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79화 (79/150)

#79화.

사르키드 영지에서 내가 해야할 일은 하나였다.

사르키드 영지에도 조직의 지부가 존재한다.

‘말하자면 사르키드 지부.’

이곳부터 들러야 했다.

이들이 검성을 조종하기 위해 한 짓은 악랄함 그 자체였다.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것이지.’

시작은 검성의 손녀를 인질로 사르키드 가문을 배후에서 조종했다.

‘분명히 책에 적힌 대로라면···.’

아직은 벌어지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까지는 그저 검성에게 협박 편지가 갈 뿐이다.

분노한 검성이 편지의 발신인의 정체를 밝혀내보려고 했지만, 밝힐 수 없었다.

그리고 훗날 손녀가 납치되며 그대로 검성은 꼭두각시가 되었다.

‘협박편지를 보낸 이유는 단순했지.’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조직인지 은연중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경고장이었지.’

그리고 실제로 검성의 경계를 뚫고 손녀를 납치해냈다.

물론 그들이 가진 능력 때문이었다.

‘로토 왕국에 있는 조직 사람들 중에 가장 유용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겠지.’

은신 능력을 가진 사람.

검성은 소드마스터다.

소드마스터의 기감으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능력자.

‘게다가 혼자 은신만 가능한 게 아니지.’

능력자가 손녀를 안는 순간, 손녀마저 은신되었다.

손녀는 비명을 지르고,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아마 소리마저 차단되는 걸 거야.’

은신을 하며 나는 소리가 전부 사라진다.

인기척마저 말이다.

소드마스터마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능력.

사르키드 지부의 지부장, 콜튼이었다.

‘은신하기 전에 잡아야한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사르키드 지부의 위치 또한 알고 있다.

모르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콜튼의 얼굴이지.’

이들도 칼데르트 지부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단순히 그들은 칼데르트 지부가 실수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기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역시 잠복밖에 답이 없나.’

사르키드 지부를 계속해서 지켜보는 것이다.

몰래 잡임도 하고, 콜튼의 정체를 밝힌 다음도 괜찮겠지.

‘아니면 조금 위험한 수를 둬야하나?’

또 다른 방법이 하나 있었다.

‘검성님의 손녀가 납치되는 그 순간을 노리는 거지.’

검성의 손녀가 사라지는 그 순간.

그곳엔 콜튼이 있다는 게 확실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불확실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자.’

검성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나 역시 발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조심해야 된다.

콜튼을 놓치면 많이 골치 아파질 것이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바닥에 있던 모래가 바람에 떠서 한 아이에게 쏟아졌다.

“에잇, 퉷. 모래가 입에 들어갔어!”

‘그래, 모래였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곧장 사르키드 지부로 향했다.

***

사르키드 지부 또한 빈민가의 지하에 있었다.

그리고 지하에 있다는 것은 내가 하려는 것에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다.

‘지하엔 바람이 없지.’

입구를 막아버리면 이곳에 공기에 흐름은 없다.

물론 비밀통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칼데르트 지부엔 비밀통로가 없었지.’

단정 짓기엔 힘들지만, 이들도 따로 비밀통로를 만들어 놓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들킬 거라는 생각 따윈 없으니까.’

게다가 들키면 그 순간 끝이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칼데르트 지부를 공격했을 때도···.’

도망이 불가하다고 깨달은 그들에게 후퇴는 없었다.

고문을 하여도 묵묵부답.

결국 칼데르트 지부에서 잡힌 조직원들은 반역죄로 전부 참수를 당했다.

‘이들도 같을 테지.’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광신도와 같은 모습.

나는 사르키드 지부로 곧장 들어갔다.

‘누가 콜튼인지 모르니까.’

눈에 보이는 족족 목을 베었다.

계속해서 깊게 들어갔다.

얼마나 베었을까.

“누구냐!”

나를 발견한 남자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그들 모두 능력을 가졌을 테지.

“손님이지.”

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미소를 보진 못했다.

나는 복면을 쓴 상태니 말이다.

그리고 한순간에 그들을 쓸어버렸다.

“거기구나!”

허공을 향해 검을 찔렀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어야할 허공에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이자가 콜튼이겠지.

“어떻게···.”

입에서 피를 뿜으며 ‘알아차렸지’란 말은 마저 할 수 없었다.

“특별히 알려줄게. 바로 모래야.”

안 보이면 보이게 하면 그만이었다. 허공에 균등하게 모래를 뿌려둔 것이다.

그리고 콜튼과 닿은 모래는 내 통제를 벗어나며 순간 사라지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렇다는 것은 모래가 없어지고 있는 공간은 콜튼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고난이도 묘기는 불가능했을 테지.’

선천적인 능력을 얻고 난 후에 가능해진 것이다.

“빌어··· 먹을.”

콜튼이 쓰러졌다.

더 이상 이 지하엔 살아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주위의 참상을 둘러보았다.

살아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정말 이상해졌구나···.’

콜튼의 능력은 위험하다는 핑계로 보이는 족족 베어냈다.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말이다.

‘이건 최선의 수가 아니었어.’

애당초 모래를 이용하는 것으로 콜튼에 대비를 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전부 죽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건··· 살인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정말 이상해.’

카시아스의 기억 탓 때문일까.

아니면 본질의 문제일까.

‘본질의 문제는 아닐 거야.’

분명했다.

왜냐하면 회귀 전만 해도, 퇴마검을 통해 카시아스의 기억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카시아스 라이크···.’

그의 기억이 나를 바꾼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원한은 마족에게 향하고 있을텐데.

어째서 같은 능력을 가진 동족에게 살의를 느낀다는 말인가.

‘이상하군··· 이상해···.’

살의를 억누를 필요성을 느꼈다.

그나저나 주위의 참상을 보면 볼수록 기분이 안 좋아졌다.

더 이상 이곳에 있어봤자 좋을 게 하나 없단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빠져나왔다.

***

“음··· 검성님을 찾아뵈야겠지.”

검성의 뒤통수를 친다는 것은 농담이었다.

순전히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내가 검성과 대련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럼, 가볼까.”

곧바로 사르키드가의 저택을 향했다.

입구에서 날 막는 경비.

“여긴 사르키드 가문의 사유지입니다. 신분을 밝히시죠.”

“수하르 칼데르트라고 합니다. 검성님을 뵈러왔습니다.”

“케론 님 말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보는 대로 나는 젊다.

경비는 나이든 검성과 나와의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흐음···.”

잠시 고민하던 경비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우선 기다려주시죠.”

경비가 어딘가로 갔다.

분명 검성에게 간 것이겠지.

“오호라···.”

경비가 자리해준 곳에 앉아서 정원으로 보이는 곳을 보았다.

그곳엔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해맑은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제법인데?’

아직 마나호흡법도 배우지 못한 듯 보였지만, 검이 깔끔했다.

재능이 있어 보이는 소녀였다.

아마도 검성의 손녀딸일테지.

뒤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왔느냐!”

“검성님.”

나와 눈을 마주친 검성은 약간 당황한 듯 보였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축하한다.”

보는 것만으로 내가 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챈 검성이었다.

“아직 한참 부족할 뿐이죠.”

“으음···.”

검성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고민에 빠진 검성을 보며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 말 없이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미안하다.”

갑자기 사과를 하는 검성.

설마 지금까지 혹독하게 굴린 것에 내가 복수하러 왔다고 생각이라도 하는 걸까.

나는 손을 내저으며 부정하려고 했다.

“대련은 못 해줄 것 같구나.”

“네···?”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검성.

“누군가가 내 손녀를 노리고 있다.”

“아···.”

하긴 그래서 이곳에 있는 것이겠지.

그것에 대해선 내가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이걸 보시죠.”

나는 서류뭉치를 검성에게 건넸다.

무슨 서류뭉치냐는 듯 무심하게 서류를 넘기던 검성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게 뭣이냐!”

내가 소리치는 검성이었다.

내가 건네 서류뭉치는 엄밀한 정보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로토 왕국의 검성, 케론 사르키드. 그의 손녀 납치 계획서]

이것을 보고 검성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했다.

나는 자세히 설명해주기로 했다.

“제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시죠?”

“음···.”

검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검성님이 떠난 직후 임무를 나서는데 검성님이 말하신 단체와 비슷한 녀석들이 적으로 있더군요.”

“단체?”

“그 공연단인가, 서커스를 했다는 저랑 비슷한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요.”

“아, 그랬었지.”

그리고 그 단체와 내가 다툼이 생겼고, 그 단체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 서류는 무엇이냐?”

“그야, 이곳에 있는 조직의 지부를 없애버린 후에 이런 서류를 보았습니다.”

“이 조직이··· 이 종이에 적힌 일을 하려고 했단 말이지··· 용서 못하겠군.”

검성의 말에 맞장구쳐주며 내가 말했다.

“하지만 하도 신출귀몰한 조직입니다. 이곳에 있는 녀석들은 제가 몰살시켰습니다만, 나중에 다시 수작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알겠다.”

검성은 노블리스란 단체를 적으로 규정하겠다고 내게 선언했다.

“우선 저랑 비슷한 능력을 가졌으면 그 단체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온 가장 큰 목적을 말했다.

“검성님, 한판 뜨시죠.”

검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알겠다.”

***

검성과의 승부는 파스타르와 같이 진지한 승부가 아니었다.

서로의 실력을 확인해보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는 검성과 파스타르의 격차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스타르는 내가 힘겹게 이겨냈지만, 검성이라면 파스타르를 가볍게 이겼을지도.’

그만큼 검성은 대단했다.

하지만 질 거란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내게는 염동력이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가볍게 검이 교차하고 검을 검집에 넣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역시 소드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지 한참이 된 사람이다.

검성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상대는 확실히 아니었다.

하지만 검성의 표정은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흠··· 성장속도가 너무나도 빠르구나. 그리고···.”

나는 겸연쩍을 수밖에 없었다.

검성 정도의 고수는 내 검에 깃든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급한 성장이 독이 된 것인가.”

“그건 아닐 겁니다.”

왜 이러는지 원인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 수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 이상 내가 다룰 수 있는 힘이었다.

문제가 될 만한 요소는 없다.

“흠··· 다 생각이 있는 거 같구나. 한 번 믿어보도록 하지.”

그리고 다급하게 많은 사람이 몰려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 이게 무슨 일입니까!”

검성을 아버지라 지칭하는 걸로 보아 사르키드 가문의 현가주였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벼운 대련이라고는 하나 두 명의 소드마스터가 붙은 장소였다.

주변이 거의 초토화된 상태였다.

“또 잔소리로군, 잘 부탁한다.”

검성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혼자 남아버린 나는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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