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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35화 (135/150)

#135화

내가 이끌고 있는 로토 왕국의 기사단과 미케네르 제국군, 치포르 황자의 반란군은 서서히 진군을 했다.

미케네르 제국보다 커다란 영토였던 카스테오 제국이었기에 수도까지 도달하는 데엔 아직까지도 긴 시간이 남았다.

게다가 적의 반항 또한 거셌다.

“그나저나··· 치포르 황자님.”

“왜 부르셨니까, 수하르 장군?”

“당신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미케네르 제국이 치포르 황자를 도운 것은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치포르 황자가 방문하는 마을마다 많은 수의 사람이 반란군에 합류했다.

치포르 황자가 이끄는 반란군은 더 이상 반란군의 수준이 아니라 일국의 군대와 비견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단점 또한 존재했다.

반란군에 합류한 이들은 대다수가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전투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

그 탓에 진군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하지만 무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느린 속도라도 진군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치포르 황자에게 담담히 말했다.

“더 이상의 진군은 힘들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아, 후퇴하자는 게 아닙니다. 아무래도 피로가 극에 다다른것 같습니다.”

느린 속도로 진군할 수 밖에 없었기에 휴식이라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하지만 그것은 독이 되었다.

이제는 휴식이 필요할 때였다.

“이제는 진군을 멈추고, 하루라도 제대로 휴식을 취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멈추기 싫어하는 치포르 황자였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다.

짧은 시간밖에 교류하지 않았지만 치포르 황자가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치포르 황자는 원하고 있었다.

카스테오 제국이 하루라도 빨리 원상복구할 수 있기를 말이다.

지속되는 전쟁에 고통받는 제국민들을 더 이상 보기 싫어하는 치포르 황자였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차할 때 힘을 못 쓸 수 있습니다.”

“흐음··· 그건··· 그렇지만···.”

나는 내 계획을 순순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말이 하루지, 적어도 사흘에서 나흘 정도는 쉬게 좋을 겁니다.”

“네? 그건 너무 길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휴식만 취하자는 게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반란군의 생존율을 올려야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은 합류한 반란군, 즉 평범하게 지내온 사람들에게 약간의 군사훈련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생존율 말입니까···.”

“네, 조금이라도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이후 반란군에 합류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짧은 시간에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애당초 지금 있는 반란군에게 군사훈련만 한다면 후에 들어올 인원은 기존에 있던 반란군이 가르쳐줄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핵심만을 말이다.

게다가 이들은 처음부터 계획하고, 따라온 것이 아니었기에 미케네르 제국으로부터 보급품을 추가로 받을 필요도 있었다.

“그건··· 그렇겠네요. 알겠습니다. 저도 휴식을 취하는 것에 동의하겠습니다.”

“그럼, 나흘간의 휴식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광활한 평지를 발견하고, 그곳에 임시 막사를 만들었다.

제대로된 휴식은 바라지 못하겠지만, 이전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자, 그럼, 전군 휴식을 실시하도록!”

그렇게 우리는 나흘간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 * *

나는 임시 막사와 떨어진 산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사실 내가 휴식을 바란 이유는 반란군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어.”

벨레스와의 재대결을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만 했다.

“하지만··· 영 모르겠군···.”

반신의 경지에 오른 지금 어떻게하면 더 강해질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내가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하든 간에 단기간에 벨레스보다 강해질 자신이 없었다.

“미치겠군···.”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음··· 모든 힘을 다 쓴다면 어떨까?”

반신의 경지에 오른 이후로 지친 적이 없었다.

벨레스와의 싸움에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모든 것을 쏟아낸 다음이면 왠지 모르게 답이 떠오를 것만 같았다.

“아니지··· 아니야···.”

내 생각대로 힘을 다 써버리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벨레스와의 재대결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괜한 힘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벨레스가 모습을 드러내면 좋을텐데···.”

벨레스는 나와 싸운 이후로 지금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황실 안에 박혀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벨레스는 더 강해질텐데.”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훈련이 의미 없는가도 싶었다.

그러던 중에 오드가 홀로 있던 나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에피니아 황녀께서 지금 막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오드의 말에 나는 곧장 에피니아에게로 향했다.

에피니아 또한 제법 고생했는지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에피니아!”

“오랜만인 것 같네, 수하르.”

실제로는 떨어지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 역시 왠지 에피니아를 오랜만에 보는 것만 같았다.

“고생했어.”

“맞아··· 너를 따라가려고 쉬지도 않고 왔단 말이야···.”

“그래? 고마워.”

나를 보기 위해 에피니아가 무리해서 온 모양이었다.

나는 에피니아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그러자 에피니아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방금 이거, 네가?”

“응, 조금의 피로는 가셨을 거야. 그래도 일단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어.”

에피니아가 이끌고 온 병력은 미케네르 제국의 기사단이었다.

보병은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급하게 나를 보러와준 거니까.’

최대한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 기사단만이 온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에피니아의 판단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계속해서 반란군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법 수준 높은, 기사라고 해도 무관할 사람이 반란군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대다수가 일반 보병이었다.

‘그렇기에 현저히 기사가 부족하지.’

핵심 병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에피니아가 데려온 기사는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럼, 일단··· 내가 쉬고 있던 곳으로 가자.”

“알겠어, 안내해줘.”

에피니아가 데려온 기사들은 임시 막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와 에피니아는 임시 막사와 좀 떨어진 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수하르···.”

나는 뒤돌아 에피니아를 보았다.

무언가 근심 어린 표정이 깃들어있었다.

“어? 왜그래?”

“혹시··· 고민 같은 게 있는 거야?”

아무래도 에피니아는 내가 고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솔직히 에피니아의 말대로 나는 지금 고민 중에 있긴 했다.

“사실은···.”

나는 최근에 벨레스와 짧은 싸움을 했다는 것과, 그 싸움을 통해 근소한 차이로 내가 벨레스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음··· 그래서··· 그렇구나···.”

묵묵히 듣던 에피니아가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벨레스의 강함을 알고 있는 에피니아였다.

직접 본 적은 없겠지만, 내가 몇 번이고 설명했었다.

에피니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너보다 강하단 말이야?”

못 믿는 것도 당연했다.

에피니아가 지금껏 본 사람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 나일 것이다.

심지어 나는 소드마스터를 가볍게 이길 수 있는 강함을 지닌 사람이 아닌가.

솔직히 내가 말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건··· 큰일이긴 하네.”

어떻게 보면 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하나였다.

내가 벨레스를 쓰러트리는 것.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벨레스를 내가 쓰러트릴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다행이기도 하네.”

“다행···?”

“그야 벨레스는 지금 수하르, 너보다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 아니야.”

“그렇겠지?”

내가 알게 된 사실을 벨레스가 모를 리가 없었다.

벨레스 또한 근소한 차이로 자신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벨레스가 방심할 수도 있다는 것잖아.”

“그건 아닐 거야··· 아마도···.”

나와 벨레스 차이는 근소했다.

한마디로 방심하면 벨레스가 질 수도 있단 소리였다.

하지만 이 말은 벨레스가 방심하지 않으면 벨레스가 더 유리하다는 소리다.

이것을 벨레스가 모를 리가 없다.

“또··· 음··· 아!”

“아?”

아무래도 에피니아가 좋은 생각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벨레스가 도망칠 가능성은 사라졌겠네!”

“도망칠 가능성···?”

“응, 그때 네가 더 강했다면 벨레스가 대륙을 포기하고 마계로 도망칠 수도 있잖아.”

확실히 에피니아의 말대로였다.

내가 본 벨레스는 치밀했다.

혹시라도 내가 벨레스보다 강했다면 벨레스가 도망칠 수도 있었겠다.

“오히려 도망쳐버리면 언제 올지 모르는 것에 긴장해야하는데··· 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피니아의 말대로 도망치는 게 싸우는 것보다 더 곤란했다.

내가 죽고 나서 벨레스가 돌아온다면 대륙은 막을 방도가 없단 소리였다.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에피니아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한결 마음이 편해졌네.”

그러자 에피니아가 나를 향해 눈을 치켜 떴다.

“수하르··· 내가 연상이라는 건 잊지 않았지?”

“에이, 전생까지 합치면 내가 더 훨씬 연상인데?”

“그럼, 할아버지라고 불러볼까.”

할아버지라···.

에피니아에게 그렇게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좀 싫은걸?”

에피니아와는 약혼관계지, 그런 관계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

“그럼, 내가 연상이니까. 이런 짓은··· 음··· 가끔만 허락할게!”

밝게 웃는 에피니아를 나도 모르게 껴안았다.

“모든 일이 끝나면 함께 여행이나 다니자!”

“그래, 지금까지 모은 돈을 전부 쓰고 다니자!”

“흐흐··· 그래야지!”

에피니아는 황족인 만큼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의 나는 평생 일하지 않아도 놀 수 있을 만큼을 돈을 가지고 있었다.

‘그야, 전쟁이 벌어졌으니까!’

들푸라기초를 열심히 모아둔 덕에 꽤나 돈을 벌었다.

게다가 일어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전쟁마저 벌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아두었던 회복초가 대박이 났다.

조르던 자유도시에 있는 내 일꾼들은 열심히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것이다.

“어서 일이 끝나면 좋겠네.”

우선 나는 에피니아에게 경고하기로 했다.

“응··· 그나저나 놀라지 마.”

“놀래지마라니, 뭐를?”

“나 아마도 엄청 게을러질 거야.”

“뭐어···?”

지금껏 쉬고 싶은 날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인생이 꼬였다.

계속해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유일한 휴식은 가끔했던 여행뿐이었다.

지금까지 쉬질 못했던 것을 한 번에 몰아쉴 것이다.

그것도 회귀 전의 삶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럼, 나도 엄청 게을러져야지!”

나와 같이 선언하는 에피니아.

내 기준에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에피니아 역시 고되게 살아왔다.

황녀는 편안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대다수의 평민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황족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고행에 가까운 교육을 받는 게 황족, 그리고 왕족이었다.

게다가 에피니아는 황녀뿐만이 아니라 저주 때문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고생까지 했다.

“그럼, 우리 같이 게을러지자!”

“응, 그래도···.”

갑작스레 얼굴을 붉히는 에피니아였다.

“아이가 생기면 조금만 부지런해지자. 부모가 게으르면 교육에 안 좋을 거 같으니까.”

에피니아의 말에 나역시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런 에피니아의 모습은 내게는 한없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생각했다.

‘에피니아와 약혼하길 잘했다.’

훗날 있을 에피니아와의 결혼을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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