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 감독님들! 주연 한 번 시켜주세요! 자막이 뜨며 요리의 극악한 맛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몰라도 참.'
황당한 방송프로였지만 나름 고정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였다.
인류가 방송을 시작하고 길고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방송 프로가 생기다보니 기이한 것에도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었다.
'먹어봐!'
는 어찌보면 시대를 잘 타고난 프로였다.
만약 전후 세대가 많은 국가에서 만들어졌다면 음식 낭비하는 프로라면서 온갖 비난을 받고 폐지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 이거야.'
괴악한 요리 프로를 본 심후는 결심했다.
'요리사가 되어 연예계로 나가보자.'
방송 역사상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어떤 요리사는 책도 내고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을 하며 인기와 함께 부를 얻기도 했다.
'못 할 건 없어. 그리고 어차피 거쳐 가는 단계로 생각하면 돼.'
사회에서 성공할 때 갑작스럽게 성공하면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성공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타인의 성공을 분석해 자신의 성공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형편없던 인간이 갑자기 뛰어난 천재성을 보이며 성공했다면 그 과정을 분석하여 더 큰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가치 창조. 이것이 바로 수많은 부자들이 말하는 성공의 핵심이었다. 어떤 위치에 있든 타인이 원하는 가치를 창조해야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이야기라도 타인이 즐길 수 있는 가치가 담겨 있다면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정크 푸드로 널리 알려진 패스트푸드를 들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의 나쁜 점을 지적하지만 여전히 이를 즐기는 사람은 많았다. 담배도 마찬가지였다.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흡연자에게는 즐거움을 주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성공에 대한 책을 조금 읽어본 심후는 요리에 일단 충실할 생각이었다.
요리사가 되면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한 직업이 생기는 거였다. '몸으로 하는 거라면 자신 있다.
'심후는 계속해서 요리를 먹고 쓰러지는 심사위원들을 보았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눈은 희미하지만 웃고 있었다.
요리사가 되겠다고 결심하자 바로 행동했다.
'일단 좋아하는 요리를 찾는 게 중요하지.'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 먹다보면 실력이 늘 수 있었다.
'요리 프로그램도 좀 사야겠네.'
가상현실을 통해 요리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고 가상으로 살짝 실습해 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각 나라와 문화별로 요리 프로그램은 다양했으며 꾸준히 팔리는 콘텐츠였다.
요리는 정말 공부할 것이 많았다. 그냥 간단한 조리만 하며 그저 그런 보조로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기 위해선 많은 지식은 필요 없었다. 하지만 남들에게 인정받는 수준이 되기 위해선 기술과 지식, 그리고 체력을 필요로 했다.
요리 재료를 다룰 수 있는 기술, 그리고 재료를 이용해 원하는 요리의 형태와 맛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지식, 마지막으로 매일 주방에서 끊임없이 요리를 만들어내는 노동을 버티게 해줄 체력을 갖춰야만 했다. 심후가 생각하기에 이 3가지는 꼭 지녀야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다.
'맛이라.'
먹어본 요리가 별로 없으니 맛에 대한 기억이 풍부하지 않았다.
다뤄본 식재료도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주방에 서서 복잡한 요리를 해본 적도 없었다.
'이 상태로는 기껏해야 패스트푸드나 만드는 수준으로 끝난다.'
심후는 독하게 눈을 빛내며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다.
'일단 내가 먹을 밥은 직접 만든다!'
심후가 요리를 시작한 시간, 인터넷 방송국의 코믹 요리 프로
'먹어봐!'
의 진행자 한포식은 한숨을 내쉬었다.'시청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엽기적인 형태의 요리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단 성공했다. 일류 스타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신인이나 한 물 간 연예인들을 모아 게스트로 출연시키며 버텨왔다. 그러나 점점 한계에 도달하는 중이었다.
예능 프로라는 것이 그랬다. 하나의 행동으로 웃음을 줄 수 있다고 거기에 안주하고 계속 같은 짓을 반복하면 시청자는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비슷하고 익숙하면서도 무엇인가 새로워야 했다. 가끔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어이없는 웃음이라도 선사해야만 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이었다.
'아이디어가 없어! 아이디어가!'
제대로 된 요리를 먹으며 식당 소개하는 식의 프로는 얼마든지 있었다.
주부를 위한 요리 프로그램도 있었다. 직장인을 위한 것도 있고 심지어 솔로를 위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젠장! 우리가 돈 좀 더 많았어도!'
인터넷 방송국에서 제작하기에 제작비의 한계가 명확했다. 카메라도 몇 대 없고 연예인들도 겨우 섭외했다.
거의 놀다시피 하는 사람들을 연줄로 불러서 그래도 방송에 얼굴 비춰야 뭐라도 되지 않겠냐며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한포식은 답답함을 느끼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배고프다. 먹다 보면 뭔가 좋은 생각이 날지도 몰라!'
대기실을 뛰쳐나간 포식은 근처의 분식집에서 5인분을 먹어치웠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오피스텔에 설치된 작은 주방 구석. 프라이팬 위의 달걀을 뒤집던 심후는 인상을 찌푸렸다.
"후우......."
'프라이드 에그'. 혹은 '계란프라이'라는 아주 쉬운 요리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을 벌써 5번이나 실패했다. 처음에는 밑이 프라이팬에 달라붙어 제대로 뒤집어지지도 않았다.
다음에는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고자 일찍 뒤집다 노른자가 깨졌다.
'이래서 어느 세월에.'
아주 간단한 것이었지만 어느 사진에 실린 계란프라이처럼 예쁜 모양으로 완성하기가 어려웠다.
축구로 치자면 볼 트래핑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기술이었다. 실패한 계란프라이를 5개나 먹은 심후는 더 도전하지 않았다.
계속 실패하다보니 재미도 없었다.
'요리 프로그램에 나와 있겠지?'
아직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요리 프로그램이 떠올리곤 얼른 가상현실접속기에 들어가 '주부의 기술: 요리편'을 실행했다.
"안녕하세요! 주부의 기술! 요리편을 구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활기찬 인사가 들려옴과 동시에 여러 개의 아이콘이 떠올랐다. 아이콘에는 양파 썰기를 비롯해 각종 야채와 재료들을 손질하는 '칼질'을 비롯해 기초적인 요리 레시피와 양념 사용법들도 나와 있었다.
심후는 아이콘들을 하나씩 보다가 계란프라이를 찾았다.
'보기 보단 쉽네.'
프로그램에는 여러 가지 주의 사항과 팁들을 알려주었다.
정말 세세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대로 실행한다면 실수 할 것 같지 않았다. 심후는 다시 요리에 도전했다.
'이번에야 말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프로그램에서 나온 여성이 한 것과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러자 노른자의 색감이 예쁘게 살아있는 계란프라이가 완성되었다.
"오오오오!"
포크로 살짝 찌르니 노른자가 톡 터졌다.
반면 흰자는 완벽하게 익어 있었다. 너무 익어 딱딱해진 부분도 없었다.
'음, 이 맛이야.'
앞으로 요리가 재미있어 질 것 같다고 생각하며 심후는 아주 기초적인 요리 기술을 하나하나 습득해나갔다.
약 3시간 정도 요리를 공부한 심후는 뇌전단을 하나 먹고 다시 가상현실접속기에 몸을 뉘었다.
요리를 익히는 것이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무공을 익히는 것도 중요했다. 또한 오픈한지 얼마 안 된 올라이프를 즐기고 싶기도 했다. '무공을 익히니까 몸의 통제능력이 더 향상한 것 같다.
기억력도 더 좋아졌어.'과거와 다른 자신을 느꼈기에 무공을 익히는 일은 소홀히 할 생각이 없었다. 뇌전공 프로그램이 실행되며 의식은 다시 올라이프의 세계로 이동했다.
아이디: 무크레벨: 20
(0.91%)
생명력: 100/100마력: 1000/1100내구: 10 힘: 10민첩: 10지능: 110타이틀: 없음보너스 포인트: 0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상태를 살펴보는 일이었다.
'마력은 높지만 아직 부족해.'
도플갱어의 육신 숙련도는 이제 겨우 1%가 조금 넘는 정도였다.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숙련도가 0.01%가 올라갔다. 일반 스킬의 경우 10번 정도만 사용하면 스킬 레벨이 1에 도달했다. 하지만 플래티넘급의 스킬이라 그런지 도플갱어의 육신은 100번을 넘게 사용했는데도 1%를 넘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1만 번을 사용해야 한다니.'
사용하기 위해 써야할 마력을 상상하면 겁이 날 정도였다. 시작부터 이런데 스킬 레벨이 올라가면 얼마나 더 마력이 필요하게 될 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1번 사용에 100 마력이 소모되니까 다음 레벨로 올리는데 100만 마력이군. 최하급 마력 포션 1만 병이라니. 할인가가 5골드이니 정가로 따지면 대략 10만 골드가 드는 거네.'
나중이라면 모를까 현재 상황에서는 빠르게 올리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현재 가진 돈이 별로 없으니 빠른 시간 안에 스킬을 마스터하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그래도 다른 스킬을 배울 순 없어.'
문제는 다른 스킬을 하나 더 배우면 필요 숙련도가 2배로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또 다시 스킬 하나가 더 추가 된다면 3배였다.
이런 문제 때문에 도플갱어의 육신이란 스킬은 외면당해 왔다. 스킬이 많아질수록 필요 숙련치가 무섭게 상승하는데 별로 사용하지도 않는 스킬을 익히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지금 가진 골드로는 마력 포션을 40개 밖에 못 사는데.'
레벨이 20에 도달하기까지 심후는 수많은 유저들을 학살했다. 채널을 돌아다니며 몹몰이를 하고는 뒤통수를 쳤다.
하나 같이 돈이 많은 부자들은 죽을 때마다 막대한 골드를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상당한 고가의 아이템들도 떨어트렸다.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은 팔지 않았지만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들은 모두 상점에 되팔아 짭짤한 이익을 챙겼다.
물론 번 돈의 상당액은 포션을 사기 위해 썼다.
'남은 포션이 10개 있으니 모두 50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