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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26화 (126/150)

#126화

뿔은빛늑대의 돌연변이인 하르는 자신이 다른 은빛 늑대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짝을 찾는 여행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갑자기 하르가 짝을 찾으려고 하는 데는 원인이 존재했다.

에피니아와 수하르 때문이었다.

‘몇년 만에 만나는 주인인 건 좋지만···.’

에피니아와 수하르가 만나면서 이상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한마디로 사랑의 냄새.

예민한 후각을 가진 하르는 둘의 기류마저 맡아버렸다.

그 풍기는 냄새 때문에 하르는 짝을 찾기로 결심했다.

둘이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음··· 어디로 가야지?’

하르는 목적지를 고민했다.

정처없이 떠도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돌아와야하니까.’

하르가 생각하는 자신의 짝에 대한 조건은 간단했다.

자신과 함께 인간과 어울려줄 수 있기만 하면 되었다.

짝을 찾아서 야생으로 돌아가는 삶도 고민해본 하르였다.

하지만 인간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존재했다.

‘위협이 없고, 밥이 제때 나오는 삶. 약간은 자유롭지 않겠지만, 그 대가라고 생각하면 충분하지.’

하르는 짝을 찾는 여행을 떠났다.

***

두 번째 날이 찾아왔다.

하르는 결국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근처 야산의 작은 굴에서 잠을 청했다.

주변에 은빛늑대의 냄새가 나질 않아 하르는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렇지!’

곰곰이 생각하던 하르는 자신의 출생지를 기억해냈다.

아직 하르가 새끼였을 무렵의 일이었다.

하르는 자신의 주인이 부모를 죽였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주인이 싫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선 당연한 법이니까.

오히려 자신을 살려두고, 키워줬으니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태어났던 곳과 같은 곳을 찾으면 되겠구나!’

하르가 자라난 곳.

바로 던전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르는 곧바로 던전을 찾기 시작했다.

마나의 기운에 예민한 하르는 던전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이곳은···.’

던전을 들어가기 전까지 하르는 내부의 냄새를 맡지 못했다.

그만큼 던전 내부의 마나가 짙었기 때문이다.

하르는 성큼성큼 던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으음···.’

던전을 들어가자마자 하르는 깨달았다.

이곳에 있는 존재들은 은빛늑대가 아니었다.

오크라는 존재였다.

‘오크 고기라···.’

약간의 허기짐을 느낀 하르였다.

야생을 어느 정도 경험한 하르는 오크 고기의 맛을 기억해냈다.

‘제법 괜찮은 맛이었지.’

물론 인간이 주는 밥보다는 맛없다.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어떤 고기보다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의 손을 벗어난 상태였다.

그 말인즉 오크 고기는 야생에서 얻을 수 있는 제법 괜찮은 고기란 말이었다.

“아우우우우!”

하르가 하울링했다.

안쪽에 있을 오크를 불러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하르의 목적대로 오크들이 떼로 몰려왔다.

“크르르르···.”

하르는 오크들에게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러자 오크들이 잠시 주춤했다.

그 순간 하르가 먼저 뛰쳐나갔다.

오크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하나씩 처리해나갔다.

잠시간의 교전으로 하르가 승리를 쟁취했다.

“아우우우우우!”

승리의 포효 후에 하르는 오크 고기의 맛을 보기 시작했다.

마나가 짙은 던전에 있던 오크라서 그런지 맛이 아주 좋았다.

‘으음, 잠깐만 이곳에 지낼까?’

제법 쾌적한 장소라고 하르가 생각했다.

게다가 더 깊은 안쪽에는 오크 무리가 더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식량도 충분했다.

‘그래, 이곳을 거점으로 삼자!’

생각을 마친 하르는 곧바로 몸부터 움직였다.

우선 거점 안에 있는 오크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크 던전을 거점으로 정한 하르는 오크 던전을 중심으로 행동반경을 늘려갔다.

제법 많은 반경을 정찰한 하르였지만, 암컷 은빛늑대를 단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정찰 덕분에 성과를 하나 올렸다.

한 마리의 오우거가 거점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커다란 괴물 녀석··· 그 녀석은 피해야겠어.’

보통의 은빛 늑대보다 강한 하르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웬만한 뿔은빛늑대보다도 강했다.

하지만 오우거는 다른 이야기였다.

‘나한테 무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하르는 혼자였다.

하르 혼자서는 오우거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일단은 계속해서 행동반경을 넓혀가야겠지.’

***

세 번째 날은 아무 일없이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네 번째 날은 달랐다.

하르가 원하던 것을 발견한 것이다.

‘나와 같은 종이구나!’

은빛 늑대가 아닌 뿔은빛늑대 무리였다.

하르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뿔은빛늑대 무리는 갑자기 나타난 하르를 경계했다.

‘더 이상 다가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아, 적의는 없습니다.’

무리의 대장이 먼저 하르에게 다가왔다.

‘왜 이곳에 혼자 있는 거지···? 그리고··· 인간의 냄새가 조금 나는 거 같군.’

무리의 대장의 말에 하르가 자신의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인간의 냄새라는 것은 알 수는 없었다.

‘짝을 찾으러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오호, 짝이라···.’

무리의 대장은 하르를 전체적으로 살폈다.

무리의 대장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하르를 무리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보다 더 강한 하르를 무리에 넣는다면 대장자지를 넘겨야했기 때문이었다.

‘널 무리에 넣어주는 것은 무리다.’

‘저도 별 상관없습니다. 그냥 짝을 찾고 다닐 뿐입니다.’

무리의 대장이 자신의 무리를 살폈다.

한평생 한 마리의 짝과 이어지는 게 은빛 늑대다.

무리 안에 짝이 없는 암컷이 없었다.

단 한 마리만 제외하면 말이다.

‘으음··· 짝이라··· 그러고 보니 짝이 없는 아이가 한 마리 있군.’

‘오오오오, 혹시 소개가 가능하십니까?’

무리의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티아, 이리로 와봐라.’

티아라 불린 뿔은빛늑대가 주춤거리며 하르와 대장 쪽으로 다가왔다.

티아는 아름다운 털을 가졌지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늑대였다.

‘왜 부르셨나요?’

‘티아, 너도 이제 새삶을 찾아야하지 않겠나?’

‘그게 무슨 소리죠.’

‘이제 죽어버린 녀석은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라는 뜻이지. 보니까, 이 녀석도 제법 괜찮은 녀석 같고.’

무리의 대장의 말에 티아는 화를 냈다.

‘이봐, 혹시 이 티아라는 아이는···.’

하르는 둘의 대화를 듣고 알아차렸다.

티아라는 뿔은빛늑대는 흔히 말하는 과부라는 것을 말이다.

‘자네 생각대로 이 아이는 꽤 오래전에 반려를 잃었지.’

‘안타깝게 됐군요.’

‘혹시 짝이 있던 아이는 싫은겐가?’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하르는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티아가 마음에 들었다.

‘티아,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떠냐?’

‘싫어요.’

너무나도 단호한 티아의 말에 하르는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이렇게 싫어하는 이유라도 듣고 싶어진 하르였다.

‘티아, 왜 그렇게까지 저를 싫다고 하시는 거죠?’

‘당신에겐··· 인간의 냄새가 나니까요.’

짧은 대답을 마친 티아가 다시 무리로 돌아갔다.

야생을 살아가는 뿔은빛늑대에겐 인간의 냄새가 불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티아가 하르에게서 나는 인간의 냄새에 예민한 데는 이유가 존재했다.

‘미안하네. 저 아이의 반려가··· 그··· 인간에게 사냥당해서 저렇게 인간 냄새를 싫어한다네···.’

‘아···!’

하르는 티아를 단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르가 반려에게 원하는 단 하나가 인간과 친해질 수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티아는 반려를 인간의 손에 의해 잃었다.

그렇다는 것은 티아는 인간과 친해질 수 없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네요···.’

‘아쉽게 됐네. 그래도 가까운 데에 지내게 되었는데 친하게 지내세. 물론 무리는 못 껴주네.’

‘으음··· 그렇게 하시죠.’

‘그래, 아차, 자기소개를 안 했군. 나는 이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라네.’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금 말하는 모습에 하르는 살짝 당황했다.

‘이미 알아차렸습니다.’

‘아, 그런 게 아니라··· 내 이름이 대장이라네.’

‘아···! 당신과 매우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무리의 대장의 이름이 대장이라는 것에 약간 신기한 기분이 든 하르였다.

***

다섯 번째 날이 찾아왔다.

하르는 우연한 계기로 다시 대장의 무리와 만나게 되었다.

대장의 무리는 오크 사냥에 임하고 있었다.

사냥 중인 대장의 무리 중에 절로 티아에게 시선을 향한 하르였다.

‘꽤나 날렵하군.’

사냥의 주축인 대장을 완벽하게 보조하는 티아의 모습에 하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혼자서 사냥을 하는 하르와는 전혀 다른 사냥법이었다.

불리하다고 판단한 오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 저기는 좀 위험한데···.’

하필이면 오크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은 오우거의 영역이었다.

사냥의 흥분감에 대장 무리는 계속해서 오크를 쫓고 있었다.

저대로 간다면 대장의 무리는 오우거와 마주친다.

하르가 힘을 실어 외쳤다.

‘이봐! 그만!’

하르의 뿔이 잠깐 빛나며 하르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대장의 무리가 곧바로 멈췄다.

그리고 하르에게 뭐라 하려고 하는 순간, 깨달았다.

오크가 달아난 방향이 오우거의 영역이라는 것을 말이다.

‘정말로 고맙네. 큰일이 날 뻔했어.’

대장이 하르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하르는 대충 손을 끄적였다.

‘조심 좀 합시다.’

다시 하르는 주변반경을 정찰하러 갔다.

그런데 하르를 뒤따르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티아였다.

‘왜 날 따라온 거죠?’

‘으음··· 방금 구해주신 것도 있고··· 어제 제가 말이 심했기도 했고요···.’

주저하며 사과하는 티아의 모습이 하르의 눈엔 제법 귀엽게 보였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정했다.

티아는 인간에게 원한이 있으면 반려로는 불가능한 존재기 때문이었다.

‘뭐, 별로 상처입지도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대장에게 전해주세요. 오우거는 진짜 조심하라고요.’

‘네에···.’

그리고 티아가 떠났다.

하지만 하르는 왠지 아쉽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때 이 감정을 하르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

여섯 번째 날부터 하르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 약간의 고기를 하르의 영역에 두고 가는 것이었다.

하르가 냄새로 금방 알아차렸다.

티아가 두고 간 고기였다.

그리고 별다른 일 없이 일곱 번째 날이 찾아왔다.

‘뭐지?’

유독 시끄러운 아침을 맞이한 하르였다.

주변의 소란에 하르가 밖을 정찰했다.

그리고 오우거와 대치 중인 대장의 무리를 발견했다.

‘아니, 내가 그렇게 오우거 조심하라니까.’

그리고 곧바로 이상한 점을 찾았다.

오우거가 영역 밖으로 나온 것을 대장의 무리가 마주한 것이었다.

만약 하르에게 무리가 있다면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르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리가 있는 대장이라도 오우거를 상대하는 게 가능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순간.

“깨갱, 깽!”

오우거의 몽둥이질에 대장이 맞았다.

쓰러진 대장을 무리원들이 보호했다.

거기서 가장 앞장을 선 아이가 바로 티아였다.

오우거는 천천히 쓰러진 대장 쪽으로 다가갔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하르는 생각했다.

‘내가 도와준다고 과연 상황이 바뀔까···.’

하지만 몸이 먼저 움직인 하르였다.

곧바로 오우거에게 뛰어간 하르였다.

하르가 이마에 난 뿔로 오우거를 들이받았다.

오우거에 박힌 하르의 뿔이 밝게 빛났다.

오우거가 휘두른 주먹에 하르가 튕겨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하르는 자신의 변화를 확인했다.

“크르르르릉!”

하르의 크기가 전보다 두 배 가량이 커졌다.

하지만 커지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커지던 하르는 기존의 다섯 배 정도의 크기가 되어서 멈추었다.

오우거의 허리춤까지 커버린 하르였다.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야···.’

하르의 변화는 크기가 끝이 아니었다.

뿔도 마치 검과 같이 높게 솟아난 상태였다.

“크르르릉!”

자신감이 생긴 하르가 오우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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