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44화 (44/150)

#44화.

내게 말을 걸었던 조사대의 복장을 입은 자가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그자를 생포하기로 했다.

“무슨 소리십니까. 저는 조사대원이 맞습니다.”

“······.”

거짓말이다.

조사대원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와 함께 데오르 경에게 가시죠.”

“저도 그게 좋겠네요!”

위장 조사대원이 순순히 앞장섰다.

너무나도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모습. 내가 진짜 잘못 알았나 싶을 정도였다.

“······.”

앞에서 중얼거리는 위장 조사대원.

그러자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무언가 내 머릿속에 강제로 들어오려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 멈춰.”

나는 퇴마검을 꺼내 위장 조사대원의 목에 겨눴다.

침묵하는 위장 조사대원.

위장 조사대원이 돌더니 나를 보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십니까?”

“개소리 집어치워. 어떻게 한 거지?”

묘한 힘이었다. 마법은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개소리지? 데오르 경에게 가는 게 두려워졌다.”

위장 조사대원이 다시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갑자기 위장 조사대원이 배를 붙잡고 쓰러졌다.

“아아아악, 아이구 배야.”

“생쇼를 다하는군.”

쓰러져 있는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내게 단검을 휘둘러왔다.

나는 몸을 틀어 가볍게 피했다.

“이런 류의 공격은 본 적이 있어서.”

“젠장! 어째서 안 통하는 거지?”

“역시 그 이상한 기분은 네놈 짓이었군.”

아무래도 이 녀석은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평범한 인간 따위에게 내 힘이 안 통할 줄이야.”

평범한 인간?

설마··· 이 녀석···

“마족인 것이냐?”

“쯧, 그런 더러운 종족과 비교하지 말거라. 나는 인간이다. 그것도 고귀한 귀족의 핏줄을 타고난 인간이다.”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이런 힘을 가질 수가··· 잠깐.

“마나를 쓰지 않고 이상한 힘을 쓴다라···.”

“헛! 그것을 파악하다니 범인이 아니구나!”

“마침 내가 익숙해서 말이야.”

나는 퇴마검을 허공에 띄었다. 그러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위장 조사대원.

“네놈도···? 그렇다면 어째서 우리를 방해하는 것이냐.”

“방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도대체 마을사람들을 어디로 숨긴 것이냐!”

잠시 고민을 하는 위장 조사대원.

“네놈한테 알려줄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그 말에 허공에 뜬 검으로 위장 조사대원의 목을 그었다.

“······.”

생포를 생각해봤지만 무리였다.

이상한 힘을 막을 방법이 없는 이상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적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역시 저 산인가.”

위장 조사대원이 날 막으려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위장 조사대원은 우리라고 말했다. 적은 혼자가 아니다.

아무래도 데오르 일행도 데려갈 필요가 있었다.

“우선 여관으로 돌아가야겠군.”

여관으로 돌아가던 중에 여관이 있는 방향이 소란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다급히 여관으로 달려갔다.

‘혹시 위장한 녀석의 동료들이···!’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겁니까!”

“메트 씨,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저는 빨리 가봐야합니다.”

아무래도 위장 조사대원이 메트에게도 능력을 썼던 모양이다.

위장 조사대원이 죽고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큰소리로 외쳤다.

“잠깐 모두 멈추세요!”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메트 씨? 아니, 메트 씨는 맞나?”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이곳에 있는 거죠? 저희 마을사람들이 위험합니다.”

“위험하다니 무슨 말이죠?”

메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놀라웠다.

단 두 명이 이 참상을 벌인 것이었다.

“평상시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의 눈이 풀리더니 마을 중앙으로 모이더군요. 저는 그걸 수상하게 여겨 몰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두 명의 사람이 오더니 갑자기 모두가 사라졌습니다. 마치 순간이동 마법을 쓴 거처럼요.”

옆에서 조용히 듣던 데오르 경이 소리쳤다.

“거짓말이다. 분명 마법의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나는 데오르 경을 진정시켰다.

“계속 이야기해보시죠.”

“모두가 사라진 곳에는 단 한 사람만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 자를 붙잡을 생각으로 몰래 잠복하고 있었죠.”

그 상황에서 도망칠 생각을 안 하고 붙잡을 생각을 하다니. 어리석은 청년이었다. 아니 용기 있는 것인가.

“운이 따른 것인지 제가 숨은 곳으로 오더군요. 그리고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이곳이었죠.”

아무래도 그 사람이 내가 만난 위장 조사대원인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서 한 명이 남았던 것일까. 확실한건 위장 조사대원이 바로 정신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한명은 순간이동이라고 생각되는 전이계열의 능력임이 분명하다.

데오르 경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저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사실은···.”

내가 마을 밖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마나를 쓰지도 않고 정신을 침범하려는 위장 조사대원의 이야기.

위장 조사대원은 나를 산에 가지 못하게 막으려했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 그러시겠죠. 하지만 보시죠.”

나는 내 말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능력을 사용하기로 정했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물건을 띄웠다.

나와 페트릭을 제외한 모두가 경악하고 있었다.

“저는 이 능력을 어느 유적에서 얻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믿기진 않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믿을 수밖에 없군요.”

그리고 나는 데오르 경에게 전투를 준비하라고 전해주었다.

산에 간다면 적어도 한 명. 전이계열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페트릭이 내게 다가왔다.

“역시 그 사람은 생포가 불가능하겠죠?”

“그렇지.”

될 수 있다면 단번에 끝내야한다.

“솔직히 소수의 인원을 꾸려서 가고 싶지만···.”

적이 그 한 명뿐이 아닐 수도 있다.

“마을사람들은 괜찮을까요?”

떨리는 페트릭의 목소리. 여간 걱정되나 보다.

“걱정 마라. 나를 산으로 못 가게 하려는 것을 보면 아직까진 괜찮을 거다.”

“네. 그러길 바라야죠.”

페트릭이 메트를 바라보았다.

“저 같은 사람이 또 생기면 안 되니까요.”

***

조사대가 빠르게 준비해준 덕분에 적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나는 데오르 경에게 말했다.

“말했다시피 많이 위험할 겁니다. 상대는 신기한 힘을 쓰니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 보는 마법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데오르 경은 다행히도 긴장을 별로 안 한 듯했다.

내가 데오르 경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일단 정찰병이 올 때까진 여기서 대기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괜스레 많은 인원으로 산을 뒤지는 것보단 나을 거다.

데오르 경도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정찰병이 내려왔다.

“데오르 단장님, 정찰 완료했습니다.”

“어디에 있던가?”

정찰병이 간단한 지도를 그렸다.

산의 정상 직전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많은 인기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음··· 혹시 안까지는 정찰했나요?”

“제법 소란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위장 조사대원을 잡은 것으로 마을사람들의 정신이 돌아왔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빨리 들어가봐야할 거 같습니다!”

“네? 급하게 행동하면 위험하다고 당신이 말했지 않나요?”

마을사람들의 수는 꽤 될 것이다. 정신을 장악하고 있었을 때는 얌전해서 관리하기 편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적은 어떤 수를 쓸까.

“본보기로 몇 명이 이미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서둘러야합니다.”

데오르 경도 그제 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한 치의 휴식도 없이 산을 올랐다. 그리고 정찰병이 말한 동굴이 보였다.

데오르 경이 정찰병을 보며 말했다.

“조용하군.”

“제가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몇 명을 본보기로 삼아 조용히 만들어버린 것 같다.

나는 입에 검지를 세우며 조용히 들어가잔 수신호를 보냈다.

데오르 경도 고개를 끄덕이고 조사대 모두가 천천히 동굴 안으로 잠입했다.

‘생각보다 깊군.’

게다가 갈래가 있어 인원이 나눠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솔직히 나는 혼자서라도 괜찮겠지만 나머지는 다르다.

나는 일단 페트릭과 데오르 경을 함께 움직이는 게 좋다고 말해두었다.

“절반은 나와 페트릭을 오도록. 나머지는 한스를 따르가도록.”

페트릭과 데오르 경의 일행이 먼저 떠났다.

나는 나머지를 데리고 길에 나섰다.

아무래도 이 길이 마을사람들이 있는 곳 같았다.

“많은 숨소리가 들리는군.”

그리고 길의 끝에는 내 생각대로 마을사람들이 묶여있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마을사람들의 눈은 공허해져있었다.

‘설마 정신 조종하는 이가 또 있던 것인가?’

조심하며 마을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마을사람들을 살펴보니 모두 무언가 계속해서 씹고 있었다.

나는 억지로 마을사람들의 입을 벌려 씹던 것을 빼내었다.

“으어··· 어라···.”

그러자 정신을 차린 마을사람.

나는 조사대원들에게 마을사람들의 입에 있는 걸 빼내라고 명령했다.

추가로 조용히 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당신들을 구하러 조르던에서 파견된 조사대입니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마을사람들.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습니다.”

“일단 모두 풀어드릴테니 돌아가시죠. 여긴 위험합니다.”

나는 마을사람들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조사대원을 조금 남겨놓고 다시 들어갔다.

“제발 별일 없어야 할텐데.”

내가 갔던 곳에 아무도 없다면 분명 다른 반대쪽에 적이 몰려있었다는 소리다.

“싸우고 있나보군.”

아직까진 살아있는 모양이다.

나는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상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렇게나 많다고?”

적이 많아서 놀란 게 아니었다.

나처럼 특별한 힘을 쓰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물론 그들마다 제각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탓인지 조사대원들이 고전을 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구출했습니다!”

나는 일부러 크게 외쳤다. 모든 주목이 내게로 쏠렸다.

그리고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설마 전이계열을 사용한다는···?’

곧바로 뒤돌아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당황하며 다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오호, 내 공격을 알아차리다니 생각보다 고수인가 보구나.”

어느새 정면에 나타난 붉은 머리칼의 남자.

아마도 저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대장인 듯 보였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이런 짓이라니, 설마 마을사람들을 납치한 걸 이야기하는 건가?”

“그렇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섬뜩하게 미소를 지었다.

“마족을 부르기 위해서라면 믿겠는가···?”

“······.”

나는 곧바로 페트릭을 노려보았다.

페트릭의 말이 씨가 되어버렸다.

할 말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는 페트릭.

“흥, 어떻게 마족을 부른다는 거지? 어떤 흑마법사들도 마족을 부르진 못했어!”

메드락을 통해 부르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을 터였다.

“그야 우리들은 모든 걸을 알고 있다. 이제 곧 시간이군.”

“뭐가 시간이라는 거지?”

“뭐긴 뭐야, 마족이 올 시간이지.”

이게 무슨 소리인가. 마을사람들은 분명 밖으로 내보냈다.

“무슨 소리인가 싶은 얼굴이군. 제법 보기가 좋아. 우리는 마을사람들을 제물로 바쳐서 마족을 부르려던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마족을 부르는 데 생기면 충분하지. 자, 보아라! 이것이 마족이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 앞에 거대한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그리고 가축의 머리에 뿔이 달린··· 악마라고 부르는 게 바람직한 괴물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