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그런데 왜 오드는 그 유적을 이용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당연한 궁금증이라 생각했다.
“그야, 입장할 수가 없었습니다. 최소한 소드마스터의 경지가 되어야 가능했습니다.”
하긴.
반신의 경지에 오른 자가 만든 유적이었다.
반신의 경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소드마스터의 경지엔 도달해야 도전할 기회가 있겠지.
그런데 오드는 그 유적에 입장도 못했는데 어떻게 반신의 경지에 오른 자가 만든 것이라고 아는 것일까.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 유적의 주인이 반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 말입니까?”
“예.”
“그야, 적혀있었으니까요.”
적혀있었다고?
무엇이?
“네?”
“제 능력은 문자를 해독하는 능력입니다. 그 유적의 정문에 장황하게 써져있더군요.”
“오호··· 그렇군요.”
반신의 경지에 오른 이가 남긴 유적.
그곳에 간다면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반신의 경지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고.’
***
나는 오드의 안내에 따라 유적에 도착했다.
“이런 곳에 이런 유적이 있을 줄은 저도 몰랐네요.”
오드가 사용한 텔레포트 스크롤은 대륙 외곽에 위치한 포르티 왕국이었다.
대부분은 국경이 바다와 인접해서 해상왕국이라는 별명 또한 가지고 있는 왕국이었다.
그리고 오드가 안내한 유적지는.
‘외딴 섬에 유적이 있을 줄이야.’
보통은 대륙 내부에서 유적이 많이 발견되기 마련인데 외딴 섬에 존재하는 유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네요.”
너무 대놓고 있는 유적이었다.
솔직히 첫 감상으로 유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대놓고 있었다.
“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걸까요?”
“대놓고 있는 것도 있지만, 이곳은 주변 마을에게 죽음의 섬이라고 불리고 있거든요.”
“죽음의 섬이요?”
이곳을 오는 데엔 별다른 위험이 없었다.
혹시 이 섬에 오우거 같은데 몬스터들이 넘치기라도 하는 걸까?
그렇다면 죽음의 섬이라는 것보단 몬스터의 섬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이곳을 건너오는 데엔 아무런 위험도 없었는데 혹시 이 섬에 무언가가 있습니까?”
“그럴 리가요.”
오드는 이 죽음의 섬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사람의 손길이 타지 않아, 희귀한 동식물들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어떻게 보면 낙원이라는 말까지 덧붙이는 오드였다.
“그런데 왜 죽음의 섬이라고 불리고 있는 거죠?”
“그야··· 저도 모릅니다.”
“네?”
“그저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째서 죽음의 섬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없습니다.”
어째서 낙원 같은 이 섬이 죽음의 섬이라고 불리게 된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유적··· 들어가봐야겠죠.”
“그렇네요.”
마치 나무와 풀에 숨겨진 신전의 입구와 같은 모양의 유적지였다.
유적의 입구는 굳게 닫혀져 있었다.
유적의 입구 옆엔 비석이 놓여있었다.
“저기에 뭐라고 적혀있는 거죠?”
“저긴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들어가는 법과 자기자랑입니다.”
“들어가는 법과 자기자랑이요?”
들어가는 법은 이해하겠지만, 자기자랑은 무엇일까.
“네, 일단 들어가는 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유적의 입구를 그냥 부숴버리면 됩니다.”
유적의 입구를 부수는 게 들어가는 법이라고?
그렇다면 하나 확실해졌다.
그 누구도 이 유적의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는 것이다.
유적의 입구가 이렇게 멀쩡하니 말이다.
“그럼, 자기자랑은 뭔가요?”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유적에 적혀있어서 누가 만들었는지 알았다고 했죠.”
“그렇다는 것은?”
“자신이 소드마스터를 뛰어넘은 반신의 경지에 도달한 인간이라는 자랑이 적혀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반신의 경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걸로 보아 이 유적의 제작자 역시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지를 자랑하고 싶었을테지.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생겼다.
“왜 밖으로 나와서 자신의 입으로 자랑하지 않았을까요?”
세상 밖으로 나와 자랑을 하고 다녔으면 반신의 경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을텐데.
자신의 경지에 따라 명예를 얻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건 그렇겠네요.”
일단 사전에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끝났다.
유적에 들어가기에 앞서 오드에게 물었다.
“같이 들어가셔도 괜찮겠습니까?”
유적의 보상을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 유적을 만든 사람이 진짜 반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면, 유적 안은 위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입장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는 만큼 소드마스터가 아닌 오드가 위험할 가능성이 높았다.
“뭐, 어쩔 수 없죠. 제 해독 능력이 필요할테니까요.”
“······.”
말없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해독 능력은 좋았다.
유적의 입구부터 자신의 자랑을 써놓은 제작자라면 분명 유적의 안쪽에도 많은 말을 적어놓았겠지.
“그럼, 제 뒤에 잘 따라붙어주세요.”
나는 검을 꺼내들었다.
유적의 입구를 향해 검을 치켜세웠다.
지금 보니 유적의 입구에는 생채기가 조금 나 있었다.
그 생채기는 아마 오드가 낸 것이겠지.
“자, 갑니다!”
신체강화의 묘리를 이용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유적의 입구에 쏟아부었다.
내가 날린 마나의 덩어리가 유적의 입구와 부딪혔다.
그리고 유적의 입구가 반으로 갈라졌다.
“역시··· 소드마스터. 대단하시군요.”
“기본이죠.”
유적의 입구가 반으로 갈라지는 순간,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다.
“저게 무슨···?”
오드도 함께 놀랐다.
“저런 건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갈라진 유적의 입구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원래 강도가 낮았던 걸까요···?”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몇 번이고 시도해봤지만, 작은 생채기를 내는 게 끝이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반신의 경지가 갖는 힘.”
바로 창조의 힘이다.
분명 창조의 힘을 이용해 만들어낸 새로운 물질이겠지.
유적의 입구가 사라지며 밑으로 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일단은 내려가죠.”
“네.”
***
유적의 안은 고요했다.
우리는 오드가 들고 있는 횃불에만 의지한 채 걷기 시작했다.
별다른 생명체가 있는 것 같진 않아보였다.
‘하긴··· 이 공간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샛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소리니까.’
혹은 영생을 사는 생명체라든가.
하지만 영생을 사는 생명체는 그저 허무맹랑한 소리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반신의 경지에 도달한 자도 이미 죽고,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혹시 살아있으면 어떡하지?’
인간을 뛰어넘은 소드마스터.
그런 소드마스터를 뛰어넘은 반신의 경지에 도달한 인간이라면 영생을 살 수 있지도 않을까.
‘오히려 그런 자가 남아있다면 좋은 일이지.’
벨레스의 상대를 맡길 수 있을테니까.
아군이 아니라면 큰일이겠지만.
내 기감에 무언가가 잡혔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의 끝이었다.
“저기에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아마, 살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어디서 느꼈더라?’
무언가를 경계하며 서서히 다가갔다.
그리고 무언가가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오드가 숨을 들이켰다.
“저게 도대체 뭔가요!”
낮은 소리였지만, 오드의 감정은 그대로 느껴졌다.
나 역시 당황했다.
덩치나 모습을 보면 오우거가 분명했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트롤과도 같이 푸른빛을 띠는 피부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키메라가 아닐까요?”
몬스터를 마법을 이용해 합성한 몬스터를 키메라라고 불렀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키메라와는 무언가 결이 달랐다.
‘마치 카시아스가 만들어놓은 유적의 몬스터 같다.’
우리를 발견한 것인지 푸른 빛 오우거가 포효했다.
곧장 나는 전투준비를 했다.
‘어떤 괴물이든 나는 소드마스터다.’
상대가 트롤이든, 오우거든, 그 둘을 합친 듯한 몬스터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
나는 푸른빛 오우거에게 검을 휘둘러 머리를 박살냈다.
푸른 빛 오우거의 머리를 박살낸 후에 뒤를 돌아 오드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약하군요.”
오드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표정이 굳어있었다.
오드가 손을 떨며 머리가 박살난 오우거를 가리켰다.
나는 오드의 손을 보고 뒤를 돌았다.
분명 머리가 박살난 푸른빛 오우거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푸른빛 오우거의 머리를 확인하니 서서히 재생되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상처에도 죽지 않는다고?”
나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 푸른빛 오우거를 조각냈다.
그럼에도 경계를 풀지 않고, 푸른 빛 오우거의 조각난 신체를 지켜보았다.
서서히 꿈틀거리며 뭉쳐지고 있었다.
“이렇게 했는데도 죽질 않는다고?”
난생 처음 보는 경우였다.
아니, 생각해보니 처음은 아니었다.
부활의 악마, 리바이블이 생각이 났다.
“오드, 혹시 기름이 있습니까?”
“예.”
오드에게서 기름을 받아냈다.
그리고 뭉쳐지고 있는 푸른빛 오우거의 조각 중앙에 기름을 던졌다.
오드가 들고 있던 횃불로 기름에 불을 붙였다.
불타기 시작한 푸른빛 오우거의 신체들.
그제 서야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괴물이 있다니···.”
오드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놀라워했다.
“그래도 약점을 알아냈으니 다행이네요.”
약점은 불이 분명했다.
나는 오드에게 물었다.
“기름을 어느 정도 가지고 계십니까?”
“저는 떠돌이 여행자입니다. 기름같이 중요한 것은 많이 가지고 있죠.”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 근처에 느껴지는 게 없기에 이런 괴물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보다···.
‘어째서 카시아스의 유적에 있는 몬스터들이 떠오른 거지?’
분명히 달랐다.
그럼에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카시아스와 이 유적의 제작자는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연관성도 없을 터였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카시아스 또한 반신의 경지에 오른 게 아닐까.
그렇기에 자신의 능력을 넘기고, 유적 안의 몬스터도 창조를 해낸 것이지.
‘그럴 가능성이 높아.’
왠지 나는 반신의 경지를 갈 수 있는 어떠한 단서를 잡아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얼토당토 않는 내용이었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에 오드가 외쳤다.
“어? 저기 새로운 문이 보입니다!”
뭐?
가는 중에 푸른빛의 오우거와 마주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만나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도대체 푸른 빛 오우거는 뭐였다는 말인가.
난 하나의 가능성을 생각했다.
“혹시 이 문을 열고나면 푸른빛 오우거와는 비교되지 않는 괴물이 있는 게 아닐까요?”
카시아스의 유적도 그랬었다.
유적의 끝에는 항상 강한 몬스터가 존재했다.
하지만 내가 한 말을 내가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가 않네요.”
그렇다는 것은 역시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문을 열어 확인까지 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역시 빈공간이었네요.”
“그런데 길은 이곳 밖에 없는데 이곳이 끝일까요?”
안으로 들어가자 순간 공간에 불이 들어오며 밝아졌다.
밝아진 탓에 그 공간이 어떠한 공간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마치 방이네요···.”
“그러게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지만, 그저 평범한 방이었다.
책상이 있고, 침대가 있는 그런 평범한 방이었다.
조금 넓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상한 점이 하나도 없는 방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오드가 책상에 다가가며 말했다.
“수하르, 여기 책이 하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