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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15화 (115/150)

#115화

문 앞에 세워둔 팻말 덕분인지 더 이상 가르침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없었다.

다만 다섯 번째 날 밤부터 귀찮은 일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어디서 단합이라도 한 건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드래곤 레어를 노리는 악인들은 한 시간 간격으로 나를 찾아왔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이곳을 습격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 숨어 나를 노렸다.

매번 습격하는 기척을 미리 알아차렸다.

“죽어랏!”

어리숙한 습격자였다.

‘습격하면서 큰소리를 내다니···.’

곧바로 그 어리숙한 습격자를 제압했다.

어리숙한 습격자는 내 밑에 깔린 채로 기절하고 말았다.

“조금 살살 다룰 걸 그랬나?”

반신의 경지에 익숙해졌다고 한들 아직까진 죽이지 않을 정도였다. 기절하거나 제압하는데엔 꽤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강한 힘도 마냥 좋은 건 아니구나.’

많은 습격자가 있었지만 이 어리숙한 습격자만 잡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막 악한 놈은 아니니까.’

살짝 겁만 주면 모든 걸 불 것 같은 녀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 *

어리숙한 습격자의 이름은 다한이었다.

“다한, 이곳을 왜 습격했지?”

“흥, 당연한 것을 묻는군.”

나는 자연스레 한쪽 손을 들어 올려 때리려는 시늉을 취했다.

그러자 이미 한쪽 눈이 파랗게 멍든 다한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 그, 드래곤 레어를 노린 거다!”

“으음··· 그런데 습격하는 시간이 매우 일정하단 말이지.”

소드마스터일 때부터였다.

체감시간이 매우 뛰어났다.

굳이 시간을 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차릴 경지였다.

소드마스터일 때는 오차가 한 최대 한 시간 정도였다.

반신의 경지에 도달한 지금에선 오차는 없다고 자부했다.

“그게···.”

나는 다시금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손이 다 올라가기 전에 다한은 모든 것을 불었다.

“한 거대한 암살자 단체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거대한 암살자 단체가 곧 당신을 습격할 거다. 당신도 조심하는 게 좋겠지.”

암살 길드에도 용병 길드처럼 용병단, 즉 암살단이 존재했다.

아마 이름은 날리지 않았겠지만 유명한 암살단이겠지.

‘암살단은 따로 이름이 없으니까, 이름을 날리지 못한 것이겠지만.’

내가 다한에게 물었다.

“다한, 너는 그 암살단의 소속이 아닌 건가?”

“난 무리를 짓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설명은 끝난 게 아니다.”

“그래? 어디한번 계속 말해봐.”

“그 암살단은 자신들이 성공하기 전에 도전해볼 사람은 마음껏 하라고 했지. 다만 무리를 짓는 것을 방지할 생각으로 도전자에게 따로 순번을 줬다.”

어이가 없다.

암살단이 마치 통솔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왜 그 말을 따르는 거지? 그냥 마음 맞는 녀석들끼리 모여서 이곳을 습격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힘을 모아서 암살단에 반항이라도 해보든가.”

아, 다한은 무리를 짓는 게 싫다고 했던가.

“그게··· 아무래도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뭐?”

아무래도 힘을 모아 반항할 생각은 했던 모양이었다.

“그 암살단의 수장이 소드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한다.”

소드마스터을 목전에 둔 상태라면 결국 소드익스퍼트 최상급란 소리였다.

솔직히 내겐 별 감흥도 없는 상대다.

하지만 이들에겐 다르겠지.

“그럼··· 다 이야기했으니까, 난 가봐도 되겠지···?”

조심스레 나와 멀어지려는 다한이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다한을 보내줄 뻔했다.

“잠깐만 너도 결국 이곳을 습격했잖아.”

“그건··· 진짜로 너 같은 강자가 이곳에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해서···.”

“응, 그건 변명이야.”

어찌됐건 다한은 멀쩡한 곳을 습격한 죄인이다.

다른 이들처럼 악에 물든 인물은 아니니 죽일 생각은 아니다.

단지 앞으로 이런 일을 벌이지 않겠끔 제대로 교육시킬 생각이다.

나는 손을 풀며 다한에게 다가갔다.

“조금만 맞자.”

“으어어어···.”

다한이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것인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제발··· 용서해줘! 아니, 용서해주세요!”

“응, 안 돼!”

나는 다한을 죽지 않을 정도로만 혼내주고는 다시 찾아올 적을 기다렸다.

* * *

다한으로 인해 악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는지 나를 찾아오는 악인도 없어졌다.

“으음··· 약간 후회되네.”

심심하던 찰나에 약간의 심심풀이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발길이 끊기니 심심함이 배가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어차피 발길은 끊겼을 것이었다.

그것도 이곳을 습격하려고 올라간 악인이 다한을 제외하고는 내려오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 그 암살단이 오는 것만 기다려야하나?”

소드마스터를 목전에 둔 수장이 있는 암살단.

전과 달리 많은 이들을 상대해야겠지만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이들은 다섯 번째 날이 지나고 여섯 번째 날 새벽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그럼··· 여섯 번째 날 밤이나 일곱 번째 날 새벽에 찾아오려나?’

일곱 번째 날이면 이제 왕실에서 파견 보낸 사람이 도착할 것이다.

아무리 커다란 암살단이라도 왕실을 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들의 마지노선은 어디까지나 하나일 터.

드래곤 레어를 찾은 어느 지방의 귀족 자제.

이게 끝이겠지.

‘차라리 레티아 왕녀도 같이 있다고 밝힐 걸 그랬나?’

암살단이라도 왕실의 핏줄은 피한다.

왕국을 적으로 돌릴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괜히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어.’

레티아 왕녀와 여행을 다니고 있는 귀족 자제.

알고 보니 왕국의 두 번째 검성.

게다가 블랙 용병.

‘소문거리가 되기 참 좋지.’

신분차를 넘을 만큼의 경력을 내가 지니고 있다.

‘혹시라도 이 이야기가 에피니아의 귀에 들어간다면···.’

오해할 게 분명했다.

뭐, 이런 관점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괜히 귀찮은 적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왕실의 핏줄인 레티아 왕녀가 왕실 밖으로 나가지 않은 이유.’

왕실의 핏줄은 매우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실력을 갖춘 악인들이 몸값을 노리고 레티아 왕녀를 납치할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지켜줄 수야 있다.

하지만 번거롭다.

드래곤 레어나 노리는 좀도둑들보다 큰 규모를 자랑할 게 분명할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오늘 밤이겠네.’

여섯 번째 날의 밤에 찾아올 거라 확신했다.

물론 일곱 번째 날 새벽에 습격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곱 번째 날 왕실에서 보내는 사람이 도착한다는 것쯤은 암살단도 알고 있을 것이다.

‘드래곤 레어를 차지하고, 털 시간도 필요할테니까.’

나는 분명 오늘 밤 암살단이 올 거라 생각했다.

* * *

역시 내 생각은 맞았다.

날이 저물고,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코앞조차 안 보이는 어둠이 펼쳐졌다.

‘드디어 올라오는구나.’

열댓 명의 인원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었다.

기운으로 보아 선두에 선 사람이 수장이 틀림없었다.

소드익스퍼트 최상급 이상의 경지, 하지만 소드마스터와는 비교할 바가 안 된다.

‘목전이라더니 아직 한참은 남은 것 같네.’

나는 이곳의 보물을 노리는 암살단을 기다렸다.

솔직히 드래곤 레어라고 해도 보물 같은 건 없는데 이렇게까지 하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암살단이 도착하고 뿔뿔이 흩어지려고 했다.

“다 알고 있으니 그냥 정면으로 오지?”

“오호··· 실력이 꽤나 되나보구나.”

복면을 쓴 열댓 명을 이끌며 한 사내가 얼굴을 드러낸 채 나타났다.

너무나도 조잡한 수였다.

“네가 수장이야?”

“내가 암살단을 이끄는 수장이지.”

“에이, 거짓말!”

당황하는 사내의 얼굴.

당연했다.

내가 느낀 소드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운은 저 사내가 아니었다.

아직도 나오지 않고, 내 빈틈을 노리고 있는 자가 최상급의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 그게 무슨 소리지?”

“너 수장 아니잖아.”

“내가 이들을 이끄는 수장이 맞다!”

“그럼, 네가 소드마스터를 목전에 둔 상태라고?”

웃기는 소리.

저렇게 빈약한 기운은 상급도 못된다.

한 중급 정도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

“그럼, 쟤는?”

나는 여전히 내 빈틈을 노리고 있는 녀석이 숨어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안색이 창백해지는 자칭 수장이었다.

“왜 말을 안 해? 쟤는 뭐냐니까?”

“어··· 그···.”

“됐다. 우리가 습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군.”

수풀에서 튀어나온 사람은 체구가 작은 사내였다.

복면을 쓴 탓에 얼핏 보면 소년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걸걸한 목소리로 보아 꽤나 나이가 든 게 틀림없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를 보내줄 수 있겠나?”

“음··· 어떡할까?”

잠시 고민하는 시늉을 하니 작은 체구의 사내가 내게 무언가를 던졌다.

나는 간단히 쳐내며 말을 이었다.

“에이, 사람이 고민 중인데. 이런 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물론··· 아니지.”

난 이들의 처분을 생각했다.

악인을 상대하며 내게도 규칙이 만들어졌다.

사람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기에 만들어진 규칙이었다.

‘회개 가능성이 있는 악인은 내버려둔다.’

마치 다한처럼.

하지만 이들 전부는 악성향이 강했다.

특히 수장은 극악이라고 해도 무관했다.

아마 민간인마저 학살했을 가능성이 존재했다.

“우리를 보내줄 것인가?”

“음··· 결정했다!”

나는 허리춤에 걸린 퇴마검의 손잡이를 집었다.

그러자 암살단의 전부가 나를 향해 제각각의 무기를 겨누었다.

검과 단검, 그리고 석궁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끝났다.

“이미 끝났어.”

어리둥절해하는 암살단이었다.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굴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할 때였다.

암살단의 단말마가 울려 퍼졌다.

‘이미 끝났다니까.’

한 번의 휘두름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베어냈다.

다만 그 휘두름은 같은 반신의 경지가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은 자신의 몸이 베인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다 몸을 움직이니 그제 서야 깨달았을 것이다.

‘아, 맞다. 저것들 치워둬야지.’

왕녀 때문에 저것들을 치워놓아야 했다.

‘차마 왕녀에게 시체무더기를 보여줄 수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밖에 널린 시체무더기를 염동력을 이용해 다 치워버리고, 다시 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더 이상 찾아올 적은 없겠지.’

잠시 동안이라도 굴 안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 * *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어느새 밖은 밝아져있었다.

이곳을 침입하려고 한 기척은 없었으니 내가 잠에서 깨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왕실에서 보낸 사람이 도착하는 날이었다.

‘드디어 시련이 끝났구나!’

정확히는 왕실에 도착해야 끝나는 시련이지만 더 이상 시간이 지체될 게 없는 상태였다.

이제 왕실에서 보내는 사람이 도착하면 곧바로 출발하면 되는 일이었다.

기쁜 마음에 나는 온몸을 이용해 기지개를 켰다.

레티아 왕녀가 기지개를 켠 나를 보며 물었다.

“어? 잠드셨었나요?”

“저도 모르게 잠들었나 보네요.”

“으음··· 그런데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시나요?”

잘 알고 있지요.

“드디어 왕실로 돌아가는 날이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즐거워 보이시네요.”

“이런 데에 더 이상 고생할 필요가 없으니 당연하죠.”

레티아 왕녀는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그럼, 저와의 시간도 곧 끝난다는 이야기인데요!”

네, 그게 제일 행복해요.

라고 왕녀의 면전에 두고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뭐, 그건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러자 기뻐하기 시작한 레티아 왕녀였다.

“네? 그럼, 혹시 흔들리셨나요?”

나를 보는 레티아 왕녀의 눈은 매우 반짝이고 있었다.

쓸데없는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절대요.”

그러자 다시 실망하는 레티아 왕녀.

그런 왕녀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금 굴 밖으로 나갔다.

한시라도 빨리 왕실에서 보낸 사람을 마중 나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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