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62화 (62/150)

#62화.

포아스와의 경기를 하기 전에 아침부터 나는 재정비를 하기로 했다.

검술에 대한 재정비였다.

“시작은 세 가지의 기초검술이었지.”

수직베기, 수평베기, 찌르기.

이 세 가지의 기초검법으로 내 검법을 발전시켰다.

처음으로 검법을 만들었을 때엔 미흡했다.

하지만.

“검성님과의 대련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었지.”

나는 검술에 힘과 속도, 기술의 삼요소를 넣었다.

수직베기를 시작으로 내 첫 번째 검법은 만들어졌다.

퇴마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렸다.

“수직베기는 누구든지 압도할 힘을 담았지.”

다음은 수평베기.

“수평베기엔 모든 것을 흘려버릴 각오를.”

마지막으로 찌르기.

“반응하지 못할 속도를.”

세 가지의 동작을 시작으로 내 검법은 만들어졌다.

아니,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도 미흡하다.”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나였지만, 검술만은 미흡했다.

지금의 나는 뛰어난 마나호흡법의 덕을 보고 있을 뿐, 검술 자체는 미흡했다.

“염동력과 검술을 엮어보려고도 했었지.”

하지만 내겐 무리였다.

염동력을 뛰어나게 활용하지도, 그렇다고 검술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그 두 가지를 섞은 것은 하나에 집중하는 것보다 못했다.

“점점 발전시켜가고는 있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능이 없는 게 아니었을까.’

그 누구도 내게 검술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기초가 탄탄했다는 말이 있었지.

감이 뛰어나단 말이 있었지.

“하지만···.”

경지에 오르면 오를수록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깨달았다.

내게 재능은 없었다.

가지고 있던 것은 세월을 통해 얻은 자연스러운 것들뿐.

“왜냐하면···.”

기초가 탄탄했던 이유는 수십 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감이 뛰어날 것이라고 들었던 이유도 기초가 잘 잡혀 있어서였지.

“그래도 상관없다.”

내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내가 다른 이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있었다.

정신력.

영양제인 줄 알았던 약에 취한 상태로 많은 일을 해냈던 정신력.

“그게 내 장점이겠지.”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반복할 수 있었던 정신력.

“내가 취미로 검을 휘두른 건만 수십 년. 단 한 번도 질린 적이 없었지.”

소드마스터로 가는 길엔 재능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굳은 다짐을 하며 내가 지금껏 발전시켜온 검술을 반복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거 같네.”

벽이 이젠 코앞까지 다가왔다.

소드마스터도 곧이다.

과연, 이 곧이라는 게 어느 정도가 될지 모르겠지만, 포아스와의 대결은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대한 마나호흡법에 의존하지 않아야겠지.”

남들보다 뛰어난 마나호흡법을 가졌기에 같은 경지라도 힘으로 눌러버릴 수 있다.

그래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정비를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갔다.

“내일인가.”

포아스와의 경기가 기대된다.

***

콜로세움. 사회자를 두고 나와 대립해서 서 있는 포아스를 보았다.

‘생각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네.’

포아스의 얼굴은 주름투성이였다.

귀신같은 검술을 쓰는 덴 세월이 큰 도움을 주었겠지.

“콜로세움의 노장, 검귀 포아스입니다.”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포아스의 눈을 보았다.

‘집중하고 있네.’

역시 대단하다.

경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건만 벌써부터 집중을 하고 있다.

“챔피언과 동일하게 지금까지 무패의 기록을 세우고 있는 카시아스입니다!”

나도 관중들의 환호성에 대한 무시하고, 포아스에게만 집중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경기가 시작했다.

“이게 뭘까요. 경기가 시작되었지만, 양측 움직이질 않습니다.”

포아스와의 대립.

서로의 빈틈만을 찾고 있었다.

한순간에 끝나진 않겠지.

“갑니다!”

내가 먼저 포아스에게 달려들었다.

처음부터 비기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보시죠!”

찌르는 것에 내 비기를 담았다.

나 역시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포아스에게 쏟아냈다.

하지만 포아스는 내 비기를 간소한 차이로 피해냈다.

‘이걸 피해?’

피했다라기보단 예측했다가 더 어울리는 말처럼 느껴졌다.

내 공격이 시작도 전에 포아스는 피하기 위한 제스처를 했으니까.

포아스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귀신같은 검술을 조심해야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귀신같은 검술을 뭘 말하는 걸까.

포아스의 검을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포아스의 검이 순간 사라졌다.

나는 당황하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포아스는 멈추지 않았다.

“제 검은 제법 독한 편이지요.”

포아스는 끝까지 나를 쫓아왔다.

포아스의 검을 막으려고도 해봤지만, 잠깐씩 사라진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빛···?’

포아스의 검은 다른 검과 다르게 얇았다.

포아스는 휘두르던 검을 비틀어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햇빛에 검이 반사되어 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그리고 검이 사라진 듯 보이는 것에 맞춰 검의 궤도를 바꾸고 있었구나.’

검이 사라진 것 같다고 착각할 만했다.

잠깐이지만 시야에서 순간 사라지는 게 맞았으니 말이다.

“검을 주시해야하는 게 아니었군요.”

내 말에 포아스가 갑자기 거리를 벌렸다.

“제법이군요. 제 검술을 단번에 알아차리시다니.”

포아스의 검술은 검에 맞춰서 만들어진 검술로 보였다.

하지만 그 검술이 익히기 어려운 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상대의 시선까지 신경 써야하는 검술은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포아스의 검술은 햇빛의 위치와 각도, 상대의 시선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검술을 알고 있더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검귀라는 말이 정말 어울리십니다.”

검을 정말 귀신같이 잘 쓴다.

하지만 트릭을 눈치챈 순간, 좀 더 쉽게 상대할 방법이 있었다.

‘손을 보는 거지.’

검날은 숨길 수 있겠지만, 그 검을 쥐고 있는 손은 숨길 수 없다. 검의 길이는 대충 파악했다.

포아스의 손을 주시하며 포아스에게 달려들었다.

포아스는 내가 휘두르는 검을 차분히 받아냈다.

정확히는 포아스는 내 공격을 전부 흘리고 있었다.

‘하긴 얇은 검을 정통으로 부딪치면 부서져버릴테니까.’

포아스의 두 번째 약점이다.

검의 내구성이 매우 취약하다.

한마디로 내 공격을 흘리지 못하면 부서져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내 검술을 정비하며 생각해낸 공격이 있다.

‘강한 힘을 담아도 흘려버리면 소용이 없지. 그렇다면.’

흘릴 수 없는 강한 힘을 담는 것이다.

내 검술.

수직베기의 묘리인 힘과 수평베기의 묘리인 기술.

두 가지를 합한 내 새롭게 개발해낸 검술 사용했다.

‘흘릴 수 없는 강한 힘.’

퇴마검을 포아스를 향해 내려쳤다.

당연히 포아스는 내 검을 흘려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내 공격은 단순하지 않았다.

포아스의 검과 내 검이 부딪히려는 순간.

‘바로 지금!’

검의 방향을 바꿔버렸다.

휘두르고 있는 검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애당초 의도했다면 다르다.

내 검은 포아스의 검과 부딪히려는 순간 방향을 틀어버렸다.

“뭣이!?”

포아스가 다급하게 내 검을 막아보려고 자신의 검을 움직여봤지만 소용없다.

급하게 막아내느라 불안정한 자세의 포아스의 검이 내 검과 부딪히는 순간 부서져버렸다.

그리고 내 검이 포아스의 목에서 멈추었다.

“졌습니다.”

두 팔을 위로 올리고 항복을 선언하는 포아스였다.

항복을 선언한 포아스에게 나 또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재밌었습니다.”

진심이었다.

검술과 검술만으로 싸움을 한 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전부 마나호흡법이나 높은 경지를 앞세워 싸웠다.

그렇기에 포아스와의 경기는 재밌었다.

“제가 완벽하게 졌군요. 경기마저 즐기시고 계셨다니.”

어찌 보면 경기를 즐겼다는 것은 적을 상대하는 데에 힘을 들이지 않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포아스는 다행히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저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검술을 뽐낸 기분이네요.”

문득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다.

“카락과의 경기는 어떻게 하셨나요?”

힘과 기술의 경기는 기술이 앞선다.

카락은 힘이고, 포아스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검에서의 차이가 심하다.

대검과 세검.

포아스의 검은 세검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만큼 얇으니 말이다.

‘세검과 대검의 구도는 세검이 불리하다.’

어떻게 포아스는 카락보다 위인 랭킹 5위에 자리할 수 있었을까.

그게 의문이었다.

“손을 집중해서 공략했습니다.”

손?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대검은 강한 만큼 무겁습니다. 그렇기에 아예 쥐지 못하게 손을 공략했죠.”

이해가 되었다.

카락의 대검은 보통의 대검보다 컸다.

그렇다는 건 무게 또한 다른 대검보다 더 나간다는 이야기겠지.

“아예 대검을 들지 못하게 했군요.”

“그렇죠.”

조금 아쉽다란 생각이 들었다.

카락을 상대하는 포아스를 보고 싶어졌다.

포아스의 현란한 검술과 날렵한 몸놀림에 카락은 속수무책은 당했겠지.

다만 포아스도 카락에게 한 대라도 맞는 순간 경기는 패배할 테고.

“그럼,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관중들의 환호성을 뒤로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포아스의 검을 부숴버린 게 좀 미안해지네.’

분명 포아스의 검은 직접 의뢰해서 만든 것이겠지.

분명 빛의 반사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재료를 섞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구성 또한 약해진 것이고.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겠어.’

콜로세움을 나왔다.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천천히 걸었다.

‘이번 포아스와의 경기는 많은 도움이 됐어.’

내 자신의 검술을 정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드마스터라는 경지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신기루같이 말이다. 보일 듯 말 듯한 그런 신기루처럼.

‘답답하네.’

그런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나는 바로 여관을 가지 않기로 했다.

좀 더 거리를 걷기로 했다.

‘내가 소드마스터가 될 필요가 있을까?’

사실 근원적인 문제에 부딪혀 소드마스터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소드마스터가 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문제.

‘나는 왜 소드마스터가 되려고 하는 거였지?’

분명히 내 기억엔 칼데르트가로 찾아온 불행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혼자서는 힘들기에 소드마스터가 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콜로세움의 챔피언. 파스타르가 나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런 강자가 나를 도와주는데 굳이 내가 소드마스터가 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요즘은 너무 바쁘게 살고 있는 거 같네.’

본래의 목표가 좀 멀어진 기분이다.

가출의 목적을 생각해냈다.

지금의 삶은 너무 부지런했다.

‘그래··· 진짜로 에피니아의 의뢰가 끝나면···.’

잠적해버려야겠다.

블랙 용병의 신분을 버리고, 수하르 칼데르트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사는 것이지.

훗날 독립의 때가 찾아오면···.

‘아, 생각해보니 아직 미래에 살 곳도 안 정했구나.’

그렇지.

칼데르트가로 돌아가기 전에 여행을 떠나자.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곳을 찾아내자.

‘그런데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더라?’

어느새 내 미래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 소드마스터···.’

그 건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렇게 나는 하염없이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