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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85화 (85/150)

#85화.

생각에 잠긴 나를 여관 주인이 보채기 시작했다.

“저런 짐승이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됐고, 얼른 보상이나 해주시죠!”

여관주인의 말에 하르가 짜증이라도 난 것인지 여관 주인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런 하르의 모습에 여관 주인이 겁을 먹으며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군요.”

“뭐···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우리 하르는 저렇게 상처만 입히지는 않을 거란 말이죠. 말이 뼈만 남아있다면 모를까. 저건 하르가 한 게 아니에요.”

그저 돈으로 보상해주면 일이 끝난다.

하지만 여관 주인이 괘씸하게 느껴졌다.

아침의 단잠을 깨워 짜증도 난 상태였다.

“그렇다면 뭐, 저희가 보상을 목적으로 저런 짓이라도 했다는 소리인가요.”

그 말대로다.

곧바로 이렇게 말이 나오는 걸 보니 확실한 거 같았다.

“······.”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관 주인의 얼굴에 비웃음이 서렸다.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그럼, 병사를 부르겠습니다.”

병사?

“병사라면?”

“제3자라면 확실하게 판단해주겠죠.”

병사를 부르자는 여관 주인의 당당한 모습.

뭔가 뒷배가 있는 거 같았다.

“그럼, 불러보시죠.”

“예.”

여관 주인이 잠시 나갔다 들어왔다.

그 시간은 매우 짧았기에 아무래도 누군가 먼저 불러놓은 모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포라스트 마을을 지키는 병사, 호스입니다.”

이렇게 친절한 자기소개가 있다니.

호스는 갑옷을 입은, 병사 그 자체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흐음··· 진짜 병사인지 의문이 드는데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

호스는 당황하지 않고, 신분증을 보였다.

진짜 병사가 맞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여관 주인이 미소를 지었다.

“저기 호스 병사님, 저 말들 좀 보십쇼.”

말들을 대충 훑어본 호스가 말했다.

“자네 말대로구만. 이봐, 자네가 보상해주는 게 맞겠어.”

도대체 뭘 보고 저런 말을 한다는 말인가.

“너무 한쪽의 말만 들으시는 게 아닌가 합니다.”

“모든 정황이 저 늑대가 범인이라 가리키는데 무슨 말을 더 들어야 하는가. 그보다 보상을 못 주겠으면 저 늑대를 죽여야하네만.”

병사의 무례한 말에 살짝 분노가 올라왔다.

좋게 끝내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저기요, 포라스트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사람을 불러오시죠.”

“허허, 그런 분은 바빠서 자넬 만날 시간 따위는 없다.”

포라스트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면 촌장이겠다.

그런데 촌장은 그렇게 바쁜 직위는 아니었다.

“그래서 제가 돈을 못 주겠다면 제 늑대를 죽이겠다는 소리죠?”

“그렇지.”

나는 여관 주인을 쳐다보았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하시면 참겠습니다.”

“솔직? 이게 나는 매우 솔직한 상태인데.”

저들의 뻔뻔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기세를 뿜어버렸다.

내 기세에 사람들이 굳어갔다.

여관 주인과 호스의 표정 또한 굳어버렸다.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은 모야이었다.

하지만 내게 이들을 건드릴 명분이 있는 건 아니었다.

“누구냐!”

갑자기 새로운 인물이 마구간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가 뿜는 기세를 눈치챈 사람인 듯했다.

난 화가 난 상태였기에 날이 서린 말투로 대답했다.

“누군지 궁금하면 자기부터 소개하지?”

새로운 인물을 확인한 호스와 여관 주인의 표정이 밝아졌다.

마치 살았다는 표정이었다.

“마틸라 자작님!”

마틸라 자작이라면···.

‘포라스트 마을의 영주였지.’

분명 신성제국의 황실에서 들었던 이름이었다.

“오호, 마틸라 자작님이시군요.”

한결 누그러진 내 모습에 호스와 여관 주인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호스가 갑자기 당당해진 모습으로 외쳤다.

“이놈! 마틸라 자작님 앞에서 머리가 높구나!”

어이가 없다.

“마틸라 자작님, 저는 수하르라고 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이름을 말해보았다.

그러자 마틸라 자작에게서 확실한 반응이 보였다.

“수하르라면 설마! 혹시 에피아 신성제국의 수도에서 내려오셨습니까?”

“네.”

“영광입니다! 이렇게 에피아 신성제국의 명예신분을 만나 뵙게 되다니. 세운 공에 대해선 익히 들었습니다.”

명예신분이라니.

나는 분명 거절했던 것이었다.

“저희 수도의 뒤편에서 암약하던 조직을 처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곳으로 오신다는 것을 듣고 저도 이렇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하하.”

나는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마틸라 자작 뒤에 호스와 여관 주인의 표정이 사색으로 변해가는 눈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왜···.”

이런 상황에 있는 걸 묻는 모양이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곳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늑대라면 저 아이 입니까?”

마틸라 자작이 하르를 가리켰다.

“네.”

“아무리 봐도 순한 아이군요.”

“지금까지 사람은 물론이거니 가축을 건드리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만···.”

나는 여관 주인을 노려보며 이어말했다.

“이상하게도 이번엔! 가축을 건드렸더군요. 하필이면 제 늑대가 말을 건드릴 경우엔 두 배로 보상해주겠다고 말한 뒤에 말이죠.”

상황을 눈치챈 마틸라 자작이 분노했다.

“오호, 그렇군요. 그것 참 이상하군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매우 이상하네요.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데···.”

“그거 참 이상하게도 병사님! 께서도 제 잘못이라고 하니.”

분명 오가는 게 있을 것이다.

‘운이 좋았네.’

얼굴을 아래로 떨군 여관 주인과 호스.

그들의 심정은 한마디 망했다 일 것이다.

이들은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한번 샅샅이 조사에 들어갈 필요가 있겠군요.”

“예, 잘 좀 부탁드립니다.”

이들의 처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이 벌을 받게 되는 것은 확실했다.

‘너무나도 허술하니까.’

이들은 위장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병사와 여관 주인이 짜고 치는 판에 증거를 제대로 만들어놓을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네? 또 어떤 게···?”

마틸라 자작이 여관주인과 호스를 노려보았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저들과 관련된 게 아닙니다.”

“그럼, 어떤 게 이상하시다는 겁니까?”

“저는 분명 명예신분은 거절했거든요.”

게다가 원래라면 마틸라 자작도 나를 모르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아··· 그게···.”

마틸라 자작은 순순히 이야기 해주었다.

내가 명예신분을 거절하고, 포라스트 마을의 영지에게 여행의 편의 봐달라고 말해주겠다는 이야기도 거절했다.

하지만 내가 떠난 이후에 노스 상단의 서류에서 신성제국에 큰 피해를 입힐 계획이 속속히 나왔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나를 강제로 명예신분에 올리고, 마틸라 자작에게까지 이야기가 들어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된 것이군요.”

“그래서 제가 급하게 이 마을을 찾아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휘말리시다니··· 참으로 볼 면목이 없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나는 하르를 불렀다.

하르는 가볍게 뛰어오르며 마구간을 나왔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많이 당황하는 마틸라 자작이었다.

“혹시 저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셔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원래 하루만 있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런 것이라면 다행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마틸라 자작.

나는 이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하고 떠났다.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여관 주인과 호스는 줄에 묶여 어딘가로 끌려갔다.

‘꼴좋네.’

나는 급하게 다시 에피아 신성제국의 수도로 향했다.

대륙 곳곳에 널린 지부를 멸하는 게 여행의 목표지만 여행을 포기하기엔 싫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던 중에 에피니아가 나를 설득했다.

미케네르 제국 또한 볼거리가 넘친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미케네르 제국엔 콜로세움만 구경했었으니까.’

땅덩어리가 넓은 제국인 만큼 볼 것도 넘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에피니아의 설득해 같이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다만 조금 수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왜 밤에 만나자는 걸까?”

낮에 마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하면 좋을텐데.

왠지 모르게 에피니아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에이··· 설마···.”

하지만 너무 어이없는 생각이었기에 생각을 접었다.

***

아미스는 에피니아 황녀가 기거하는 곳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엔 에피니아가 없었다.

“이게 무슨!”

아미스는 당황하며 불길한 기억을 떠올렸다.

에피니아가 납치되었을 적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테이블에 놓인 편지를 보고 싹 가셨다.

“설마··· 그런 짓을 벌이시겠어···?”

어색하게 웃는 아미스.

테이블에 놓인 편지를 뜯고 편지의 내용을 확인한 아미스가 분노했다.

“황녀님!!”

편지에는 수하르와 잠시 여행을 하고 오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

에피니아와 만난 나는 도망치듯 여행을 떠났다.

진짜로 도망치듯 떠났기에 조금 당황했다.

“아미스에게 말 안 했어요?”

“아니, 했어.”

“그런데 왜 마차도 없이 밤에 출발해요?”

“음··· 그냥?”

내가 예상하건데 분명히 아미스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말은 했겠지만 허락 따윈 받지 않았겠지.

에피니아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둘이 떠나니까, 뭔가 옛날 생각난다.”

“옛날이요?”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설마 잊은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시절에 만났었다.

같이 유적도 갔고, 함께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그런 일도 있었네요.”

“그렇지.”

그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카데미··· 조금은 아쉽네요.”

졸업장을 받고, 떠났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게. 나도 그건 좀 후회 중이긴 해.”

에피니아 역시 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네가 먼저 자퇴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내 저주가 풀리진 않았을 거야.”

“그건 모르는 일이죠.”

내가 자퇴를 하지 않았어도, 언젠가 내가 에피니아의 저주를 풀어줬을 것이다.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피니아가 하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에헤··· 그나저나 어디로 먼저 갈까?”

그 말에 난 솔직히 당황했다.

“그건 에피니아가 알아야죠.”

분명 에피니아가 나를 설득했기에 에피니아가 안내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긴 하네. 음··· 내가 알기론 말이지.”

에피니아 불러준 선택지는 매우 많았다.

역시 황녀라고 해야할지 자신이 다스릴 나라에 대해서는 빠삭했다.

“역시 황녀님이시네요. 다스려야하는 곳은 잘 파악하고 있군요.”

“무슨 말이야?”

에피니아가 무슨 말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당황했다.

“어? 아버지를 이어서 황제가 되시는 게 아니었나요?”

미케네르 제국은 로토 왕국과 달랐기에 장자 계승이었다.

비록 에피니아가 황녀이긴 하나 미케네르 황제의 자식들 중에 가장 능력이 뛰어날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에피니아가 다음 황제, 즉 여제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에피니아가 아카데미에 다녔을 당시에 별명이 여제였었지.’

그래서인지 당연히 에피니아가 황위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야. 나보다 내 동생이 어울려.”

“동생이요?”

에피니아의 동생이라면 1황자부터해서 3황자까지 있었다.

“응, 1황자 레오달트.”

1황자 레오달트라면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황제가 워낙 장수를 하는 바람에 그가 즉위한 것은 늦은 시기였었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 통치를 모른다.

하지만 에피니아가 칭찬할 정도면 훌륭한 황제가 되었겠지.

“애당초 나는 저주 때문에 후계를 포기했어.”

“아··· 그렇군요.”

“그래도 저주가 없었더라도 나는 아마 후계를 포기했을 거야.”

후계를 포기했을 거라는 에피니아의 말.

왠지 그 말을 하는 에피니아가 빛나보였다.

어째설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져서 그런 것일까.

“이러다가 날 새겠다. 얼른 마을로 가자.”

그렇게 에피니아와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물론 하르도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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