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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영주는 쉬고 싶다-146화 (외전) (146/150)

#146화 외전-수하르 칼데르트의 후일담

식을 끝내고, 에피니아와 나는 여행을 다녔다.

정확히는 에피니아와 평생을 함께할 집을 찾는 여행이었다.

정말로 좋은 곳에 자리잡고 싶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던 중에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에피니아··· 아무래도 하르의 짝이 우리 근처를 맴도는 모양인데?”

“뭐? 그게 정말이야?”

하르의 짝이 일정 거리를 두고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순간 하르의 짝이 내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르의 짝이 가진 감정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나에게 복수를 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에피니아가 내게 말했다.

“함께 여행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음··· 잘 모르겠지만···.”

함께 여행을 하고 싶어한다면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만 거리는 두고 싶어하는 것 같았기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하르의 짝과 여행을 함께했다.

* * *

하르의 짝 근처에 음식을 두면 내가 안 볼 때 먹어주었다.

여행을 하며 점점 친해진 덕분인지 거리가 많이 줄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알아차리고 말았다.

“에피니아··· 두 마리가 더 늘어있는데?”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 하르의 짝이 임신중이었나봐···?”

하르의 짝 주변에 두 마리의 기운이 새롭게 느껴졌다.

아주 작은 체구의 기운이었다.

“그게 정말이야?”

“응.”

왠지 하르의 짝이 가진 의도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다음 날, 하르의 짝은 더 이상 우리의 근처를 맴돌지 않게 되었다.

다만 하르의 짝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두 마리의 뿔은빛늑대의 새끼가 우리의 앞에 있게 되었다.

에피니아는 두 마리의 새끼를 보고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새끼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암컷에게는 르아, 수컷에게는 니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아이들을 우리에게 맡긴 이유를 알 것만 같네.”

하르의 짝이 우리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맡긴 이유는 분명 이 아이들이 하르의 자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하르의 짝은 자신의 자식들이 야생에서 위험하게 사는 것보다 나와 같은 강자의 옆에 있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한게 틀림없다.

게다가 나는 하르의 주인이었으니 말이다.

“봐 봐, 수하르. 엄청 귀여워.”

“그러게··· 하르의 피를 물려받아서 인지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네.”

르아와 니르는 우리에 대한 경계를 전혀 하지 않았다.

* * *

이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나와 에피니아는 정착할 수 있었다.

배넌 왕국 남단에 위치한 작은 도시였다.

정확히는 도시와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르아와 니르도 많이 성장했다.

게다가 하르와 똑같이 자신들의 크기를 변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따로 말 같은 건 타지 않게 되었다.

“하르도 그랬지만, 의외로 늑대는 사람을 태우는 것을 좋아하는 건가?”

르아와 니르는 나와 에피니아가 자신의 등에 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에피니아가 갑자기 소리쳤다.

“잠깐!”

“어? 왜 그래?”

에피니아가 나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 매트피그가 먹고 싶어졌어.”

그 말에 나는 몸부터 움직였다.

어서 빨리 매트피그를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정착을 하게 된 데엔 아주 큰 이유가 존재했다.

나에게도 자식이 생긴 것이었다.

아직은 에피니아의 배 속에서 커가는 와중이지만 말이다.

“내가 어서 사냥해올게.”

“그래, 늦으면 안 돼!”

“당연하지!”

나는 르아와 니르에게 에피니아의 호위를 맡기고 매트피그 사냥을 떠났다.

* * *

나와 에피니아의 첫 아이는 딸이었다.

에피니아를 많이 닮은 아이였다.

아이의 이름은 나와 에피니아의 이름을 따서 에르로 짓게 되었다.

네 살이 된 에르는 항상 르아의 등에 타고 다녔다.

사람이 등에 타는 것을 좋아하는 르아도 에르의 체력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에르를 등에 태운 르아가 서서히 쓰러졌다.

“에르야, 르아 힘들어보이니까, 다른 놀이나 하자.”

르아를 쉬게 해주기 위해 에르를 설득하는 에피니아였다.

“으으응, 싫어! 난 르아가 좋아!”

“에르야! 자꾸 그러면 엄마가 혼낸다.”

“힝, 그럼 나 니르 보고 태워달라 할게!”

에르의 말에 에피니아가 니르를 보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아차린 니르가 다른 곳으로 재빠르게 도망쳤다.

“니르도 싫다네.”

“힝··· 그럼···.”

화목한 가정을 지켜보던 내가 나설 때가 찾아왔다.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에르에게 다가갔다.

“그럼, 에르는 아빠랑 놀까?”

그러자 에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빠, 싫어!”

차가운 에르의 말에 나는 약간 상처를 입고 말았다.

세 살까지만 해도 아빠밖에 모르던 아이가 일 년 사이에 많이 바뀌어버렸다.

바뀌어버린 이유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딸에게 생긴 친구를 내가 못 되게 대했기 때문이다.

‘아니, 내 귀여운 에르한테 남자인 친구라니!’

에르의 친구를 못 되게 대한 탓에 에르가 나를 차갑게 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에르야··· 아빠가 미안해! 다시 그 친구를 집에 초대해도 좋아!”

“진짜···?”

나는 입술을 깨물며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나마 끄덕였다.

그러자 에르가 해맑게 웃으며 내게로 안겨들었다.

“아빠, 좋아!”

에르의 묵은 화가 풀린 것 같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하루였다.

하지만 에르의 친구를 생각하면 화가 절로 나는 것은 바꾸지 않았다.

‘나중에 따님을 제게 주십쇼라는 소리를 하기만 해봐라. 아니, 따님과 교제하고 있습니다도 안 돼!’

에르가 언제까지고 귀여운 내 딸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아버지가 된 내 간절한 소망이었다.

내 이런 마음을 알아차린 에피니아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딸한테 질투심이 절로 드네요.”

“당연히 일순위는 당신이지!”

“말은··· 참! 나 오늘 왠지 매트피그가 먹고 싶네요.”

매트피그란 말에 나는 불현 듯 에르를 가졌을 때의 에피니아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 에피니아 설마?”

“네, 그 설마가 맞습니다.”

드디어 에르에게도 동생이 생긴 것이었다.

* * *

다시 시간은 흘러 에르는 열 살의 나이, 에르의 남동생인 수아니는 여섯 살의 나이가 되었다.

화목한 가정을 이룬 나였지만, 현재 아주 큰 문제가 생겼다.

에르와 수아니가 잠든 밤에 에피니아와 나는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에르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었으니 바깥 세상을 구경시켜줘야지.”

에피니아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아직 열 살에 불과한 딸을 떠나보내기 싫다는 게 내 말이었다.

“그래도··· 아직 열 살인데··· 그리고 에르가 떠나면 수아니도 많이 슬퍼할 거야.”

골치아프다는 듯 에피니아가 머리를 집곤 말했다.

“후우··· 그냥, 아카데미에 보내는 것뿐이잖아···.”

“그래도···.”

멀지 않은 거리에 아카데미가 있긴 하였다.

그럼에도 떨어져 지낸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결사코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에르도 우리와 떨어지는건 외로울 거야!”

“에르 혼자서 가는 것도 아니고, 모던도 같이 가는 거잖아.”

모던.

에르와 어렸을 때부터 놀던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도 같이 가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게다가 모던의 행동을 살펴보면 에르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했다.

워낙 귀여운 에르였기에 모던이 에르에게 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 둘만이 가는 게 난 더 싫어!”

“으휴··· 어쨌건 에르도 교육은 받아야지. 집에서만 가르칠 수는 없잖아. 에르 아카데미에 보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에피니아가 단언했다는 것은 에르가 아카데미를 가지 않는 일 따윈 벌어지지 않을 것을 의미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곧바로 에르를 아카데미로 데려다주기로 했다.

모던과 함께 말이다.

“어, 아빠! 저기가 앞으로 내가 다닐 아카데미인 거야?”

“그래, 맞단다.”

모두가 방심하고 있을 때 나는 모던에게 귓속말로 전했다.

“모던··· 에르 건드리면··· 알지···?”

모던이 경직된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방금 모던과의 대화를 에피니아가 본 모양이었다.

에피니아는 입 모양으로 내게 말했다.

‘이따 봐···!’

한순간 오한이 절로 들었다.

에르의 아카데미 입학을 끝마치고, 에르와의 이별만이 남았다.

솔직히 떠나기 싫었다.

에르도 마찬가지였는지 약간 울먹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은 미칠 듯이 아파왔다.

“에피니아··· 역시··· 아카데미는···.”

“에르도 성장할 기회를 줘야지.”

눈물겨운 이별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한 에피니아는 내 품에 안기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에피니아 역시 불안한 마음은 나와 같았던 모양이었다.

* * *

다시 시간이 흐르고, 수아니도 열 살이 되었다.

이번엔 수아니가 아카데미로 갈 차례가 다가왔던 것이다.

두 번째인 만큼 조금은 익숙해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언제나 이별은 슬펐다.

그것이 완전한 이별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에피니아가 말했다.

“수아니··· 무슨 일이 있으면 에르 누나한테 도움을 받으렴!”

에르도 아카데미에 다닌 지 사 년이었다.

아카데미의 졸업까지 아직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렇다는 것은 적어도 일 년 동안은 에피니아와 나, 단둘만 있는 것이었다.

르아와 니르도 자신의 짝을 찾으러 여행을 떠난 상태였기에 온전히 둘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들이 아카데미로 간게 나쁜 것만 아닌거 같이 느껴졌다.

“수아니! 혹시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거라면 에르 누나가 아니라 아빠한테 말해.”

“응! 알았어!”

에르와 달리 수아니는 울먹이는 기색없이 씩씩했다.

그래서였을까 에르 때보다 더 이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수아니를 아카데미 안으로 보내고, 에피니아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에르 때처럼 에피니아는 내 품 안에서 울었다.

“에피니아··· 수아니도 에르처럼 방학 때면 오겠지. 그러니까, 울지 마.”

“그건··· 그렇겠지만···.”

아이들의 소리로 소란스러웠던 집은 조용했다.

낯설게만 다가왔다.

그렇다고 싫은 것은 아니었다.

마치 옛날처럼 에피니아와 단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 * *

졸업한 에르와 모던이 수아니를 데리고 집을 찾아왔다.

현재 에르는 화가 난 상태였다.

“엄마랑 아빠는 왜 내 졸업식에 오지 않은 거야!”

에르의 졸업식에 수하르와 에피니아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 탓에 에르는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열다섯이 된 에르는 결심했다.

“이제 출가해버릴 거야!”

에르는 자신의 부모의 애정이 식었다고 생각했기에 내린 결심이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에르와 수아니는 당황하고 말았다.

집에서 들릴 수 없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으아앙!”

아이의 울음소리.

설마하는 생각에 에르와 수아니는 다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서 에르와 수아니가 목격한 것은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수하르와 침대에 누워있는 에피니아였다.

에르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지금 수하르에게 안겨있는 아이가 자신의 동생이라는 것을 말이다.

수하르가 에르에게 말했다.

“졸업식에 못 간 건 미안하구나, 에르.”

“그것보다 아빠, 아빠가 안고 있는 아기는···.”

“네 동생 에피아란다.”

일 년 사이에 에르와 수아니에게 여동생이 생긴 것이었다.

에피아에게 다가간 에르와 수아니.

수아니는 처음 보는 아기에 흥미가 넘치는 모양이었다.

수아니의 아기시절을 본 에르도 여동생에게 흥미가 넘쳐보였다.

“에르야···?”

에르는 에피아에게 시선을 때지 않으며 답했다.

“어··· 왜?”

“졸업식에 못간 대신 뭘 해줘야 우리 에르 화가 풀릴까?”

“이제 화 풀렸어!”

동생의 얼굴을 본 에르는 화가 단숨에 풀렸다.

다행히도 에르는 자신의 새로운 동생도 기쁜 모양이었다.

* * *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마당에서 노는 삼남매를 보았다.

옆에는 에피니아가 내게 기댄 상태였다.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을 튀어나왔다.

“행복하네.”

“그러게··· 그런데···.”

갑자기 에피니아가 지그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로 일을 한 번도 안 하고 계속 쉴지는 꿈에도 몰랐네.”

“음··· 돈도 있고, 평생할 일은 앞당겨서 다 해버렸잖아.”

“그건 그렇네.”

나는 지금의 삶에 불만이 하나도 없었다.

귀여운 아이들과 잠시 떠나버린 집의 수호견 두 마리.

마지막은 사랑스러운 내 아내.

불만이 있을 수가 없는 삶이다.

“아, 회귀해서 다행이다!”

회귀 전엔 갖지 못했던 삶을 얻게 되어 너무나도 좋았다.

불만스러운 점이 단 한 개도 없었다.

다만 단 하나, 요즘 들어 에르를 넘보는 모던이라는 꼬맹이만 제외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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