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달려드는 리바이블은 과거에 보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 덩치가 작아진 것이다.
리바이블은 내게 대검을 휘둘렀다.
나는 그런 리바이블의 공격을 퇴마검으로 막았다.
“너 약해졌구나?”
지금 보니 대검의 크기 또한 예전보다 작아져 있었다.
“인간 따위를 상대하기엔 충분하다.”
“나한테 당한 게 많이 분했나봐.”
상처도 전부 회복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급하게 온 걸 보면 말이다.
계속해서 리바이블은 대검을 휘둘렀다.
리바이블이 휘두르며 뿜어지는 마기에는 변함이 없었다.
“예전과 다르게 약해지고 있는 건 아니네.”
여유를 부리는 나를 보며 리바이블이 비웃었다.
“아직까지 여유 있어 보이는구나.”
솔직히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긴장했던 것과 다르게 리바이블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나와 경지의 차이가 그다지 나질 않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생각보다 약한데?”
오히려 저 리치가 뿜어내는 마법이 더 상대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혹은 내가 그때와 다르게 성장했다든가.
하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말이 많군.”
리바이블의 대검과 내 퇴마검이 부딪혔다.
퇴마검에 감긴 실 덕에 마기는 계속해서 흩어지고 있었다.
‘진짜로 왜 이렇게 약한 거지?’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다.
예전에 봤던 리바이블과 기백이 너무나도 달랐다.
내가 낸 상처가 그렇게도 치명적이었던가.
“분명 리바이블, 너는 나보다 강할테지.”
내 말에 씨익 웃는 리바이블.
“항복 선언이더냐?”
“아니. 내가 너보단 약하지만 너는··· 뭐랄까···.”
힘만 앞세우는 느낌이었다.
경지에 맞지 않은 강함이었다.
한마디로 기술이 전혀 없었다.
제아무리 대검을 쓰는, 힘에만 집중하는 검사라도 기술은 존재한다.
하지만 리바이블에겐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강하게 태어났을 뿐, 전혀 노력하지 않았구나.”
리바이블의 대검을 최대한 피하며 리바이블에게 접근했다.
내 말에 화가 난 것인지 리바이블이 대검을 높게 치켜세웠다.
치켜든 대검으로 나를 찍어버릴 생각이겠지.
‘하지만 이미 끝났다.’
퇴마검에서 많은 양의 실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리바이블을 감싸버렸다.
대검을 치켜든 동작 그대로 리바이블은 멈췄다.
실이 감겨있지 않는 부분은 단 한 곳.
‘악마도 심장이 있다면 저곳이겠지.’
왼쪽 가슴 부근만이 실이 감겨있지 않았다.
나는 그곳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생생한 감촉이 느껴진다.
내 예상이 맞았다.
‘그리고 폭발.’
관통한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관통한 검으로부터 마나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마치 폭발하는 것처럼 말이다.
리치를 상대하고 있는 선발대를 바라보며 외쳤다.
“제가 도우러 가겠습니다.”
리바이블을 감싼 실이 퇴마검으로 도로 들어가며 리바이블의 모습이 드러났다.
입을 벌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그대로 리바이블은 고꾸라졌다.
나는 곧바로 리치를 향해 뛰어갔다.
“다들 조금만 버티세요.”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 리치가 내게 마법을 난사했다.
불, 얼음, 바람.
마기를 품은 마법이 무차별적으로 날아왔다.
나는 그 마법을 전부 베어냈다.
‘약점은···!’
리치의 약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리치의 생명력과 마나가 들어있는 라이프베슬.
나머지 하나는 바로 리치의 혼이 담긴 물건이다.
‘그리고 저 책에 리치의 혼이 담겨있겠지.’
리치가 손에 들고 있는 책.
마법서로 보이는 저 책이 리치의 약점이자,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근원일 터.
“오지 마라!”
아니, 갈 건데.
나는 곧장 리치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책과 함께 리치를 베었다.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린 책과 리치.
리치가 먼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분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상관없다.
이 정도의 적들은 계속해서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선발대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다 끝났습니다!”
하지만 다급해 보이는 선발대의 사람들.
세스크가 외쳤다.
“위험합니다! 피하세요!”
위험하다니, 뭐가 말인가?
선발대의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내 뒤쪽을 확인했다.
그리고 대검이 날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뭣!”
급하게 대검을 쳐냈지만, 어깨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다.
“으윽···.”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상처가 난 어깨를 부여잡고, 대검을 날린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리바이블.
그 악마 녀석이 살아있었다.
“죽은 게 아니었냐?”
“나는 부활의 악마, 나는 죽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다시 살아나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리바이블의 왼 가슴엔 내가 낸 상처가 사라져 있었다.
어깨에 난 상처 때문에 정신이 아득하다.
선발대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선발대의 리더였다.
리더는 내게 한 명의 사제를 붙여줬다.
사제의 손에는 새하얀 빛이 쏟아지더니 내 상처가 천천히 아물어갔다.
“하하, 치유 마법도 소용없다.”
치유 마법으로 아물었던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
오히려 더 괴로웠다.
“내 대검에 베인 상처는 마법으로는 절대 낫지 않는다.”
자연치유밖에 답이 없는 건가.
선발대의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리바이블과 대치했다.
“이젠 저희가 상대하겠습니다.”
“잠시 시간만 끌어주시죠.”
없애기엔 무리겠지만, 시간 벌이는 될 터.
내게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선발대의 사람들이 리바이블 향해 달려들었다.
‘제발, 내 방법이 맞기를···.’
염동력을 이용해 퇴마검의 실을 움직였다.
어깨에 난, 벌어진 상처를 꿰매기 위해서였다.
실이 살을 꿰뚫고 상처를 메꾸었다.
‘역시 맞았어.’
꽤나 고통스러웠지만, 참을 만했다.
실로 감싼 상처는 다시 벌어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제에게 부탁했다.
“치유 마법을 부탁드립니다.”
내 상처에 치유마법이 쏟아졌다.
하지만 상처는 낫질 않았다.
그래도 실에 치유 마법이 깃든 것인가, 고통이 덜해졌다.
어깨를 움직여보았다.
다행히도 약간 불편함이 느껴질 뿐 움직인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잠깐 시간이었지만, 리바이블에게 선발대의 사람들은 만신창이로 당해있었다.
‘어떻게 상대해야하는 거지.’
어깨에 상처가 났더라도 리바이블을 상대하는 데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리바이블은 도무지 쓰러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시 리바이블과 거리를 벌렸다.
선발대의 리더를 보며 말했다.
“혹시 리바이블을 향해 신성력을 뿜는 게 가능할까요?”
고개를 내젓는 선발대의 리더.
“신성력이 악마의 마기에 눌려 마음대로 움직이지가 않습니다.”
“흠···.”
곤란하다.
저 리바이블에게 질 자신은 없다.
하지만 이길 자신 또한 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많이 곤란한 모양이구나!”
리바이블이 내게 다시 달려들며 대검을 휘둘렀다.
리바이블의 말대로 매우 곤란했다.
리바이블의 대검은 피하고 내 검은 수시로 리바이블의 몸을 찔렀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제서야 리바이블에게 기술이 없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죽질 않으니까.’
상처가 나도 상관없다.
기술 따윈 필요 없이, 그저 단 한 번의 공격을 성사시킨다는 생각으로 리바이블은 싸워왔던 것이다.
갑자기 멈춘 리바이블이 나를 보며 말했다.
“지쳐 보이는구나!”
리바이블의 말대로다.
지금의 나는 지쳐있다.
응급처치는 했다고 하나 상처에서 오는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지치더라도 너한테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
퇴마검의 실을 이용해 리바이블을 묶었다.
쓰러트릴 수 없다면 봉인해버리면 된다.
움직일 수 없게 강하게 묶어냈다.
“크하하, 소용없다.”
순간 실 안의 리바이블이 사라졌다.
그리고 엉뚱한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어떻게 한 거지?’
설마···.
주위를 둘러보았다.
리바이블의 살점이 곳곳에 흩뿌려져 있었다.
“자결이라도 한 건가!”
“제법 눈썰미가 좋군.”
이젠 묶어두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이 정도면 부활의 악마가 아니라 불사의 악마가 아닌가.’
어···?
어째서 리바이블은 불사의 악마가 아닌 부활의 악마란 말인가.
저 정도면 불사라고 불리는 게 맞았다.
‘생각해내야 한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리바이블이 부활의 악마라고 불리는 것은 죽긴 한다는 소리일 것이다.
부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불사의 악마라고는 불리지 않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나와 같이 온 세스크 일행을 바라보았다.
사제의 옆구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걸 던져주시죠!”
자신의 옆구리를 확인한 사제가 내게 옆구리에 있던 호리병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나는 허공에서 그 호리병을 낚아챈 뒤 곧바로 리바이블에게 던졌다.
리바이블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호리병을 대검으로 부숴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액체가 리바이블이 덮쳤다.
“성수 따위가 내게 소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
그래, 저건 성수가 아니다.
횃불을 위해 챙겨온 기름이다.
“이건··· 기름?”
나는 곧바로 리바이블에게 달려들었다.
챙겨둔 점화석으로 리바이블에게 불을 붙였다.
“끄아아악!”
“전부 제게 기름 든 병을 던져주세요.”
선발대의 사람들은 내게 수많은 기름병을 던져주었다.
기름병은 내가 염동력을 이용해 허공에 멈추었다.
불타던 리바이블이 다른 곳에서 살아나려 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기름과 불.’
기름을 뿌리고 곧바로 불태웠다.
그리고 그 행동의 반복이었다.
내 예상대로 불타버린 살점에선 리바이블이 다시 살아나진 못했다.
‘옛 동화 속에서도 대부분의 마족은 불에 취약하지.’
피리부는 마족도, 욕심쟁이 마족도 전부 불에 당했다.
단 한 살점도 놓치지 않고 리바이블을 모두 불태웠다.
“크아아악, 제발 이제 그만···!”
멈출 수 없다.
멈춰서는 안 된다.
“으아아아아악!”
곧 이어 마지막 살점만 남았다.
그리고 리바이블은 다시 살아나자마자 곧바로 불태웠다.
불타고 있는 리바이블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되는 듯 엄청난 마기가 뿜어졌다.
“뒤지거라!”
리바이블이 엄청난 힘이 실린 대검을 휘둘렀다.
나는 그 대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리바이블과 내가 교차했다.
리바이블이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악마는 영겁의 시간을 산다. 언젠가 다시 살아나게 되는 날, 반드시···.”
그리고 리바이블의 목이 떨어졌다.
끝이 났다.
끝이라고 확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상처가 낫기 시작합니다.”
리바이블에게 상처를 입었던 선발대의 사람들에게 치유 마법이 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제가 내게 다가와 내 상처를 치유해주었다.
“후우···.”
강한 상대였다.
아니, 강하다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번거로운 상대였지.
“그 마지막 말은··· 단순한 발악이겠지?”
찝찝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상처가 낫는 걸 보아 분명 리바이블은 죽었다.
선발대의 리더가 내게 다가와서 머리를 숙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인걸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모두 죽은 목숨이었겠죠.”
“네··· 그런데 한 가지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선발대의 리더는 무엇이든 말해보라는 눈치였다.
“제 힘에 대해선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아직 염동력에 대해 세상에 드러내기엔 노블리스란 조직이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