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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61화 (61/150)

#61화.

페트릭과 토너가 카락과 대치하고 있다.

카락은 지금의 상황이 그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이가 없군. 조그마한 녀석들이 기개만큼은 아주 뛰어나.”

카락의 저 말은 틀렸다.

토너는 작은 체구가 맞지만, 페트릭은 평균을 웃돈다. 카락이 너무 클 뿐.

“따라 나와라!”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인 것인지 카락이 페트릭과 토너를 밖으로 불러냈다.

혹시라도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을 들킬 세라 구경꾼 사이에 몸을 숨겼다.

순순히 페트릭과 토너는 밖으로 나왔다.

“카시아스의 제자, 넌 절로 꺼져. 나 혼자 충분하니까.”

토너의 기개 넘치는 말.

하지만 페트릭은 물러서지 않았다.

“저 녀석은 내 스승님을 욕보이셨다. 제자가 처리하는 게 맞지.”

페트릭의 말이 맞긴 하다.

“칫, 방해라도 하지 말아라. 날 방해하는 순간, 너까지 베어버릴테니.”

“제가 할 말입니다.”

둘을 대화를 잠자코 듣던 카락이 페트릭과 토너를 비웃었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군. 너희 둘이 내 상대가 될 거 같으냐?”

“당신 정도면 나 혼자라도 가능할 거 같군.”

페트릭이 저렇게 도발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무기력해 보이는 녀석답게 남을 도발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페트릭은 달랐다.

마치 화가 난 듯 보였다.

‘설마···?’

나를 욕보였다고 저렇게 화가 난 것인가.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본래 고수는 하수에게 한수를 양보하는 법. 자, 들어와 보거라.”

거만하게 우뚝 서있는 카락이지만, 예의와 반비례하게 실력은 뛰어났다.

빈틈투성이처럼 보이지만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토너를 보며 페트릭이 말했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페트릭이 카락에게 달려들었다.

재빠른 속도로 카락에게 곡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거구의 몸과 다르게 카락은 재빨랐다.

“나보다 느리다니 굼벵이가 다름없군.”

내가 보기엔 페트릭이 좀 더 빨랐다.

저것은 도발이 분명하다.

그리고 보기 좋게 페트릭이 도발에 걸렸다.

“흥, 과연 이래도?”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카락을 공격하기 시작한 페트릭이었다.

그리고 카락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페트릭의 곡검이 휘둘러졌다.

하지만 그 빈틈은 카락이 유도한 것이었다.

“단순하구나!”

대검을 페트릭에게 휘두르는 카락.

대검은 곡검과 페트릭을 두 동강 낼 법한 기세였다.

하지만 페트릭은 땅바닥을 구르며 카락의 대검을 피해냈다.

“온몸이 모래투성이인 게 매우 어울리구나!”

땅바닥에 구른 탓에 페트릭의 온몸에 모래가 묻어났다.

페트릭이 다시 자세를 잡은 순간, 카락의 뒤편에서 토너가 나타났다.

“뒤져라!”

두 개의 단도를 역수로 잡고, 카락을 향해 찍으려는 토너였다.

참으로 비열하다고 할 수 있는 수였다.

하지만 카락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카락이 팔을 휘둘러 토너를 쳐냈다.

꽤나 충격이 큰 모양이다. 토너가 헛기침을 할 때마다 피를 내뱉었다.

“꽤나 별거 없는 녀석들이구나.”

어쩔 수 없이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리였다.

‘하긴 최상급을 상급 두 명이 이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게다가 전혀 협력이 되지도 않고.’

토너와 페트릭은 같이 싸우는 게 아닌 따로 싸우는 것에 가까웠다.

이를 증명하듯 카락은 아주 손쉽게 페트릭과 토너를 상대하고 있었다.

페트릭이 토너를 향해 외쳤다.

“이봐!”

“······?”

“아무래도 협력을 하는 게 좋겠군요.”

토너가 잠시 고민하던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 둘이 협력한다고, 무엇이 달라질 거 같으냐!”

여전히 거만한 카락.

하지만 난 이 둘을 믿고 있다.

페트릭이 카락에게 달려들며 토너에게 말했다.

“제가 정면을 상대하겠습니다.”

옳은 선택이다.

카락의 대검을 상대하기엔 페트릭이 곡검이 더 편할 것이다.

그리고 빈틈이 보일 때마다 토너가 단도로 공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카락도 눈치챘을 것이다.

“흥, 애송이들.”

카락이 페트릭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페트릭은 최대한 검을 흘리거나 피하는 방향으로 대처했다.

그리고 카락이 빈틈이 보일 때마다 토너가 뒤를 노렸다.

“짜증나는구나!”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카락의 대검이 빛난다.

‘저건 위험해.’

최상급이 펼치는 비기다. 이건 상급이 막을 수 없다.

내가 끼어들려는 순간, 페트릭이 미소를 지은 것을 확인했다.

‘설마?’

페트릭은 저 공격을 막을 자신이 있는 것인가.

나는 다시 지켜보기로 했다.

카락의 대검이 빛난다. 내려찍기의 자세를 취했다. 땅이 울릴 정도의 기백이 느껴졌다.

“뒤져라!”

카락이 검을 내려쳤다. 내려친 방향은 페트릭이 있었다.

그리고 페트릭의 검이 빛나기 시작했다.

‘저건···!’

페트릭의 데리고 트롤 던전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페트릭의 비기.

단 한 번의 실수만 해도 크게 되돌려 받는 리스크가 큰 기술.

“반사입니다!”

페트릭의 곡검의 휜 부분으로 카락의 대검을 감쌌다.

그리고 힘의 방향을 바꾸었다.

페트릭의 의도는 눈치챘다.

‘카락의 비기를 그대로 되돌려줄 생각이군.’

하지만 상황이 좋진 않았다.

내려찍는 비기를 되돌려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경지의 차이가 나는 비기다.

내 예상대로 페트릭은 카락의 비기를 되돌려주지 못했다.

하지만 힘의 방향을 약간 틀 수는 있었다.

“네놈이나 뒤져라!”

그리고 그 순간 카락의 뒤편에서 토너가 튀어나왔다. 토너의 두 개의 단도에도 힘이 실려 있었다. 토너의 비기다.

아무리 최상급이라도 비기를 맨손으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카락의 검은 땅에 박혀있었다.

“쳇!”

카락이 대검을 버리고 거리를 벌렸다.

그럼에도 토너는 끝까지 카락을 따라갔다. 카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팔에 마나를 담아 토너의 단도와 부딪혔다.

“크윽!”

토너의 단도가 카락의 팔뚝에 막혔다.

하지만 단도를 막은 카락의 팔뚝이 많이 부었다. 꽤나 깊은 상처를 입은 모양.

공격은 끝이 나지 않았다.

“비키세요!”

토너가 카락을 발로 차는 것으로 거리를 벌렸다.

페트릭이 카락에게 달려들었다.

페트릭의 곡검에는 꽤나 큰 힘이 담겨있었다. 페트릭의 두 번째 비기였다.

“잠깐!”

카락이 다급하게 페트릭을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페트릭은 무서운 기세로 카락에게 달려들었다.

멈추지 않는 페트릭.

“항복! 항복하겠다!”

페트릭의 곡검이 카락의 목에 생채기를 내며 겨우 멈췄고, 카락은 기절을 해버렸다.

“대단한데!”

내가 박수를 치며 페트릭에게 다가갔다.

“좋은 합동이었다!”

“보고 계셨습니까?”

“응. 너희가 이길 거 같아서 그냥 지켜보고 있었지.”

내 말에 페트릭은 순수하게 기뻐했다. 인정받았다는 기분이었을테지. 또한 토너도 기분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토너는 나를 무시하고 다시 여관에 들어갔다.

“여기가 싸움이 벌어진 곳입니까!”

수십의 경비가 무장을 한 채 뒤늦게 나타났다.

나는 기절한 카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이 저를 모함하고, 제자를 공격했다고 합니다.”

경비는 나를 확인하고 한 번 놀라고, 카락을 보고 두 번 놀랬다.

“카시아스 님··· 혹시 카락을 저렇게 만드신 게···.”

“전 아닙니다. 제 제자랑 토너라는 녀석이죠.”

“토너라고 하면··· 그 콜로세움의 기대의 신인 말입니까?”

나도 기대의 신인이었던 거 같은데 토너도 같단 말인가.

“네, 맞습니다.”

그러자 경비의 입에선 탄성을 흘러나왔다.

하긴 쉽게 벌어지는 일은 아니지.

검투사 랭킹 6등이 저렇게 기절하고 쓰러져있으니까.

“그럼, 저 카락 좀 부탁드립니다.”

“네, 나중에 사건 조사로 찾아올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경비병들은 카락을 데리고 떠나갔다.

나는 지쳐있는 페트릭을 보았다.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노력해주다니 고맙다!”

하지만 페트릭의 표정은 좋지 않다.

아무래도 내 짐작이 틀린 모양이다.

“어···? 아니야?”

“······.”

이내 메시아가 페트릭에게 다가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거 아니었습니다.”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 페트릭을 보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카락이 메시아를 밀치려는 순간, 페트릭이 끼어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 나 때문에 이렇게 노력한 게 아니었단 말이지···.’

메시아를 도운 것뿐이었다.

그보다 메시아에게 감사인사를 받은 페트릭은 헤벌쭉하고 있다.

‘설마, 페트릭 메시아한테 마음이 있나?’

제자의 사생활까지 신경 쓸 생각은 없지만, 페트릭이 제법 고생을 할 것이다.

메시아는 주로 무표정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페트릭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고생해라.”

이런 내 반응에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페트릭이었다.

***

메시아가 내 방에 찾아왔다. 이렇게 찾아오는 경우는 대부분 한 가지였다.

다음 경기 상대가 잡힌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었지만 달랐다.

“저번에 카락이 일으킨 사건으로 카락은 옥에 투옥되었습니다.”

어···?

카락이 옥에 투옥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카락은 유명한 검투사다. 쉽게 투옥될 만한 신분은 아닐 것이다.

“원래 평상시부터 성격이 더러워서··· 좋지 않아 시민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이번 사건은 좀 컸습니다.”

이번 사건은 좀 컸다는 것은 전에도 자잘한 사건이 있었다는 소리겠지.

“사실, 제가 위험할 뻔했다는 소식을 들은 황녀님께서 카락을 나락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카락과 나락. 재밌네.

마치 나락으로 갈 것을 예고했던 것만 같은 말이다.

“잘됐네.”

“그리고 다음 상대가 잡혔습니다.”

아, 다음 상대도 잡혔구나.

그렇다는 것은.

“검투사 랭킹 5위겠지?”

“네, 맞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무기를 쓰는 애야?”

지금까지 만난 상대 대부분이 특이한 무기를 사용했다.

이번엔 어떤 무기를 만날지 기대가 되었다.

“그냥 평범한 장검을 사용하는 자입니다.”

아. 조금 실망이다.

특이한 무기를 상대하는데 은근 재미를 보고 있었다.

“검투사 랭킹 5위의 검귀 포아스입니다.”

“검귀?”

“유령이 들린 장검을 사용해서 붙여진 호칭입니다.”

유령이 들린 장검이라면 저주받은 검이 아닌가.

“저주받은 검이라는 게 실존하는 거야?”

저주받은 검이라는 것은 이야기 속에만 있던 내용으로 알고 있다. 마검이라고 말하는 게 옳겠다.

“설명이 부족했군요. 유령이 들린 게 아닐까 하는 장검이라는 겁니다.”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유령이 들린 것 같다는 게 뭘까.

“간단히 말하자면 매우 뛰어난 검술로 상대와 관중의 눈을 속일 정도입니다.”

“그래?”

“상대해본 사람들의 말로는 검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경험을 겪었다고 해서 붙여진 겁니다.”

“재밌겠네.”

솔직히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술을 상대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토너의 단도술은 눈여겨볼만 하지만, 경지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포아스라면 다를 것이다. 최상급. 게다가 뛰어난 검술.

“내 검술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겠네.”

포아스의 검술에서 뛰어난 부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 검술은 아직 미완성이니 발전할 부분이 넘쳐났다.

“그래서 경기는 언제 하는 거야?”

“이틀 뒤입니다.”

이틀 뒤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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