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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29화 (129/150)

#129화

나테아르덴 제국의 황실군은 처참히 패배해 수도에서 성벽을 걸어 잠갔다.

이후 성벽을 함락하기 위한 반란군과 지키려는 황실군의 대치가 시작되었다.

반란군의 막사 안에서 카스테오가 말했다.

“도대체 언제쯤 나를 황제로 만들어줄 생각인 것이냐! 아니, 나를 황제를 만들 생각이 있긴 한 것이냐!”

긴 시간이 흐른게 아님에도 카스테오 황자는 초조해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황제의 자리가, 황제의 권위가 코앞에 있음에도 군대를 움직이지 않는 벨레스 때문이었다.

벨레스는 카스테오 황자를 달래듯이 말했다.

“황자님, 조금만 참으시죠.”

“뭐? 참아? 함락이 코앞인데 왜 황실군만 좋으라고 대치만 하고 있는 것이냐!”

벨레스가 카스테오 황자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움츠러들며 조용해진 카스테오 황자였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벨레스가 강제로 성벽을 함락시키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최대한 군대를 살려야만 했다.

벨레스의 목적은 카스테오 황자를 황제에 자리에 앉히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나테아르덴 제국의 대륙통일.

그것이 벨레스의 최종적인 목적이었다.

‘게다가 봐버렸으니 말이지.’

벨레스는 예전에 자신이 살려둔 적을 발견했다.

전과 다르게 강해진 적이었다.

벨레스 자신과 비교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보였다.

벨레스가 그 적을 직접 상대해야하기에 다른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대한의 병력을 보존해야했다.

그 적을 잡는 것은 벨레스가, 대륙통일은 자신의 힘으로 강해진 부하들이 이뤄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제법 욕심 있는 녀석이지만, 태도가 슬슬 거슬리는군.’

벨레스는 노골적으로 자신을 적대하는 카스테오 황자가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당초 벨레스는 제멋대로 구는 카스테오 황자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기에 상관없는 일기도 했다.

잠시간의 침묵을 못 참은 카스테오 황자가 외쳤다.

“도대체 어떤 이유가 있다는 거란 말이냐!”

흥분에 찬 카스테오 황자와 달리 벨레스는 나긋하게 답해주었다.

“작전이 있습니다. 저 성벽을 최소한의 피해로 함락시킬 수 있는 작전 말이죠.”

그제 서야 카스테오 황자가 진정했다.

“크흠! 만약 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벨레스··· 자네라도 긴장해야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반란군 막사 안에서의 회의가 끝이 났다.

* * *

성벽에서 반란군을 지켜보던 황실군 한 명이 소리쳤다.

“적들이 후퇴하고 있다!”

그 외침에 그 자리에 있던 황실군 모두 놀랐다.

이내 기뻐했다.

하지만 모두가 기뻐하진 않았다.

나테아르덴 제국의 1황자인 치포르 나테아르덴은 경계부터 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반란군이 후퇴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옆에 있는 나테아르덴 제국의 황제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은 것이냐. 나테아르덴 제국의 수도 성벽은 철벽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 성벽을 어찌 못하고 후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것 보거라. 우리가 성벽의 문을 잠그니 반란군도 단 한 번의 공격도 하지 못하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황제는 치포르 황자를 혼내듯이 말했다.

“하여튼 네 작전이 실패한 것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거라!”

사실 나테아르덴 제국의 황실군엔 두 가지의 작전이 세워졌다.

치포르 황자가 계획한 성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가서 싸워야한다는 작전과 황제가 계획한 성벽 안에서 받아치자는 작전이었다.

이 두 작전은 두 파벌로 나뉘었다.

하지만 치포르 황자가 계획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것도 처참한 실패였다.

‘반란군에 저 정도 강자가 있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면···.’

정보가 부족했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은 치포르 황자였다.

황제가 중심으로 계획한 성벽을 지키는 작전도 나쁘진 않았다.

황제의 말대로 성벽은 철벽과도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치포르 황자는 후퇴를 한 반란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철벽이라고 하더라도 전력면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나는데···.’

메테라 후작을 이긴 자가 반란군에도 속해있었다.

솔직히 이 정도 성벽이라도 가볍게 함락될 것이라 판단한 치포르 황자였다.

“아버지··· 아무래도 너무 이상합니다.”

“떽! 더 이상 기분을 잡치는 소리는 하지 말거라.”

단호한 황제의 답에 치포르 황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아버지이지만 치포르 황자가 내린 황제의 평가는 이랬다.

‘무능한 황제.’

모든 분야에 재능이 없는 자신의 아버지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점점 재정은 악화되며 제국민들과 황족간의 신뢰도 잃어갔다.

‘어떻게 보면 나 역시 내 동생 카스테오처럼 반란을 일으켰어야 했나···.’

치포르 황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현 황제를 이어 치포르 황자가 황제가 된다면 제국을 제대로 이끌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반란까지 해가며 하루라도 빨리 황제가 될 생각은 없었던 치포르 황자였다.

치포르 황자는 생각했다.

‘이 반란은 무조건 승리로 끝나겠구나.’

게다가 현 상황에 후퇴한 반란군이 너무나도 신경 쓰이는 치포르 황자였다.

‘어쩔 수 없군.’

치포르 황자는 더 늦기 전에 행동을 감행하기로 했다.

만약 치포르 황자의 감이 틀리면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치포르 황자는 단언했다.

‘빠른 시일 내로 이 성벽은 함락당한다. 나라도 몸을 피해야겠어.’

치포르 황자는 변방까지 도망친 후에 훗날을 기약하기로 정했다.

그렇게 정한 치포르 황자는 자신의 심복들을 데리고, 몰래 수도를 빠져나왔다.

* * *

반란군이 후퇴한 첫날, 치포르 황자가 사라졌다.

황제를 비롯해 황제의 가신들은 치포르 황자를 겁쟁이 취급했다.

황실군은 모처럼의 승리를 만끽하려했다.

하지만 치포르 황자가 도망까지 쳐버린 것에 그날은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러나 걱정과 다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황제가 말했다.

“에잉, 괜한 걱정을 했군. 치포르 황자가 다시 돌아오는 순간엔 엄벌을 내리고 말테다.”

두 번째 날, 황제는 승리를 만끽하기 위해 잠시의 축제를 열었다.

축제는 밤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러던 순간 황제의 귓가에 절망에 가득 찬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불길한 기분이 엄습한 황제는 먼 곳에 위치한 성벽의 문을 확인했다.

그리고 보았다.

성벽의 문이 활짝 열린 모습을 말이다.

* * *

성벽 코앞에 반란군이 모였다.

성벽의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켈튼이 걸어 나왔다.

벨레스의 앞까지 걸어간 켈튼이 무릎을 꿇었다.

“명하신대로 성벽을 넘어 문을 열었습니다.”

“잘했다.”

“그리고 현재 저들은 승리에 취해 대다수가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성벽을 지키는 문지기마저도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습니다.”

벨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반란군을 향해 소리쳤다.

“진군하라!”

벨레스가 이끄는 반란군은 황실군을 베어나갔다.

그리고 결국 황실 안으로 숨은 황제에게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황제는 알현실에 있었다.

황제는 볼품없는 자세로 황좌를 끌어안고 있었다.

“히익! 저리가거라! 이 자리는 나의 것, 오로지 나테아르덴 제국의 황족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란 말이다!”

반란군들 사이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걸어 나온 사내는 바로 카스테오 황자였다.

“그렇다는 것은 제가 앉아도 상관없는 자리란 말이겠죠.”

“카스테오···!”

“오랜만이십니다, 아버지.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화가 머리끝까지 난 황제가 얼굴을 붉혔다.

“어찌 네가···! 피도 눈물도 없는 게냐!”

“제국민들에겐 무능한 황제보단 저 같은 폭군이 낫겠죠.”

“크하하하, 너 같은 폭군이라니? 누가 그랬냐? 너 또한 나와 같다. 네가 황제가 되어도 무능한 황제의 모습이 될테지.”

그 말에 카스테오 황자의 눈썹이 치켜세워졌다.

“내가 당신과 같이 무능한 황제라고···?”

“네가 반란 같은 걸 안 일으켰다면 치포르가 황제가 되었을테지. 너와 다르게 뛰어난 아이였으니까. 물론 나와도 다르지만 말이다!”

치포르 황자의 이야기가 나오자 카스테오 황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치포르···! 아버지···.”

“카스테오, 늦지 않았다! 어서 병사를 물리고, 다시 나를 모셔라. 혹시 모르지 않나? 내가 너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줄지 말이다.”

카스테오 황자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버지··· 눈치가 전혀 없으시긴 합니다.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당신에게 위험한 상황인지 모르시나 보군요.”

카스테오 황자가 검을 빼들었다.

그 모습에 황제가 약간 물러섰다.

“설마··· 네가··· 나를 해할 생각이더냐!”

“아니요. 아버지는 자결을 하신 겁니다. 그토록 바라시는 황좌에서 말이죠.”

말이 끝나는 순간 카스테오 황자가 황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손에 있는 검을 황제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카스테오 황자가 황제의 귓가에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제부터는 제가 황제입니다.”

* * *

나테아르덴 제국이 반란군에 함락된 날, 카스테오 황자가 황위를 물려받게 되었다.

“더 이상 낡아빠진 제국에 나는 관심 없다.”

카스테오는 제국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을 딴 카스테오 제국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카스테오 황조의 시작을 알렸다.

그런 카스테오를 본 대다수 제국민들의 반응은 이랬다.

‘무능한 황제보단 조금이라도 낫겠지.’

그렇기에 제국민들의 저항 없이 카스테오 제국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황실에서 행하는 첫 회의날이 다가왔다.

회의는 황제의 알현실에서 진행되었다.

황제에 앉은 카스테오 황제가 말했다.

“즉위식은 언제쯤 하는 게 좋을 것 같나?”

황제가 된 카스테오 황자의 머릿속엔 즉위식밖에 없었다.

어서 하루라도 빨리 황제의 자리에 확실하게 즉위하고 싶어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로 정하겠습니다.”

가신의 말에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카스테오 황제였다.

카스테오 황제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벨레스는 내 앞에 서보거라.”

황제의 말에 벨레스는 카스테오 황제의 앞에 섰다.

알현실에 있던 모두는 카스테오 황제가 벨레스에게 보상을 내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당장 이자를 감옥에 가두거라!”

알현실 안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차가워졌다.

“벨레스, 너는 짐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군. 그렇기에 황족 모독죄로 사형을 내리겠다.”

원래 카스테오 황제는 벨레스를 저 먼 변방으로 망명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황제가 된 후로 권력을 맛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말이 곧 법이라고 생각하게 된 카스테오 황제였다.

그렇기에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던 벨레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알현실의 분위기는 이상했다.

“뭣들 하느냐! 어서 벨레스를 포박하지 않고!”

“크흐···.”

“지금 짐의 말을 거부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크하하하하!”

벨레스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황제께서는 제가 생각한 그대로의 인물이었습니다. 아주 재밌군요.”

“뭣이···? 짐을 우롱하는 게냐?”

“애당초 당신의 처우는 이미 정해진 상태였습니다.”

“내 처우···?”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의 카스테오 황제였다.

사실 알현실의 모두는 이미 벨레스에게 충성을 맹세한 상태였다.

물론 세뇌를 당한 자도 존재했다.

“애당초 카스테오 황제 당신은 내 꼭두각시가 될 예정이었다는 소리지.”

“뭣이···?”

벨레스에게서 흉흉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카스테오 황제는 그 기운을 직감적으로 두려워했다.

“이 기운은··· 설마!”

벨레스의 모습이 악마의 형상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 모습으로는 처음 뵙겠군요. 모략의 악마 벨페레스라고 합니다.”

“악··· 마···.”

카스테오 황제의 동공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니, 알현실에 있던 이들의 동공이 모두 풀려있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제 말에 복종하는 충직한 개가 될 것입니다.”

벨페레스의 기운이 카스테오 황제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카스테오 황제가 입이 열렸다.

“네··· 벨페레스 님···.”

나테아르덴 제국이었던 카스테오 제국이 벨레스의 손에 넘어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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