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로 향했다.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네.”
지금 가고 있는 곳엔 벨레스가 있었다.
벨레스가 아낀다고 할 수 있는 강한 수하들은 모조리 처치했다.
남아있는 것은 벨레스뿐이었다.
하지만 벨레스는 자신의 수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
“곧 도착하겠네.”
현재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 벨레스가 있는 곳엔 아무도 가지 않았다.
벨레스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아마도 나를 상대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스승님!”
익숙한 목소리의 외침이 들려왔다.
주변을 살피니 어느새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외침의 주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페트릭!”
“모두가 스승님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회귀 전엔 전혀 인연이 없던 인물이었다.
회귀를 한 후에 생긴 인연이었다.
페트릭의 옆엔 메시아도 있었다.
먼저 도착해있는, 내가 이끌었던 군대도 눈에 들어왔다.
아카데미를 다닐 때에 알게 된 에피니아와, 프리드.
그리고 페트릭의 아버지와도 같은 오드.
벨레스로 인해 나라를 뺏긴 치포르 황자.
“아··· 그렇구나···.”
원래였다면 전혀 연이 없던 이들이었다.
“수하르 님!”
칼데르트가를 지키고 있어야할 제이콥과 데일도 있었다.
“데일, 제이콥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데일이 말했다.
“그야, 수하르 님이 전쟁을 치루신다는데 저희도 한몫 보태야죠!”
제이콥도 말했다.
“저희 마을의 은인이신데 당연히 도와야죠!”
그제 서야 나를 반겼던 이들의 행색을 알아차렸다.
전쟁과는 상관없을 데일이나 제이콥, 페트릭, 메시아 등의 행색은 초라했다.
분명 용병의 자격으로나마 전쟁에 참여한 모양이었다.
“···정말 고마워.”
이들 모두가 회귀 전과는 다른 연이었다.
회귀 전엔 전혀 모르는 인물도 존재했다.
하지만 회귀를 통해 전과 다른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이었다.
회귀는 내게 내려진 축복이었다.
전과 확연히 다른 삶을 살게 해주었다.
“질 거 같지가 않네.”
나를 응원해주는 모두가 있었기에 벨레스에게 전혀 질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외쳤다.
“벨레스를 물리치러, 전쟁을 끝내러 갑시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크나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벨레스가 있는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이 눈앞에 보일 정도였다.
이제는 벨레스와의 전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 * *
벨레스는 조용히 눈을 떴다.
스스로가 약간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 벨레스였다.
“근처에 있군.”
굳이 기운을 퍼트려 감지하지 않더라도 벨레스는 알 수 있었다.
바깥은 소란스웠다.
게다가 벨레스에게 기분 나쁜 긍정의 감정이 바깥에서 몰아치고 있었다.
“이걸로 끝나는 건가.”
기나긴 시간 동안 세운 계획이 가루가 되어버렸다.
벨레스는 신이 되고 싶었다.
신이 된 벨레스에겐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마계를 바꾸는 것이었다.
“어째서 마계가 피해를 봐야하는 거지.”
인간계와 다르게 마계는 척박한 토지였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자란 마족은 약탈이 일생이었다.
신이 그렇게 마계를 만들어냈기에 악마는 악해졌다.
착하면 배신 당하고, 살 수 없으니 말이다.
“내가 신이 되었다면···.”
벨레스는 인간계에 있는 좋은 것을 전부 마계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물론 신과의 싸움도 각오했었다.
인간계와 마계의 분위기를 바꿔버릴 생각이었다.
애당초 인간이라는 종보다 뛰어난 악마라는 종은 마계가 살만해진다면 강세를 얻을 것이 분명했다.
“정말로 짜증나는구나.”
벨레스의 본래 계획은 틀어졌다.
인간계에서 신으로 추앙받으며 신의 힘을 얻는 것.
그 힘으로 마계 혹은 기존의 신을 처리하는 것.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대륙통일은커녕 벨레스 본인의 실체가 알려졌으니 말이다.
“적어도 네놈만큼은 데려가는 게 맞겠군.”
벨레스는 어떻게든 수하르를 죽이기로 다짐했다.
“아··· 약간 후회가 되려하는구나···.”
약간의 재미를 위해 수하르를 살려둔 건 벨레스의 실수였다.
재미 수준이 아니라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뭐, 상관없다. 그놈만 죽이면 되니까.”
수하르만 죽인다면 벨레스에게 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수하르를 죽인 벨레스는 다시 마계로 돌아가 때를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자고로 모략이란 몇 년이 걸리더라도 성공만 하면 되는 것이니.”
벨레스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마지막 싸움 장소가 될 곳을 선택했다.
황제의 알현실.
벨레스는 천천히 황좌에 앉았다.
그리고 수하르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오거라!”
그와 동시에 벨레스의 중심으로부터 엄청난 기운이 퍼져갔다.
* * *
카스테오 제국의 중심으로부터 엄청난 기운이 쏟아졌다.
나는 그 기운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벨레스···.”
게다가 방금 퍼트린 기운의 의도마저 알아차렸다.
분명 벨레스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벨레스의 태도에 나는 한 가지 선물을 주기로 했다.
손을 앞으로 뻗자 밝은 빛을 품은 창이 만들어졌다.
나는 그 창을 쥐고, 벨레스에게로 날렸다.
“전과 같은 선물이다, 벨레스.”
내가 던진 창은 곧장 벨레스가 있을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잠시 뒤에 황실로부터 무언가가 내게로 날아왔다.
나는 그 무언가를 퇴마검으로 쳐냈다.
튕겨진 무언가는 땅에 박혔다.
“확실히 알겠군. 경지는 똑같다고 할 수 있겠어.”
무언가의 정체는 내가 방금 날린 창이었다.
전과 달리 검게 물들어버린 채였다.
땅에 박혀있던 창이 서서히 사라졌다.
“전부 진군하라!”
나는 군대를 이끌고,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로 진군했다.
* * *
카스테오 제국의 수도를 함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애당초 카스테오 제국민들은 반란군을 반기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카스테오 제국군은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마치 전투의지는 없다는 듯 그대로 항복해버렸다.
남은 곳은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뿐이었다.
“저곳에 벨레스가 있는 건가.”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에 벨레스가 있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날이 밝았음에도 카스테오 제국의 황실은 어두컴컴했다.
그것은 분명 벨레스의 기운 때문임이 확실했다.
나는 몸을 돌려 아군들을 바라보았다.
“후우··· 다들 이곳에서 대기해주십쇼.”
이제부터 벌어질 벨레스와의 싸움에는 다른 사람은 방해만 될 뿐이었다.
이 사실은 내 아군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하지만 단 한 명만이 내 말을 거절했다.
바로 치포르 황자였다.
“저만큼은 데려가주십쇼!”
“안 됩니다.”
“어째서 안 된다는 겁니까!”
그야, 이렇게 카스테오 제국은 중심까지 올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치포르 황자가 이끄는 반란군 덕분이었다.
명분이라는 게 있었기에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던 것이다.
우리 군을 반기던 카스테오 제국민들도, 만약 치포르 황자의 반란군이 아니었다면 거센 저항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만에 하나라도 치포르 황자는 죽어서는 안 되었다.
치포르 황자는 황제가 되어야만 했다.
“으···.”
“혹시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카스테오 그 자식을 제 손으로 처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카스테오 황제의 모습이 보인 적이 없었다.
“···만약 카스테오 황제가 벨레스에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고 말한다면 용서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벨레스는 인간을 세뇌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스테오 황제에겐 핑곗거리가 존재했다.
“절대로 용서 못합니다. 카스테오 그 녀석은 애당초 어리석고, 멍청한 녀석입니다. 아무리 속았다고, 세뇌당했다고 한들 용서할 생각은 없습니다.”
“음···.”
이로써 혹시라도 발생할 치포르 황자의 어리석은 행동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려가긴 곤란했다.
“그렇지!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나는 내 계획을 말했다.
어짜피 내 목표는 벨레스고, 카스테오 황제를 건드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한 선택은 하나였다.
카스테오 황제는 죽이지 않고, 살려두겠다는 약속이었다.
“벨레스를 처리하고, 끝난 이후에 직접 처리하시죠.”
“그건··· 괜찮군요.”
드디어 치포르 황자도 납득했다.
이로써 방해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혹시라도 벨레스보다 카스테오 황제를 먼저 만나게 된다면 그냥 밖으로 던져버리겠습니다.”
“오호··· 그럼, 그 녀석이 날려지는지를 밖에서 열심히 주시해야겠네요.”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내가 황실에 입성할려는 때였다.
“잠깐!”
“에피니아···?”
에피니아가 나를 멈춰세웠다.
“왜 나와는 이야기하지 않고 가려는 거야!”
“그거야···.”
지금 상황에서 에피니아에게 무슨 말을 하고 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작별인사처럼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수하르, 너 설마··· 미신 같은 걸 믿는거야?”
전쟁에 앞서 자신의 연인과 말을 섞으면 안 된다는 미신이 있었다.
나 역시 그 미신을 알고 있었지만 믿진 않는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경우가 있지 않는가.
“······.”
“에휴··· 네가 이런 걸 믿을 줄이야.”
“어쩔 수 없잖아.”
“됐어. 하여튼 빨리 벨레스를 처리하고 와.”
“당연하지!”
에피니아가 서서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어서 빨리 혼인하고, 여행이나 떠나자.”
“응···.”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잠깐 에피니아와 말을 섞었을 뿐인데 긴장이 날아갔다.
“여신의 가호도 받았으니 절대 질리는 없겠네.”
“주책이야···.”
나는 황실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기 전 뒤에서 들리는 에피니아의 외침.
“힘내!”
에피니아의 외침을 끝으로 나는 황실 안으로 들어갔다.
* * *
카스테오 황제가 자신의 방 구석에서 떨고 있었다.
카스테오 황제는 방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 악마였어···.”
벨레스는 카스테오 황제에게 걸린 세뇌를 풀었다.
세뇌가 풀린 카스테오 황제는 벨레스의 본모습을 보았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벨레스에게 죽임을 당할까봐 방 안의 구석에서 떨고 있는 중이었다.
“으···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카스테오 황제는 그저 황제가 되고 싶었다.
엄청난 권력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다.
그렇기에 벨레스와 손을 잡았다.
그때 카스테오 황제는 벨레스와 손 잡은 것을 악마와의 계약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벨레스는 악마였다.
“아니지···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벨레스만 이긴다면 자신의 권력은 유지될 거라 생각한 카스테오 황제였다.
그렇기에 카스테오 황제는 검을 뽑아 들었다.
“악마라고 하여도 내가 도우는 거야.”
그렇게만 한다면 자신의 권력을 지킬 수 있을거라 카스테오 황제는 생각했다.
생각을 정리한 카스테오 황제는 검을 뽑고,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카스테오 황제가 처음으로 마주친 상대는 수하르였다.
“네놈은 누구냐!”
“······?”
수하르는 마주친 카스테오 황제는 자세히 훑어보았다.
치포르 황자와 약간 닮은 듯한 얼굴에 휘광찬란한 옷과 검을 든, 게다가 머리엔 왕관같은걸 쓴 사내.
수하르는 곧바로 카스테오 황제란 걸 알아차렸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수하르는 카스테오 황제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겁에 질린 카스테오 황제가 검을 무작위로 휘둘렀다.
이내 수하르에 손에 카스테오 황제의 검이 붙들렸다.
수하르는 곧바로 검을 뺏고, 카스테오 황제의 뒷목을 잡았다.
“네 형에게 보내주마.”
수하르는 카스테오 황제는 창 밖으로 던져버렸다.
“으아악!”
두 눈을 질끈 감은 카스테오 황제는 비명을 지르며 황실 밖으로 떨어졌다.
이내 무언가가 감싸며 카스테오 황제을 안전하게 착지시켜주었다.
카스테오 황제가 두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수많은 시선이 카스테오 황제에게 꽂혔다.
“어··· 무험하다! 어찌 쉬히 나를 내려다 보는 것이란 말인가!”
카스테오 황제는 둘러싼 사람들을 질책하던 중에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어··· 형님···?”
치포르 황자가 카스테오 황제를 내려다보고 있던 중이었다.
“네놈이 저지른 짓의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
치포르 황자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카스테오 황제의 목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