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절반의 시간이 흘렀다.
매일같이 밤에는 몬스터가 튀어나왔고, 그것을 아침까지 토벌했다.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은 낮뿐이었다.
“점점 강해지고 있어···.”
아직 절반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것만 강화된 오우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마나를 쓰는 오우거라···.”
제법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애당초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오우거를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이유는 마나 덕분이 컸다.
하지만 오우거도 마나를 쓰니 만만치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이라는 점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몬스터와 반비례하게 수는 적어지고 있었다.
어찌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처음의 고블린들보다 오우거가 더 수가 많으면 절대로 시련을 극복해낼 수 없을테니까.”
하지만 곤란한 점이 하나 있었다.
절반의 시간, 즉 열다섯 밤을 지새웠다.
그렇다는 것은 열다섯 종류의 몬스터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나온 몬스터들 중엔 내가 모르는 몬스터도 있었어.”
정확히는 이 시대엔 없는 몬스터일 것이다.
과거에 존재했지만 기록조차 되지 못한 몬스터라고나 해야할까.
그런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진짜로 마지막엔 드래곤을 상대해야할지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나저나 강화된 오우거였으니까.”
현 시대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세다고 흔히 알려진 오우거다.
그렇다는 것은 이다음은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날 게 분명했다.
“옛날··· 혹은 전설 속에나 나올 몬스터를 생각해본다면···.”
오우거보다 살짝 윗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몬스터가 무엇이 있을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음··· 역시 잘 모르겠군. 해츨링 정도려나?”
현시대에 오우거를 과거의 몬스터와 싸움을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림짐작에 불과했다.
그래도 오우거보다 확실하게 강할 것 같은 몬스터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 몬스터들은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몬스터들이었다.
게다가 오우거와의 격차도 매우 컸다. 그랬기에 내가 떠올린 것은 해츨링이었다.
해츨링은 성체가 되지못한 드래곤이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은 해츨링이 성체가 되고, 성체에서 또 많은 나이를 먹어야 되는 것이었다.
“해츨링 정도면 오우거랑 비등하지 않을까?”
제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하여도 해츨링은 새끼에 불과했다.
그러니 해츨링과 오우거면 충분히 실력이 비교할 수 있겠다.
“그래도··· 해츨링이 아니어야 하는데.”
이미 현시대에 존재하지 않는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은 적은 드래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해츨링이 나온다면 마지막 적은 에이션트 드래곤이 될게 분명했다.
“제발, 나오지 마라!”
그리고 그날 밤에 튀어난 몬스터는 해츨링이었다.
***
노블리스 조직의 은신처에 복귀한 벨레스가 간부를 소집했다.
벨레스의 명령에 조직의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크흠, 내가 너희들을 이렇게 부른 이유를 알고 있느냐?”
모든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벨레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이다.”
벨레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간부들이 박수치기 시작했다.
벨레스가 손을 들어 간부들이 박수를 치는 것을 제지했다.
“처음은 폴커니 왕국이다.”
“예!”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벨레스가 간부들을 내보냈다.
벨레스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카시아스의 후인이라··· 어서 나타나줬으면 하는군.”
벨레스의 계획은 많이 틀어졌다.
원래라면 모략의 악마답게 안에서부터 천천히 대륙을 망가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하르의 존재로 인해 많은 것이 틀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국면을 찾아들게 만들었다.
“힘은 충분하다. 더 이상 숨을 필요 따윈 없겠지.”
반신의 경지라도 혼자서는 대륙을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하들만 존재한다면 그게 가능해진다.
본래의 계획과 다르게 전면전을 선택한 이유 또한 있었다.
벨레스는 긴 세월이 보내며 극심한 무료함을 느끼던 찰나에 앞에 나타난 게 수하르다.
“제발 전보다 강해져있기를 바란다!”
수하르를 생각하며 벨레스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우 씨···.”
보니 내 등을 노린 해츨링의 합공이었다.
해츨링이라면 마법 같은 것보다 몸을 이용하며 싸울 줄 알았다.
아직 새끼 드래곤이었기에 마법은 쓰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첫 해츨링을 만나면서 바뀌었다.
‘대놓고 마나가 요동쳤었지.’
곧바로 내게 마법을 쏘아내려는 행동이었단 걸 파악했다.
그래서 해츨링의 마법을 피해 해츨링을 베어냈다.
거친 가죽 탓에 검이 잘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어떻게든 쓰러뜨렸다.
하지만 곧이어 두 마리를 상대하게 된 상황이었다.
“한 쪽은 얼음마법과 다른 한쪽은 화염 마법뿐인가.”
친절하다고 해야할지 해츨링의 색에 따라 쓸 수 있는 마법이 다른 모양이었다.
얼음 마법으로 사용해 나를 습격한 해츨링은 하늘색이었다.
그리고 정면은 붉은색 해츨링이었다.
“앞뒤로 한 마리라···.”
아무리 생각해도 포위당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었다.
빠르게 붉은 해츨링에게 접근해 공격을 이어갔다.
“크윽!”
붉은 해츨링은 내게 화염 마법을 퍼부었다.
나는 화염 마법을 보기 좋게 피해냈지만, 짜증나게도 곧이어 뒤쪽에서 얼음 마법이 내게로 쏟아졌다.
급하게 땅을 걷어차는 것으로 얼음 마법을 피해낼 수 있었다.
“정말 짜증나군···!”
그래도 붉은 해츨링의 건너로 넘어간 덕에 포위는 면할 수 있었다.
“해츨링 두 마리라···.”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내가 불리해질 거란 판단을 내렸다.
가뜩이나 두 마리의 해츨링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소란을 듣고 해츨링들이 모이는 것만은 방어해내야만 했다.
“한 방에 끝내주지.”
나는 퇴마검에 강력한 마나를 담은 뒤에 붉은 해츨링에게 향해 던졌다.
붉은 해츨링과 하늘색의 해츨링이 퇴마검에 담긴 힘을 알아차리고는 퇴마검을 향해 마법을 퍼부었다.
“차라리 내게 마법을 쏘는 것이 좋은 판단이었을텐데.”
궤도를 퇴마검을 염동력을 이용해 틀었다.
마법을 피해낸 퇴마검이 붉은 해츨링과 하늘색의 해츨링을 차례대로 관통했다.
구멍 뚫린 해츨링들은 그대로 쓰러지며 사라졌다.
“후··· 하나씩 천천히 상대하는 게 좋겠군.”
이렇게 판단한 나는 조용히 몸을 숨기며 해츨링 사냥을 시작했다.
***
해츨링은 의외로 일방적인 싸움으로 끝이 났다.
솔직히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것은 오우거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약 해츨링이 많이 모였다면 나 또한 이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보니까, 해츨링은 모이면 합공을 하는 모양이니까.”
강화된 오우거는 마나까지 사용해서 일까, 합공보다는 일대일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자존심이라도 있는 건지 두 마리 동시에 덤빈 적은 있어도, 세 마리가 동시에 덤빈 적은 없었다.
“그나저나 해츨링 다음은 뭘까?”
마음 속에선 마지막 상대는 에이션트 드래곤라고 정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의심이 확신이 되어서 였을까.
이제는 다음에 상대할 몬스터는 어떤 몬스터일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인간형이 좋은데.”
동물을 형상을 띈 것보다 인간의 형상을 띈 몬스터가 더 상대하는 데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머릿속에 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에이, 설마 엘프나 리저드 같은 이종족이 나오겠어?”
아주 먼 옛날에 존재했다는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진 종족이 바로 이종족이었다.
하지만 이종족들은 먼 옛날에 존재하고, 먼 옛날 멸종했다.
멸종한 시기를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먼 옛날이었다.
“음··· 그래도 혹시 모르긴 한데···.”
이종족 또한 전설로 취급된다.
신의 권능을 넘보기 시작한 이종족들이 벌로써 지능을 잃어버리고, 몬스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종족이 바로 인간형 몬스터의 시초라는 것이었다.
“나온다면···.”
잠시 이종족을 실제로 보는 상상을 해보았다.
미를 숭배하는 종족인 엘프, 드래곤의 피를 어중간하게 익혔다는 리저드, 손재주가 좋다고 알려진 드워프.
그리고 그런 이종족을 상대하는 나.
“상상만 해도 재밌겠구나.”
그러고 보니 내겐 상상할 시간 따윈 없었다.
해츨링을 모두 잡은 이상 다음에 상대할 몬스터를 위해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럼, 곧바로 자야겠어.”
몰려드는 피곤함에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
이번에 튀어나온 상대는, 내 희망대로 이종족이었다.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존재들이 중에서도 인류를 제외하면 두 번째로 높은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바로 드워프.
“그런데 드워프가 강한 종족이었나?”
내가 알기론 오우거가 훨씬 강할 터였다.
그런데 드워프라니.
솔직히 이종족이 나오더라도 분명 강한 종족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드워프가 아닌, 엘프나 하프드래곤 같은 존재들 말이다.
내가 알기론 드워프는 딱히 강한 존재가 아니었다.
“전설 속에서도 약한 축에 속했으니까.”
눈앞에 있는 드워프는 전설 속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작은 키와 큰 코, 덥수룩한 수염까지.
추가적으로 근육질의 몸.
“당신의 이름은 뭐지?”
이종족이면 대화 정도는 될 거라 생각했기에 싸우려는 마음을 접었다.
드워프는 나를 경계하는 듯했지만, 나를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는 가능하지 않았다.
“@%[email protected]!”
난생 처음 듣는 언어.
게다가 고대의 언어와도 달랐다.
“음··· 곤란하군.”
오우거가 아무리 인간의 형상과 비슷하더라도 몬스터였다.
하지만 이종족은 달랐다.
내게 적의를 드러낸다면 나 역시 이 드워프를 단숨에 끝장낼 터였다.
하지만 이 드워프는 경계를 할 뿐 나에 대한 공격의사가 없어보였다.
“어떻게 언어가 통할 방법이 없는 건가?”
“[email protected]%$.”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계속해서 내뱉는 드워프였다.
그러다 드워프가 손뼉을 치며 내게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였다.
“어? 따라오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드워프.
드워프를 따라가니 한 마을이 나타났다.
그 마을을 확인한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이곳에 마을이 있는 거지? 그러고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정확히는 몬스터를 다 잡은 후 휴식을 취하고 난 후면 주위 풍경이 살짝 달라졌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착각이라 치부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만큼 변화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무언가 나타나는 것인가···.”
일단 나는 드워프를 따라 마을의 안으로 들어갔다.
무장한 드워프들이 나와 나를 데려온 드워프를 막아 세웠지만, 이내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수염 때문에 드워프는 나이 들어 보였지만, 나를 데리고 온 드워프와 이야기를 나누는 드워프는 더 늙어 보였다.
늙어 보이는 드워프가 어디론가 가더니 내게 한 목걸이를 주었다.
별로 해는 없어보였기에 나는 그 목걸이를 착용해보았다.
“크흠··· 어때, 이제 알아먹겠는가?”
드워프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어··· 예.”
“역시 엘프들의 마법이 담긴 목걸이야. 성능이 아주 좋다니까.”
“엘프요···? 이곳에 엘프도 있나요?”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엘프를 본 적이 없다.
사실 드워프도 처음보는 것이긴 하지만.
“으음··· 너무 오랜만이라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네만.”
드워프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것을 주저했다.
그런 답답한 모습에 나는 드워프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뭔가 알고 계신 게 있으면 저한테 좀 알려주시죠!”
그러자 나를 데려온 드워프가 내게 큰 소리쳤다.
“이놈! 장로님께 무험하다!”
“아··· 죄송합니다.”
장로 드워프는 상관없다는 듯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장로 드워프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도무지 믿기 힘든 이야기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