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64화 (64/150)

#64화.

내 소개를 들은 성기사가 감탄을 내뱉었다.

“제국에 있는 콜로세움에 랭킹 5위시라. 대단하시군요. 게다가 블랙 용병.”

“하하.”

나는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반갑습니다. 하급 성기사인 세스크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시더라도 언데드는 힘들 겁니다.”

아, 그건 상관없다.

내 무기인 퇴마검엔 마를 물리치는 실이 달려있다.

그리고 그것은 언데드에게도 효과적이지.

“제 무기는 언데드에게 강하거든요.”

“혹시 성물입니까?”

성스러운 힘이 담긴 물건.

뭐, 그런 게 섞여있긴 하지.

“어느 정도 성물이라고 생각됩니다.”

“다행이군요.”

진심으로 기뻐하는 세스크.

내가 재촉하듯 말했다.

“한시가 바쁜 상황이니, 바로 출발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던전 입구에서부터 몰려오는 스켈레톤들을 바라보았다.

뼈밖에 남아있지 않을 스켈레톤들 사이에서 악취가 풍겨왔다.

‘이게 시체 썩는 냄새인 건가.’

나는 퇴마검을 뽑기 전 검집의 안에서 염동력을 이용해 실을 검날에 얇게 감았다.

소식을 전한 세스크가 나에게 다가왔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돌입하시면 따라가겠습니다.”

“보급품은···?”

아마 세스크의 뒤에 있는 세 명이 따라올 사람들이겠지.

그런데 그들의 손엔 보급품이 있어보이지가 않았다.

그나마 단 한 명이 가방을 매고 있는 게 끝이었다.

“아, 저 가방에 있습니다.”

장난하는 건가?

아니, 잠깐만.

“아공간 주머니.”

“네, 맞습니다. 이제 출발하는 게 좋겠군요.”

난 아직 저들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

뭐, 던전 안에서 물어도 상관없겠지.

“그럼, 제 뒤를 따라오십쇼.”

“저기 그런데 그게 성물입니까?”

내 퇴마검을 본 세스크가 께름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칠흑색이 성물이라고 보기엔 조금 힘들테지.

하지만 효과는 확실할 터였다.

“성물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언데드한테는 효과가 좋습니다. 한 번 믿어보십쇼.”

“예···.”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쏟아지는 스켈레톤을 단칼에 베어나가며 던전 입구로 나아갔다.

이내 던전 입구에 도착하고 한 가지 깨달았다.

“입구가 두 곳이네요.”

입구는 정확히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 곳은 정면, 다른 한 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길.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서 계속해서 스켈레톤이 쏟아져 나오기에 그곳으로 향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세스크가 말했다.

“저희가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엔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없었습니다. 아마 정면의 길에 선발대가 있을 겁니다.”

스켈레톤을 베어가며 전진했다.

그리고 스켈레톤을 넘어 안쪽으로 들어온 순간 갑자기 편해졌다.

‘스켈레톤이 안 덤벼?’

스켈레톤들은 안쪽에 도착한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계속 입구 밖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내가 세스크를 보며 말했다.

“음··· 신기하군요.”

단 한 마리의 스켈레톤도 안쪽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이건 이질적인 일이다.

“선발대는 아무래도 앞으로 나아간 모양이군요.”

하긴 다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테지.

저 수많은 스켈레톤을 뚫고 어떻게 다시 나갈 생각을 하겠는가.

게다가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때는 더욱 고생을 할 것이다.

“선발대가 진입한 지 몇 시간이 지났나요?”

“대략 하루가 지났습니다.”

하루···?

“그럼, 선발대가 가지고 있는 식량은···.”

“뭐, 간식이나 물 같은 건 가지고 갔을테지만, 식량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허기진 상태일 터.

나는 세스크 일행을 보며 말했다.

“일단 나아가죠.”

나아가던 중에 선발대가 머물렀을 거라고 추측되는 곳이 몇 곳 발견했다.

“음··· 하루 만에 되게 멀리 갔네요.”

“아무래도 갇혔다는 걸 눈치챈 선발대가 최대한 빠르게 리치를 잡으려고 했나 봅니다.”

음···.

잠시 고민해봤다.

스켈레톤이 쏟아지고 있는 지하에 리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스켈레톤이 나오고 있는 지하에 있지 않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세그크는 단언했다.

“왜죠? 스켈레톤이 자연적으로 그렇게 생겨날 거라고는 생각이 안 되는데.”

“진입하기 전에 던전의 구조를 파악했습니다. 물론 지하가 있다는 것도 파악했죠.”

“그렇다면 저 스켈레톤은···.”

“그 당시엔 없었습니다. 그보다 지하는 막다른 길입니다. 게다가 공간도 협소하고요. 그래서 함정이라고 판단했었죠.”

그렇다면.

세스크의 짐작대로 이 길 끝에 리치가 있겠지.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생겼다.

“그런데 몬스터가 보이지 않군요.”

밖은 지금 스켈레톤으로 고생하고 있을텐데.

지금까지 스켈레톤마저도 나오질 않았다.

“애당초 저 스켈레톤··· 리치가 생성하고 있는 게 맞나요?”

스켈레톤과 리치.

제법이 아니라 완전 어울린다.

리치가 스켈레톤을 소환하다고 해도 믿을 만하다.

하지만 과연 리치가 스켈레톤을 소환한 게 맞을까.

“리치가 마법을 쓴다는 것은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소환마법까지 쓴다고는···.”

흑마법사에서도 소수가 사용하는 마법이 소환마법이다.

“그 증거로 지금 리치에게로 가는 길에는 스켈레톤도 보이지 않고 있죠.”

리치 말고 무언가가 스켈레톤을 소환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세스크가 불안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리치를 도우며 저희를 방해하는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

머릿속에서 한 놈이 떠올랐다.

‘악마.’

에피니아와 게임을 진행 중인 악마라면 충분히 할 법하다.

하지만 너무 억측 같기도 했다.

‘그야, 악마의 감시로부터 벗어났으니까.’

다시 생각해보니, 악마도 생각을 하는 지성체이다.

분명 악마도 또한 우리가 리치의 던전을 찾을 거라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

그렇기에 리치의 던전에 수작을 부린 거겠지.

뭐,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걸 수도 있다.

단순히 스켈레톤은 리치가 소환해놓은 것이고, 저 수많은 스켈레톤은 지금껏 모아온 마나의 결과겠지.

쿠웅!

우리가 가는 전방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나와 세스크 일행은 눈을 한 번 마주치고, 곧장 뛰었다.

폭발음이 들린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너머 같군요.”

옆에 있던 세스크가 문을 보며 말했다.

거대한 석문.

석문으로부터 진동이 계속해서 느껴진다.

내가 귀를 가져댔다.

‘여기가 확실한 거 같네.’

미세하지만 계속해서 폭발음이 들린다.

지금의 인원으로 석문을 여는 것은 불가능으로 보였다.

‘이 정도 석문이면···.’

부술 수는 있을 거 같다.

나는 곧바로 검에 마나를 담아 비기를 날렸다.

마나덩어리와 석문이 부딪히자 희뿌연 먼지가 일었다.

“어서 들어갑시다!”

먼지가 걷히니 사람이 지나갈 만한 구멍이 생겼다.

내가 앞장서서 석문의 안으로 들어갔다.

“음···.”

그곳엔 선발대는 없었다.

‘하긴 당연하지.’

선발대의 출발은 약 하루 전.

선발대의 인원은 스무 명 정도라고 들었다.

아무리 전진 속도가 느리다고 하더라도 우리와의 거리는 꽤 많이 벌어졌을 것이다.

뒤를 보니 모두가 석문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진동의 원인은 리치인 거 같습니다.”

세스크의 옆에 사제복을 입은 남자가 말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선발대는 리치와 교전 중이란 말인가.

나와 세스크 일행은 서둘러 진동의 근원지로 향했다.

가는 와중에도 여러 번의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사제복의 남자가 작은 석문을 가리켰다.

“저기예요. 저기서 마기와 신성력이 부딪히고 있어요.”

이 정도로 가까워지니 나 역시도 느낄 수 있었다.

‘신성력과 마기.’

언데드는 마기를 사용한다.

마족 또한 마기를 사용한다.

어떠한 연관성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 따뜻하달까··· 뭐라고 해야 되지.’

마나는 기본적으로 따뜻함이 느껴진다.

신성력은 따뜻함에 무언가 섞여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이런 게 고귀함이라는 거겠지.’

작은 석문을 열고 들어갔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전투상황이었다.

리치와 선발대가 대치하고 있었다.

리치의 손에는 여러 마법진이 떠있었고, 계속해서 마법이 나가고 있었다.

선발대의 리더로 보이는 자가 외쳤다.

“다들 정신 차려!”

선발대는 옹기종기 모여 리치의 마법을 투명한 막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세스크가 외쳤다.

“도우러 왔습니다!”

세스크의 외침에 리치와 선발대가 동시에 우리를 쳐다보았다.

리치가 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선발대의 리더가 우리에게 외쳤다.

“피하세요!”

그리고 그 순간 리치의 마법이 우리에게로 쏟아졌다.

그보다 더 빠르게 나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마법에서 마기가 느껴진다.’

실이 둘러진 퇴마검을 휘둘렀다.

마법과 검이 맞닿는 순간 마법이 흩어지며 사라졌다.

‘역시···!’

나는 한 걸음, 한 걸음씩 마법을 베어 가르며 전진했다.

뼈다귀 밖에 남지 않은 리치였지만, 당황했다는 게 전해졌다.

-네가 ‘그분’이 말했던 적이로구나!

‘그분’이라면.

내 예측이 맞는 것 같다.

“악마의 종이 여깄었구나.”

리치를 본 적은 없지만, 책에 적힌 것과 많이 달랐다.

책에는 저 리치처럼 마기가 넘실거린다는 사실은 적혀있지 않았다.

책이 잘못되거나, 저 리치가 특이한 것이겠지.

나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된다.

-네놈이 올 거라는 것은 ‘그분’이 예측하셨지.

리치의 머리 위에 대규모 마법진이 그려졌다.

‘설마···?’

분명 저건 소환마법진이다.

하지만 에피니아와 게임을 하고 있는 악마의 문양과 달랐다.

소환마법진이 열리고 익숙한 머리가 나타났다.

“저건···!”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루기 마을에서 내가 상대했던 악마의 모습이었다.

가축의 머리에 뿔이 달린.

다만 전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얼굴부터 시작해 몸 곳곳에 산산조각 났던 상처가 있었다.

악마가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저 악마의 반응을 보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상대했던 악마와 닮은 것이 아니라 그 녀석 자체였다.

-오랜만에 너를 보니 상처가 쑤셔오는구나.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분명 산산조각 난 채로 마계로 돌려보냈다.

제아무리 악마라도 살아남질 못했을 터였다.

-이제야 자기소개를 할 수 있겠구나.

악마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엔 대검이 생겨났다.

-부활의 악마, 리바이블이라고 한다.

“부활의 악마···?”

악마에겐 제각각의 역할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저 악마가 부활의 악마라면.

“그 상태로도 부활이 가능하단 말인가!”

-네놈의 빌어먹을 그 검 때문에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것만 빼면 완벽하게 부활했지.

리바이블이 허공에 생긴 대검을 쥐었다.

-그리고 네놈을 죽이기 위해 다시 강림했지. 책의 악마와 거래까지 하면서 말이지.

리바이블이 말하는 책의 악마가 에피니아와 게임을 하고 있는 놈이겠지.

리바이블이 허공의 대검을 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나를 향해 휘둘렀다.

엄청난 마기의 폭풍이 몰려왔다.

“크윽···.”

나는 침음을 흘리며 염동력으로 실로 벽을 만들어냈다.

내 뒤에 있는 세스크 일행 때문이었다.

마기와 실의 벽이 부딪혔다.

내가 세스크 일행을 향해 외쳤다.

“빨리 선발대에 합류하세요!”

리바이블을 상대하며 세스크 일행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선발대에 합류해주는 게 오히려 나았다.

“네, 알겠습니다.”

세스크 일행이 조심스럽게 선발대에 합류했다.

내가 리바이블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쓰러트려주마. 선발대 분들은 리치를 부탁드립니다.”

리바이블이 광소를 흘리며 내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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