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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75화 (75/150)

#75화.

“건달시절 나는 미치도록 맞았다.”

“주먹을 단련하셨다면서요.”

고개를 끄덕이는 파스타르.

“주먹을 단련했음에도 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내가 한 방이 있어도 나 또한 한 방에 기절하는 경우가 허다했지.”

“그렇군요.”

솔직히 이렇게 파스타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내게 좋은 일이었다.

파스타르보다 내가 더 바삐 움직였기에 체력은 내가 더 소모되었다.

지금을 이용해 체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많이 맞는 것이었지.”

하며 다시 파스타르가 내게 달려들었다.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파스타르가 내게 달려들며 주먹을 휘두른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지만, 충분한 거리가 있었기에 피할 수 있었다.

“방금 공격··· 건달 그 자체였습니다. 매우 치사하군요.”

파스타르는 이런 내 말을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우들과 형님들에게 나를 엄청 때려달라고 했지. 그것도 매일 말이다.”

파스타르는 말하는 동시에 계속해서 나를 공격했다.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피하면서 나도 계속해서 급소를 노렸다.

“결국 나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맷집을 얻게 되었지.”

“그렇군요.”

여유로워 보이는 파스타르의 모습.

내 공격이 전혀 소용없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파스타르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광전사라도 되는 듯이.

맞으면 맞을수록 공격이 매서워지고 있었다.

가끔가다 파스타르의 공격이 스치는 경우도 생기고 있었다.

“전혀 검사라고는 생각이 되질 않는군요.”

검보다 주먹으로 싸우는 게 더 익숙해보이는 파스타르.

나는 파스타르의 주먹을 계속해서 피했다.

하지만 쉬지 않고, 공격해오는 파스타르의 공격을 모두 피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읏···.”

파스타르의 주먹이 내 옆구리에 닿았다.

파스타르의 말대로 파스타르의 주먹엔 한 방이 있었다.

꽤 고통이 몰려왔다.

“음···.”

내게 주먹을 맞혔지만, 파스타는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피부가 매우 튼튼하구나.”

“하하, 약간 다릅니다.”

신체강화를 이용해서 한순간 주먹이 닿은 곳을 강화시켰다.

그렇게 했기에 파스타르의 주먹을 버틸 수 있었다.

“저도 조금 더 분발해야하겠군요.”

파스타르의 주먹을 피하는 데만 급급했다.

한 번 맞고 깨달았다.

이 정도면 버틸 만하다.

물론 신체강화를 실수하면 꽤나 대미지가 올 것임이 분명하다.

방심은 금물이다.

“본격적으로 해봅시다.”

“그것 참 맘에 드는 말이군.”

피하기 어려운 주먹은 그냥 맞으며, 내 공격을 이어갔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따라오지 못할 속도였다.

그렇기에 관중들의 눈에는 서로 난타전을 하는 듯처럼 보였을 것이다.

난타전.

방어 따윈 없는 주먹만이 오가는 싸움.

관중들의 환호성이 점점 커져갔다.

압도적으로 파스타르를 응원하던 사람들도, 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절반 정도가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엄청나시군요.”

“자네도 말이야.”

서로 거리를 벌렸다.

내 공격이 의미 없다고 생각되었던 것도 잠시, 파스타르의 입가에는 핏물이 고여 있었다.

‘역시 고통이 무뎌졌을 뿐인가.’

파스타르의 맷집이 강하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도 급소를 계속해서 맞는데 멀쩡할 수가 없다.

분명 파스타르도 대미지를 입고 있다.

그 증거가 입가에 맺힌 핏물이다.

하지만 나 역시 입안에 감도는 비릿한 혈향.

‘이제는 정신력 싸움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

처음과 비교하면 나와 파스타르의 움직임이 많이 느려졌다.

대미지가 누적된 것이겠지.

이번엔 내가 먼저 파스타르에게 달려들었다.

“젊어서 그런가, 기운이 넘치는구나.”

“글쎄요.”

주먹을 휘둘렀다.

이변이 일어났다.

드디어 파스타르가 내 주먹을 피했다.

“많이 아프셨나봅니다.”

하지만 이것은 내게는 더 안 좋은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파스타르가 주먹을 피하기로 정한 순간, 내 공격을 성공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말이 아닌가.

“인정하지. 자네 주먹··· 맵긴 하더군.”

내 주먹을 피한 파스타르는 곧바로 주먹을 휘둘러왔다.

방심하지 않기로 했으나, 파스타르가 내 주먹을 피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렇기에 내 자세는 흐트러졌다.

저 주먹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꽤나 힘이 담긴 주먹.

맞으면 분명 위험할 수도 있는 주먹이었다.

‘젠장.’

파스타르의 주먹을 피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것으로 말이다.

염동력으로 내 몸을 비틀었다.

선천적인 감각을 얻은 내가 위험을 직면하고, 본능적으로 써버렸다.

“···죄송합니다.”

파스타르의 주먹을 피한 뒤에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곧바로 사과했다.

나도 모르게 능력을 써버렸다.

“역시··· 재밌는 능력이구나.”

“뭔가··· 죄송합니다.”

능력을 쓰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써버렸다.

이 경기는 내가 패배했다.

‘소드마스터가 가진 위압감이라는 건가.’

나와 다르게 오랜 기간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파스타르.

파스타르가 뿜는, 경지에서 오는 위압감.

“한 번 썼으니, 이제 그냥 써버리는 거는 어떤가?”

“네?”

“한 가지 묻지. 자네는 그 능력을 쓰면 지금보다 강해지는 건가?”

“그건···.”

아마 강해지겠지.

“그렇겠죠.”

“그렇다면 써주게, 나를 위해서. 나는 강자와의 싸움을 좋아하지. 자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나를 꺾어주게.”

하지만.

나는 싫었다.

순전히 내 힘만으로 파스타르를 이기고 싶었다.

“뭐, 자네의 생각 이해할 수 있겠네. 그런데 아직 한 경기가 남아있지 않는가.”

“그게 무슨 소리신지?”

“이번은 최선을 다하게. 말 그대로 이건 이벤트 경기. 화끈하게 가보자고.”

파스타르의 말에 감화되었을까.

가슴에 와닿는 파스타르의 말.

“애당초 자네는 검사가 아닌가. 주먹으로 싸울 때만큼은 처절해보자고.”

“···알겠습니다.”

무언가 속이 후련해졌다.

나는 검사다.

그렇기에 검만으로 파스타르를 이겨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내 손엔 검 따윈 없다.

진지해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후회하실 겁니다.”

파스타르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하였다.

“후회···?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그렇다고 관중들 앞에서 대놓고 염동력을 쓰진 못한다.

의심받지 않을 정도로만 할 수 있는 염동력의 사용법.

예전부터 생각했던 방법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내겐 무리에 가까웠다.

염동력을 자유자제로 쓰질 못했으니까.

지금은 달랐다.

선천적인 감각이 내게 깃들었다.

‘온몸에 염동력을 감듯이···.’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에서 염동력을 추가하여 더 끌어주듯이 하는 사용법.

“바로 갑니다.”

방금 전과 다르게 내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염동력이 앞으로 끌어주기 때문에.

달라진 내 속도에 파스타르 또한 만족해보였다.

파스타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당연히 파스타르는 내 주먹을 피하려고 했다.

“후회하실 거라고 했죠.”

염동력으로 파스타르의 행동을 늦추었다.

그렇기에 내 주먹은 원래 목표한 대로 향했다.

당황한 듯한 파스타르.

“오호, 내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라니. 대단하구나.”

“조금 각오하셔야할 겁니다.”

신체를 전보다 더 강화했다.

더 이상 공격의 실패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오우거를 향해 휘둘렀을 때처럼.

아니, 그보다 더 강하게.

신체가 폭발할 수도 있겠지만 염동력으로 억눌렀다.

“이건 위험하겠군.”

파스타르의 주먹에 비기가 감겼다.

곧바로 내 주먹을 겨냥해서 휘둘렀다.

쾅!

주먹끼리 부딪혔을 때 나올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어지는 반발력.

파스타르와 나는 동시에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착지를 하고 파스타르와 마주보았다.

“표정이 구겨지셨군요.”

내 주먹을 맞아도 표정에 변화가 없던 파스타르.

파스타르의 표정이 달라졌다.

꽤나 고통스러운지 찌푸린 표정의 파스타르.

“이거··· 후회할 만하군.”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방금 전 공격은 꽤나 무리했다.

하지만 아직 내겐 보여주지 않은 게 많다.

파스타르가 자신의 주먹을 보며 말했다.

“주먹이 엉망이로군.”

주먹에 비기를 담은 탓에 파스타르의 주먹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그럼에도 파스타르는 웃기 시작했다.

“정말 재밌구나.”

“바로 시작하시죠.”

나는 곧바로 파스타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방어는 포기하고 오직 공격에 전념한다.

방금 전과의 같은 파괴력은 아니지만, 전보다 더 강해진 주먹을 파스타르를 향해 휘둘렀다.

파스타르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방어를 포기하고 자신의 주먹에 전념했다.

“이건···!”

내 공격은 고스란히 파스타르의 몸을 두드렸다.

하지만 파스타르의 공격은 온전히 내게 닿지 않았다.

‘그야, 내 몸은 염동력을 두른 상태이니까.’

파스타르의 주먹이 내 몸에 도달하기 전까지 염동력이 밀어내는 힘을 뚫어야한다.

그만큼 내게 오는 대미지는 줄어든다.

“미치겠군.”

“제가 말했었죠. 후회하실 거라고.”

어떻게 보면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었다.

즐거워보이던 파스타르의 표정도 점차 굳어져갔다.

“나만 아픈 것 같군.”

“저도 아프긴 합니다.”

파스타르의 공격을 염동력으로 밀어보았음에도 뚫고 들어온다.

전보다 덜할 뿐이지 아픈 건 달라지지 않았다.

나와 거리를 벌리는 파스타르.

“배 아파서 안 되겠어. 한 방으로 끝을 내야지.”

“저도 그게 좋겠군요.”

파스타르가 자신의 두 손을 깍지 꼈다.

그리고 그 손에 마나를 담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비기로구나.’

급하게 내 주먹을 막았을 때랑 달랐다.

염동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해서 막아도 소용없을 것만 같은 비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파괴력으로 대응해야한다.

‘염동력으로 주먹을 감싸고··· 신체강화의 폭발력을 신체가 터지지 않을 정도··· 비기까지···.’

주먹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할 힘이다.

파스타르 또한 나와 같아보였다.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천천히, 점점 빠르게 파스타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스타르는 공중으로 높게 뛰었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 보거라!”

“제가 할 말입니다.”

파스타르는 공중에서부터 나를 향해 깍지 낀 두 손을 내려찍었다.

나도 주먹을 파스타르를 겨냥하며 올렸다.

파스타르의 주먹과 내 주먹이 맞닿는 그 순간.

‘지금이다.’

신체강화의 폭발력을 최대한 이용했다.

내가 낼 수 있는 최선의 공격.

주먹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것은 파스타르 또한 마찬가지겠지.

“으아아악!”

비명과 같은 기합이 절로 나왔다.

파스타르와 나와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파스타르의 공격이 뿜는 위압감에 절로 무릎이 굽혀지려고 했다.

그래선 안 된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서서히 파스타르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기회다.’

나는 약간 굽혀진 무릎을 피며 파스타르의 공격을 밀어냈다.

‘공중에서 더 힘을 줄 수는 없겠지.’

위에서 내려찍는 기술은 강하다.

하지만 나 같은 힘이 없다면 공중에서 추가적으로 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파스타르가 깍지 낀 손은 위로 밀려났다.

‘이때를 노렸지.’

내가 휘두른 주먹 역시 파스타르의 공격을 막느라 모든 힘을 다했다.

하지만 내겐 다른 한 손이 남아있다.

다른 한 손을 서서히 내려오고 있는 파스타르를 향해 휘둘렀다.

속수무책으로 내 주먹에 피격당한 파스타르는 엄청난 기세로 경기장의 벽에 부딪혔다.

“······.”

이 상황을 끝까지 본 관중들은 침묵했다.

경기장의 벽, 먼지로 뒤덮인 공간에 파스타르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우상이자 챔피언이, 이벤트 경기라고는 하나 패배한 것이다.

나를 응원하던 이들 또한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이내 경기장 벽에 박힌 파스타르의 근처 먼지가 사라졌다.

그곳엔 파스타르가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내가 졌네.”

자신의 패배를 시인한 파스타르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콜로세움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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