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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72화 (72/150)

#72화.

다음 날, 내 방을 찾아온 메시아가 다음 상대를 내게 알려주었다.

“타르시오라···.”

“랭킹 2위 타르시오는 검사입니다. 챔피언 다음의 강자로 그 실력은 뛰어납니다.”

“타르시오를 이기면 나는 챔피언까지 이제 이벤트 두 경기만 남은 건가.”

챔피언과의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 타르시오도 가볍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야 나는 어중간하게 소드마스터에 발을 걸쳤으니.

“이벤트 경기는 전에 폴테인이라는 사람이 말했던 대로입니다.”

폴테인이라면···.

콜로세움 접수처의 사람이었다.

분명 이벤트 경기로 오우거와의 경기와 다 대 일의 경기를 펼치는 것이었지.

“그나저나 타르시오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가졌어?”

“전에 상대한 랭킹 3위 모리스보다 약간 강한 정도입니다.”

랭킹 3위인 모리스면 제법 쉬운 상대였다.

그렇다는 것은 타르시오도 가볍게 이길테지.

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질 일들이 문제였다.

‘약간의 시간은 있겠지만···.’

그 시간 동안 파스타르의 경지만큼 따라잡아야한다.

온전한 소드마스터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갈피를 나는 최근에 잡을 수 있었다.

‘게임의 도움이 컸어.’

아마도 퇴마검이 보여준 내 능력의 전 주인인 카시아스 라이크의 일생.

그의 일생을 보며 수많은 마족을 상대하는 것을 보았다.

그 마족들은 분명 하나하나가 강했다.

몇몇의 악마들은 소드마스터에 비견될 정도였다.

‘고위 악마의 경우엔 소드마스터를 뛰어넘는 거 같지만.’

그런 존재가 마계를 떠나 이곳으로 온다면 쉬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카시아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을 하는 게 맞겠지.’

수많은 마족과의 가상대련.

이것이 나를 소드마스터를 이끌어 줄 것이다.

물론 염동력이 아닌 검으로만 상대해야겠지.

“메시아, 나는 수련하러 가볼게.”

“알겠습니다.”

***

훈련장에 도착했다.

구석 한켠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악마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강해···.’

머릿속의 악마지만, 카시아스가 상대했던 때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마족들의 기백에 눌려 나도 모르게 염동력을 써버린다.

‘선천적인 감각을 얻은 것은 좋지만 이런 점은 위험하군.’

마치 날아드는 물건에 손을 뻗듯 자연스레 염동력을 쓰게 되었다.

능력을 숨겨야하는 내게는 좋지 않은 현상이었다.

‘아니··· 능력을 숨기는 게 맞을까?’

잠시 고민해보았다.

역시 능력은 숨겨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젠 그딴 조직은 상대가 안 될테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위험하다.

분명 노블리스란 조직은 언젠가 위험을 퍼트릴 거다.

그런데 내가 그들과 같이 마나를 다루지 않는 능력을 쓰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한통속이라고 착각되는 것은 싫으니.’

다시 생각을 정리하고 가상대련에 힘을 썼다.

상상 속의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나는 명상으로 가상대련을 하는 거였지?’

실력이 뛰어난 검사는 명상으로 가상대련을 한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나 역시 그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불편했다.

내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가 않는다.

‘몸을 같이 움직여볼까?’

자리에 일어나 퇴마검을 쥐었다.

훈련장 중앙으로 갔다.

훈련장엔 나뿐이니 자유롭게 해도 상관없을 터였다.

눈을 감았다.

‘어디 한번 해보자고!’

머릿속에서 마족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나를 죽일 듯이 달려드는 악마들.

나는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실제로 몸을 움직이자 머릿속에서도 수월하게 움직여졌다.

‘카시아스와는 다르게!’

카시아스는 이들을 상대할 때 검만이 아닌 염동력도 이용했다.

나는 검만을 움직였다.

그렇기에 더욱 어려웠다.

계속해서 마족들과 싸웠다.

그러다 공격을 당하고, 다시 처음부터.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다 문득 잡념이 들기 시작했다.

페트릭, 아나, 토너, 제크람.

심지어는 내가 처음으로 잡은 현상범 잭도 나타났다.

이들도 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지네.’

악마와 인간이 협업하여 나를 상대하고 있다.

참으로 기괴한 광경이다.

이들 전부를 상대하는 것도 힘들었다.

점점 내 검술이 완벽해져가는 걸 느꼈다.

겉멋이 사리지고, 실속을 챙겼다.

군더더기가 계속해서 사라진다.

오직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한 검술.

‘가능할까?’

머릿속에서 상대는 전멸해가고 있었다.

결국 모두를 쓰러트렸다.

마지막 상대로 카시아스가 패배한 고위 악마가 나타났다.

‘상상임에도 확실히 알 수 있겠군.’

내가 상대했던 악마는 고위 악마가 아니었다.

지금 앞에 있는 고위 악마는 크부나 리바이블과는 결이 달랐다.

소드마스터를 뛰어넘는 강함.

아마 내가 소드마스터라고 하여도 패배했을 것이다.

카시아스가 함정에 빠지지 않았더라도 패배했을 것이다.

‘강한데다 얍삽하기까지.’

좋은 말로는 방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고위 악마가 되었을테지.

‘할 수 있을 거 같다.’

머릿속의 고위 악마라도 쓰러트리진 못할 거다.

하지만 저 고위 악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소드마스터의 비기라면.

‘소드마스터와 소드익스퍼트 최상급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

그 기준이 바로 비기다.

소드마스터의 비기는 당연히 소드익스퍼트 최상급의 비기보다 강하다.

게다가 소드마스터의 비기는 사전 동작 같은 건 없다.

소드익스퍼트는 아무리 간략화를 했더라도 사전 동작이 존재한다.

그저 한 번의 휘두름이 비기가 되는 것이 소드마스터의 경지였다.

‘어디 한번!’

수직베기, 수평베기, 찌르기.

세 가지 동작을 의지를 담아 휘둘렀다.

이러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릿속의 고위 악마에게 내 세 번의 휘두름이 비기가 되어 날아갔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위 악마와 내 비기가 부딪히는 순간.

콰콰쾅!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머릿속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소리였다.

나는 감은 두 눈을 떴다.

소리의 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훈련장의 벽이 반파되어 있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퇴마검에 검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머릿속의 비기가 실제 나온 것이다.

그렇다는 건···.

“소드마스터··· 되었다.”

방금 그 순간으로 나는 소드마스터에 다다랐다.

나를 중심으로 마나의 폭풍이 일어났다.

주변에 있던 마나가 모두 내게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지가 오르며 마나의 저장고인 마나하트가 깨지며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그보다 더 시원한 감각이 더 크구나.’

마나하트는 소드마스터가 되기 전까지는 마나를 담으며 커간다.

하지만 소드마스터의 마나하트는 깨지며 다시 새롭게 만들어졌다.

지금껏 마나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소드마스터에 도달한 이후엔 엄청난 마나를 가지게 되었다.

피부에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이게 바로 마나하트의 찌꺼기라는 건가?”

기존에 있던 마나하트는 깨지면서 몸 전체를 훑고, 노폐물과 함께 피부 밖으로 나온다.

원래 있는 현상이지만 양이 달랐다.

기존엔 늘리면서 떨어지는 부스러기였다면 지금은 마나하트 자체가 깨진 것이기에 노폐물의 양이 달랐다.

“한결 몸이 가볍군.”

마치 새 몸을 가지게 되었다는 착각이 들었다.

아미스를 통해 알게 된 신체강화를 해보았다.

“전보다 힘들지도 않고, 더 강해졌다.”

아미스와 비교는 불가하겠지만 전의 나와는 확실히 비교되었다.

게다가 힘들다라는 감각이 없다.

“파스타르···.”

왠지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검투사가 되었으니 이왕이면 챔피언을 쓰러트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망을 이룰 수가 있을 거 같아졌다.

“그전에 랭킹 2위 먼저지만.”

그리고 이벤트 두 경기.

일단은 시운전의 차례이다.

막 소드마스터가 된 만큼 힘 조절이 불안전했다.

그렇기에 나는 남은 경기로 파스타르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했다.

곧바로 훈련을 이어갔다.

이제는 강해지는 훈련이 아니라 가진 힘에 익숙해지는 훈련이지만.

***

랭킹 2위인 타르시오와의 경기.

나는 타르시오를 바라보았다.

‘평범하게 생겼네.’

평범하게 생겼지만, 강한 것은 사실이다.

같은 경지의 사람들 중에는 이자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얼마 없을 것이다.

‘견고한 강함이라는 건가?’

전신갑옷으로 무장을 한 타르시오.

마치 철벽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게 관중들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착실해보이는 인상임에도 몇몇의 사람들은 타르시오에게 야유를 보냈다.

랭킹 4위인 제크람만큼의 야유는 아니었지만, 랭킹 3위인 모리스와는 인기가 확연히 비교되었다.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소개가 끝나고 사회자가 경기 시작을 알렸다.

전신갑옷의 타르시오가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거리가 가까워진 순간 내게 검을 휘둘렀다.

나 또한 조심스레 검을 휘둘렀다.

‘아차···!’

몸 속의 마나가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휘두르고 있는 검에서 비기가 날아간다.

나는 최선을 다해 힘을 줄였다.

내 비기에 맞은 타르시오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박혔다.

승패가 갈렸다.

하지만 관중들은 조용했다.

‘그야··· 당연하겠지.’

내 검에 남은 선명한 검푸른 마나.

소드마스터의 상징이었다.

사회자 또한 멍한 듯 경직되어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승자는 카시아스! 콜로세움에 새로운 소드마스터의 탄생입니다.”

그와 동시에 서서히 박수와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감각을 만끽했다.

그리고 내 경기에 매번 비어있던 챔피언의 자리를 보았다.

그 자리엔 파스타르가 있었다.

파스타르는 입모양으로 말하고 있었다.

‘제법 재밌겠구나.’

나 또한 그 말에 답해주었다.

‘재밌지만은 않을 겁니다.’

파스타르는 내 답을 듣고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났다.

나 역시 그 자리를 떠났다.

‘남은 경기는 이벤트 두 경기.’

파스타르를 상대할 때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

폴테인이 내게 찾아왔다.

이렇게 나를 찾아오는 경우는 분명 달갑지 않은 이유 때문이겠지.

전에도 그랬으니까.

“이번엔 무슨 이유로 찾아오셨나요?”

“사실 이벤트 경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벤트 경기에 문제?

오우거, 아님 다 대 일?

“둘 중 어느 거죠?”

“오우거와의 경기는 문제없습니다. 문제는 다 대 일이죠.”

다 대 일에서 문제가 생길게 있나?

“사실 다 대 일에 참가할 선수는 모집이 끝났었습니다.”

“누구죠?”

“랭킹 4위의 제크람, 랭킹 3위의 모리스, 마지막으로 드렉스가 있습니다.”

드렉스라면 분명 나의 첫 콜로세움 상대였었지.

그런데 토너는 참가를 안 한 건가?

의외네.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거죠?”

“그 사람들이 전부 기권했습니다.”

“네···?”

“당신이 소드마스터가 되었다고 알려진 순간 모두가 기권했습니다.”

최상급 두 명과 중급 한 명.

이렇게 세 명이라도 소드마스터 한 명을 상대하긴 어렵다.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된다.

하지만 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떡합니까. 더 이상 상대도 없을텐데.”

나머지 한 경기를 치루는 것은 파스타르와의 경기가 성사된다.

“그 점에 있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폴테인의 말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한 경기는 봐주겠다는 소리였다.

그 말에 나는 당황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어떻게 보면 이것은 파스타르와의 약속이었다.

만약 이게 어겨지면 나는 물론이고, 파스타르도 곤란하겠지.

“물론 봐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뭐죠?”

폴테인이 말하는 것은 새로웠다.

“파스타르와의 두 경기 연속이요?”

새로운 방법은 내가 연속으로 파스타르와 두 경기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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