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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36화 (36/150)

#36화.

아침이 되고, 페트릭을 신전에 데려다주었다.

치료마법을 받은 페트릭은 한결 괜찮은 상태로 돌아왔다.

“스승님, 혹시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래.”

“제가 스승님 집에 같이 살아도 되겠습니까?”

페트릭이 같이 산다라.

솔직히 하르와 단둘이 살기에는 집도 넓고,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던 중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집안일은 제게 맡겨주십쇼.”

“그래도 되려나?”

“어찌 제자 된 도리로 스승님 손에 물을 묻힐 수 있겠습니까.”

페트릭이 집안일을 대신 해준다는 것은 나야 좋은 일이었다.

우선 페트릭에게서 물어볼 게 하나 있었다.

“혹시, 요리는 잘하나?”

“저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자랐습니다. 오드가 키워주긴 했어도, 요리 같은 건 제 스스로 했죠.”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내가 여러 번 요리를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내가 만든 음식이 너무 극단적이었다. 너무 짜거나 너무 싱거웠다. 재료 본연의 맛들이 어울리지 않고, 따로 놀았다.

“다행이네, 그래도 힘들면 말해줘. 나도 도울 테니까.”

“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나저나 페트릭에게 시행할 훈련은 정했다. 이젠 괜찮은 땅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에 어제 오우거가 있었던 곳이 생각났다.

‘계곡과 멀지 않아 물을 길러올 수 있고, 땅도 평평하니 괜찮았지.’

추가로 거기에 오우거들이 배설을 많이 했을 거다.

몬스터를 쫓는 것과 동시에 훌륭한 비료 역할도 해줄 테고.

“그나저나 스승님께서는 어째서 힘을 숨기시는 겁니까?”

당연한 페트릭의 물음.

이제는 페트릭 또한 내 본 실력을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쉬고 싶어. 너무나도 힘든 삶을 살았지. 실력이 드러나면 많이 귀찮아질 게 분명하잖아.”

회귀 전의 삶을 회상했다. 생각한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가 있었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

페트릭이 나를 불쌍하다는 듯 바라본다.

“아직 젊으신데··· 도대체 어떤 삶을 사셨길래···.”

페트릭의 관점에서 봤을 때엔 아직 내가 성인조차 되지 못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힘든 삶을 살았다고, 하는 것도 웃긴 이야기였다.

“하하, 농담이야. 그냥 영웅들의 이야기를 따라하고 싶었어.”

대다수의 영웅들은 자신을 들어내지 않았다. 나이에 맞는 답변이란 생각이 든다.

눈을 빛내는 페트릭.

“과연···.”

“어, 왜?”

“스승님께서는 영웅이 될 생각이시군요.”

잠깐만 조금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알겠습니다. 스승님께서 영웅이 되실 수 있도록 제자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엇을 열심히 하겠다는 소리인가.

나는 다급하게 팔을 저으며 부정했다.

“나 영웅 같은 거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알아들었지? 그러니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할 생각 같은 건 하지 마.”

내 말을 듣기나 한 것인지,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버린 페트릭이었다.

“제발··· 진짜 나 영웅 같은 거 될 생각 없다.”

***

에아 키르턴.

아니, 미케네르 제국의 1황녀 에피니아 미케네르는 안식기간을 맞아 본가인 미케네르 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수하르는 내게 말도 없이 어디로 떠난 거야?”

자신의 후배를 생각했다. 수하르는 신기한 아이였다.

뭔가 아이 같지만, 어른스러움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첫 만남 때를 기억해냈다.

“아마 정원이었을테지.”

검성이 호명한 이가 누군지 궁금했기도 했기에 정원을 찾았다. 그리고 수하르를 발견했다.

첫만남은 실망에 가까웠다. 검성이 호명했음에도 강자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만난 게 동아리실이었고.”

개인적은 일로 저주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동아리실의 문이 열리며 수하르를 보았다.

첫만남으로부터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뭔가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만날 때마다 변해 있어서 자꾸 궁금해졌지.”

날이 가면 갈수록 수하르의 성장은 눈에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유적도 몇 번 가본 거 같았어.”

수하르는 묘하게 유적에 대해 잘 아는 눈치였다.

솔직히 수하르에게 위기의식을 느꼈다. 만약 갑자기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남았다면.

수하르와 하게 되었을 대결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했다.

“지금쯤 수하르는 날 뛰어넘었으려나?”

에피니아 미케네르는 소드익스퍼트 상급이다.

상식적으로 수하르는 에피니아의 경지를 뛰어넘지는 못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 에피니아가 보아온 수하르라면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를 그만둔 이유도 더 이상 배울 게 없어서 그런 거고.”

에피니아는 왠지 자신의 생각이 맞을 거라 단언했다.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에피니아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카데미에서의 내 이름, 내 가문. 모든 것이 거짓이었으니까.”

수하르가 에피니아를 찾는다고 해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별인사 정도는 했으면 했는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에피니아는 자신의 할 일을 시작했다.

***

페트릭을 제자로 받은 이후, 드디어 페트릭의 몸 상태가 온전해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훈련시간이 다가온다.

“페트릭, 오늘은 각오하고 오는 게 좋을 거야.”

“알겠습니다!”

일단 나는 오우거가 살았던 곳에 밭을 일구었다. 훗날 수익이 기대되는 작물은 역시 회복초와 지혈초, 마비초였다.

“기본적으론 치료에 쓰이는 약초들의 값이 배로 뛰지.”

전쟁 때문이었다.

약초를 키우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마비초를 제외하면 쉽게 기를 수 있는 약초들이었다.

“물론 야생에서 구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산에서 찾는 것보단 직접 기르는 게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전쟁이 났던 것일까.”

전쟁의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미케네르 제국이 선전포고를 하며 나테아르덴 제국과 시작한 전쟁이 시발점이었다.

거대한 두 제국이 시작한 전쟁은 대륙을 전란에 휩싸이게 하는 데 충분했다.

“과연, 미케네르 제국이 선전포고한 이유가 정복 때문이었을까.”

지금의 미케네르 제국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당시에도 미케네르 제국이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에 모두가 놀랐었다.

여러 추측이 오갔지만, 미케네르 제국은 전쟁의 이유에 대해선 묵묵부답이었다.

“전쟁 자체를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전쟁은 득을 보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모든 나라가 손해만 보았다.

로토 왕국 또한 많은 손해를 입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겠지.”

미케네르 제국이 전쟁을 선포한 이유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 벌어질 전쟁을 대비해 이득을 볼 무언가를 대비해두는 것뿐이다.

“병장기 같은 것도 미리 사두면 좋긴 하지만서도.”

아무리 개인이라도 병장기를 사서 모아두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회복초 같은 전쟁에 자주 쓰이는 것을 재배하는 일 뿐이었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일단 칼데르트가로 돌아가야겠지.”

전란의 시대에 안전한 장소 따윈 없었다.

물론 칼데르트가로 돌아갈 때엔 내가 재배한 약초들을 몽땅 챙기고 떠날 것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자유도시들이었다.

“일단은 난 모르겠다. 그냥 약초나 재배해야겠다.”

훗날 벌어질 전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파왔다.

더 이상 전쟁에 대한 것은 신경 쓰지 않는 게 나을 듯했다.

“그나저나 다시 용병일이나 해야하는데 뭘 해야할까.”

솔직히 말해서 페트릭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내 목표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이렇게 한가로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대충 봤을 때는···.”

괜찮은 의뢰가 없었다. 더 이상 호위 임무는 맡지 않을 생각이었다.

드라이크 남작이 준 보상은 컸다. 하지만 제국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던 거 같다.

빠른 시간 내에 단체임무를 하는 게 훨씬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보상이 괜찮은 임무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채가버리니.”

이거도 문제였다.

잠시 고민해보았다. 골드 용병이 받을 수 있는 임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하나.”

소드익스퍼트 상급과 비견되는 등급. 다이아의 승급이 필요할 때였다.

게다가 나는 페트릭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이 사실은 언젠가는 퍼질 것이다.

골드 용병이 어린 골드 용병의 제자로 들어가는 건 이상한 상황이다.

“다이아로 승급해야겠다.”

마침 승급임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곧바로 용병 길드를 향했다.

용병 길드에는 다행이도 토트가 있었다.

“토트, 저 다이아로 승급할까 해요.”

“······?”

토트가 의아하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자네가 다이아를 도전하겠다는 겐가?”

토트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토트는 아직 내가 페트릭과 동급이라 착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귀찮은 일이 싫어서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그런 겐가···.”

“그나저나 다이아로 승급임무를 받고 싶은데 혹시 추천해줄 거 있어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토트.

아무래도 토트의 반응이 이상했다.

“제가 뭔가 잘못말했나요?”

“자네··· 용병이 맞나?”

용병이 맞나라니.

토트는 내가 골드 용병인걸 알고 있다. 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용병일을 하는데 승급하는 법도 모르다니 정상이 아닐세.”

그렇게까지 비난을 하다니. 토트도 참 너무한 사람이다.

내가 알기론 임무를 하다 승급임무를 세 개 이상 성공하면 되는 게 아닌가.

“혹시 다이아로 승급은 달라지나요?”

“그렇다네. 다이아로 승급은 이제부터 깐깐한 심사가 이뤄지지.”

“그렇다면 승급임무는···.”

“없다네.”

어떤 심사를 통해 다이아 용병이 되는 걸까.

“어떤 심사를 맡아야 다이아 용병이 되는 건가요?”

“일단은 지금까지 한 임무 성공률을 보는 거지. 그 후에 실기와 필기가 있다네.”

내 임무 성공률은 두 말할 것 없이 100%다.

그런데 실기는 이해하는데 필기는 무슨 말일까.

“어째서 다이아 용병이 되려면 필기를 봐야하나요?”

“그야 당연히 다이아 용병은 선망의 대상이 될 것이니 당연한 일일세.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자가 다이아 용병이 된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생각보다 용병 길드는 이미지를 신경 쓰고 있는 듯 했다.

“필기 난이도는 어떨까요?”

사실 조금 당황했다. 실기는 어떤 게 오더라도 자신이 있다.

하지만 필기는 좀 다르다. 공부를 안 한 지 꽤 오래됐으니 말이다.

“뭐, 걱정 말게. 상식에 가까운 내용이니. 필기 합격률은 거의 100%에 다다를 정도라네. 문자만 알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실기는 어떤 걸 보는 걸까.

“역시 실기는 제가 했던 골드 용병 승급과 비슷하겠죠?”

고개를 끄덕이는 토트.

“자네가 치러야할 실기는 바로··· 골드 용병 두 명과 동시에 대련일세.”

생각보다 쉬울 듯했다.

하지만 상대가 만약 완숙에 다다른 소드익스퍼트 중급 두 명이고, 막 상급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시험이 분명했다.

“뭐, 이기라는 말은 안 하겠네. 좋은 승부를 보여주면 승급이 가능하다네. 어디 보자···.”

토트가 용병 길드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토트가 미소를 지었다.

“마침 저기에 자네의 상대가 될만한 자가 보이는군.”

토트의 시선 끝에는 페트릭이 있었다.

“자네와 내가 친분이 있다고는 하나 쉽게 시험을 통과시켜줄 거란 생각은 가지기 말게. 자네의 상대는 페트릭과 아나라네.”

사뭇 진지한 토트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아무래도 토트는 내가 페트릭을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토트가 이전에 봤을 때 내가 페트릭보다 약한 듯 보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의 아나는 채찍을 쓰는 여자였다.

“생각보다 쉽겠네요.”

나는 토트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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