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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18화 (118/150)

#118화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니 저녁이 찾아왔다.

“고민 상담을 받으러 가봐야겠지.”

나는 테시아르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방을 방문했다.

방 안에는 아버지와 테시아르 어머니가 계셨다.

찾아온 나를 향해 상냥한 말투로 말하는 테시아르 어머니였다.

“그래서 무슨 고민이 있는 거니?”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연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평상심을 유지하는 테시아르 어머니였지만 옆에 있던 아버지는 달랐다.

마시던 차까지 뿜으며 당황하는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테시아르 어머니가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아버지는 그런 테시아르 어머니의 눈총에 헛기침을 반복했다.

“커흠···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구나.”

“저도 몰랐습니다. 그냥 단 한 사람에게라도 더 조언을 받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으음··· 연애 이야기라···.”

침묵하고 있던 테시아르 어머니의 입이 열렸다.

“그런 이야기는 너의 아비가 잘 들어줄 것 같구나. 무려 두 번이나 사랑을 했으니 말이야.”

아버지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당황했다.

“크흠··· 그렇긴 하지만···.”

“뭐, 그때의 감정은 털어놓았으니 수하르에게 이야기해도 상관없어요.”

“그렇긴 하지··· 그럼, 수하르에게 이야기해보겠소.”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단 한 번도 내 친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자, 우선은 테시아르와의 만남부터 이야기하는 게 맞겠지.”

* * *

메디온 칼데르트는 외동이었다.

당연히 가문을 물려받는 상황이었다.

가문의 후계자가 정해진 이상, 다음 후계를 보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그렇기에 메디온의 부모는 하루 빨리 메디온에게 약혼을 시켰다.

“으음, 메타키르 자작의 자제분이 괜찮겠구나.”

테시아르 메타키르.

가문부터 용모까지 빠지는 게 없는 여자였다.

칼데르트가와 붙어있는데다 메타키르의 자제는 단 한 명, 테시아르 메타키르뿐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훗날 메타키르령은 자연스레 칼데르트령에 병합될 것이었다.

“네, 저도 좋습니다.”

메디온은 자신의 결혼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메디온이 테시아르 메타키르를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은 약혼에 대한 상의를 하기 위해 메타키르 자작이 칼데르트가를 방문했을 때였다.

메디온이 본 테시아르의 인상은 한마디로 첫눈에 반했다였다.

“그··· 저···.”

외동이었기에 방탕한 삶보다 후계를 위한 교육을 일찍부터 받는 삶을 살았던 메디온이었다.

여자와 연이 없던 삶을 산 메디온이 테시아르에게 입에 발린 말은 하지 못했다.

어리숙한 메디온의 모습을 본 테시아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네···? 제가 혹시 실수한 게 있을까요?”

“아니에요. 그냥 생각했던 분과 조금 달라서요.”

테시아르도 메디온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부모가 엮어준 연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라는 게 테시아르와 메디온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메디온과 테시아르는 약혼을 하게 되었다.

약혼을 한 상태에서 둘은 차근차근 사랑을 키워갔다.

메디온은 항상 테시아르에게 헌신적이었고, 테시아르 또한 메디온에게 헌신적이었다.

“내가 이거 단 하나만은 약속할 수 있어.”

“무엇을 약속한다는 소리예요?”

“한평생 테시아르 당신만을 사랑할 거라는 약속.”

테시아르는 메디온을 쳐다보았다.

메디온은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어진 상태였다.

그런 모습에 테시아르는 웃음을 흘리며 답해주었다.

“저도 약속할게요. 당신만을 사랑하겠다고.”

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테시아르와 메디온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테시아르는 이전 가문의 성을 버리고, 칼데르트라는 성을 얻게 되었다.

테시아르는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첫째는 딸이었다.

“당신을 닮아서 아주 귀엽게 자랄 것만 같군.”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오히려 당신을 닮았는걸요.”

둘은 첫아이의 탄생을 기뻐했다.

“그나저나 약속은··· 못 지킬 것 같군.”

“네···?”

“당신만을 사랑하기로 했는데 아이까지 사랑스러우니 말이야.”

“저도 그럼, 그 약속은 못 지키겠네요! 저도 제 아이가 사랑스럽거든요.”

서로가 마주보며 웃었다.

“다시 약속해야겠어. 내가 사랑할 여자는 당신뿐이라는 것을 말이야.”

“그래요. 저도 그렇게 똑같이 약속할게요.”

첫째인 세레아를 낳고, 둘째인 데이브와, 셋째인 알트, 마지막으로 밀리아까지 낳았다.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둘의 사이는 변치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이가 깊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 메디온이 말했다.

“부인, 한동안 집에 못 들어올 것 같소.”

“네? 무슨 일이 생겼나요?”

“아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지만 칼데르트령에 속한 마을을 전부 방문할 일이 생겼네.”

칼데르트가의 가주는 가주가 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칼데르트령에 속한 마을을 전부 방문해야만 했다.

가주가 영주의 자격으로 직접 다스리는 마을의 상태를 확인하는 취지였다.

이 일은 길면 반년이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최대한 빠르게 다녀오겠소.”

“아니에요. 최대한 늦게 오셔도 됩니다. 영주로서 영지민들의 삶을 돌봐주셔야죠.”

메디온은 테시아르를 꽉 껴안았다.

메디온은 자신이 축복받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착한 아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디온은 이렇게 착한 아내를 배신하고 말았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고, 나쁜 것은 메디온이었다.

* * *

테시아르는 화가 난 표정으로 메디온의 복귀를 기다렸다.

이상한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메디온이 어떤 평민 여자를 끼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테시아르가 화가 난 이유는 평민여자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신분은 상관없었다.

“그 소문이 거짓이어야 할 거예요.”

테시아르는 기억하고 있었다.

메디온이 테시아르 본인과 나눈 약속을 말이다.

“나만을 사랑하겠다고 하셔놓고는···.”

테시아르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제발 이 소문이 거짓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헛된 희망이었다.

메디온이 복귀하는 날, 메디온 옆에는 자신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테시아르는 메디온의 방문을 거절하며 별거를 시작했다.

테시아르가 향한 곳은 이제는 병합된 메타키르령이었다.

* * *

메디온은 테시아르를 만나기 위해 메타키르령을 자주 찾아갔다.

하지만 테시아르는 메디온의 방문을 매번 거절했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메디온 옆에 있던 여자는 하녀가 되었다고 한다.

“흥, 곧바로 결혼하지 않는 걸 보니 내 눈치를 살피는 모양이구나.”

분명 메디온이 방문하는 이유도 그 여자와 메디온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가 틀림없다고 테시아르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욱 더 방문을 세차게 걸어 잠갔다.

시간이 약간 흐르고, 그 여자를 첩으로 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으··· 결국!”

자세히 들어보니 그 여자에게 아이가 생겼기에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그 여자도 칼데르트라는 성을 이었다.

아니스 칼데르트.

테시아르가 원망하게 된 여자의 풀네임이었다.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아니스의 출산일이 다가왔다.

그런데 테시아르는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으음··· 산모가 위험하다고?”

아니스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이야기였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의 생명도 위험하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

테시아르는 당황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니스란 사람이 애당초 없었으면 좋았겠다란 생각을 가지곤 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상황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죽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아니, 나도 모르게 바랬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죽는 건 마음이 불편했다.

자신도 모르게 아니스란 여자를 응원한 테시아르였다.

무엇이 되었건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마음을 추스른 후에나 아니스란 여자에게, 메디온에게 따질 생각이었다.

“······.”

하지만 이런 테시아르의 생각과는 다르게 아니스는 출산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다.

얼핏 듣기론 애당초 연약한 여자였다고 하였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하였다.

“나 때문은 아니겠지···.”

저도 모르게 아니스가 죽기를 원망한 탓에 아니스가 죽은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된 테시아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테시아르는 점점 어두워져갔다.

그런 테시아르를 밝게 해주는 것은 테시아르가 배아파가며 낳은 자식들이었다.

테시아르는 칼데르트가를 전부터 꾸준히 방문했었다.

하지만 아니스란 여자가 죽고 나서는 더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를 못 보면 내가 뭘 할지 모르겠으니까···.”

아이와 함께 어울리며 테시아르는 점점 자신을 회복해갔다.

하지만 메디온과의 관계는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좀 더 나빠졌다.

아니스가 죽은 후엔 메디온의 방문도 끊겼다.

아마도 메디온은 그 아니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의 사이는 회복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 * *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와 테시아르 어머니의 말을 끊으며 내가 물었다.

“아니스라는 분이 제 진짜 어머니의 이름이시군요.”

“그렇지.”

“그렇단다.”

나는 아니스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혹시 아니스··· 어미니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아니스 또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회귀시켜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그 힘을 알고 있는 상태임이 분명했다.

아버지는 테시아르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지금은 사라진 칼데르트령에 속한 작은 마을에서 만났다.”

“지금은 사라졌다고요?”

“매우 작았거든. 그 말에서 촌장이 내게 말하더군.”

작은 마을의 촌장이 아버지에게 어떤 말을 했던 것일까?

나는 계속 이야기에 집중했다.

“자신의 마을에 지내고 있는 아이의 몸 상태가 안 좋은데 어찌 봐줄 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게 아니스 어머니였군요.”

“그래. 나는 아니스를 처음 본 순간 느꼈다.”

잠시 뜸을 들이는 아버지였다.

“마치 테시아르를 만났을 때와 같은 감정이었지. 나도 모르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약간 불편해 보이는 테시아르 어머니였지만, 아버지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양심의 가책이 따랐지만, 몇 번이고 구애했지. 그리고 아니스는 그런 나를 받아주었단다.”

“그런가요···?”

“다만 한 가지 이상한 말을 하더군.”

이상한 말?

“자신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고. 얼마가지 않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사랑해줄 거냐고 말이다.”

이미 아니스 어머니는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란 것을 말이다.

만약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나를 출산하지 않았다면 더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다른 별다른 말은 안 하셨나요?”

“으음··· 그러고 보니···.”

또 어떤 말을 한 모양이었다.

“내가 아닌 너를 향한 말 같은 게 있었지.”

“네···? 저에게요?”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군.”

내게 했던 말이라니.

“네가 아직 태어나기 전에 아니스가 말했었지.”

“어떤 말을···.”

“이 아이는 힘든 운명을 타고 났다고, 자신이 꼭 지켜주겠다고.”

힘든 운명··· 확실히 맞았다.

힘들어서 과로사했다.

정확히는 독살이었지만.

아니스 어머니가 나를 회귀시켜 지켜주었다.

그런데 내 힘든 운명을 어떻게 안 것일까.

“제가 힘든 운명이라는 것은 어떻게 아신 거래요?”

“아니스는 신비로운 여자였어. 점성술이 매우 뛰어난 여자였지.”

“점성술로 제 운명을 보신 거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아버지.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랬다.

지금까지 해준 이야기엔 아직 테시아르 어머니와 아버지의 화해가 없었다.

나는 다시금 이야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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