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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41화 (41/150)

#41화.

검성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막혔다.

“뭔 짓을 한 거냐?”

염동력을 힘으로 풀어버리고 내 검을 막은 검성이었다.

비장의 한 수였지만 너무 쉽게 막히고 말았다.

“어쩌다 보니 얻게 된 힘입니다. 흔히 말하는 염동력입니다.”

“호오···.”

검성은 흥미롭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검성의 시선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했다.

“네게도 이런 힘이 있었을 줄이야.”

검성이 말하는 것을 보니 마치 이러한 힘을 본 적이 있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물었다.

“저 말고 이런 힘을 가진 사람들 보신 적이 있습니까?”

옛 퇴마검의 주인과 같은 힘을 가졌다면 귀족의 후손이 틀림없다.

이 특별한 힘은 귀족들에게 주어진 힘이었으니까.

“많이 있지 않느냐, 길거리 공연에도 있고.”

길거리 공연과는 다른 힘이다. 길거리 공연엔 속임수가 있지만, 이건 없다.

“제가 가진 능력에는 길거리 공연 같은 속임수는 없습니다!”

나는 염동력을 이용해 돌멩이를 주웠다. 허공에 떠서 내 손에 안착한 돌멩이.

나는 검성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검성은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잘 모르나본데, 길거리 공연에선 속임수가 없는 이들도 많다.”

“네···?”

내가 아는 길거리 공연은 고통을 참거나, 고문과도 비슷한 행위를 한다. 그리고 불도 뿜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했지만, 파헤칠 수는 없었지. 그들은 전부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너처럼.”

“저처럼···.”

“피부가 강철처럼 단단하거나, 불을 뿜거나, 허공에 얼음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마법과 다르게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서 말이다.”

나와 같다.

“그들의 말로는 능력을 쓰면 머리가 아파온다고 했었다.”

“그 길거리 공연단의 이름이 뭔가요?”

“노블리스라고 들었었지.”

왠지 관심이 간다. 만약 검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 그들은 나와 같은 이들이 분명했다.

아니면 나와 다르게 애당초 능력을 타고난 이들일 수도 있겠다.

“혹시 그들이 어디서 공연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모른다.”

노블리스 공연단은 십 년 전 어느 날의 기점으로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고 검성이 말했다.

퇴마검의 주인에 대한 것을 들을 수도, 이 능력을 타인에게 넘기는 법도, 퇴마검의 주인이 말한 마족에 관한 것도 전해줄 생각이었는데.

“아쉽네요···.”

“그나저나 네게도 그런 능력이 있었다니 술이 확 깨는구나.”

“저도 최근에 얻은 능력이라 많이 당황했습니다.”

딱히 이 능력에 관해서는 수련을 하지 않고 있다.

해봤자, 평상시에 움직이기 싫을 때 손에 닿지 않는 무언가를 끌어당기는 정도였다.

“내가 무엇을 말해줄 건 없지만 그 능력은 네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검성님은 그냥 풀어버리셨잖아요.”

“잠깐은 당황했다.”

잠깐 당황한 걸로 무엇이나 할 수 있을까.

“그 잠깐의 타이밍이라도 잘만 맞추면 상대에게 충분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쉽진 않을 거다. 염동력에 힘을 줄수록 머리가 아파오니 집중이 쉽지가 않다.

“그러니 앞으로 노력하거라.”

“네!”

다행히도 나와의 대련은 이걸로 끝이었다.

이제는 페트릭에게 검성의 훈련에 대한 고됨을 보여줄 때다.

***

저 멀리서 페트릭이 돌아오는 게 보였다. 검성은 훈련을 위한 복장을 갖춘 상태였다.

나는 조용히 페트릭을 바라보았다. 날이 저물어 어둡지만 페트릭의 얼굴만큼은 제대로 보였다.

“저기, 스승님? 곧바로 훈련이 시작되는 건가요?”

“그렇다!”

내가 아닌 검성이 대답했다.

“스승님 목소리가··· 좀 이상하신데요?”

“감기에 걸려서 그렇다.”

“그런가요··· 아침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던 분이.”

더 이상 말하면 정체를 들킬 수도 있으니 검성에게 곧바로 훈련을 시작해달라고 하였다.

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움직였다.

‘검성이 아니라 암살자 같네.’

순식간에 나도 검성에 대한 기척을 놓쳤다.

확실한 건 검성이 페트릭을 공격할 예정이니 페트릭을 집중해서 본다면 될 것이다.

“······.”

페트릭이 집중을 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페트릭의 뒤편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성이다.

딱!

목검과 머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이렇게 맑고 경쾌할 수가.

“역시 검성님의 몽둥이질. 아니, 검질은 소리부터가 다르다니까.”

나도 언젠가 저 기술을 익히고 싶다.

진심으로 맞으면 뼈가 아프다고 느껴지는 통증. 내 생각으로 저건 검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못할 게 분명했다.

“으윽··· 스승님··· 오늘따라···.”

페트릭이 고통스러운지 머리를 감쌌다.

페트릭에게 외쳐주고 싶었다. 그렇게 머리를 감쌌고 있으면 계속되는 후속타가 들어올 것이라고.

그리고 내 말처럼 검성은 페트릭에게 후속타를 날렸다.

‘땅바닥을 굴러서 피하라고. 그러면 적어도 맞진 않을테니까.’

마음속으로 한 내 조언이 전해졌는지 페트릭이 땅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현 듯 옛 기억이 떠올랐다. 구르고 맞고, 구르고 맞고.

‘구르면 안 돼!’

잘못된 조언이었다.

페트릭이 구르고 난 뒤 검성이 머리를 때리고, 다시 페트릭이 구르고 난 뒤 머리를 맞고.

예전에 내가 당했던 것이다. 얼핏 검성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즐거워 보이는 검성의 표정. 나 때도 저랬을까.

이윽고 맞다가 지친 페트릭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검성님··· 매우 즐거워 보이십니다.”

방금까지 미소를 짓던 검성이 정색한다.

“무슨, 사람을 때리는데 누가 즐거워하다는 것이냐.”

“그러신가요.”

누워있는 페트릭을 바라보았다. 내가 계획한 일지만, 너무나도 사악했다.

게다가 나까지 기억폭행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페트릭에게는 도움이 됐겠죠.”

소드마스터에게 훈련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격차를 좁힐 수 없는 이와 대련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나저나 몸을 좀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구나.”

“그거라면 저기 쓰러져 있는 제 제자가 밥을 아주 잘합니다.”

“그렇다면 얼른 깨우도록 하거라.”

나는 쓰러져 있는 페트릭을 억지로 깨웠다.

일어난 페트릭은 표정을 찌푸렸다. 아마도 맞은 곳에서 오는 고통 때문일 것이다.

“으··· 스승님, 오늘은 뭔가 좀···.”

“내가 한 거 아니다.”

“예?”

나는 검성을 가리켰다.

“케론 사르키드, 로토 왕국의 검성님이시다. 아카데미에서 나를 가르쳐주신 분이고.”

“검성이요···?”

페트릭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가 아는 검성이라면···.”

“소드마스터이시다.”

페트릭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째 내가 스승이 되었을 때와는 달라 약간 심술이 나기도 했다.

페트릭이 검성에게 다가가서 머리를 숙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됐다. 제자의 제자면 가르침 정도야 줄 수 있지.”

저 말은 마치 내게 검성이 가르침을 준 것처럼 들린다.

물론 가르침을 받긴 했지만, 거의 맞기만 했던 걸로 기억한다.

저 가증스러운 태도. 아카데미에서의 분노가 떠올랐다.

“배고픈데 네가 요리를 잘한다지?”

“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페트릭이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페트리과는 반대로 나오는 녀석도 있었다.

바로 하르였다.

“아! 하르야, 너를 깜빡했네.”

집 안에 두고 나왔다. 많이 화가 난 것인지 계속해서 씩씩거리고 있는 하르.

그런 하르에게 내가 다가갔다.

“미안해.”

발버둥치는 하르를 억지로 품에 안았다.

검성이 내게 다가왔다.

“제법 괜찮은 녀석을 제자로 들였구나.”

“네, 그렇죠. 요리도 잘하고요.”

페트릭이 제자가 된 이후로 밥 하나는 잘 챙겨먹고 있는 중이다.

“그런 것 말고. 저 녀석, 재능이 꽤 있더군.”

검성의 말에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페트릭의 재능이면 충분히 소드마스터까지 올라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검성이 말하는 재능은 내가 말하는 재능과는 약간 달랐다.

“너 역시 감이 좋은 녀석이었지만, 저 녀석은 특출나다.”

페트릭의 감이 나보다 좋다고는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가요?”

“저 녀석 분명 어렸을 적부터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녔겠지.”

“아마도 그렇겠죠?”

오드라는 자를 많이 따라다니면서 몬스터와 싸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감이 많이 발달되었더군. 애당초 재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정도로 감이 발달된 거면 재능이라고 치부해도 되겠지.”

“어··· 그렇다면···.”

“야밤에 하는 훈련보다 네가 대련해주는 게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벌써 끝내기 싫은데.

그리고 내 공격에 대한 반응도 못하지 않았나.

“하지만 페트릭은 제 훈련을 받으며 한 번도 저의 공격을 막은 적이 없습니다.”

검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듯했다.

“그야, 네 녀석이 제대로 살기를 못 담으니까, 그렇겠지. 네 녀석은 너무 순하다. 그래서 찐득한 살기도 담지 못하지.”

“······.”

“저 녀석은 단순히 경지에 차이로 내 공격을 막지 못했을 뿐, 진작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내가 단언하마.”

검성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더 이상 이 훈련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검성이 나를 찾아오고 나서는 안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았다.

스트레소 해소, 아니 페트릭의 훈련 끝내야 하고, 나중에 팔아야할 술을 검성이 마셔버렸다.

“그렇게까지 말하시니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야겠군요. 그나저나 그럼 다음 훈련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네게 좋은 게 있지 않느냐.”

나에게 좋은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그 힘을 이용해 네 제자를 훈련시키면서 너 또한 훈련하거라.”

“네···?”

“염동력을 이용해 페트릭을 공격해라.”

검성이 내게 알려준 새로운 훈련법은 페트릭과 내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그런 감 키우기 같은 훈련은 끝내야하는 게 아닌가요?”

“살기가 담긴 검은 알아차리니 이젠 살기가 없는 검을 알아차려야할 차례지.”

페트릭은 눈을 감고 오직 기척만으로 검을 막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페트릭의 빈틈을 찾아 염동력을 이용해 검을 찔러넣으라는 것이고.

“괜찮은 방법이네요.”

일석이조.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솔직히 약간의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 염동력을 본래의 주인처럼 쓰는 것을 말이다.

잠시 갯가에 앉아 검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칼데르트가에 대한 현 상황을 물었다.

“네 녀석이 가출한 이후로 점차 후계구도가 확정되고 있다.”

“그런가요···.”

가출의 목적대로 이루어져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건 정말 다행이네요.”

“아마도 1년 정도만 더 있으면 될게다. 그때쯤이면 후계자가 확정되겠지. 가신들도 그것을 받아들일테고.”

“그런데, 전 좀 이따가 돌아가려고요.”

“어째서지?”

가출의 첫 번째 목적은 현 후계구도 변화를 주기 싫어서였다.

하지만 두 번째 목적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래를 생각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려고요.”

될 수 있다면 계속해서 쉬고 싶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돈을 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끔씩이라도 할만한 일을 찾고 싶다. 물론 용병일은 아니었다.

일이라기보단 취미가 더 어울리겠다.

“하긴 백작위를 이어받는 게 아니라면 제 살길을 찾아야겠지. 술을 제법 담그는 것 같은데 술장인을 도전해보는 건 어떠냐.”

내게 조언을 해주는 검성의 눈빛에는 흑심이 가득했다. 어떠한 의도로 말했는지 너무 티가 났다.

“하하, 술장인이 됐다가는 검성님께 술을 다 바쳐야할 거 같아서 안 하렵니다.”

“에잉, 쯧. 재미없는 녀석.”

허심탄회하게 웃던 중에 페트릭의 외침이 들렸다.

식사가 완성되었다는 소식. 나와 검성은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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