상대하고 싶진 않다.
조심히 마나를 퍼트리며 가던 중에 주변의 몬스터가 전혀 없어진 장소를 발견했다.
그곳을 중심적으로 찾으니 한 동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이다.”
들어가 보진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살벌한 기운이 동굴 내부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아무래도 내가 퍼트린 마나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에이션트 스네이크라···.”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니 일단 조심해야한다.
소드익스퍼트 중급이면 충분히 에이션트 스네이크의 비늘을 뚫고 대미지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녀석이 까다로운 건 독 때문이지.”
꼬리에서 뿜어내는 독무와 강한 독이 묻어있는 독니.
그 두 부위가 문제다.
하지만 그 두 부위가 뱀술을 만들기 위한 재료이기도 했다.
“담금술과 독이빨, 꼬리. 이 세 재료를 비율에 맞게 넣는다. 그리고 해독제를 넣고 한 해 동안 숙성시킨다.”
그렇다면 에이션트 스네이크로 만든 뱀술을 완성이다.
목적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 뱀술을 생각하면 까다로운 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한 해 동안이니.”
성인식이 치러지는 열일곱. 그때에 맞춰 술 또한 먹을 수 있다.
“성인식이 치르지 않더라도 술은 마실 거지만.”
애주가는 아니지만, 맛있는 술 혹은 건강에 좋은 술은 좋아한다.
그런 술을 먹을 기회가 있다면 나이를 속여서라도 먹을 것이다.
“그나저나 계속 기운을 내뿜기만 하는데 지치지도 않나?”
보통은 이정도로 기운을 뿜을 거면 진작에 동굴 밖으로 나와야하는 게 아닌가.
무언가 지켜야할 게 있나.
“지켜야할 거?”
에이션트 스네이크에 대해 생각했다. 무언가를 지키는 몬스터는 아니다.
어째서 동굴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거지.
“일단은 들어가볼까?”
천천히 동굴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동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동굴은 아니었다.
“어이, 에이션트 스네이크! 왜 마중을 안 나오는 거야.”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에이션트 스네이크.
동굴 안까지 들어왔음에도 기운만 내뿜고 있다.
“정말로 이상하네.”
기운을 뿜어져 나오는 곳까지 다가갔다.
그곳엔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있었다. 들었던 대로 커다란 뱀이었다. 꼬리에는 동그란 게 달려있다. 아마 그곳에서 독무가 나오는 거겠지.
에이션트 스네이크는 똬리를 튼 채 나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잠깐만 저 똬리 안에 무언가 있는 거 같은데?”
똬리가 이형적으로 부풀어져 있다. 마치 무언가를 품은 것처럼.
“언제까지 그렇게 가만히 노려만 볼 거야?”
손을 까닥였다.
그러자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꼬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독무. 독무엔 색이 있어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어라?”
내게 달려들 줄 알았던 에이션트 스네이크는 꼬리를 흔들고만 있었다.
도대체 저 똬리 안에 무엇이 있는 걸까.
“내가 잘못 안 건 아니겠지?”
꼬리에서 나오는 독은 마비가 끝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
에이션트 스네이크의 무서운 점은 이빨의 독이었다.
오우거도 잘못 물리면 훅 가는 독을 가지고 있다.
“뭐, 내 상대는 아니지만.”
강한 독이라도 물리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저렇게 움직이지 않고 독무만 뿜고 있다.
나에겐 통하지 않는 독무. 움직이지 않는 에이션트 스네이크.
비기를 써서 한 방에 잡아야겠다.
“너 갑자기 움직이지나 마라.”
‘잘못해서 머리까지 날려버리면 안 되니까.’
마나를 모았다.
비기를 쓰기 위해선 사전동작이 필요하다.
최상급에 발을 걸친 이후로 비기는 아주 쉽게 쓸 수 있었다.
검에 마나를 담아 에이션트 스네이크에게 날렸다.
“와, 끝까지 안 피하네.”
깔끔한 절단면. 두동강이 난 에이션트 스네이크.
머리와 몸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인간으로 친다면 머리와 목이 분리되어 있는 상태겠지.
“일단···.”
폼 속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강한 독이기에 절대 흘러나오지 않아야 했다.
그렇기에 돈을 좀 들여 산 주머니다. 마법처리가 되어있어 절대 새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도 꽤나 돈이 들었지.”
마법처리가 되어있는 장갑.
장갑을 착용하고 독니를 뽑아 주머니에 넣었다.
절반 정도 찼다.
“꼬리는···.”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거체였던 만큼 꼬리의 크기도 만만치 않다.
그것을 생각해서 미친 듯한 가격의 물건을 구매했다.
거의 내 전재산을 털어넣었다고 해도 될 만한 물건이었다.
“아공간 주머니.”
꼬리를 잘라내어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막힘없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 아공간의 주머니엔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비싼 값은 하네.”
필요한건 모두 챙겼으니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지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차례였다.
에이션트 스네이크의 사체를 치웠다.
네모난 석상이었다. 위부분에 선이 보이는 걸로 보아 여닫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소문에서는 에이션트 스네이크만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 상자는 도대체 뭘까.
상자를 열어보았다. 돌로 된 만큼 묵직함이 느껴졌다.
“어···?”
한 권의 책이었다.
고대문자라 제목을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내게 고대문자를 해석할 수 있는 목걸이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칼데르트가에 두고 왔는데···.”
딱히 쓸 일이 생길 것 같진 않아서 내 방 서랍에 두고 왔다.
일단 상자에 보관되어 있는데다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지킬 정도니 범상치 않은 책이 분명했다.
“이제 가볼까.”
책을 폼 속에 집어넣으려는 순간 동굴 밖에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살벌한 기운. 에이션트 스네이크였다.
두 마리째였다.
“아, 그런 거였나.”
드디어 의문이 풀렸다.
첫 번째 발견자가 골드 용병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첫 번째 발견자는 따로 있던 모양이다. 첫 번째 발견자는 책을 지키고 있는 에이션트 스네이크를 쓰러뜨리고, 책을 챙기고 떠난 모양이다.
그리고 홀로 남은 다른 에이션트 스네이크는 동굴을 지키고 있던 것이고.
“일단 저것부터 어떻게 해야겠지.”
살벌한 기운 뿜는 녀석이 재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과유불급. 독니를 못 얻더라도 비기를 이용해 단번에 잡을 생각이었다.
허나 생각을 바꾸었다.
“아공간 주머니엔 여유가 있는데다, 독니를 답은 주머니도 절반밖에 안 찼지.”
한 마리 더 챙길 수 있다.
그리고 순간 머리를 날리지 않고 쉽게 잡을 생각을 해냈다.
음흉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퇴마검의 실을 뿜어 입구에 몇 가닥 팽팽하게 설치했다.
“재빠른 속도로 오는 녀석이 실에 닿는 순간!”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그리고 그것은 내 생각대로 이루어졌다.
입구 근처에서 나를 발견한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실에 닿는 순간 갈라져 운명을 다했다.
“미안하다. 제대로 된 복수도 못하게 해서.”
일단 다른 에이션트 스네이크의 부산물도 챙겼다.
가득해진 주머니보고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제 마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드라이크 남작에게 돌아가야 한다.
“하르도 잘 있겠지.”
드라이크 남작에게 맡겼지만, 좀 걱정이 된다.
드라이크 남작이 하르에게 쏟는 애정을 보면 주인이 나보다 더 쏟는 거 같았다.
괜히 하르랑 친해진 걸 계기로 다시 내게 팔라고 강요할 수도 있으니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나저나 저 사체들은 다른 몬스터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아마 에이션트 스네이크 두 마리 중 한 마리만 살았을 때에는 살아남은 한 마리가 시체를 먹어치웠겠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에이션트 스네이크가 두 마리라고 생각을 못했을 것이고.
나는 동굴을 나와 빠르게 마을로 돌아갔다.
토스터 마을에 도착한 내가 처음으로 본 것은 드라이크 남작이 파티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거하게 취한 모습의 드라이크 남작에게 다가갔다.
“드라이크 남작님,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크흠. 자네를 기다리는 게 좀 심심하세 말일세. 내 사비를 털어 파티를 개최했다네.”
드라이크 남작이 새롭게 느껴졌다.
허물없는 사람이라고는 느꼈지만, 마을의 평민들과도 서슴없이 어울린다.
“좋으신 분이군요.”
“하하, 내가 말했지 않나. 내가 귀족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상인으로 큰돈을 벌어 그 돈을 제국에 바치지 않았다면 아직도 나는 평민이었을 테지.”
“귀족이 된 지 얼마 안 되시더라도 이렇게 평민과 서슴없이 지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아는 귀족 중에는 작위를 받자마자 돌변해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평민이었던 자가 귀족주의에 찌드는 모습.
나는 그런 모습이 싫었다. 내 피의 절반이 평민의 피라 그런 걸까.
“허허, 그나저나 다행이야.”
“무엇이 말이죠?”
“키르턴 영지에 주인이 없어서 이렇게 내가 받게 되었으니 말이야.”
드라이크 남작의 충격적인 말에 나는 한동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