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간이 가지는 가장 원초적인 욕망. 살고자 하는 생존 욕구는 자신을 분열 시켜 자식을 낳는 것을 최고로 가치 있는 일로 여긴다. 그래서 섹스가 즐거운 거지. 이것 때문에 나는 강한 힘을 가졌어도 인간의 육체를 버리지 못했다. 수많은 자식을 낳았고 그 후손들이 널리 퍼져 있지만 나는 나의 가장 중요한 것을 남기지 못했음을 아니까."
"그게 뭐죠?"
"바로 내가 가진 이 힘이다. 단순히 피를 이었다는 것만으로는 나의 정신이 후손을 이었다고 인식하지 못한다.
이 힘을 후계자에게 전해주었다는 사명감이 충족되지 않고서는 인간의 삶에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안배를 마쳤다. 그리고 떠나려했는데 인연이 너에게 이어진 거다. 때문에 넌 이걸 받아야만 한다.
네가 받는다면 나는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다."
"죽는다는 겁니까?"
"아니, 인간이 아니게 된다는 거다. 생명체가 아닌 영체가 되는 거니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은 인식했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욕구. 그것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면 육신에 대한 미련은 사라진다.
그럼 완벽한 영체로 거듭날 수 있다."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심후는 선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꼈다.
"좋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주는 거라면 받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내 손자야."
"손자요?"
"그래, 손자다. 넌 내 아내였던 지나 웰링턴과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후손이니까."
입이 쩍 벌어졌다.
심후는 한 번도 자신이 진짜 영웅의 후손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한제국이 세워지고 한씨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종우의 후손들이 종우의 피를 이어 무척이나 씨를 많이 뿌리고 다닌 탓이었다. 때문에 직계니 방계니 따지는 것은 무의미했다.
무엇보다 한씨가 너무 많으니 자신이 황족의 후예라고 해도 다들 그냥 웃어넘기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심후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때문에 정말 한종우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왜 하필 접니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선택된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랑 부딪친 놈도 내 후손이야. 근데 그 놈은 시비 걸었지. 넌 날 달래려 했고. 인연이란 그런 거야."
너무나 단순한 이유였지만 더 깊게 파고들 순 없었다.
"이제 난 가봐야겠다. 여기 통장에 오피스텔 관리비 나가니까 앞으로 100년은 무리 없을 거다.
명의는 이미 네 앞으로 되어 있으니까 걱정 말고. 그리고 선물에 대한 설명은 여기에 다 들어있으니까 참고해라."
종우는 은색 패드를 내밀었다.
화면에 손을 대니 가동되며 수많은 아이콘이 떴다. 종우는 은색 패드를 내밀었다.
화면에 손을 대니 가동되며 수많은 아이콘이 떴다.
"그럼 갈 테니까 잘 먹고 잘 살아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종우의 몸에서는 환한 빛이 일었다. 너무나 밝은 빛 때문에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종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뭔 일이야?'
아직도 얼떨떨한 심후였다.
"후우......."
심호흡을 하니 정신이 조금 들었다.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펴보았다. 꿈이 아니었다. 환상도 아니었다.
여전히 고급스러운 오피스텔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현실이구나.'
얼굴과 몸을 쓰다듬어 볼 때 느껴지는 감각은 꿈이 아니었다.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봤다. 잠든 상태라면 깜짝 놀라는 느낌이 오는 행동이었으나 멀쩡했다.
꼬집어봐도 감각은 확실했다.'꿈이 아니다. 현실이다.
'손에 든 패드를 확인해보았다. 자신을 눌러달라고 반짝거리는 아이콘을 눌러주니 영상이 하나 떴다.
영상은 한종우의 것이었다.
"무공?"
영상에서 말하는 내용에 충격을 먹었다.
무공이란 것은 이제 와서는 별로 비밀이 아닌 시대였다. 인간의 능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려주며 더욱 발전하게 해주는 기술. 그것이 무공이었다.
한제국의 황가에서 은밀히 전해지던 무공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유출되었다. 비밀을 캐내려는 수많은 권력자들에 의해 알려진 것이었다.
황실 무공의 모든 것이 유출된 것은 아니었으나 상당 부분 많은 이들이 이를 익혔다. 익힌 것은 상류층의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상류층의 사람들이나 익힌다는 무공을 익힐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됐어!'
참을 수 없는 희열이 들끓었다. 드디어 길이 보였다.
"하하하하하하! 됐다! 됐어! 하하하하하!"
무공을 익히면 상류층으로 향하는 길이 열릴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처럼 갈 길을 헤매며 바닥에서 빌빌 거릴 필요는 없어보였다.
하늘로 오르는 계단을 발견했으니 오르는 일만 남았다.
'복수 할 수 있다!'
상상만 해도 짜릿했다.
갑자기 유쾌해진 심후는 한참을 웃으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뇌전공. 천명심법. 그리고 심공론.'
종우가 남긴 절학들이었다.
뇌전공은 가상현실접속기를 이용해 익히는 기공이었다. 뇌전공을 익힐 때 꼭 필요한 뇌전단을 먹고 특별히 제작된 접속기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뇌전공을 익힐 수 있었다.
'뇌전공을 익히기 전에 먼저 익힐 것은 천명심법.'
무병장수심법이라는 심공을 더욱 발전시켜 만든 심법이었다. 천명심법이 만들어진 과정까지 세세하게 읽은 심후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너무나 대단한 것들이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황가의 무공보다 더욱 뛰어난 것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심공론은 심법에 대한 지식을 담은 이론서였다. 기초적인 것부터 전문적인 분야까지 모든 것을 총망라한 이론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야말로 하나의 학문이었으며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필요로 했다.
'지우자.'
모든 내용은 가상현실접속기 안에 저장되어 있다고 했다.
보안을 위해 패드에 저장된 무공에 관한 내용은 한 번 읽은 후에 삭제하라고 했다. 심후는 지체하지 않고 패드 안의 무공에 대한 것들을 전부 삭제했다.
어차피 남들과 나누고 싶지도 않았다. 소중한 사람 따윈 곁에 없었다.
믿을만한 사람도 없었다. 특히 자신이 가진 것은 세계의 권력자들도 침을 질질 흘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무공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
특히 건국 황제와 종우 사이에 얽힌 비사는 심후에게 큰 교훈을 주었다.
보물을 지키고 싶다면 내보이지 말고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것에 최고의 방법이란 것이었다. 좋은 것을 보면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니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보이지 말고 자랑하지도 말라는 것이었다.
종우가 군대에 가기 싫다고 벌인 일이 점점 커져서 결국 인생의 많은 부분을 저당 잡혀 휘둘려야 했다는 내용은 큰 공감을 샀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미국의 펜타곤에서까지 사람이 파견된 일이나 나중에 부모님이 친구에게 납치당할 뻔했다.
모두 과시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난 절대 내보이지 않아. 누구하고도 나누지 않아!'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었다.
그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남을 위해 살아봐야 돌아오는 것은 배신뿐이었다.
사람을 믿지 않게 된 심후는 지워진 패드 안의 저장된 기록들을 다시 한 번 살폈다. 행여나 지워지지 않은 것은 없나 싶어서였다.
'은행 구좌 하나. 약간의 돈. 돈은 많이 안 남겨 주셨네.'
섭섭하지 않았다. 건국 공신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알지만 무공 심득을 계승하게 된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돈을 남기지 않은 이유도 공감이 갔다. '돈을 벌고 지킬 능력이 없으면 어차피 모래성이다.
'손에 아무리 많은 돈을 쥐어주어도 큰돈을 벌 줄 모르거나 돈을 지킬 능력이 없다면 사람만 망가진다는 것이었다. '벌 수 있어.'심후는 바로 접속방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이제 거처가 생겼고 할 일이 생겼으니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무공을 익혀 능력을 키우고 돈을 빨리 벌만한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오피스텔에 돌아온 심후는 가상현실접속기를 살펴보았다. 보통 기종보다 두 배는 더 큰 접속기였다.
외부 통신 케이블과 연결하는 부분에는 블랙박스가 하나 놓여있었다.
'이게 보안 장치라는 거지.'
블랙박스는 더미 기록을 내보내는 장치였다.
해커들이 해킹을 한다고 해도 박스 안의 내용만 보고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은색의 아름다운 동체를 쓰다듬는 손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연인의 입술을 쓰다듬듯이 가벼우면서도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물건은 배신하지 않아.'
물건은 물건일 뿐이었다.
언제나 거기에 있을 뿐이며 다루는 대로 다뤄질 뿐이었다. 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은 물건이 배신을 한 것이 아니라 딴 놈들이 빼앗아가는 거였다. 그래서 심후는 더욱 접속기가 사랑스러웠다.
앞으로 자신에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힘을 줄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 마스터 등록을 하겠습니다.
암호를 입력하세요.
접속기 안에 알몸으로 눕자 등록 절차가 시작되었다. 접속기 안에 저장된 외부로 유출 되선 안 되는 것들을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스터를 정하는 것이었다.
한 번 설정되면 두 번 다시 바꿀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접속기를 이용하면 평범한 접속기 역할을 하지만 심후에게만 모든 것을 공개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절차를 모두 마치고 등록이 끝났다. 이제 정말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느낌에 허전했던 가슴에 무엇인가 꽉 들어찼다.
'잘해보자.'
사람이 아닌 물건에 애정을 쏟으며 다시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기환을 한 알 먹었다. 작은 환단은 입에 들어가자 사르르 녹아내렸다.
쓴 맛이 입 안에 가득했지만 꾹 참고 모두 삼켰다. 아무리 쓰더라도 배신의 쓴맛보다는 덜했다.
강해지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는 기환의 쓴맛을 오히려 열렬히 환영했다.
'뜨뜻하네?'
화끈한 느낌에 배에 느껴졌다.
심후는 얼른 천명심법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 천명심법의 기초는 몸을 바르게 하여 선천지기를 늘리는 것을 기초로 한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 특별 제작된 접속기가 프로그램에 따라 육체에 자극을 주었다. 심후는 프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따랐다.
'흐읍!'
첫 관문인 호흡을 하며 신체의 특별 부위에 골고루 힘을 주는 것부터 어려웠다. 허나 계속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익숙해지자 몸이 점점 편안해지며 적응했다.
심후는 프로그램에 의해 무아지경의 상태로 인도되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가운데 천명심법 프로그램에 의해 머릿속에 심법의 내용이 각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몸의 모든 것을 프로그램이 이끌어주어 확실하게 체득하게 해주었다. 의식과 무의식 양쪽에 천명심법이 각인되며 단전에 기가 모였다.
'됐다!'
긴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의식이 돌아오자 심후는 희열을 느꼈다. 단전에 어린 기운이 느껴졌다.
천명심법에 입문했다는 증거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조상님.'
심후는 종우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무공이란 것을 혼자서 익혀야 했다면 이토록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하루도 되지 않아 심법에 입문했다는 것을 제국 황실에서 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상현실접속기를 빼앗아 갈 것이 분명했다.
정말 대단한 보물이었다. 보물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된 심후는 연신 감사하며 심법에 다시 빠져들었다.
한 달 동안 심후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천명심법에만 매달렸다. 프로그램의 인도에 따라 기를 계속 순환하며 몸의 상태를 끌어올렸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심법의 묘리에 따를 수 있게 몸을 적응 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깨어나서 움직일 때는 불가능하지만 가만히 누워 있는 상태에서는 자동으로 심법이 운용되도록 할 수 있었다.
'좋았어!'
모든 것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 되었다.
종우가 가상현실 접속기를 무공을 익히게 해주는 안배로 사용한 것은 변덕이 아니었다. 말로 가르쳐주는 것보다 더욱 확실하게 몸에 새겨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서 긴 세월 동안 종우는 무공을 수련하면서도 가상현실을 연구했다. 천명심법을 무의식적으로 누운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뇌전공을 시작하라고 되어 있었다.
'이제 게임을 할 수 있겠군.'
이제부터는 그냥 시간에 맡겨두면 될 일이었다. 게임을 하는 동안 무의식은 계속해서 천명심법과 뇌전공을 익히게 되고 의식은 게임을 즐기면 될 일이었다.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특수 제작된 가상현실접속기가 이를 가능케 해주었다. 뇌전단을 먹고 뇌전공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의식이 잠시 끊어졌다.
접속기 안에 강한 전류가 흐르며 심후의 몸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뇌전에 가격당한 몸은 꿈틀거리면서 이리저리 뒤틀렸다.
충격에 화상을 입는 것처럼 피부가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희한하게도 금방 가라앉았다. 모두 뇌전단과 천명심법의 효능이었다.
뇌전단의 약 성분이 뇌전에 의해 몸에 흡수되며 천명심법에 의해 골고루 퍼지며 몸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몸 전체를 전기가 옷처럼 감쌌다.
이때 심후의 의식이 다시 깨어났다. 하지만 심후가 보는 것은 접속기의 뚜껑이 아닌 메인 화면이었다.
뇌전공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심후의 의식을 메인 화면으로 연결시켜준 것이었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심후의 목표는 일단 복수였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선 힘이 필요했고 복수할 힘을 얻기 위해선 성공해야 했다. 그런데 성공하기 위해선 또 성공하기 위한 힘이 필요했다. 때문에 지금 현재 무공을 익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무공은 성공을 위한 힘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무공을 익히고 더 좋은 직업을 찾는다.
'이것이 일차적인 계획이었다. 가상현실접속기를 이용하여 무공을 익힌다면 정신은 온전히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었다.
심후는 이를 이용해 공부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게임 속에서의 복수를 생각해 방향을 수정했다. 공부는 게임을 하면서도 따로 전자책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켜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올라이프 49 실행!'
올라이프 49에 들어온 심후는 다시금 살상을 하고 다녔다. 곧 있으면 출시될 올라이프 50을 위해 사람들은 던전 공략을 하거나 아이템 거래를 하며 돈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아이템의 경우 좋은 아이템을 들고 시작하면 보다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좋은 아이템이 없어도 게임 머니가 많으면 어느 정도 이전시킬 수 있기에 사람들은 게임머니도 사들였다. 게임 초기에는 모두 돈이 없으니 게임 머니 거래가 당연히 저조했다.
사는 사람은 많아도 파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전작의 게임머니를 일정 비율 조정해 새로 만든 캐릭터로 이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게임 머니의 비율은 게임 회사에서 당일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올라이프 49의 게임머니는 가격을 많이 쳐주지는 않았다.
심후는 모은 돈을 현금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딱히 현금의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돈이 썩어 넘치지는 않지만 절약한다면 충분히 살만했다. 종우가 남겨준 돈은 낭비하지 않고 살면 혼자서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늘도 사냥을 시작해볼까?'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게임이었다.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게임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심후는 모은 돈을 현금화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딱히 현금의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돈이 썩어 넘치지는 않지만 절약한다면 충분히 살만했다. 종우가 남겨준 돈은 낭비하지 않고 살면 혼자서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늘도 사냥을 시작해볼까?'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게임이었다.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게임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인간 사냥은 끝이 없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다.
혼자서 잡템이라도 모으겠다며 노가다하는 초보를 죽였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홀로 움직이던 유저도 기습해서 죽였다.
대박을 꿈꾸며 홀로 등짐을 지고 달리던 초보 상인도 죽였다.
한 자리에서 너무 오래 유저 사냥을 하다가 소문이 나니 사람들이 몰려왔다.
처음에는 숫자에 살짝 긴장했지만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임을 알고 몰살시켰다.
'짭짤하네.'
비싼 아이템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나 숫자가 많아지니 들어오는 돈의 액수가 상당했다. 또한 저렙 아이템이라 해도 개중에는 꽤 괜찮은 것도 있었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군.'
올라이프 50의 오픈이 바로 다음 날이었다. 심후는 오픈 전에 알려진 정보들을 취합했다.
'이번에는 문명이 하나 더 추가 됐네.'
올라이프 49에서는 서양 판타지와 동양 판타지를 섞은 세계관이었다. 기사, 마법사, 무인, 술사와 같은 직업군들이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올라이프 50은 49와는 달랐다.
우선 직업이란 개념이 사라졌다. 자유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었다.
어떤 문명에서 시작하든 직업에 따른 페널티는 없었다. 다만 문명에 따라 주어지는 보너스가 조금 달랐다.
'판타지는 30일 동안 레벨업 경험치 절반, 무협은 스킬 필요 숙련도 50% 삭감. 과학은 상점 이용료 50% 할인.'
레벨업을 빨리하게 되면 좀 더 좋은 아이템을 일찍 사용할 수 있으며 생명력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 스킬의 필요 숙련치가 50% 절감되는 것도 굉장한 매력이었다. 올라이프는 스킬 숫자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요구 숙련치가 배로 늘어나는 페널티가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쓰지 않는 스킬을 익히지 않았다. 많이 익히고 있어봐야 요구 숙련치만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상점 이용료 50% 할인도 무시 못했다. 초반에는 돈이 많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었다.
헌데 같은 돈을 가지고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면 상점에서 물건을 사다가 유저에게 파는 것만으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였다. '과학이라.
'과학 문명은 이번에 새롭게 추가되는 문명이었다. 흥미가 생겨 자세히 알아보니 재미있어 보였다.
'좀비 월드?'
고도로 발달한 문명의 과학자들이 신인류를 창조하기 위해 연구해서 만들어낸 신체 강화제가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게 되었다는 설정이었다. 젊음을 유지하며 강한 힘을 안겨줄 수 있는 약이 시중에 풀리자 사람들은 모두 이를 사용했다.
신약을 만든 회사는 그대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제약 회사의 성공을 질시한 다른 회사들이 무리하게 신약을 개발하려 했고 이것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었다.
각종 로비를 통해 완전치 못한 신약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세계에 풀린 것이었다.
싸구려 신약은 인간을 변형시켜 좀비로 만들었다.
좀비 바이러스는 그렇게 탄생하였고 빠르게 세상에 퍼진 것이었다. 여기에 더 심각한 것은 좀비 바이러스가 계속 진화하며 더 강한 개체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게임 속의 과학 문명은 바로 급격하게 늘어난 좀비들로 인해 혼란에 빠진 세상이었다.
'재미있겠는데?'
심후는 과학 문명에 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