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64)

내구는 생명력과 물리 방어력에 영향을 주었고 힘은 물리 공격력과 관련이 있었다. 민첩은 회피와 원거리 공격력에 영향을 미쳤고 지능은 마력과 마법 공격과 방어력에 영향을 주었다.

'스킬 한 번 쓰면 땡이네.'

도플갱어의 육신을 올리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지. 가자!'

스킬을 등록하자마자 안전 구역 밖으로 나갔다.

안전 구역 밖에는 좀비들이 느릿느릿 유저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좀비들은 유저들은 낄낄 거리며 잡았다.

가까이 붙으면 강한 공격에 위험해지지만 속도가 느린 좀비들은 유저들을 잡을 수 없었다.

난사를 하며 학살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확히 한 발씩 쏘면서 사격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끔 특이하게 해머나 도끼를 들고 근접 공격을 하는 사람도 보였지만 많지는 않았다.

심후는 으쓱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도플갱어의 육신을 활성화 했다. - 사용할 이미지를 저장해주세요.

메시지를 보고는 근처에 돌아다니는 좀비 하나를 포인터로 가리켰다. 그러자 바로 이미지가 등록 되었다.

이후 좀비를 선택하니 심후의 몸은 검은 그림자에 휩싸였다.

'후후후후후후.'

그림자가 걷히고 나자 좀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던 심후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금방 간다!'

소총을 꺼내 든 심후는 자리를 벗어나 천천히 걸어갔다.

근처에 수없이 많은 유저들이 몰려 있었다. 

"야! 저거 잡자!"

"기다려봐. 나 총검술 올리게."

두 명의 유저들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 유저들을 보며 심후는 비웃음을 머금었다.

'뒈져라!'

소총을 꺼내들고는 방심한 두 유저를 향해 난사했다. 총성이 공기를 마구잡이로 긁어댔다. 

"억! 미친! 좀비가 총 쏜다!"

"피해!"

유저들은 총탄에 맞으면서도 움직였다. 머리 위로는 입은 데미지가 숫자로 표시되는 것이 보였다.

"뭐가 이렇게 빨라!"

유저들은 얼른 도망쳤지만 심후는 곧바로 쫓아가며 계속 소총을 갈겨댔다. 초보자들이 열심히 잡고 있는 느려터진 좀비였다면 유저들을 잡지 못했겠지만 심후는 겉모습만 좀비일 뿐이었다.

두 유저는 얼마 안가 사망했다. '권총과 소총탄 100발이라.

나쁘지 않네.'죽이면서 드롭 되는 돈은 바로 심후의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총 1실버가 들어왔다.

'얼른 움직이자.'

유효시간 10분이 지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유저를 잡아야만 했다. 심후는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유저를 사냥했다. 그리고 10분이 되기 직전에 으쓱한 골목으로 들어가 스킬을 해제했다.

"야! 저기로 들어간 거 봤어!"

"초보자용 필드 보스일 거야!"

"잡자! 보스를 잡자!"

유저들이 떼를 지어 심후가 숨은 골목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10분 동안 유저를 죽였는데 그 사이에 소문이 난 것이었다.

'일단 숨자.'

심후는 골목의 반대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빙 돌아서 안전구역으로 들어갔다. 

'이거 진짜 좋네.'

도플갱어의 육신이 좋은 또 다른 이유가 안전 구역에 들어서며 밝혀졌다.

보통 유저를 죽이면 PK 수치가 올라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감옥으로 들어가게 되어있었다. 감옥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야 다시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헌데 도플갱어의 육신을 사용해 유저를 죽였을 때는 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 

'대신 도플갱어 상태로 마을에 들어오면 바로 죽겠지.'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말 마음에 드는 스킬이었다. 

'마스터 레벨까지 올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손이 근질거렸다.

정말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필요 마력이 높아 자주 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심후는 유저들을 사냥하면서 레벨이 2가 올랐다. 유저들도 경험치를 주기는 줬다.

올라이프 안의 모든 존재는 레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잡으면 경험치를 줬다. 

'레벨 하나 올리면 5포인트를 주는 구나.'

다른 사람들 같으면 심각하게 고민해서 포인트를 투자했겠지만 심후는 10포인트를 모두 지능에 넣었다. 그러자 마력이 100 포인트 상승했다.

지능 1포인트당 마력이 10 포인트 오르는 것이었다.'마력이 높아야 스킬 레벨 올리기 좋다.

'도플갱어의 육신은 스킬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에 따라 숙련도가 쌓였다. 딱 한 번 썻는데 0.01% 올랐을 뿐이었다.

플래티넘 스킬이기에 숙련도 올리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잠시 뒤, 시간이 되자 심후는 다시 으쓱한 골목을 찾아 들어갔다.

보너스 포인트로 인해 마력이 100 더 생겼으니 한 번 더 할 셈이었다.

처음 사냥했던 곳과는 전혀 다른 반대쪽에서 심후는 다시 한 번 유저를 사냥했다.

10분 동안 유저들을 잡고 1레벨이 또 올랐다. 이후 같은 방법을 써서 안전 구역으로 돌아왔다.

유저들은 난리가 났다.

"아오! 그걸 잡아야 했는데!"

여기저기서 아쉬워하는 탄식이 들려왔다.

'크크크크, 백날 그래봐라. 내가 잡히나.'

심후는 여유롭게 무기점으로 향했다.

얻게 된 필요 없는 무기들을 상점에 되팔고 얻은 돈으로 소총의 탄약을 다시 샀다. 팔지 않은 것은 권총뿐이었다.

권총은 무료였기 때문에 상점에 가져다 줘도 돈을 받을 수 없어서 모아놓기로 했다.

심후는 잡화점으로 향했다.

잡화점도 사람이 없고 자판기만 있을 뿐이었다. 

'최하급 마력 포션이 하나에 5골드라니. 할인이 없으면 10골드란 소리네.'

심후는 가진 돈을 다 털어서 마력 포션을 살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유저들이 보스가 나타났다고 온통 휘젓고 다니니 계속 도플갱어의 육신을 쓰다가는 꼬리를 잡힐 것 같아서였다. 유저들이 지쳐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마력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테니 차라리 사냥을 해서 레벨을 더욱 빨리 올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노가다가 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좀 더 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공격력을 올려주는 스킬을 익혀야 했지만 도플갱어의 육신을 먼저 올리고 싶은 심후는 다른 스킬을 배우지 않기로 했다. 때문에 소총을 몇 번 쏘고 나서 알게 된 '소총 마스터리'를 찍지 않았다.

일반 스킬들은 따로 배우지 않아도 몇 번 동작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습득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심후의 미션창에는 소총 마스터리를 비롯해 '달리기', '연사', '난사', '저격'과 같은 스킬들을 익히는 미션을 완료했다는 것들이 쭉 늘어져 있었다.

미션 보상에 클릭만 하면 저절로 스킬을 익힐 수 있는 것이었다. 허나, 공격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지만 심후는 도플갱어의 육신을 가장 먼저 마스터하고 싶었다.

'머신건을 사자.'

30골드를 들여 머신건을 사고 60골드로 머신건 전용 탄약을 6만발을 샀다. 이로써 90골드가 날아가 버렸다.

남은 돈은 이제 3골드 50실버뿐이었다. 다른 스킬을 올릴 생각이 없으니 돈으로 승부할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가자!'

안전 구역을 벗어난 심후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좀비들을 무시한 채 더 깊은 곳으로 갔다. 묵직한 머신건의 무게가 듬직하게 느껴졌다.

'머신건을 사자.'

30골드를 들여 머신건을 사고 60골드로 머신건 전용 탄약을 6만발을 샀다. 이로써 90골드가 날아가 버렸다.

남은 돈은 이제 3골드 50실버뿐이었다. 다른 스킬을 올릴 생각이 없으니 돈으로 승부할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가자!'

안전 구역을 벗어난 심후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좀비들을 무시한 채 더 깊은 곳으로 갔다. 묵직한 머신건의 무게가 듬직하게 느껴졌다.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초보자들이 날뛰는 구역을 살짝 벗어나니 유저들의 수가 급감했다. 보통 신작 게임이라면 초보자 사냥터가 포화 상태가 되어 있었겠지만 올라이프는 달랐다.

올라이프 49에서 거금을 보유했던 이들은 50을 시작하자마자 비싼 무기로 무장하고는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아이템 거래상들은 자신들이 옮긴 돈을 초보 유저들에게 현금을 받고 팔기에 바빴다.

49의 유명 길드나 거부들이 치고 나가는 것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후발주자들은 넘쳐났다.

"수류탄!"

"뒤로 물러나!"

한 길드에 소속되었던 인원들이 조직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는 온통 총성과 폭음으로 가득했다.

심후는 그런 이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에 안 들어.'

협동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체로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했다. 자신과 달리 서로 등을 맡기고 잘 싸우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났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하는 수가 없기에 그냥 지나쳤다.

길을 가로 막는 좀비들은 화풀이 상대가 되었다. 공기층을 긁어대는 머신건의 총성이 거리에 퍼지며 총탄이 허공을 갈랐다.

앞을 막은 좀비들은 순식간에 걸레가 되어 쓰러졌다.

'머신건이 좋긴 좋네.'

초보자 사냥터에서 잡던 좀비들과 색깔이 조금 다른 것이 더 강한 것으로 보였으나 머신건 앞에서는 걸레나 마찬가지였다.

'좀 더 깊이 들어가도 되겠어.'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화려한 무기를 들고 조직적으로 싸우는 자들이 보였다. 

'썩을.'

유저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자신과 같이 머신건을 들고 신나게 총질을 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쓰렸다.

'이대론 그냥 못 간다.'

심후는 달려드는 좀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조금 빠른 좀비'라는 이름을 가진 좀비들은 지나친 구역에서 상대한 좀비들과는 달리 이동 속도가 향상 되어 있었다.'몰이 테러가 답이다.

'마침 몰이 테러를 하기에 딱 좋은 스킬도 가지고 있었다. 

"흐흐흐흐흐."

다른 이들이 당황할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졌다.

'아직 마력이 다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지만 놀자.'

이후 심후는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가로 막는 것은 모두 걸레로 만들었다.

꽤 깊은 곳까지 들어갔지만 머신건에 버티는 좀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포위될 위험이 높아졌을 뿐이었다.

'딱 100이군. 좋아.'

연신 웃음을 흘리며 무기를 권총으로 교체했다. 몰이를 위해 유인하는 몬스터들의 생명력이 너무 많이 줄어들면 안 되기에 오히려 공격력이 약한 것으로 바꾸었다.

'권총이 5개니까 총알만 하나에 몰아넣자.'

 하나당 20발씩 들어있던 권총탄이 하나에 모두 들어가 100발이 든 권총이 되었다. 권총을 든 심후는 심호흡을 하고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좀비를 향해 쐈다.

단발 총성이 울리자 좀비들은 일제히 심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좋았어!'

자신을 향해 달리는 좀비들을 확인하고는 뛰기 시작했다.

30마리 정도가 뒤따르는 것을 보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심후는 일부러 자신이 봐둔 길을 통해 돌아다니며 좀비를 끌어 모았다.

뒤를 쫓는 좀비의 숫자는 급격하게 불어났다. 30마리, 50마리, 90마리. 계속해서 넘어가는 좀비들이 300마리까지 되자 마치 마라톤이 벌어진 것과 같은 광경이 연출되었다.

금방 스타트 한 마라톤 선수들이 뭉쳐있는 것처럼 좀비들은 뭉쳐서 심후의 뒤를 쫓았다.

"끄어어어어엉!"

좀비들의 괴성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어? 무슨 소리지?"

"뭐가!"

한창 전투를 하던 부자 유저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성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쪽으로 오는 모양인데?"

"저기다!"

사냥을 하던 팀은 일제히 한 곳을 바라보고는 경악했다. 괴성이 점점 커지며 몰려오는 것들이 보였다.

멀리서 볼 땐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았으나 점점 가까워질수록 하나의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미친 놈!"

파도의 맨 앞에서 달리고 있는 유저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사냥을 방해하기 위해서 몬스터를 몰아오는 행위, '몹몰이'를 하는 것은 흔한 작전이었다. 

"죽일까?"

"내버려 둬!"

사냥팀은 몹몰이를 하는 심후를 견제하지 않기로 했다. 필드에서 유저를 죽이면 누군가는 다음에 안전 구역에 들릴 때 감옥에 가야만 했다. 하지만 유저에게 죽은 저렙 유저는 금방 부활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무런 페널티 없이. 즉, 여기서 심후를 잡아봐야 손해라는 계산이기에 사냥팀은 심후의 얼굴을 찍어 스크린샷에 저장하라고만 하고는 몰려오는 좀비들에게 집중하라고 했다. 전원 모두 머신건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싸워볼만하다는 것이 바로 이들의 판단이었다.

'훗.'

심후는 그대로 지나치며 비웃었다. 사냥팀은 머신건으로 구역을 정해 난사하며 좀비 웨이브를 막아내고 있었다.

무척이나 효율적인 모습이었다. 오랫 동안 손발을 맞춰와서 그런지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래도 이번에 다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몰래 으쓱한 골목에 들어간 심후는 좀비로 변신했다. 무기는 다시 머신건으로 교체했다.

머신건을 든 좀비는 빙 돌아서 사냥팀의 후방에 나타났다.

'크크크크!'

비웃음과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연신 공기를 갈아 마시는 머신건의 총성이 울려 퍼졌지만 사냥팀은 이때까지 심후를 눈치 채지 못했다. 머신건의 총성이 온통 뒤섞였기에 구분이 가지 않은 탓이었다.

"어?"

눈치 챈 것은 팀원 중 한 명이 사망했을 때였다. 

"뭐야? 왜 죽었어?"

"저기 봐!"

사냥팀은 노련했다. 변수가 등장했음에도 좀비 웨이브에 계속 대응하면서 팀원을 죽인 원인을 탐색했다. 그 사이에 또 한 명이 쓰러졌다.

"후방이다!"

"미친? 좀비가 머신건을 쏴?"

"저거 혹시 초보자 구역에 나타났다는 필드 보스인가?"

"1조는 저 녀석 잡아! 좀비는 나머지가 막는다!"

순식간에 역할 분담이 끝났다.5명이 심후를 잡기 위해 등을 돌렸다.

그 순간 심후는 자리를 벗어나 뛰기 시작했다. 좀비 치고는 무척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아무도 이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들이 플래티넘급 스킬은 도플갱어의 육신이란 스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등급 때문에 무척이나 희귀한 스킬이었고 별로 대단치 않은 기능에 많은 이들이 얻자마자 삭제해버리기도 하는 스킬이었다. 심후처럼 암살을 할 사람들이 아니면 잘 쓰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킬이 많을수록 스킬 숙련도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낭비라고 생각되는 스킬일 뿐이었다. 

"겁나 빠르네!"

"왼쪽으로 돌아! 우린 오른쪽으로 간다!"

도망치는 심후를 구석에 몰아넣기 위해 5명이 흩어졌다. 하지만 심후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골목의 코너를 돌면서 도망치던 심후는 얼른 지나치던 상점 안으로 뛰어들어 몸을 숨겼다.

뒤를 쫓던 2명은 갑자기 심후가 보이지 않자 더 빨리 달렸다. 골목이 길지 않고 짧기 때문에 빠르게 골목을 벗어났을 거라고만 판단한 탓이었다.

'지금이다!'

2명이 상점을 지나치는 순간 심후는 상점에서 뛰어나와 2명의 등에 총격을 가했다.

"크윽!"

"무슨!"

한 명은 그대로 걸레가 되어 쓰러졌고 남은 한 명도 몇 초 지나지 않아 쓰러졌다. 레벨이 높은 이들이었다면 통하지 않을 수였지만 현재는 게임 오픈 하고 얼마 되지도 않았기에 레벨은 다 고만고만했다.

여기에 화력이 높은 머신건 공격이 가해지니 버텨내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었다.

'오옷 머신건!'

운이 좋았던지 한 명이 머신건을 떨어트렸다.

신이 난 심후는 잽싸게 머신건을 챙겼다.

'돈이 얼마야?'

무엇보다 이들은 부자였다.

한 명이 쓰러질 때마다 10골드가 인벤토리로 자동 이체 되었다. 이들이 보유한 금액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심후의 눈은 더욱 음침하게 빛났다.

'다 잡으면 오늘 본전 뽑겠는데?'

심후는 도플갱어의 육신 스킬을 해제했다. 그리고 소총을 꺼내 들고는 잠시 물러났다. 평범한 유저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좀비 웨이브를 막고 있는 팀의 후방으로 이동했다.

심후를 쫓던 3명의 유저들은 이를 봤지만 그들의 목표는 머신건을 든 좀비였기에 그냥 지나쳤다.

'후후후후후.'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벌써 레벨이 6이 되었다. 좀비들을 많이 잡은 것도 있고 유저들을 잡은 경험치도 상당했다.

새로 얻은 보너스 포인트는 모두 지능에 투자해 마력이 다시 상승했다. 여기에 돈이 벌써 45골드로 올라있었다.

'한 번 더 변신 할 수 있겠어.'

적당한 상점에 몸을 숨겼다. 심후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플갱어의 육신 스킬을 다시 사용했다. 완벽한 좀비의 모습이 되자 다시 머신건을 꺼냈다.

'오늘 본전 뽑자!'

사냥팀의 후방에 다시 나타난 심후는 또 다시 2명을 잡았다. 그러자 사냥팀에 위기가 찾아왔다. 10명이 함께 사냥하고 있었는데 벌써 절반이 사라졌다. 또한 좀비 웨이브를 막는 이들은 달랑 3명뿐이었다.

좀비들이 더욱 가까워지는 일이 발생했다.

"저거 하나 못 잡고 뭐하는 거야!"

"빨리 돌아와!"

사냥팀은 심후를 돌아보면서 다른 이들을 불렀지만 약간 떨어진 곳에서 이들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남아서 좀비를 저지하던 이들은 결국 후퇴를 결정하며 심후를 향해 등을 돌렸다.

그 순간 심후는 도망쳤다.

사냥팀은 심후를 잡으려 했지만 계속해서 좀비들이 쫓아오는 탓에 안전구역을 향해 달렸다.

"끄어어어어엉!"

좀비들은 미친 듯이 사냥팀을 따라갔다. 이로 인해 초보자 사냥터에 몹몰이를 한 것은 사냥팀으로 오인 받고 말았다.

"저거 제네시스 길드 놈들 아냐?"

"아오! 망할 놈들! 벌써부터 깽판이냐!"

수많은 초보자들은 안전구역으로 후퇴해야만 했다.  

"우리가 아니야!"

사냥팀. 올라이프 49에서 '제네시스'란 이름의 길드원으로 활약했던 이들은 오해라고 부르짖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제네시스에 대한 악명이 조금 쌓였다.

반면, 스킬을 해제한 심후는 소총을 들고 안전구역으로 들어갔다.

'65골드가 있으니 포션을 좀 사자.'

한 번 몹몰이로 톡톡히 재미를 봤더니 멈출 수가 없었다. 과거라면 지금과 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을 찌질 하다며 욕하기 바빴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심후는 잡화점에서 가진 돈을 모두 사용해서 최하급 마력 포션을 샀다. 하나당 100 마력 포인트를 회복시켜주는 물건이었다.

이를 이용해 몹몰이를 한다면 돈을 더 쉽게 벌며 레벨을 올릴 수 있겠다 싶었다.

"야! 너 어디 소속이야!"

잡화점을 나오는데 한 남자가 심후를 가로막았다.

심후의 계략에 빠져 팀원을 잃은 제네시스 길드원 중 한 명이었다.

"왜 이러세요?"

"아까 네가 몹몰이 해왔잖아! 어디 소속인데 방해하고 지랄이야!"

"내가 뭘? 와, 생사람 잡네? 지들이 해놓고 나한테 뒤집어씌우네?"

심후는 일부러 더 크게 떠들었다. 그러자 주변의 유저들이 숙덕거렸다.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재 안전 구역 안에 소문이 빠르게 번졌다. 사실 여부는 상관없이 이번 몹몰이는 제네시스 길드에서 한 것이 되어버렸다.

거대 길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은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비난했다. 

"너 이 자식! 아이디 까!"

"미쳤냐?"

"아오! 이 자식을!"

안전 구역 내에서는 절대 PK가 불가능했다. 안전구역 내에서는 공격 자체가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하려면 오직 안전 구역을 벗어났을 때만 가능했다. 또한 아이디도 스스로 밝히거나 검색 가능 상태로 전환하기 전에는 남에게 보이지 않았다. 심후는 이들을 비웃으며 안전 구역 밖으로 벗어났다.

제네시스 길드원들은 심후를 쫓지 않았다. PK를 해봐야 자신들만 손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젠가 높은 레벨이 된다면 무한 척살을 당할 수는 있었다.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고.'

이미 암살자의 길을 선택한 심후는 뒷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무한 척살을 하려 한다고 잡힌다면 암살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또한 믿는 구석도 있었다.

'도플갱어의 육신이 있으면 잡히지 않지.'

스킬 레벨을 빠르게 올린다면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심지어 몬스터로 혼자 사냥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혼자 사냥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어차피 솔로의 길을 선택한 심후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안전 구역을 벗어난 심후는 동서남북에 걸쳐 계속 몹몰이를 해댔다.

이로 인해 올라이프 50 오픈하고 5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과학문명에서 시작한 이들은 채널을 옮겼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기 때문에 채널이 여럿이었다.

올라이프는 특이하게도 서버는 모두 통일 되어 있었다. 전 세계인이 한꺼번에 한 채널에 몰린다면 부하가 걸리기는 하지만 채널에 따라 나누기 때문에 모든 유저들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다른 유저들이 채널을 바꾸는 것처럼 심후도 채널을 바꾸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심후는 레벨 20을 달성해버렸다. 돈도 많이 벌었다.

최하급 마력 포션을 계속 마셔댔지만 원래 갖고 시작했던 100골드의 2배인 200골드가 인벤토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후후후, 그래. 이러면 되는 거야.'

이날 머신건을 든 필드 보스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게임 뉴스에도 등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많은 유저들이 너무 어이없는 설정이 아니냐고 게임사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딱 하나였다.

"필드 보스가 아니고 유저입니다.

잠시 접속을 끊고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던 심후는 뉴스를 보고는 혀를 찼다.

'이러면 더 하기가 곤란하잖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심후는 자신의 얼굴이 아직 팔리지 않았으니 적당히 멈추기로 했다.

"필드 보스가 아니고 유저입니다."

잠시 접속을 끊고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던 심후는 뉴스를 보고는 혀를 찼다.

'이러면 더 하기가 곤란하잖아?'

"필드 보스가 아니고 유저입니다."

잠시 접속을 끊고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던 심후는 뉴스를 보고는 혀를 찼다.

"필드 보스가 아니고 유저입니다."

잠시 접속을 끊고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던 심후는 뉴스를 보고는 혀를 찼다.

'이러면 더 하기가 곤란하잖아?'

"필드 보스가 아니고 유저입니다."

잠시 접속을 끊고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던 심후는 뉴스를 보고는 혀를 찼다.

'이러면 더 하기가 곤란하잖아?'

"필드 보스가 아니고 유저입니다."

잠시 접속을 끊고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하던 심후는 뉴스를 보고는 혀를 찼다.

심후의 정체는 의외로 빨리 밝혀졌다. 게임사의 발표 이후, 시비가 붙었던 제네시스의 길드원이 스크린샷을 올리며 심후가 한 것임을 입증한 것이었다.

처음 몹몰이를 하며 달려 올 때 좀비들의 선두에 선 심후의 얼굴이 확실히 찍혀 있었다. 이후 머신건을 든 좀비가 나타나 습격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무엇보다 도플갱어의 육신이란 스킬의 존재를 사람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심후의 얼굴은 순식간에 게임 정보 사이트에 도배가 되었으며 척살해야 하는 공적으로 몰렸다.

처음에는 제네시스 길드원들이 욕을 먹었지만 전 채널에 걸쳐 심후가 사고를 치고 다녔기에 제네시스에 대한 의심은 풀렸다. 심후의 얼굴은 다른 유명 길드의 사람들에게도 찍혀서 함께 글에 올라왔다.

때문에 심후의 캐릭터는 단숨에 유명해졌다. 

'예상보다 빠르잖아?'

자신을 험담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도 심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음 아플 일도 없었다. 화가 나지도 않았다. 심후에게는 모두 타인일 뿐이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때문에 분노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다만 앞으로 게임 플레이기 쉽지 않아질 것을 예감했을 뿐이었다. '안전 구역을 벗어나는 건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앞으론 유저들과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야 겠다.

'캐릭터의 얼굴이 쫙 깔렸지만 심후가 만든 캐릭터의 얼굴은 기본 얼굴이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얼굴이기에 똑같은 얼굴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때문에 심후와 같은 얼굴을 가진 이들은 꼭 파티원과 함께 움직여야만 했다. 안 그러면 심후로 오인 받아 척살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자 움직이는 유저라면 당분간 조심해야만 했다.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잊어버리기 전에 심후의 캐릭터와 같은 얼굴을 가진 유저가 홀로 필드에서 움직이다 발각되면 바로 PK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변신하면 해결 되는 문제야.'

안전 구역을 벗어날 땐 도플갱어의 육신을 쓰면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벗어나기 전에 안전 구역 내에 있는 NPC의 모습을 저장해 변신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냥 맨 얼굴로 안전구역을 벗어나다가 꼬리가 붙으면 골치 아픈 일이었다.

'마력도 충분하고 돈도 많으니까.'

생각 같아서는 더 유저들의 사냥을 방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경계하고 있을 테니 몹몰이는 이제 불가능했다. 좀비들을 몰이해서 끌고 가다가 선두에 선 자신을 집중 공격해버린다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레벨 20이 되면서 사망 페널티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는 어떤 식으로든 사망하면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가 하락하게 되어있었다.

마스터 레벨에 도달한 스킬들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스킬들은 사망 페널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또한 마스터한 스킬이 많을수록 경험치와 다른 스킬들이 받는 페널티가 더 커질 뿐이었다. 

'그나저나 게임을 조금만 더 할까?'

심후는 고민했다.

게임은 즐거웠다.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배신자들에게 게임 속에서 복수하는 것은 순조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게임에서만 복수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해 다른 이들을 모두 깔보고 싶어졌다.

자신을 버린 부모를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게임에만 매달리는 것은 좋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지만 적당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몸을 쓰는 운동선수가 가장 먼저 떠올랐지만 금방 지웠다. 심후가 익히고 있는 것은 건국 황제가 탐내던 무공을 익히고 있던 종우가 남긴 유산이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빼앗기는 것은 더 싫었다. '차라리 내가 다 부수면 부쉈지 빼앗기긴 싫다.

'절대 남 좋은 일은 하기 싫었다. 좋은 것은 혼자 독차지하고 되도록 오래 누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운동선수가 돼서 업적을 세우고자 하는 욕망도 없었다.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자 기분 전환을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다.

'소주, 맥주, 소시지, 먹다 남은 스파게티, 김밥. 냉동 돈가스.'

안에 있는 음식은 전부 밖에서 사온 것들뿐이었다. 직접 만든 것은 하나도 없었다.

'쩝, 안 땡기네.'

기분 전환을 위해 냉장고를 열었건만 끌리는 것이 없었다. 단순하게 먹는 것으로 기분을 풀어보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거칠게 냉장고 문을 닫고는 티브이 앞에 앉았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계속 채널을 돌리며 눈길을 끄는 것을 찾았다.

'음?'

200개가 넘는 채널을 돌리다가 한 곳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이제 다 됐습니다! 궁금하시죠? 오늘의 즉흥요리! 얍!"

흥미를 끈 것은 바로 인터넷 방송국에서 만든 코믹 요리 프로였다. 보통 요리 프로라고 하면 정말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먹어봐!'

라는 프로는 상식을 파괴했다.

"자! 지금부터 맛보겠습니다."

"저기요. 이거 안 먹으면 안 돼요? 색깔부터 이상한데."

심사위원인 미남 배우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요리를 거부했으나 메인 진행자는 단호했다.

"우리 프로의 심사위원들은 꼭 음식을 입에 넣어야 합니다.

안 하면 계약 위반이에요. 아시죠? 방송 출연 금지 당하고 싶어요? 나 무서운 사람이야! 왜 이래 이거!"

뽀글머리를 한 뚱뚱한 진행자, 세간에는 한포식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남자는 화난 표정을 지으며 미남 배우를 닦달했다.

"으으으으."

미남 배우는 정말 싫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먹을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 PD의 단호한 모습이 비쳤다. 안 먹으면 고정에서 빼버리겠다는 협박에 미남 배우는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거 냄새 정말 이상해."

우는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방송을 보면서 심후는 피식거리며 계속 웃었다.

무척이나 가학적인 프로였다. 어찌보면 음식 가지고 장난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리얼 방송을 추구한다는 프로그램이었기에 넘어갈 수 있었다.

요리는 항상 일반인과 페어를 이룬 연예인이 하게 되어 있었다. 규칙은 일반인은 옆에서 입으로 거들기만 했다.

요리사를 하게 되는 연예인은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못하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 모두 게임을 통해 자신의 짝을 고르게 되고 시장 보는 것에서부터 여러 가지로 미션을 거쳐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류 요리사가 옆에서 정확한 지시를 내려도 요리하는 사람이 요리를 망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음?"

억지로 음식을 한 입 먹었던 미남 배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더니 한 입 더 먹었다. 그리고 환해지더니 두 입 더 먹고는 엄지를 추켜세웠다.

"완전 반전이네요! 맛있어요!"

"어? 정말요?"

"네! 먹어보세요."

옆에서 미녀 배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어서 다른 심사위원들도 몰려서 저마다 떠먹었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미남 배우를 빼고는 모두 표정을 찡그렸다.

"보셨죠! 감독님들! 저 연기 잘 해요! 제발 저 좀 캐스팅 해주세요!"

말을 마치고 미남 배우는 급히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보통 방송이었다면 방송 사고라고 하겠지만 

'먹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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