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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38화 (138/150)

#138화

진군을 하던 중에 이상한 마을을 발견했다.

‘음···?’

이전까지의 마을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분위기만 다른게 아니었다.

벨레스의 기운이 유독 짙은 장소였다.

내가 가까이만 가도 벨레스의 기운이 흩어지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내가 힘을 발휘하는 기운이 흩어졌다.

‘유독 강한 기운을 이곳에 남겼나?’

내가 치포르 황자에게 말했다.

“혹시 이 마을이 어떤 곳인지 아시나요?”

“이 마을은 나크라 마을입니다. 그냥 평범한 마을로 알고 있긴 합니다만···.”

치포르 황자 또한 마을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모양이었다.

나는 잠시 이곳에서 조사할 필요를 느꼈다.

“잠시 이곳에 머물면서 조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크라 마을에 유독 짙은 벨레스의 기운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마을의 분위기도 이상하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왜 나크라 마을만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깨달았다.

‘사람들의 환대가 없다!’

지금껏 모든 마을이 카스테오 황실의 횡포에 못 이겨 다시 돌아온 치포르 황자를 환영했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였지, 모든 마을이 그랬다.

하지만 이곳은 치포르 황자 일행을 반기지 않았다.

애당초 이곳에 사람이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인기척이 없었다.

“그럼, 이 근처를 조사해보십니다.”

내 말에 치포르 황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한 막사를 세운 뒤에 이 근방을 쥐잡듯이 조사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이상하군···.’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게 너무 의외였다.

분명 무엇 하나라도 나와야 정상이었다.

이 근방에 몬스터는 물론이고, 동물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크라 마을 주민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무언가를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 직감이 말하고 있어.’

이곳은 매우 위험하거나 중요한 곳이라고.

잠시 정신을 집중하고 기운을 퍼트렸다.

그러자 실같은 기운을 잡아냈다.

벨레스의 기운과는 약간 다른 기운이었다.

‘이 기운은···.’

모르는 기운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엄청나게 느꼈던 기운이었다.

특히 전쟁 중에 많이 나오는 기운이었다.

‘사기···.’

죽음의 기운이 실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 건물 앞에 다다랐다.

나는 이 근처를 배회하는 주민에게 물었다.

“이 건물은 뭐죠?”

“신을 모시는 곳···.”

신을 모시는 곳이라면.

신전이 아닌가.

하지만 어째서 신전 안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일까.

나는 신전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불쾌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시체가 썩는 냄새 같군.”

하지만 신전 안에는 썩어가고 있는 시체 따윈 없었다.

나는 실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따라갔다.

실같은 기운은 신전의 맨 끝에 있는 석상의 밑에서 느껴졌다.

“지하가 있는 건가?”

나는 퇴마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아래로 힘껏 내려쳤다.

바닥이 무너지며 빈공간이 드러났다.

“이게 무슨···.”

바닥이 무너지는 순간 시체 썩는 냄새가 극심하게 올라왔다.

그리고 확실하게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도 대량으로 말이다.

나는 그곳을 내려갔다.

“······.”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고 눈앞에 참상이 드러났다.

사람과 동물, 몬스터의 신체가 한데 어울러져 있었다.

극심한 사기로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벽에 적힌 이상한 문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마법진으로 보였다.

이 마법진이 냄새와 사기를 감춘 것으로 보였다.

좀 더 살피자 바닥에도 마법진이 그려져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마법진에 중앙에 이상한 제단 같은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왠지 모르게 대충 알 것만 같았다.

이 많은 시체들을 이용해 어떠한 마법을, 혹은 의식을 진행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시체를 이용하는 단체는 단 하나였다.

“흑마법사···.”

흑마법사는 배척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다만 불쾌한 기운을 풍기기에 상종하지 않을 뿐이었다.

흑마법사를 배척하는 곳은 에피아 신성제국뿐이다.

“그런데 흑마법사가 왜 이런 마법을 한 거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내가 기운을 몰아냈던 것은 벨레스의 기운이었다.

하지만 나크라 마을 주민들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기운의 영향, 즉 마법에 당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겠어!”

나는 신전밖으로 나와 한 마을 주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을 주민의 기운을 세밀하게 살폈다.

벨레스의 기운은 빠져나갔지만 머리 부근에 마나덩어리가 느껴졌다.

“머리 속에 마나덩어리가 존재한다니···.”

마나호흡법을 익히지 않더라도 인간의 몸에 마나가 깃든다.

하지만 방금 살핀 마을 주민처럼 마나가 덩어리지지 않는다.

나는 곧바로 기운을 보내 조심스럽게 덩어리진 마나를 풀어주었다.

“으윽··· 윽···.”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는 마을 주민이었다.

그러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끄아아악!”

덩어리가 풀리는 순간 마을 주민이 무릎을 꿇더니 덜덜 떨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더 이상 죽이지 말아주세요!”

아무래도 괴로웠던 기억과 그 안에 들었던 공포란 감정을 지웠던 것 같았다.

그리고 덩어리가 풀리며 다시 떠올린 모양이었다.

나는 마을 주민을 달래며 물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입니까?”

“히익···!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무어라 말해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치포르 황자와의 동맹군입니다.”

“치포르 황자···?”

이상했다.

마을 주민이라도 치포르 황자의 존재는 알 터였다.

하지만 영문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마을 주민이었다.

“설마 치포르 황자를 모르신다는 겁니까?”

“아닙니다. 잘 알죠. 나테아르덴 제국의 1황자가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다행히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영문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었던 것인가.

“그런데 왜···?”

“치포르 황자의 동맹군이 이해가 안 됩니다. 설마 치포르 황자가 반란이라도 일으킨 겁니까?”

도대체 이 마을 주민은 뭐라고 하는 걸까.

“반란을 일으킨 것은 카스테오 2황자입니다. 게다가 그 반란이 성공에서 나테아르덴 제국에서 카스테오 제국으로 바뀐 겁니다.”

마을 주민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그게 무슨··· 지금 나테아르덴 제국력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는 마을 주민의 물음에 카스테오 제국력으로 바뀌었지만, 나테아르덴 제국력으로 답해주었다.

그러자 마을 주민은 혼란에 빠졌다.

“정신을 차렸더니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있다니···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

마을 주민의 반응으로 보아 대강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마법에 당한 지 꽤나 흐른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검은 로브로 얼굴을 감춘 무리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내게 털어놓았다.

검은 로브를 쓴 무리는 흑마법사였다.

정체를 밝힌 흑마법사는 몰래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숨겼다.

그러한 일이 반복되며 마을 사람들도 흑마법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흑마법사는 절반은 죽이고, 남은 절반에게 마법을 걸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 기억은 없다고 말하는 마을 주민이었다.

“그렇군요···.”

하지만 주변에 흑마법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도망친 것일 테지.

“일단 잠시 쉬고 계시죠.”

우선 이 사실을 치포르 황자에게 알릴 필요를 느꼈다.

* * *

내가 알게 된 정보를 치포르 황자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치포르 황자는 벽을 치며 분노했다.

“감히···! 흑마법사 따위가 우리 제국민에게!”

“일단 이곳엔 남아있는 흑마법사는 없더군요.”

“···전 정말 화가 납니다. 이런 일이 나테아르덴 제국 내부에서 벌어졌다니.”

흑마법사는 분명 벨레스의 수하일 확률이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흑마법사가 숭배하는 것은 악마였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흑마법사의 목표는 악마를 다스리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기에 흑마법사는 배척당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인간이 악마를 사역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인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벨레스가 사역당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는 것은 벨레스의 수하가 되었다는 것이겠지.’

참으로 불쾌한 집단이었다.

어떻게 벨레스와 접점이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인류의 배신자가 아닌가.

“그래서 더 이상의 조사는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나크라 마을 사람들의 상태는 내가 해결이 가능했다.

이들이 이상했던 이유도 알아냈고, 이 근처를 쥐잡듯이 찾아봤지만 흑마법사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출발해야겠군요.”

“네, 지금 당장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운이 좋다면 도망친 흑마법사 집단을 만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 *

우선 나크라 마을 사람들이 걸린 마법을 전부 풀어주었다.

마법이 풀린 마을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에 안도하는 사람,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 좌절한 사람, 혹시라도 적이 남아있는 게 아닐지 불안에 떠는 사람.

우선 이들을 안정시키고 신전 밑에 있던 시체들을 묻어주었다.

대부분의 시체가 썩어문들어졌기에 신원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보면 볼수록 화가 나는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딴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수의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이들은 전부 묻어주고, 신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시체는 살아남은 마을 사람을 통해 신원을 파악했다.

나크라 마을 한쪽에 이들을 위한 무덤이 만들어졌다.

그 자리에 치포르 황자는 나크라 마을 사람과 자신이 이끌고 있는 반란군에 선언했다.

“제가 황제가 되는 순간부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어쩌면 이건 이전 황제, 즉 치포르 황자의 아버지부터 잘못되었다.

이 마을의 이상은 분명 황제에게도 도달했을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반란군에 합류했던, 나크라 마을과 인접한 마을의 사람들은 나크라 마을의 이상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수가 이상함을 깨닫고 있었고, 이것을 황실에 보고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 황제는 그러지 않았다.

“나테아르덴 제국의 있는 작은 마을에도 신경을 쓰겠습니다.”

치포르 황자의 선언은 반란군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만약 치포르 황자가 황제가 된다면 자신의 말을 분명히 지킬 것이었다.

내가 보아온 치포르 황자가 그러했으니 말이다.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헌신의 정신을 치포르 황자는 가지고 있었다.

치포르 황자에게 다가간 나는 치포르 황자에게 속삭였다.

“더 늦기 전에 출발하는 게 좋겠습니다.”

치포르 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준비를 마치고, 진군을 시작했다.

나는 전보다 더 기운을 실어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존재할 흑마법사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조금은 힘들지만 신전 밑에서 보았던 비인도적인 행위를 목격한 이상 그 짓을 한 흑마법사에게 복수를 해야만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수하르··· 너무 신경 쓰지 마···.”

옆에 있던 에피니아가 내게 한 말이었다.

아무래도 내 표정에서 분노가 드러난 모양이었다.

“그래··· 알았어···.”

어짜피 벨레스에게 도달하면 그런 짓을 한 흑마법사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면 오히려 벨레스에게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흑마법사만 따로 만나게 된다면 나는 내 분노를 그대로 드러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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