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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77화 (77/150)

#77화.

강한 힘을 품은 마나가 내 검에서부터 쏟아졌다.

파스타르도 그 힘을 깨닫고 곧바로 온힘을 다해 막으려했다.

“숨겨둔 수가 있었군그래.”

“방금 떠올린 수입니다만.”

단언컨대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이다.

이게 아무 소용없다면 내 패배가 확실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파스타르는 내 공격을 힘겹게 받아내고 있었다.

“제법··· 이구나.”

결국 파스타르는 힘겹게나마 막아냈다.

파스타르가 미소를 지었다.

“어쩌나, 자네의 회심의 수가 통하지 않았으니.”

파스타르는 착각을 하고 있다.

이게 내 회심의 수인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회심의 수는 아니다.

이제 가능한 기술이라고 알아차렸으니, 마나가 동날 때까지, 내 팔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쓸 수 있다.

곧장 나는 파스타르에게 후속타를 날렸다.

방금 전과 같이 강대한 마력을 타점을 터트림과 동시에 말이다.

“엇!”

파스타르는 예상치 못한 후속타도 막아냈다.

나는 다시 공격했다.

파스타르는 힘겹게나마 내 공격을 막고 있으나, 점점 밀리고 있는 추세였다.

나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점점 파스타르의 자세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파스타르의 자세가 불안정해진 지금 결정타를 날릴 때가 왔다.

그 사실을 파스타르 또한 인지하고, 뒤로 빠졌다.

하지만 급하게 뒤로 빠진 탓에 파스타르의 자세는 더욱 불안정해졌다.

이때가 기회였다.

나는 다시금 최대의 힘으로 마나를 쏟아냈다.

“그 자세에서 받을 수 있다면 받아보시지요!”

검에서 나온 마나는 비기가 되어 파스타르에게 쏟아졌다.

파스타르 또한 불안정한 자세나마 내 공격을 막으려고 힘썼다.

소드마스터의 경지가 거짓이 아니라는 듯 절대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자세에서 내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탓에 볼품없이 경기장 바닥을 굴렀다.

“크윽··· 어?”

파스타르가 곧장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나는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파스타르가 내 공격을 쳐내는 순간 나는 곧장 파스타르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일어나려는 파스타르를 향해 방금 전의 기술을 반복했다.

“이제는 끝입니다!”

파스타르 또한 다시 막아보려 검을 들었지만, 나는 곧바로 파스타르의 검을 쳐냈다.

그리고 파스타르의 목에 검을 겨누며 말했다.

“제가 이겼습니다.”

“···내가 졌군.”

거의 동시에 말했다.

관중은 조용했다.

콜로세움의 절대자가 패배했다.

그것도 젊은 도전자에게.

그것은 관중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었다.

처음 나를 보았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또 위세 좋은 도전자가 나타났구나.’

점점 내가 상대를 이겨가자 관중은 또 그렇게 생각했겠지.

‘기세가 좋긴 한데 그래도 챔피언은 못 이기겠지.’

하지만 내가 소드마스터가 되었다는 사실이 관중에게 알려졌을 때는.

‘설마···? 에이, 그래도··· 챔피언은 못 이기겠지?’

그리고 지금 관중은 침묵으로 답하고 있었다.

관중들이 침묵한 경우는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긴 시간동안 침묵하는 경우는 없었다.

사회자마저도 별다른 말없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게 파스타르에게도 부담스러웠는지, 파스타르가 외쳤다.

“다들 뭐하는가!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는데. 그렇게 침묵만 하고 있을겐가!”

그러자 맨 처음 정신을 차린 것은 사회자였다.

“새··· 새로운 챔피언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카시아스입니다!”

그다음으로 관중들.

“와아아아!”

“카시아스! 카시아스!”

“카시아스, 널 믿고 있었다고!”

“거짓말하네, 나만큼은 널 진짜로 믿고 있었다고!”

관중석의 한곳이 눈에 들어왔다.

전신로브로 몸을 가린 사람.

‘에피니아.’

몸을 가렸지만, 드믄 보이는 은빛이 감도는 머리칼.

최종적으로 챔피언이 앉을 수 있는 옆자리.

상석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귀족밖에 없다.

‘게다가 미케네르 제국의 황족만이 저렇게 밝은 은빛 머리칼을 가졌지.’

에피니아는 박수를 치며 기뻐해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

파스타르와의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새로운 챔피언을 맞이할 준비로 바쁠 때에 나는 한 편지를 받았다.

“······.”

칼데르트가에서 온 편지.

데이브 형이었다.

“데이브 형이 내게 편지를 썼다는 것은.”

내가 칼데르트가에 갔을 때 부탁한 내용임이 틀림없다.

분명 나는 데이브 형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었다.

‘밀리아 누님의 전속시녀였던 레아를 감시해달라고 했었지.’

그리고 내게 이렇게 편지를 보낸 것은 레아나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일단 확인해봐야지.’

편지를 펼쳐서 확인한 순간, 나는 서둘러 칼데르트가에 돌아갈 채비를 준비했다.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아야할 레아가 움직였다는 편지의 내용.

내가 알고 있는 미래와 많이 바뀌었기에 이런 일은 변수다.

‘서둘러 돌아가야겠어.’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챔피언인데.’

곧바로 챔피언을 사퇴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뭐 그런 걸 신경 쓸 때는 아니었다.

‘이제 돌아가야겠어.’

***

에피니아는 자신의 후배이자, 생명의 은인인 수하르에게 가는 길이었다.

물론 축하를 위해서였다.

“어, 메시아?”

“에피니아님···.”

수하르의 곁에 있어야할 메시아가 여관의 앞에 있었다.

“왜 밖에 나와 있어?”

에피니아는 잠시 고민했다.

‘내가 간다고 기별을 넣었던가?’

그건 아니었다.

에피니아는 수하르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위해 기별 없이 왔다.

그렇기에 메시아가 에피니아를 마중 나오는 일은 없어야 정상이었다.

“수하르는 어딨어?”

“칼데르트가로 돌아가셨습니다.”

“···뭐?”

에피니아는 메시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수하르는 콜로세움의 챔피언이 되었다.

게다가 이렇게 아무 말 없이 떠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에피니아의 생각은 맞았다.

수하르는 에피니아에게 편지를 남겨두었다.

“수하르 님이 남긴 편지입니다.”

에피니아는 수하르가 남긴 편지를 곧바로 뜯어 확인했다.

“···이게 뭐야?”

수하르가 편지에 남긴 말은 사과가 절반이었다.

챔피언이 되자마자 사퇴를 하게 되었다는 사과.

말없이 떠날 만큼 급한 상황이라는 사과.

다행히도 그 급한 상황이 무엇인지는 간략하게 적혀있었다.

‘그 조직에 관한 거라면···.’

분명 약속했었다.

제국의 소드마스터 중 한 명 파스타르를 조력자로 그 조직을 같이 소탕해주기로 말이다.

하지만 편지 끝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제는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갚아야할 은혜는 한 무더기인데 갚을 기회를 주지 않는 수하르가 얄밉게 느껴지는 에피니아였다.

그럼에도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수하르가 이렇게 급하게 떠난 것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인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또다시 오겠지.’

그때까지는 심심하더라도, 업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에피니아였다.

***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어색하게만 느껴지네.”

다시 금발로 염색했다.

한스였을 때부터 시작해 카시아스 때까지 검은 머리로 지내서 그런지 본래의 머리칼이었지만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아뵙는데 검은 머리로 찾아뵐 수는 없지.”

게다가 이제는 신분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나의 가출은 끝이 났으니 말이다.

다만 가출은 끝났지만,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허락받는 게 쉽지는 않겠지.”

가출하자마자 여행이라니.

“일단은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야지.”

지금 중요한 것은 레아였다.

데이브 형이 레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레아는 데이브 형이 붙인 미행을 눈치채진 못했다.

“칼데르트 지부에 갔겠지.”

그 조직은 대륙 곳곳에 지부가 존재했다.

조직은 백작위를 가진 귀족의 영지에 작게나마라도 하나의 지부가 존재했다.

“편지에 적힌 대로라면 확실해.”

레아가 갔다는 수상한 뒷골목.

그 이상은 미행이 걸릴 가능성이 있어 포기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내가 미래가 적힌 책에서 조직에 대해 찾아봤을 때 칼데르트가에도 조직의 지부가 있었다.

그 장소 또한 나는 알고 있다.

수상한 뒷골목에서 더 가면 칼데르트가의 빈민가가 존재한다.

빈민가의 지하에 노블리스의 조직이 있다.

“그런데 왜 간 거지?”

드디어 새로운 작전을 하달 받는 것일까.

“그렇다는 것은 역시.”

그 영양제.

아니, 영양제라고 나를 속인 독을 내 아버지, 그리고 형에게 먹일 생각일 수 있겠다.

“미래가 적힌 책에 자세히 적혀있다면 좋았겠거늘.”

어렴풋이 적혀있는 탓에 확실하게 모르겠다.

게다가 미래가 바뀌었다는 크나큰 변수도 존재했다.

그렇기에 급하게 온 것이기도 했다.

“원래라면 지금 이렇게 움직이는 건 없어야 정상이니까.”

어떡해야할지 고민부터 했다.

레아가 먼저냐, 지부를 습격하는 게 먼저냐.

“레아가 먼저일 경우엔 집에 먼저 돌아가야겠지.”

하지만.

지부가 먼저라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처리하는 게 맞을테지.

다만 걱정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단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 돼.”

이들의 계획은 너무나도 극단적이었다.

칼데르트가에 영주로 많은 귀족들을 보았다.

로토왕국뿐만이 아닌, 여러 귀족을 보았다.

그들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귀족주의가 찌들어있긴 했지.”

영지민을 보살피지 않고, 자신의 부를 쌓기 바쁜 귀족들.

그런 귀족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이 노블리스란 조직이 하려는 짓은 정도가 심했다.

“겉으로는 귀족의 횡포에 맞서 싸운다는 취지.”

의미대로라면 정말 좋은 뜻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그것이 아니었다.

옳은 귀족마저 끌어내릴 생각이다.

아니 왕족, 황족까지 끌어내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다는 것이겠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노블리스의 수장은 내가 가진 염동력과 같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과거 귀족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걸 빌미로 조직을 만들어졌다.

“내가 알아낸 것은 여기까지.”

더 이상은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제대로 정보가 알 수 없게끔 책이 많이 흐려져 있던 탓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이 하나라도 살아서 나에 대한 정보를 알리면 안 된다.

“그런데 왜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거지.”

굳이 레아와 지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둘 중 하나를 먼저 치면 하나는 위협을 느끼고, 도망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레아가 지부에 갔을 때를 노리는 거야.”

그렇게 하면 일망타진이 가능해진다.

“······.”

문득 하나 의아해졌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한 거지···?”

당연히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악인이고, 악인이 아니더라도 내겐 적이니까.

하지만 몰살이라는 선택은 과했다.

어째서 난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생각했을까.

“무언가 바뀌었어.”

어째서일까.

이전에 나라면 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

왜일까.

퇴마검의 주인이었던 카시아스의 살의가 옮겨붙은 걸까.

“자중해야겠어.”

사람을 쉽게 죽인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훗날의 삶에 반한다.

“그래, 내가 강한데 무슨 상관이야.”

소드마스터.

가진 능력 또한 뛰어났다.

이런 내가 굳이 그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포획을 중점으로 둬야겠어.”

그들에게 내 존재가 알려져도 나는 그들을 상대할 자신이 있다.

···잠깐만.

“왜 이런 간단한 생각을 못 한 거지?”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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