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99% 정도가 남았다.
즉, 9900병의 최하급 마력 포션이 필요한 상태였다. 여기서 50병을 구했으니 앞으로 9850병을 더 구해야 했다.
물론 하급 마력 포션을 구한다면 좋겠지만 하급 마력 포션은 현재의 안전구역에서는 팔지 않았다. 다른 곳에 가면 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더 싸다는 확신이 없으니 심후는 최하급 마력 포션을 기준으로 생각해야만 했다.
'돈이 필요해. 돈이!'
도플갱어의 육신을 마스터하기 위해선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소리였다. 쿨타임 동안 마력이 회복된다고 해도 스킬을 사용할 정도로 모이지 않는 것이 불행이었다.
'마력 사용량을 줄여주는 아이템이라도 구하면 편할 텐데.'
문제는 마력 사용량을 줄여주는 아이템은 구하기도 어렵고 다른 유저에게서 사려고 해도 비싸다는 것이었다.
'유저들을 다시 사냥하는 것도 힘든데.'
몹몰이를 하며 유저를 사냥한다는 뉴스가 떴으니 같은 방법을 써서 유저 사냥을 하려고 하면 죽는 것은 심후였다.
죽기 싫은 유저들이 몹을 몰아오는 심후부터 죽일 것이 뻔했다. 20레벨에 도달한 유저들도 사망 페널티를 받게 될 테니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심후를 잡으려 들 것이 분명했다.
'돈 안 되는 저렙들만 잡는 것도 그렇고.'
잠시 고민을 하다 생각해낸 해결책은 저격이었다. 몹몰이는 위험하니 결국 저격이 최선책이었다.
'저격용 소총을 구하는 게 우선이니 여기를 벗어나는 게 좋겠다.'
초보들이 시작하는 안전 구역 말고도 과학 문명에는 여러 도시가 있었다.
'먼저 변장할 것이나 사야겠다.'
다른 유저들에게 얼굴이 좀 팔린 상태니 가려야만 했다.
이동 중에 걸리면 사냥 당할 위험이 있었다. 변신해서 가리는 것은 시간제한이 있으니 계속 사용하는 것도 무리였다.
적당한 NPC의 얼굴로 변신한 심후는 사람들이 있는 거리로 당당히 걸어 나갔다. NPC의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사람들은 아무도 심후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작정하고 심후를 쫓기 위해 사람을 살펴보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상함을 알아보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당당하게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의류상점으로 들어간 심후는 후드가 달린 야상을 샀다.
'음? 저건?'
상점의 한쪽을 보니 머리에 착용하는 것들이 보여 가까이 다가갔다. 각종 디자인의 머리띠와 모자, 그리고 마스크가 있었다.
'이건 테러범 생각나게 하는 마스크네.'
머리에 뒤집어쓰는 검은 마스크를 보니 왠지 마음이 끌리는 심후였다.
'나한테 딱이잖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눈에 빛이 번쩍였다.
'여기가 고글을 쓰면 더 완벽하겠지?'
눈까지 아예 가리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입 밖에 볼 수 없게 된다.
가격을 살펴보니 별로 비싸지도 않아 고글까지 얼른 구매했다.
'후후후후.'
테러범 복면을 뒤집어쓰고 고글을 쓰니 누군지 알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여기에 후드 야상을 입고 후드를 쓰니 수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현실이었다면 도둑이나 강도로 오인 받고 경찰의 심문을 받아도 할 말 없는 차림이었다. 허나, 이곳은 게임 안이었다.
오히려 이런 것도 패션의 하나로 인정받는 세계였다.
자신의 얼굴을 모두 가리게 되자 해방감이 느껴지는 심후였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볼 수 없을 거라는 심리가 더욱 나쁜 짓을 하길 독촉했다. 서둘러 잡화점에 들려 가진 돈을 모두 사용해 최하급 마력 포션을 구입했다.
남는 여분의 돈으로는 머신건 탄약을 구입했다. 안전 구역 내에서 얼굴을 가리고 돌아다니는 인간이 있었으나 유저들은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 간지 나는데? 우리도 저렇게 하자!"
오히려 심후의 패션을 보고 따라하려는 사람도 생겼다. 실제로 몇몇 사람들은 서둘러 심후와 같은 복장을 하기도 했다.
물론 차이를 두기 위해 색상을 달리 했다.
준비를 위해 돌아다니다 이를 본 심후는 차갑게 웃었다.
'곧 후회하게 될 거다.'
얘기를 듣자마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안전구역을 벗어난 심후는 머신건을 꺼내들었다.
안전 구역 밖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좀비를 잡느라 정신없었다. 안전을 위해 여럿이서 함께 좀비를 상대하는 파티를 향해 다가갔다.
파티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안녕?"
"응?"
인사를 건네자 한 사람이 뒤돌아봤다. 그때 심후의 머신건이 불을 뿜으며 파티를 향해 날아갔다.
뜨거운 머신건의 총탄은 유저들의 몸을 걸레로 만들었다. 몇 초 지나지도 않아 유저들이 사망했다.
- 삐익! 유저를 죽였습니다. - 삐익! 유저를 죽였습니다.
기분 나쁜 알림 메시지가 귓가에 계속 맴돌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하하하하하! 잘 가시오!"
즐겁게 웃으며 작별인사를 해주었다.
"저 자식 뭐야!"
"피해! 머신건이야!"
"저 자식 잡죠! 우리가 뭉치면 잡을 수 있어요! 잡으면 돈 좀 벌 수 있어요!"
자신의 안전을 생각한 유저들은 도망쳤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유저들은 오히려 심후를 포위하려 했다. 초보자 구역에 있다는 것은 아직 레벨 20이 되지 않았다는 소리. 죽어도 페널티가 없기에 겁 없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어떤 놈이 선동한 거지?'
의혹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심후는 자신이 도망칠 방향으로 뛰며 머신건을 난사했다.
"으아아아아! 죽어!"
포위망이 형성되기 전이라 화망이 완벽하지 않았다. 운 좋게도 심후는 한 대도 맞지 않고 도망치는 방향에 있는 유저들을 모두 죽이는 데 성공했다.
"하하하하하!"
포위를 뚫고 달리는 데 가슴이 상쾌해졌다. 수많은 유저들이 자신의 뒤를 쫓는데 즐거웠다.
"저 자식은 또 뭐야?"
외곽 지역에서 사냥을 하던 유저들은 심후를 보더니 유저들과 함께 심후를 쫓기 시작했다. 뭔지 몰라도 일단 잡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좋구나.'
목동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심후는 달렸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곽 지역에서 사냥을 하던 유저들은 심후를 보더니 유저들과 함께 심후를 쫓기 시작했다. 뭔지 몰라도 일단 잡고 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좋구나.'
목동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심후는 달렸다.
============================ 작품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