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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30화 (130/150)

#130화

카스테오 제국은 빠른 속도로 안정되어갔다.

하지만 그 안정 뒤에 기다리는 것은 제국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금이었다.

많은 양의 세금을 징수해가기 시작한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은 점차 군대를 강하게 만들었다.

많은 제국민들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황실 측에선 여전히 많은 양의 세금을 징수해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한 제국민이 한 말이었다.

“오히려 무능한 황제였을 때가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이전 황제는 무능한 황제였다.

세금도 높게 측정했지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세금이었다.

하지만 카스테오 황제는 달랐다.

감당이 불가능한 세금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저항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은 카스테오 황제의 연설 때문이었다.

“유일무이한 제국을 위해 잠시 동안만 높은 세금을 징수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제국민들이 양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카스테오 황제의 공손하기 그지없는 연설이라는 이름의 부탁이었다.

이 연설은 제국민들을 감화시켜주었다.

이전까지의 황제와 다르게 권위의식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계속되는 세금에 지친 제국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졌다.

그러던 중에 하나의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카스테오 제국이 미케네르 제국에게 선전포고를 할 생각이라고 하던데?”

“에이, 설마. 혹시 그러겠어?”

나테아르덴 제국이 카스테오 제국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애당초 나테아르덴 제국보다 더 깊은 역사를 가진 강대국이 미케네르 제국이었다.

양측의 전력이 비슷하다고는 하나 미케네르 제국이 더 앞선다는 게 보통이었다.

게다가 최근 내전으로 군사력이 약해진 카스테오 제국이 미케네르 제국을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란 평가였다.

“하지만 높은 세금이 징수된 이후로 계속해서 군사력을 보강한다고 하던데.”

“내전으로 군사력이 낮아졌으니까, 당연한 일이지.”

“그래도···.”

“에이, 신경 꺼. 어차피 그런 일은 높으신 분이나 생각하는 일인데.”

“그건 그렇네.”

소문은 점점 퍼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소문은 사실이 되었다.

카스테오 제국이 미케네르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

선전포고 한 다음 날, 카스테오 제국은 많은 군사를 징병해 미케네르 제국으로 출정했다.

* * *

미케네르 제국의 황제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딸인 에피니아에게 넌지시 들었지만, 솔직히 말해 믿지 않았다.

“나테아르덴, 아니 카스테오 제국이 우리 제국에게 선전포고를 할 줄이야.”

게다가 곧바로 군사를 일으킨 것을 보아 애당초 정해놓은 듯했다.

미케네르 황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곧바로 군사를 징집했고, 미케네르 제국의 귀족들을 불러모았다.

미케네르 제국 또한 카스테오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로토 왕국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왕실을 찾았다.

다행히도 빠른 시일에 왕을 알현할 수 있었다.

“폐하, 제가 전에 드린 부탁을 할 때가 찾아왔습니다.”

“···소식은 들었다.”

아마 왕이 말하는 소식은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나테아르덴 제국의 내전이 반란군으로 승리로 끝나며 카스테오 제국으로 바뀌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전쟁 소문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뜬소문으로 착각하지만, 이전에 내가 말한 이야기 때문에 왕은 정말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군사를 일으켜 미케네르 제국을 도우는 것을 허락해주마.”

애당초 로토 왕국과 인접한 미케네르 제국이었다.

당연히 카스테오 제국보단 미케네르 제국을 돕는 게 맞았다.

가장 좋은 것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내가 말한 대로면 로토 왕국도 조만간의 일이 될 터이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다만 내가 내줄 수 있는 병력은 왕국의 제2기사단과 병사 천 명뿐이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내가 감당이 가능했다.

물론 로토 왕국에서 가장 강한 기사가 모인 기사단은 제1기사단이다.

하지만 제2기사단의 실력도 뛰어나기에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제1기사단의 주된 업무가 왕실을 수호하는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럼, 곧바로 미케네르 제국에 서신을 보내겠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정 준비를 하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출정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우선 출정하기에 앞서 제2기사단의 사람을 불러모았다.

제2기사단의 수는 50명이었다.

“어?”

그런데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프리드 키퍼.

아카데미의 동기였다.

“프리드 왜 너가 여기에 있는 거야?”

“하하, 제2기사단의 말석을 운이 좋게 차지하게 되었다.”

축하할 일이었다.

변방 귀족 자제가 왕실 기사단에 입단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우선 나는 제2기사단의 단장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 기간 평화로웠습니다. 하지만 곧 전쟁입니다.”

“솔직히 믿기질 않습니다. 하지만 전쟁이라면··· 저야 영광입니다.”

“네?”

“로토 왕국의 두 번째 검성님과 함께 전장을 누빌 수 있는 영광은 어디 흔한 게 아니죠.”

생각보다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단은 자기소개부터가 먼저겠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제2기사단의 이름을 들었다.

단장은 키러 가문의 쿠드라, 부단장 두 명은 코레타 가문의 트리프과 쿠터 가문의 더브다.

전부 말하라면 말할 수 있겠지만 시간낭비다.

“여러분의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 제 이름 또한 여러분이 알고 있겠죠.”

“오오··· 제2기사단원들의 이름을 기억해주신다니 영광입니다.”

우선 나는 이들을 불러낸 목적이 존재했다.

아직 전쟁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분명 일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륙은 오랜 기간 평화로웠다.

작은 분쟁 정도는 있었지만 나라간의 전면전은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전쟁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약간이라도 훈련 시켜줘야겠지.’

내 병력이 아니라, 왕에게 빌린 병력들이다.

최대한 살려서 돌려주는 게 맞았다.

괜히 꼬투리 잡힐 일 없게 말이다.

“제가 여러분들을 모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곧 일어날 전쟁을 대비한 훈련을 할 생각입니다.”

이들이 전보다 강해지는 것으로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가장 대비해야할 훈련을 할 생각이었다.

이들의 합공은 손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들과 합을 맞추기 힘든 것은 나뿐일 테니까.

그렇기에 내가 고안한 훈련은 한 가지다.

‘이들이 벨레스를 마주했을 때 살아남는 훈련이지.’

제2기사단이 벨레스를 쓰러트릴 필요는 없었다.

그 역할은 내가 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벨레스와 대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그때를 대비해 조금이라도 생존율을 올리고 싶은 게 내 마음이었다.

“우선 훈련은 단 한 가지입니다.”

“단 한 가지 훈련이요?”

“아, 물론 제가 가르치는 훈련이 단 한 가지입니다. 기존에 하던 훈련은 계속하시면 됩니다.”

제2기사단 모두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행할 훈련은 여러분 모두가 저와 동시에 대련하는 겁니다.”

이미 내 실력을 알고 있는 제2기사단은 내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여러분이 이 훈련중에 해야하는 것은 단 하나··· 최대한 오랫동안, 최소한의 피해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거 참··· 재밌어 보이는 훈련이네요.”

이들에게 해가 될게 없는 훈련이었다.

강자와의 대련은 뭐가됐건 도움이 되는 일이니 말이다.

나는 곧바로 목검을 손에 쥐었다.

“곧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진검으로 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제2기사단의 단장 키러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겸허히 그 말에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제2기사단으로 고개를 돌린 키러가 외쳤다.

“전원 발검! 목표는 생존이다!”

그 말과 동시에 제2기사단 전원이 내게 달려들었다.

* * *

대련의 결과는 처참했다.

한순간에 끝나버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쓰러져있는 기사단원들을 다그쳤다.

“여러분, 도대체 제 말을 어떻게 들은 겁니까.”

지쳐 쓰러진 제2기사단에서는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여러분의 목표는 최대한 오랫동안, 최소한의 피해입니다. 저를 쓰러트릴 각오로 그렇게 덤벼서는 안 됩니다.”

제2기사단의 단장인 키러가 힘겹게 일어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처음이다 보니 저희의 전력을 한 번 부딪혀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해주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목표대로 제대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당황하는 키러.

“네? 끝난 게 아닌 건가요?”

“아군이 지쳐있다고 적은 배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쳐있을 때에 적이 더 많은 법이죠. 자, 바로 시작합니다.”

그 순간 제2기사단이 마치 좀비와 같은 움직임으로 하나둘 일어났다.

거기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프리드였다.

‘오호··· 몇몇 선배들보다 빨리 일어나네.’

나는 제2기사단이 전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곧바로 다시 훈련을 재개했다.

훈련이 시작되자 온갖 비명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 * *

며칠간 쉬는 날 없이 훈련만 계속했다.

제2기사단을 훈련시키는 것과 더불어 내 자신을 더욱더 단련했다.

솔직히 말해 전보다 강해진 것은 없었다.

그저 내가 가진 반신의 힘에 더 익숙해진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던 사건이 일어났다.

“두 번째 검성님! 기어코 카스테오 제국이 미케네르 제국에게 선전포고를 했다고 합니다.”

“제가 누누이 말했지 않습니까. 진짜로 전쟁은 벌어질 것이라고.”

나는 제2기사단을 불러모았다.

“이틀 뒤에 저희는 곧바로 출정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내일은 푹 쉬시길 바랍니다.”

간만의 휴식에도 제2기사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제2기사단의 단원 중 한 명이 물었다.

“역시 내일도 훈련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조금이라도 강해지고 싶은 것이겠지.

하지만 출정 전날까지 훈련을 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전쟁이 일어나는 곳까지 감행할 생각이니 말이다.

“아니요. 최대한 몸을 풀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각오를 다질 시간도 필요한 법이죠.”

그리고 이틀 뒤 약속대로 나는 제2기사단과 병사들과 함께 출정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약속과 다른 게 하나 있었다.

기존에 약속했던 병사 천 명이 아닌 병사 오천 명을 왕이 내게 내주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두 번째 검성, 자네의 말이 사실이니 최대한 병사를 지원하는 게 맞겠지.”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에 내게 딱히 불만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병사를 이끌고 출정했다.

* * *

미케네르 제국과 카스테오 제국의 국경선 인근에 수십만의 사람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미케네르 제국군과 카스테오 제국군이었다.

전쟁의 기류를 좌지우지하는 첫 전투였다.

양측의 황제가 모두 자리했다.

그리고 당연하듯이 일기토가 시작되었다.

미케네르 제국 측에서는 검성의 칭호를 수여받은 엑스트 후작이 나왔다.

카스테오 제국군 측에서는 켈튼이 나왔다.

“나는 엑스트 후작이라고 한다. 자네의 이름은 어떻게 되는가?”

“켈튼.”

“흠··· 말이 짧군.”

“이 말도 두 번째다. 시체에게 말을 높일 필요는 없지.”

“뭣이?”

그리고 엑스트 후작과 켈튼이 서로를 지나쳤다.

결과는 엑스트 후작의 몸이 두 동강이 나버렸다.

울려 퍼지는 카스테오 제국군의 함성.

그렇게 미케네르 제국군은 첫 전투부터 기세 싸움에서 지고 시작하게 된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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