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64)

우정의 바주카, 작별의 헤드샷.

로그아웃한 제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싸이코 같은 인간이었어.'

반말을 했다가 존대말을 했다가 오락가락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작별 인사하는데 헤드샷을 날리는 행동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자신도 만만치 않게 이상하게 보였음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연락처를 알아냈으니 됐어. 이제 아가씨한테 넘기면 되겠네.'

제니가 에린에게 받은 부탁은 이것이었다. 빌딩 옥상에서 심후가 다시 접속하게 되면 지키고 있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연락처를 알아내라는 것이었다.

관계를 진전시켜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더 좋다고 했었다. 에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제니는 메이드 업무에서 벗어나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하지 않고 다른 메이드와 교대로 해야 했다.

누군가는 옥상에서 언제 접속할지 모를 심후를 기다려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문제가 많은 일이었다.

채널만 바꾸면 만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있었다. 허나, 제니는 실 날 같은 희망을 기대하며 빌딩의 옥상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심후가 접속하기 전에 항상 접속하던 채널에 접속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만날 일은 없었다. 

'그나저나 그 남자 성질이 정말 나쁜데. 아가씨를 도와서 많이 잡아야지.'

제니는 심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린은 일하고 있었다. 세계의 부를 움직이는 가문의 일원이라 돈이 썩어 넘치도록 많았지만 놀고먹을 수는 없었다.

부를 유지하기 위해선 일해야 했다. 하지만 부자의 일은 직장인이 하는 일과는 조금 달랐다.

'세포 시뮬레이션이라.......'

가상현실의 눈부신 발전은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의학 분야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상현실이 등장하고 나서 수술실에 들어갈 수술의를 양성하는 것이 쉬워졌다. 또한 환자의 상태를 그대로 가상현실에 옮겨 수술을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제 의학은 세포의 활동까지 가상현실로 구현할 정도가 되었다. - 올라이프 50에 적용할 경우 성공 가능성 90%에린이 읽고 있는 보고서에 담긴 세포 시뮬레이션은 평범한 것들과는 달랐다.

세포의 진화에 대한 것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게임에 적용할 경우 밸런스 붕괴 확률 80%.'

게임에 적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보는 것이 바로 이번 세포 시뮬레이션의 핵심이었다.

현실에서는 금지된 실험이기에 가상현실을 만들어내 금지된 실험을 하는 것이었다.

'투자 할까? 말까?'

부자들이 하는 일은 바로 투자처를 정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즉흥적이든 꼼꼼하게 검토한 뒤에 하는 것이든 투자를 통해 결과를 거둬들이는 것이 바로 거부들의 일이었다. 에린은 잠시 고민하다가 투자를 결정했다.

'새로운 신약이 나올 수도 있고 잘하면 무공 시뮬레이션의 성공에 다가갈 수도 있어.'

종우가 이미 개발한 것이었지만 심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우가 개발한 것과 같은 것을 생각하며 총력을 기울여 연구하는 중이었다. 상류 사회의 인간들은 모두 무공이 바로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 강하고 좋은 무공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하지만 새로운 무공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무공을 연구하기 위해 인류에 무공을 공개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특별한 존재이고 싶은 상류 사회의 욕망은 이를 거부했다.

무공이란 하나의 특권과도 같았다. 무공을 익힌 사람은 일반인보다 훨씬 월등한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나눌 이유가 없었다. 이미 지구의 부를 대부분 독점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뛰어난 능력을 안겨주는 무공은 사회의 최상층에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힘이었다. 더 좋은 것을 얻고 싶다면 연구를 해야만 했다.

연구를 위해선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가상현실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바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체를 구성하는 것들은 물론 무공으로 인해 생기는 변화까지 적용한다면 새로운 무공을 개발하는데 더욱 효과적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었다.

세포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는 무공을 가상현실에서 직접 구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였다.

실패하게 될 경우 본전을 찾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허나, 에린은 투자를 결정했다.

분석에 의하면 성공 확률은 50%였다.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연이라면 해내겠지.'

한세연. 통일한제국의 황족 중 한 명이지만 혈통보다는 의학자로 더 널리 알려진 천재였다. 투자를 결정하고 자금 지원을 승인하자 피로가 밀려왔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없었으나 거금을 쓰기 전에 신경 쓰느라 정신적으로 피곤해진 상태였다. 일을 끝낸 뒤에 찾아오는 피로는 어딘지 모르게 허탈하면서도 뿌듯했다.

눈을 감고 피로에서 회복되는 느낌을 감상했다. 끊어질 것 같으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나른함 뒤에 밀려오는 활력은 점점 커져갔다.

무엇인가 신나게 즐기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에린은 바로 게임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아가씨, 드디어 찾았어요."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제니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심후와 친구 추가를 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으며 연락처도 같이 받았다.

"지금 접속해 있어?"

"네, 접속해 있어요."

에린은 바로 움직였다. 심후가 접속하지 않은 동안 에린은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레벨이 오르고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다. 도플갱어의 육신은 극악한 숙련 난이도를 가졌지만 돈이 많은 에린에게는 별 다른 장애가 되지 않았다.

심후를 만난 이후 평범한 유저들과의 싸움에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 탐험을 하며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에린은 도플갱어의 육신을 3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잡아 죽이겠어!'

심후에게 연락을 하며 에린은 달렸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안전 구역 잡화상 뒤편 골목이었다.

"반갑네."

"얼른 친구추가나 하지."

심후는 긴말하지 않았다. 친목을 도모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상대와 장소를 정하고 결투를 하고 싶을 뿐이었다. 악수를 하자마자 친구로 추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제는 친구창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상대가 접속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갈까?"

"싫어."

"쫄았어?"

에린이 도발했으나 심후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러니까 가봐."

"왜? 그냥 싸우면 안 되나?"

"돈 벌어서 더 좋은 무기 사면."

"그래."

아쉬웠지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자신이 든 무기를 보고 전의를 잃은 상태에서 억지로 결투를 해봐야 재미없었다.

에린이 원하는 것은 전력으로 부딪쳐 오는 존재였지 깔아뭉갤 인간이 아니었다. 깔아뭉갤 인간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자신 앞에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굽실거릴 사람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

가진 돈이 많으니 에린의 투자를 원하는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또한 투자의 귀재가 투자한 회사라는 명성은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를 끌어낼 수도 있었다.

에린은 망설이지 않고 뒤돌아섰다. 일단 친구 추가를 했고 연락처를 확보했으니 별 문제가 없었다.

나중에 준비가 된다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었다. 이젠 언제 만나게 될까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허나, 이것이 에린의 실수였다.

'순진하긴.'

에린이 안전구역을 벗어나는 것을 보며 심후는 음흉하게 웃고는 멀리 떨어져서 뒤따라갔다.

상당히 거리가 있고 사람도 많았기에 미행이 발각되는 일은 없었다.

안전 구역 밖으로 나가자 저격총을 들고는 바로 에린을 조준했다.

"변신."

좀비로 변신하는 순간 방아쇠가 당겨졌다. 총구를 떠난 총알은 정확하게 에린의 뒤통수에 박혔다.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지며 에린은 앞으로 넘어졌다. 그 순간 빠르게 재장전한 심후는 1초도 되지 않아 다시 사격했다.

기습을 당한 에린은 정신을 차리려 했으나 몸을 가누는 것이 힘들었다. 총격의 여파를 견디기 위해선 힘을 올려야 했는데 민첩을 올려둔 터라 소용없었다.

"큭!"

결국 에린은 심후의 연속사격에 사망했다.

'짭짤하군.'

둔 터라 소용없었다.

"큭!"

결국 에린은 심후의 연속사격에 사망했다.

'짭짤하군.'

에린을 죽인 순간 또 다시 거금이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을 보며 심후는 환하게 웃었다.

둔 터라 소용없었다.

"큭!"

결국 에린은 심후의 연속사격에 사망했다.

'짭짤하군.'

에린을 죽인 순간 또 다시 거금이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을 보며 심후는 환하게 웃었다.

둔 터라 소용없었다.

"큭!"

결국 에린은 심후의 연속사격에 사망했다.

'짭짤하군.'

에린을 죽인 순간 또 다시 거금이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을 보며 심후는 환하게 웃었다.

- 너지?

- 뭐가?

- 나 PK. - 아닌데?

- 어디야?

- 안전구역이것이 에린과 심후가 나눈 채팅 내용이었다. 심후는 무조건 오리발을 내밀었다.

친구도 뭣도 아니고 친하게 지낼 생각도 없었으니 솔직하게 답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같은 것을 신경 쓰거나 했다면 달리 행동할 수도 있었지만 심후에게 그런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후 심후는 에린을 한 번 더 사냥했다. 이번에도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주었다.

- 누가 날 노리고 있어!

- 어쩌라고.

심후는 무관심한 척 했지만 안전구역으로 돌아오며 에린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에린은 광장에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예전에 한 번 봤던 제니와 처음 보는 여자가 에린의 뒤를 따랐다.'3:1이라.

'척 보기에도 장비가 무척 뛰어나 보였다. 제니의 바주카와 에린의 저격총, 그리고 또 다른 여인의 머신건. 이것만 놓고 봐도 균형이 무척 잘 잡혔다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정면으로 싸운다면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저격이라는 것은 숨어서 하는 것이었다. 숨어서 하기 때문에 발각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재공격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해보자고.'

자신이 한 짓이란 것을 발각 당해 역으로 사냥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심후는 포기하지 않았다. 세 사람이 안전 구역을 벗어나는 것을 보며 멀리 돌아서 따라갔다.

가다가 적당히 좀비도 잡아줬다. 저격총은 절대 꺼내지 않고 머신건으로 좀비들을 걸레로 만들며 움직였다.

너무나 한가한 발걸음은 산책이라도 나온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아무도 이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게임이 시작되고 시간이 흐르자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제는 소총이 아닌 머신건을 들고 날뛰는 이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멀리 떨어져서 걷지만 시선은 절대 세 사람에게서 떼지 않았다.

3쌍의 눈은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으나 평범한 유저의 모습을 한 심후를 의심하거나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심후를 의심할 수가 없었다.

일부러 미행을 한다는 기색을 내보이며 은밀히 움직이려고 했다면 오히려 시선을 잡아끌었겠지만 평범하게 좀비를 잡으며 당당하게 움직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간 것이었다. 

'슬슬 자리를 잡을까?'

움직이는 방향을 보며 심후는 더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빌딩하나를 빙 돌아 빠르게 모퉁이에 있는 빌딩에 들어섰다.

서둘러 옥상에 자리 잡고 확인해보니 세 사람은 아직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거침없이 총을 꺼내 조준했다.

총구와 목표가 일치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가 당겨졌다. 총탄은 허공을 가로 질러 목표에 박혔다.

순간 한 명이 에린의 몸을 가리고 다른 한 명이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흉악한 총탄은 제니의 이마에 박혔다.

위치가 발각될 위험이 있었으나 멈추지 않았다. 심후는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제니를 죽이는 순간 에린과 다른 여자가 심후가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심후는 더 이상 미련을 버리고 옥상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걷고 있는 상황에서는 저격이 가능하지만 달리는 상대는 맞추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후읍!"

현재 위치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은 옆 빌딩의 옥상으로 건너가는 것이었다. 심후가 있는 빌딩보다 약간 낮은 옆 빌딩은 꽤 가까이 붙어 있었다.

난간을 힘껏 박차는 순간 잠시 허공을 부유했다. 새가 되어 공기를 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그러나 비행은 금방 끝났다.

'여기서 한 번 더!'

그대로 도망친다면 잡히지 않겠지만 심후는 한 명 더 잡기로 했다. 옆 빌딩의 옥상 출입구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다시 총을 겨누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그림자가 나타나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또 다시 총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에린이 아닌 다른 여성이었다. 이마에 총탄이 박혔지만 여성은 버텨냈다.

'힘을 꽤 찍은 모양이군.'

저격의 충격을 버텨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약간 주춤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심후의 재장전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연속해서 이마에 총탄이 박히자 여성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고 결과적으로 입구를 막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여성은 별 다른 것은 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오직 하나, 에린뿐이었다.

'대체 어디서 쏘는 거야?'

에린은 몸을 잔뜩 숙였다. 바닥에 얼굴이 닿을 정도였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고는 얼른 뒤로 빠졌다. 

'이 옥상이 아니야.'

잠깐 봤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뒤따르던 메이드 리사가 총격을 당해서 죽은 것으로 저격의 방향은 확실하게 파악했다. 문제는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살짝 고개를 내밀어 다시 확인한 에린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심후를 볼 수 있었다. 

'돌아가자.'

저격수는 위치를 발각 당하면 위험했다.

그것은 심후도 마찬가지였다. 에린은 망설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한편, 심후는 잠시 시간이 지나도 에린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왜 안 나오지? 아까 얼굴 잠깐 내민 것 같은데.'

쏘려고 했지만 너무 빨리 뒤로 물러나서 쏘지 못했을 뿐이었다.

'뭐 하는 걸까?'

잠시 생각해보던 심후는 뒤를 바라보았다. 왠지 에린이 다른 쪽에서 덤빌 것 같아서였다.

'여기서 싸우면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곧 변신 시간이 풀려.'

변신한 상태에서 에린과 싸우게 되면 안전구역에 들어갈 수 없었다. PK 카운트가 올라간 상태에서 안전 구역에 들어가면 바로 감옥행이었다.

'이쯤에서 물러나야겠군.'

감옥에 가는 것이 무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기분 좋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원하는 대로 풀리는 것이 아니었다.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아래에서 빠르게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에린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찾아오는 것을 깨달은 심후는 결국 돌아 나왔다.'넘어갈 곳이 없다.

'주변을 살펴봤지만 건너갈 수 있는 빌딩이 없었다. 모두 현재 위치한 옥상보다 높았다.

"흠......."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심후의 눈에 문득 깨진 창문이 보였다. 순간 아이디어 하나가 번개가 되어 머리에 꽂혔다.

의식이 환해지며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낸 방법을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게임, 실패하면 그냥 추락사하면 그만이었다. 스킬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깝지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심후는 바로 가장 가까이 붙은 빌딩을 향해 달렸다. 힘껏 뛰어올라 난간을 박차자 다시 비행이 시작되었다.

약간 솟아올랐던 몸은 중력에 의해 빠르게 아래로 하강했다. 심후는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썼다.

목표로 한 빌딩의 창문이 점점 커졌다. 

'됐다!'

운이 좋았다.

심후는 정확하게 창문에 몸을 던질 수 있었다. 허나, 인생은 정말 생각한 대로만 풀리는 것이 아니었다.

'텅!'

하는 소리와 심후는 뒤로 살짝 밀려났다.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유리가 깨지지 않았다.

'무슨!'

당황한 심후는 얼른 무엇인가 잡기 위해 팔을 움직였고 살짝 튀어나온 창턱을 겨우 잡았다.

'방탄유리냐?'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길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다가는 옥상에 올라온 에린에게 사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심후는 바로 손을 놨다. 그러자 몸이 하강했다. 허나, 추락하지는 않았다.

심후는 계속 다음 층의 창턱을 잡는 방법으로 빌딩을 내려온 것이었다.

현실에서는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되는 짓이었다.

몸이 버텨낼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묘기였으나 게임이기에 가능했다. 심후는 그렇게 맨 아래층에 도달했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 보자 에린이 총구를 겨누는 것이 보였다.

"씁!"

심후가 몸을 던지자 서 있던 자리에 총탄이 박혔다. 이후 달려 나가는 순간 앞에 제니가 앞에 나타났다.

"잡았다!"

제니는 바주카를 들어 올리며 심후를 겨냥했다. 그러나 심후가 더 빨랐다. 가까운 거리에서 저격총을 꺼내 조준하고 이마에 총탄을 박는 데까지 순식간이었다.

제니의 몸이 빙글 도는 동안 심후는 확인 사살을 할 수 있었으나 그대로 지나쳐 자리를 떠났다. 이후 제니와 뒤늦게 나타난 리사가 뒤를 쫓았지만 심후는 빌딩을 이용해 옥상 위를 달리며 도주했다.

결국 세 여자는 심후를 잡는데 실패했다. 제니의 몸이 빙글 도는 동안 심후는 확인 사살을 할 수 있었으나 그대로 지나쳐 자리를 떠났다.

이후 제니와 뒤늦게 나타난 리사가 뒤를 쫓았지만 심후는 빌딩을 이용해 옥상 위를 달리며 도주했다.

결국 세 여자는 심후를 잡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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