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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40화 (140/150)

#140화

흑마법사 중 한 명이 말했다.

“나는 포트라고 한다. 뭐··· 그분 밑에서 흑마법사들의 대장을 맡고 있지.”

“······.”

“인사성이 바르진 않군. 뭐, 됐다.”

포트가 손을 휘저으니, 동시에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곧바로 알아차렸다.

흑마법사들이 동시에 마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제법 강한 위력의 마법들이었다.

‘미리 영창이라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내게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마법들이었다.

나는 퇴마검을 뽑아 그 엄청난 양의 마법들을 전부 받아쳤다.

그러자 주변이 먼지로 가득 차서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하르야···.”

나는 하르에게 신호를 주었다.

하르도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순간 직선상으로 무언가가 내게로 달려들었다.

누군지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켈튼!’

흉흉한 기운으로 변해버린 켈튼이 곧장 내게로 달려드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켈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니···!”

가볍게 휘둘렀긴 했지만 절대로 켈튼이 막아낼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켈튼은 막아냈다.

게다가 곧바로 내게 다음 공격을 날릴려고 했다.

“에라!”

나는 기운을 더 끌어올려 켈튼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역시 함정이었어!”

하지만 내게 이곳을 알려준 여자아이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흑마법사에게 희생당한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여자아이에게 이곳으로 유인하라고 흑마법사들이 말했겠지.

하지만 여자아이는 내가 엄마를 구해주기를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이미 늦어버렸지만···.’

그곳에 있던 트리오 마을 사람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지금은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법 위험한 상황이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니 미친 듯이 나를 쫓아오는 흑마법사와 벨레스의 종들이 있었다.

‘일회용인가···?’

아마 저들은 나와 싸우기 위해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을 것이다.

안 그랬다면 하르를 탄 나를 쫓아올 수도 없는 게 정상이니 말이다.

다만 그 반동으로 아마 이 일이 끝나면 죽고 말겠지.

‘그나저나··· 트리오 마을로 돌아가야하나?’

저들을 상대하기엔 좀 부담스러웠다.

지진 않겠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아군이 있는 트리오 마을로 가면 괜한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군.’

나는 트리오 마을 반대방향으로 달리기로 했다.

어쨌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들을 처리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니 말이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면···.’

바로 켈튼이었다.

전과 달리 제법 강해진 상태의 켈튼이었다.

아직 제대로 된 경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켈튼이 어느 정도까지 강해졌는지는 의문이었다.

‘무슨 짓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강해졌어.’

켈튼은 분명 소드마스터의 경지가 틀림없을 터였는데, 지금은 마치 반신의 경지에 오른 듯 강했다.

“일단은 하르야, 어서 빨리 거리를 벌리자.”

내 말에 하르는 크기가 더 커지며 더욱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내 뒤를 쫓는 적들의 공격을 쳐내며, 간간이 기운을 날려보냈다.

하지만 수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좀 더 먼 곳으로 가야겠군.’

이렇게 많은 수를 상대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격을 하는 게 가장 유용한 법이니 말이다.

* * *

카스테오 제국의 수도에 위치한 카스테오 황실 안에서 벨레스가 혼자서 황좌에 앉아있었다.

“이제 슬슬 움직이는 게 좋겠군.”

벨레스의 계획은 단 하나였다.

벨레스에게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은 단 한 명, 수하르 뿐이었다.

물론 벨레스는 자신의 부하들이 수하르를 쓰러트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 병력이면 유의미한 피해를 수하르에게 입힐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놈은 더 이상 내 상대가 되지 않을테지.”

그 유의미한 피해로 벨레스는 자신과 수하르의 차이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런 함정을 파지 않더라도 벨레스는 수하르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만약을 위한 함정이었다.

“옛 생각이 떠오르는군.”

벨레스가 이런 함정을 계획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마계에 있었을 시절, 아직 반신의 경지에 오르기 전에 벨레스는 이러한 함정을 판 적이 있었다.

카시아스 라이크라는 인간을 벨레스가 함정에 빠트렸다.

“마치 운명같이 느껴지기도 하는군.”

그때에도 벨레스는 카시아스 라이크라는 인간을 가볍게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함정에 빠트렸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카시아스 라이크가 가지고 있던 검을 들고 있는 사내를 만났다.

게다가 전과 같이 함정에 빠트렸다.

“역시 그때 죽이질 않길 잘했군.”

벨레스가 수하르를 처음 만났을 때 죽이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반신의 경지에 오르고 나선 마계에 적수는 없었다.

고위악마라고 불리던 악마들도 벨레스를 상대로는 한 수 접고 들어갔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대적하는 자가 없어서 심심하던 찰나에 만난 게 수하르였다.

벨레스가 수하르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오호··· 그 녀석이 들고 다니던 검과 같군··· 왠지 재밌겠어···.’

벨레스는 수하르가 분명 자신의 적수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반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벨레스에게도 당황스러웠지만 말이다.

“물론 재미만은 아니었지.”

벨레스가 수하르를 살려준 이유는 훗날의 재미가 일순위였다.

그렇다고 다른 이유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벨레스 나름에 은혜갚기였다.

“카시아스 라이크··· 그자에겐 잊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지···.”

소드마스터 이상의 경지에 오르고 싶었던 벨레스였다.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 구렁텅이 빠진 카시아스 라이크를 발견했다.

“그자가 내게 해답을 주었지.”

마기에 의해 카시아스 라이크가 변해가는 것을 수시로 보았다.

마나가 마기에 의해 변질되며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았다.

벨레스는 저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반신의 경지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뭐··· 솔직히 은혜갚기보단 훗날의 재미를 위한 게 대부분이었지만.”

굳이 수하르를 살려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랬다.

“그나저나··· 아직도 모르겠군···.”

그당시 벨레스는 카시아스 라이크를 관찰 중에 있었다.

점점 성과를 보이는 카시아스 라이크를 보며 벨레스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바로 카시아스 라이크를 잡아서 직접 실험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순간에 카시아스가 사라졌다.

“도대체 어떻게 인간계로 돌아간 거지?”

수하르가 퇴마검을 지닌 것으로 보아 카시아스 라이크가 인간계로 돌아갔다는 것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도무지 인간계로 돌아간 방법을 벨레스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벨레스의 입장에선 매우 불쾌한 일이었다.

“뭐··· 상관없겠지···.”

벨레스의 계획은 곧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약해진 수하르를 처리하고, 대륙을 통일한다.

대륙을 통일한 제국을 통치하는 것.

그것이 벨레스가 원하는 것이었다.

“이제 곧 나는 인간계에서 신이 될테니.”

대륙을 통일한 후엔 벨레스는 자신을 신격화할 예정이었다.

반신의 경지에 오른지 오래인 벨레스는 한 단계 위의 경지인 신의 경지에 이루고 싶었다.

그리고 찾아낸 해답이 바로 벨레스 본인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것이었다.

* * *

나와 하르는 계속해서 달렸다.

하지만 적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끝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충분해.”

트리오 마을과는 충분히 멀어졌다.

주변엔 적들을 제외한 인기척은 없다.

마음껏 날뛰어도 된다는 소리였다.

“잠깐···!”

생각해보니 이들을 상대하려면 꽤나 힘을 써야만 할 것이다.

만약 이때 벨레스가 나를 습격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겠지.’

생각없이 싸웠다간 큰일날 뻔했다.

“하르야···.”

하르에게 한 가지 임무를 맡길 필요가 있었다.

곧바로 후퇴하라는 말을 트리오 마을 인근에서 쉬고 있을 사람들에게 전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전할 자는 바로 하르뿐이었다.

‘내가 갈 수는 없으니.’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길했다.

하르는 강했다.

뿔은빛늑대 중에서도 강한 하르다.

심지어 인간과 비교해도 꿀릴게 없는 하르였다.

하지만 적들의 포위망을 뚫고 하르가 내 말을 전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그래··· 내가 날뛰면 될 거야!’

적들의 목표는 내가 아닌가.

“하르야··· 부탁 하나만 하자.”

나는 품 안에 넣어둔 종이에 후퇴를 준비하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죽으로 감싼 뒤에 하르의 입에 물려주었다.

“이걸 지금 트리오 마을에 있는 에피니아에게 전해줘.”

후퇴하라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들을 모두 물리치면 나는 꽤나 지친 상태일 터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벨레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아군은 후퇴를 해야만 한다.

나는 따로 후퇴 후에 아군들과 합류하면 된다.

“그럼, 흩어지자!”

하르의 등에서 뛰어내린 뒤에 하르와는 반대 반향으로 움직였다.

나는 마나를 날리며 최대한 적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언제까지 날 쫓아올 수 있을까!”

적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마다 기운을 날렸다.

오히려 하르의 등에서 내리니 더욱 빠르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도망치면서 계속해서 적을 견제했다.

“이게 끝이야?”

그러다 문득 새로운 사실을 알아차렸다.

적들의 수뇌부로 보이던 켈튼과 포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넓게 기운을 퍼트렸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내가 아니라 하르 쪽으로 갔구나!”

꽤나 거리가 떨어진 상태임에도 점점 하르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었어.”

왜 하르를 쫓는지엔 의문이 들었지만, 여유롭게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급하게 방향을 틀어 하르를 향했다.

* * *

켈튼과 포트는 후미에서 수하르를 쫓고 있었다.

이들이 후미에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최대한 힘을 아끼기 위해서.

그렇게 천천히 수하르를 쫓던 찰나에 켈튼이 먼저 둘로 나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과 다르게 한결 상태가 진정된 켈튼이 포트에게 말했다.

“이봐, 둘로 나뉘었군.”

“···어느 쪽이 놈인지 알겠나?”

포트의 질문에 켈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놈일 것이다. 다른 쪽은 그 늑대겠지.”

포트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

“그럼, 늑대가 있는 쪽으로 가면 되겠군.”

“···그게 무슨 소리지? 우리의 목표는 늑대가 아니라 놈이다.”

포트가 사악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 늑대를 왜 따로 보내겠나.”

“음···.”

“아마 아군에게 연락이라도 해볼 생각이겠지.”

포트의 말에 켈튼이 납득하면서도 부정했다.

“하지만··· 녀석의 아군이 오더라도 별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가 늑대를 쫓는다면··· 놈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야···.”

켈튼은 생각했다.

켈튼 본인이라면 자신이 타고 있는 늑대를 버릴 게 분명했다.

하지만 놈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아차린 켈튼이었다.

켈튼의 표정을 살피던 포트는 켈튼이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제아무리 미물이라도 중요한 정보를 전할 미물이면 어떻게든 구하겠지.”

“그렇겠군.”

“알아들었으면 어서 당장 쫓자고.”

그렇게 포트와 켈튼은 하르를 쫓기 시작했다.

* * *

하르는 주인이 자신에게 맡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뛰었다.

뒤에서 날라오는 마법과 화살을 쳐낼 방법은 하르에겐 없었다.

그렇기에 하르는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하며 공격을 피했다.

‘위험한 냄새!’

계속 달리던 하르는 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불쾌하기 그지없는 냄새가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이었다.

그 냄새는 하르는 알고 있었다.

굴 안에 있던 창을 든 사내에게서 맡았던 냄새였다.

‘위험해!’

하르는 어떻게든 그 냄새와 떨어질 필요를 느꼈다.

대다수의 인간을 이길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하르지만, 이 위험한 냄새를 가진 사내는 무리였다.

그렇기에 조금은 더 돌아가더라도 그 냄새의 반대편으로 달릴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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