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올라이프 50의 무협 문명은 과학 문명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세계였다.
웅장한 고건축물들이 즐비한 가운데 도시 전체에서는 사건이 벌어졌다. 골목에서는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고 어딘가의 저택에서는 암살이 일어났다.
대문에서는 문지기와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보통이었으며 주루에서는 허다하게 탁자가 부서지며 패싸움이 붙었다. 모두 게임의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여전하군.'
무협 문명에 도착한 심후는 도시를 둘러보며 정보를 습득했다.
'무협 문명 스킬을 익히기 전에 은신이나 마스터해야겠네.'
모두 계획이 있기 때문에 무협 문명에 넘어온 것이었다.
과학 문명이 총기와 각종 무기로 발달한 문명이라면 무협 문명은 무기보다는 '무공'이라는 스킬이 발달한 세계였다.
이 때문에 무협 문명은 사실 캐릭터만의 강함으로 따진다면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판타지 문명은 스킬과 장비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고 무협 문명은 스킬에 중점을 두었다. 반면 과학 문명은 무기에 중점을 둔 세계였다.
'빨리 하자.'
도플갱어의 육신이라는 스킬을 마스터 했던 경험이 있어 상대적으로 은신 스킬을 수련하는 것은 쉽게 느껴졌다. 기껏해야 실버급 스킬이었기 때문에 필요 숙련치가 2배가 되었다 해도 플래티넘급 스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상당히 빠르게 스킬 레벨을 올린 심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은신을 마스터 할 수 있었다.
'경공이 좋을까? 아니면 외공이 좋을까?'
갈등이 생겼다.
둘 다 익히면 좋지만 스킬의 개수가 늘어나면 더 익히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익히기 쉬운 것을 들자면 브론즈급으로 익히면 되겠지만 그리되면 캐릭터가 약해질 수가 있었다.
반면 너무 강한 스킬로만 도배하면 마스터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 약한 것보다는 완전히 못해도 강한 게 좋지.'
'약하다'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이 느껴졌기에 내려진 선택이었다.
- 유혹 성공. 김영수 길드 건립. 어떤 스킬을 익힐지 고민하며 돌아다니는데 차영과 영수에게 붙여놓은 수동에게서 보고가 올라왔다.
'잘 되고 있네.'
수동의 보고를 받은 심후는 흡족해졌다.
복수할 대상의 목 밑에 날카로운 검을 들이대고 있는 기분이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찔러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슬슬 엮여볼까?'
꾸준히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아이템을 팔아먹는 재미가 들린 영수가 길드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을 모아 공동으로 작업장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가상현실접속기가 많이 필요할 테니 돈 좀 들겠지.'
접속방을 차린다면 일이 보다 수월해지겠지만 접속방은 일정 규모의 자본이 되지 않으면 하기가 어려웠다. 비참한 인생을 위해선 돈이 없어야 했다.
돈이 없으면 별 것도 아닌 일 가지고도 서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공원을 산책할 순 있지만 돈이 없어서 차를 못타고 걸어야만 할 땐 서러운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안 먹을 순 있지만 돈이 없어서 굶을 땐 서러운 것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건강이 악화되어 안 마시는 것과 돈이 없어서 못 마시는 것에도 차이는 있었다.
똑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랐다.
하고 싶어도 가진 것이 부족해서 할 수 없는 상황. 그것이 바로 비참함을 느끼게 되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무협 문명으로 언제쯤 건너 올 건가?
- 길드를 설립하고 어느 정도 안정되기 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임.
- 최대한 빚을 많이 지게 만들도록. 보너스 입금하겠음.
- 감사.
복수는 착착 진행 중이었다. 차영은 심후가 자신의 얘길 들으면 다시 바보처럼 행동할 것이라 여기고 있다는 얘기에 한참을 낄낄 거렸다.
'일단 게임에서 철저히 망가트려주마.'
그러기 위해선 뛰어난 실력을 갖춰야만 했다. 돈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의뢰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만큼은 직접 하고 싶었다.
'뭘 익히는 게 좋을까나?'
스킬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갔다. 시끌벅적한 주루, 많은 이들이 어지럽게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죽어!"
고함과 괴성이 난무하는 가운데 유저들은 서로를 죽고 죽이기에 바빴다. 올라이프를 통 털어 대인 근접전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것이 바로 무협 유저였다.
유저의 구분은 올라이프 50의 시작과 함께 거의 무의미했지만 자신의 시작점이 어디냐에 따라 캐릭터를 키우는 성향이 어느 정도 결정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전히 이러한 유저 구분법을 유지했다.
음식이 가득 놓인 탁자가 주저앉으며 바닥이 엉망이 되는가 하면 술잔을 암기처럼 던지기도 하고 의자 다리를 잘라 무기로 쓰는 이도 있었다.
지나가던 심후는 싸움을 보고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들 왜 싸우는 거죠?"
"그냥 심심해서 한 판 붙자고 싸우는 거예요."
게임에서 싸우는데 대단한 이유는 필요 없었다. 그냥 심심하면 싸우는 거다. 그렇게 치고 받고 싸우며 스트레스를 풀고 환상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그냥 아무나 막 싸우는 건가요?"
"그건 아니고 서로 다른 문파 소속인데 미션 가지고 싸우는 거죠."
"미션이요?"
"네, 저도 듣기만 해서 잘 몰라요."
같이 구경하던 유저는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심후와 유저는 사이좋게 싸움을 구경했다.
싸움 구경도 굉장히 즐거운 엔터테인먼트였다.
'흠, 저 스킬은 괜찮은데.'
배우는 것도 많았다.
특히 무협 유저들이 사용하는 스킬들을 보며 어떤 스킬인지 분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 무협 문명에서 유저를 잡는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난전에서 싸운다면 방어력이 높은 것이 좋지만 철저하게 1:1로 싸운다면 경공을 익히는 것이 좋겠네.'
계속해서 하던 고민은 해결되었다.
'경공을 익히자.'
어차피 심후는 저격수였다.
지금부터 다른 스킬들을 익히고 다른 능력치를 올린다면 길을 바꿀 가능성도 있지만 자칫하다가는 캐릭터가 망하는 수도 있었다.'생명력은 내버려 두자. 이제부턴 무조건 민첩이다.
'에린에게 대적할 수 있는 속도를 낼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어야 싸움도 가능했다. 머리싸움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캐릭터가 약하면 언젠가는 압도적인 능력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기왕 배우는 것 최고로 좋은 걸로 배우고 싶은데.'
최소한 플래티넘급으로 익히고 싶었다. 또 하나의 플래티넘급 스킬을 익히게 된다면 총 3배에 달하는 숙련치가 요구되기에 무모할 수도 있었으나 좀 더 좋은 스킬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기에 하는 선택이었다.
단기적으로 빠르게 캐릭터를 키워 돈만 벌려는 사람들은 고급 스킬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익히기 쉽고 마스터하기 쉬운 브론즈급을 오히려 더 선호했다.
물론 최초의 스킬은 실버나 골드 등급으로 익혔다.
이것은 핵심 스킬은 좋은 것으로 하고 나머지 스킬들로 보조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심후는 다른 길을 가고자 했다.'허접해서는 압도할 수 없다.
'특히 차영과 영수를 가지고 놀 때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치고받는다면 즐거울 것 같지 않았다. 아주 압도적으로 눌러주지 않으면 속이 후련할 수 없었다.
'클래스의 차이를 느끼게 해줘야지.'
싸움 구경이 끝나자 고급 스킬을 구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러 돌아다녔다.
'질 좋은 스승, 혹은 기연만이 답인가?'
캐릭터를 강하게 하는 데는 스킬만이 아니라 영약이라는 것도 있었다.
무협 문명에는 특이하게도 '영약'이란 특산품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구하기 어려웠다. 다이아몬드급 스킬인 '신단 연단법'을 익혀야 하는데 이 스킬은 '연단법'이라는 골드급 스킬을 마스터한 이후 신의라고 불리는 NPC들에게서 미션을 받고 그것에 성공하면 익힐 수 있는 스킬이었다.
연단 스킬을 익혀도 각 레벨별로 제조할 수 있는 영약의 수준이 달랐고 최고급 영약은 재료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성공 확률도 그리 좋지 않았다. 때문에 영약에 대한 것은 찾아보지도 않았다.
설사 거래되는 영약이 있다손 치더라도 영약은 누구나 먹길 원하는 아이템이기에 거래가격이 굉장했다. 대박의 꿈을 꾸는 이들이 영약을 다루는 연단을 익히기는 하지만 이는 굉장히 어려운 길이었다.
재료 수급이 어렵고 실패하면 모두 손해이기 때문이었다.
'스승을 얻으려면 문파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건 싫고.'
강해질 수 있는 다른 2가지 방법 중 하나인 문파에서 스승 모시기는 내키지가 않았다.
문파에 속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같은 문파 사람들의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축출이었다. 더구나 축출 당하게 되면 문파에서 익혔던 스킬은 자동 삭제였다.
마스터 했던 스킬들이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유저의 악몽이었다.
'결국 기연 밖에 없군.'
도시 밖으로 나와 하늘 높이 치솟은 산의 절벽을 바라보던 심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승을 얻으려면 문파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건 싫고.'
강해질 수 있는 다른 2가지 방법 중 하나인 문파에서 스승 모시기는 내키지가 않았다. 문파에 속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같은 문파 사람들의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축출이었다. 더구나 축출 당하게 되면 문파에서 익혔던 스킬은 자동 삭제였다. 마스터 했던 스킬들이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유저의 악몽이었다.
'결국 기연 밖에 없군.'
도시 밖으로 나와 하늘 높이 치솟은 산의 절벽을 바라보던 심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승을 얻으려면 문파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건 싫고.'
강해질 수 있는 다른 2가지 방법 중 하나인 문파에서 스승 모시기는 내키지가 않았다.
문파에 속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같은 문파 사람들의 뒤통수에 총알을 박아 넣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축출이었다. 더구나 축출 당하게 되면 문파에서 익혔던 스킬은 자동 삭제였다.
마스터 했던 스킬들이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유저의 악몽이었다.
'결국 기연 밖에 없군.'
도시 밖으로 나와 하늘 높이 치솟은 산의 절벽을 바라보던 심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연이란 바로 기이한 인연을 뜻한다. 길을 가다가 휘청거리는 술꾼이 알려주는 걸음걸이가 절세보법일 수가 있고 절벽에서 떨어지다 동굴에 들어가니 비급이 있는 경우도 있다.
대략 무협 문명에서의 기연이란 이런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연은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캐릭터가 무공을 알려주거나 같은 동굴에서 비급이 무제한으로 생성된다면 그것은 희소가치가 없으니 기연이라 부를 수 없었다.
때문에 기연의 숫자에는 당연히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이 있을까?'
산을 오르는 심후는 불안했다.
게임을 시작한 직후라면 많은 기연이 남아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지났으니 대부분 발견하기 쉬운 기연은 거대 길드에서 독차지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발견되지 않은 것들은 보통 사람이 상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방식의 기연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심후는 일단 널리 알려진 기연 찾기를 시도했다.
'여기도 없네.'
산에 있는 동굴이란 동굴은 다 뒤졌다.
허나 대부분 비어있었다. 가끔 곰이나 호랑이가 튀어나와 잡아서 가죽을 챙긴 것 이외에 소득은 없었다.
'폭포나 물이 고인 곳을 뒤져볼까?'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이는 시간은 많아졌다. 이젠 은신 스킬도 마스터 한 상태여서 좀 더 한가했다.
산을 뒤지며 지나쳤던 폭포에 다시 돌아왔다. 그다지 웅장한 느낌은 없고 그냥 머리 정도 높이에서 물이 떨어지는 미니 폭포였다.
폭포 아래에는 물이 잔뜩 고여 있었는데 색깔은 시린 푸른색이었다.
'뒤져보자!'
물속을 뒤지자 동굴이 하나 보였다.
허나, 동굴 속을 탐험하고는 허탈해졌다. 이미 누군가 털어먹은 뒤였다.
'젠장, 기연 한 번 얻기 정말 힘드네.'
물 밖으로 나와 폭포 뒤를 뒤졌을 때 작은 구멍이 발견되었지만 역시 비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이 커졌다.
'그만 둬야 하나? 계속해야 하나?'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을 생각하면 아까워서 계속 하고 싶었다. 조금만 더 하면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 기연을 찾아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이성은 포기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성과 미련 사이에서 갈등하던 심후는 탐색을 멈추고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 올라이프 50. 기연 찾기.
적지 않은 글들이 검색되었다.
누군가 자랑하듯 써놓은 성공담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심후는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누군가 성공했다면 그것을 따라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특이한 성공담을 하나 발견했다.
- 님들 기연에도 종류가 다양함. 그냥 특정 장소에서 발견되는 고정형 기연이 있는가하면 이벤트형 기연이라고 있는데 이건 일정한 이벤트를 겪지 않으면 생기지가 않음. 예를 들자면 그냥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생명력 닳거나 죽고 땡인데 특정한 적들에게 쫓기다 절벽에 몰려 떨어지면 정신을 잃었다가 누군가 나타나 구해주거나 이벤트 때에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열리는 기연이 있음. 그리고 이건 괴담이긴 한데 어떤 절벽에서 떨어져서 1만 번 사망하면 기연을 얻게 된다는 소리가 있음. 믿거나 말거나임.
'미친. 1만 번 죽으면 얻는 기연이라니. 낚시네.'
심후는 피식 웃으며 다음 글을 살피다가 크게 웃어버렸다.
- 나 1만 번 죽어봤는데 기연 없음. 낚시임. 인증 올림.
영상 1만 개가 올라온 글이었다. 1만 개가 거의 동일했는데 하나 같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뒤 바닥에 부딪쳐 죽는 영상이었다.
시간과 날짜가 모두 다르다고 했지만 심후는 하나만 보고 더 보지 않았다.
'참 더럽게 할 일 없나보네.'
세상은 넓고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모두가 레벨 업을 향해 달려갈 때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장소형 기연은 얻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군.'
유저들이 가보지 못한 곳에 가지 않는 이상 기연을 얻기는 어렵다는 소리였다.
웬만한 장소는 유저들이 다 뒤져봤을 시점이었다.
'답은 미션뿐인가?'
NPC들이 주는 미션을 하다보면 하나의 활극 같은 것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는 기연 시스템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만족할 경우 발현된다고 보면 되는 것이었다.
'확률이 지극히 낮을 텐데. 그래서 기연이라고 하는 거겠지만.'
쉽게 아무나 얻을 수 있다면 기연이 아니었다.
올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 이 기연을 쫓아다니는 기연 사냥꾼들도 있었다. 그들의 노하우는 상상을 초월하며 온갖 기상천외한 짓을 하고 다닌다고 알려져 있었다.
'흠, 일단 산을 뒤지는 것은 포기해야겠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산을 내려온 심후는 다시 도시로 들어갔다.
무협문명과 과학문명의 경계선에 위치한 도시로 이름은 '협문'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니 갑자기 맥이 탈 풀렸다.
'스트레스는 풀어야 해.'
맥이 풀리며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 덩어리. 꿀꿀한 기분과 함께 몰려오는 답답함은 돌파해야만 하는 장벽이었다.
'어디 보자.'
심후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간단했다.
'도시 근처에서는 좀 힘들 것 같네.'
유저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취하는 것이 바로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저기 쯤이 좋겠군.'
종종 걸음으로 관도를 걷는 폼이 폴짝거리는 작은 새처럼 가벼웠다.
작은 새처럼 뛰어 몸을 숨긴 곳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옆에 서있는 커다란 나무 위였다. 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심후는 새처럼 자세를 잡고는 나뭇가지 사이로 관도를 바라보았다.
'딱 좋네.'
울창한 나무 사이에 몸을 숨겼기에 자연스럽게 몸을 은신할 수 있는 상태였다. 때문에 따로 은신 스킬을 쓰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그럼 영업 개시해볼까?'
새로 산 저격총을 꺼내들었다. '월 피어스'라는 저격총으로 심후가 사용하던 베이직 저격총보다는 2등급 위의 무기였다.
에린이 나중에 오랫동안 떨어져있는 동안 어디 가서 죽지 말라며 쥐어준 저격총이었다.
'다른 사람한테 죽으면 안 된다니. 웃기는 것.'
잠시 에린을 생각하던 심후는 다시 사냥에 집중했다.
스코프를 통해 바라보니 삼삼오오 웃으며 도시를 나오는 이들이 포착되었다. 입은 옷은 약간 허름해 보여 돈이 별로 없어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냥하는 것뿐이었다. 호흡을 고르며 몸 상태를 차분하게 만든 후 집중했다.
총구는 중앙에 선 남자의 이마를 겨냥하고 있었다. 현실이었다면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가슴을 노리는 것이 정석이었겠지만 게임에서는 머리를 노려야 데미지가 가장 컸다.
총기와 하나 됨을 느끼는 총신합일의 경지에 들어선 심후는 하나의 동상처럼 미동이 없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적들을 어떻게 분쇄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치고 나서 방아쇠를 당기자 남자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굉장히 먼 거리였지만 게임 속의 무기는 현실을 무시했다.
"적이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공격당한 무리는 사방을 경계하며 살폈다.
그때 심후는 재차 공격했다. 베이직 저격총과 달리 자동 장전이 되는 저격총이기에 연사 속도는 더욱 빨랐다.
"암기야!"
"어디냐!"
또 한 명이 머리가 터져나가며 쓰러지자 사방으로 퍼지며 소리쳤다. 그러다 근처에 지나가던 유저가 휘말리기 싫어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공격당한 무리들에게 포착되었다.
"너냐?"
"아니야!"
"뭐가 아니야! 죽어!"
싸움이 벌어졌다. 무리에게 공격당한 유저는 다시 협문으로 뛰며 친구들을 불렀다.
공격당한 유저는 꽤 실력이 좋았는지 무리의 합공을 버텨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협문에서 친구들이 나와 무리와 대치하며 싸움을 벌였다.
그때 심후는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는 한 방에 죽이지 못했다. 그러나 세 방을 연속으로 가슴에 맞춰 공격당한 유저의 친구 중 한 명을 보내버렸다.
"암기다!"
"얘네가 아니네?"
"나중에 보자! 일단 적을 찾아!"
연신 고함을 지르며 적을 찾았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때문에 두 무리는 공격이 온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에 있던 유저들을 무차별 습격했다.
'크크크크.'
혼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심후는 한 명씩 보내버렸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심후가 숨은 곳을 의심하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아, 10명 잡았네. 이쯤하고 움직이자.'
유저들의 싸움도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서서히 다른 곳을 수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심후는 변신을 풀고 은신한 상태에서 나무를 내려왔다. 그리고 유유히 유저들을 지나쳐 협문에 들어섰다. 아무도 심후가 자신들을 공격했던 유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크크크크.'
혼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심후는 한 명씩 보내버렸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심후가 숨은 곳을 의심하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아, 10명 잡았네. 이쯤하고 움직이자.'
유저들의 싸움도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서서히 다른 곳을 수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심후는 변신을 풀고 은신한 상태에서 나무를 내려왔다. 그리고 유유히 유저들을 지나쳐 협문에 들어섰다. 아무도 심후가 자신들을 공격했던 유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크크크크.'
혼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심후는 한 명씩 보내버렸다.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유저들은 심후가 숨은 곳을 의심하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아, 10명 잡았네. 이쯤하고 움직이자.'
유저들의 싸움도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서서히 다른 곳을 수색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심후는 변신을 풀고 은신한 상태에서 나무를 내려왔다. 그리고 유유히 유저들을 지나쳐 협문에 들어섰다. 아무도 심후가 자신들을 공격했던 유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기연을 찾는 것이 지지부진했다. 협문에서 여러 게임 캐릭터가 주는 미션을 완수해봤지만 어느 것도 기연으로 이어지는 것 같지 않았다.
심지어 꼬마가 부탁하는 사탕도 사줬지만 꼬마는 사탕만 날름하고는 튀었다. 결국 또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은 심후는 도시 밖으로 나가 유저를 사냥하는 일은 반복했다.
바밥바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게임을 하는 생활이 3일 동안 계속 이어졌다.
'젠장, 그냥 아무거나 익힐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겼다.
무턱대고 대박을 계속 노리고 있는 것도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판타지 문명으로 내가 넘어갈까?'
영수와 차영이 판타지 문명에 있으니 그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은 무협 문명의 스킬이 최고였다.
'무협과 과학이 융합하면 더 무서울 거야.'
이것이 바로 심후가 노리는 자신의 캐릭터 성장법이었다. 어찌 보면 잡캐라고 할 수 있었다.
과학 문명의 무기에는 무기의 능력을 최고로 이끌어내는 스킬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저격총 마스터리 같은 패시브 스킬이었다.
저격총의 데미지를 향상 시켜주며 사정거리와 정확성을 늘려주는 스킬이었다. 무엇보다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힐 확률이 올라가니 저격수를 지망하는 사람은 꼭 익혀야 할 스킬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심후는 이를 익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도플갱어의 육신을 익혔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은신을 익히고 바로 무협문명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레벨이나 더 올려두자.'
정신은 이미 판타지 문명의 경계선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으나 참았다.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가 완벽하게 뒤통수를 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였다. '인생에 되감기는 없다.
'세이브 포인트가 존재하는 게임이라면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얼마든지 되돌아갈 수 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한 번 흘러가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무리 아쉬워하고 가슴 아파해도 끝이었다.
답답한 마음은 사냥으로 이어졌다.
협문을 나선 뒤 늘 숨어서 저격하던 나무를 지나쳐 계속 걸었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사냥을 하는 것은 위험했다.
발각될 위험이 있기에 이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터덜터덜 걷는 걸음은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 움직였다.
"가진 거 다 내놔!"
중간에 산적을 만나면 이마에 바람구멍을 내주었다.
"살인멸구!"
범죄의 현장을 지나칠 때 덤비는 놈들의 이마에도 바람구멍을 내주었다.
"호호호호호호호호!"
미친 듯이 웃으며 덤비는 마녀의 이마에도 바람구멍을 내주었다.
몬스터로 변신하면 공격을 피할 수 있으나 일부러 하지 않고 움직였다.
딱히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경험치는 몬스터도 주는 것이니 굳이 사람만 고집할 이유도 없었다.
1시간 쯤 사냥을 하며 이동하자 멀리서 파티 하나가 산을 뒤지는 것이 보였다. 커다란 바위 부근을 살펴보는 행동을 하기도 했고 커다란 나무에서 걸음을 재며 걷기도 했다.
'오호? 기연 사냥인가?'
보는 순간 감이 왔다. 무엇인가 찾아 움직이는 폼이 기연을 쫓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지금 잡을까? 나중에 잡을까?'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은 쥐를 보며 언제 먹을까 생각하는 고양이와 같았다. 뒤를 쫓아다니며 계산을 하던 심후는 한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결정했다.
'이벤트형 기연이군.'
한 여자가 칼을 뽑더니 수련을 하자 갑자기 나무 뒤에서 한 노인이 나타났다.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여자가 기연을 차지하게 될 터!
바로 변신을 하며 은신한 심후는 자세를 잡고 여자를 저격했다.
"무슨!"
"방해꾼이 있어! 막아!"
사람들은 암습한 자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퍼졌지만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숨은 심후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일단 막았고.'
여유롭게 기연 이벤트를 진행하던 여성을 잡아냈다. 그러자 이벤트를 위해 나타났던 노인이 잠시 주변을 맴돌더니 사라졌다.
'나중에 안 나올 수도 있지만 내가 못 먹는 것은 너네도 먹으면 안 돼!'
심후는 나머지 사람들의 이마에 바람구멍을 하나씩 내주었다.
"어디야! 비겁한 새끼! 숨지 말고 나와!"
"한 판 붙자!"
온갖 욕설과 도발을 내뱉는 이들을 비웃어준 암살자 심후는 조용히 죽음을 선사해주었다. 모든 유저가 죽고 시체마저 사라진 이후에 나타난 심후는 아이템을 줍다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이건?'
기이한 문양이 그려진 오래된 가죽 같은 것이었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보니 '장보도'라고만 나왔다.
'아하, 기연 아이템이군.'
보물이 묻었을 법한 곳을 가리키는 장보도, 출생의 비밀이 담긴 장신구, 무공이 숨겨진 벽화나 그림 등 아이템을 가지고 일정 조건이 채워지면 기연이 발동하는 그런 기연 아이템이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잠시 장보도를 살폈지만 알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얻게 된 경위를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천천히 알아보자.'
장보도도 좋지만 일단 여자가 얻으려고 했던 기연을 확인해봐야 했다. 심후는 떨어져 있던 검 하나를 들고 여자가 서서 수련을 하던 자리에 섰다.
검을 휘두르며 수련을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이 나타났다.
"쯧쯧, 그것도 수련이라고 하는 것이냐?"
다짜고짜 시비조로 말하는 노인은 다가오더니 검을 빼앗아 들었다.
심후는 반항해보려 했지만
'앗!'
하는 순간에 검이 노인의 손에 들려있었다.
"잘 봐라.
- 영상 기록이 자동으로 실행됩니다.
노인이 무공 초식을 펼치기 시작하자 자동으로 영상이 저장되기 시작했다.
"매화만발 입출자유!"
뭔지 모를 초식명을 외치며 노인은 계속 초식을 펼쳤다.
"일점관통 의식불명!"
무공 시전이 끝나자 노인은 검을 도로 돌려주더니 한 마디 했다.
"나중에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있으면 화산으로 찾아와라. 할 수 없으면 화산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고. 에헤야!"
노인은 호리병의 술을 들이키며 휘적휘적 멀어져갔다.
정말 자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 매화검자의 무공, 매화산검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영상 저장된 초식들을 반복해서 펼치면 스킬이 생성된다는 소리였다. 단, 70%이상 영상과 싱크로율을 보여주지 못하면 스킬 생성이 불가능했다.
'검술이라.'
잠시 손에 들린 검을 지켜보던 심후는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아직은 검을 쓸 수 없다.'
근접전을 펼치기에는 너무나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캐릭터의 성장 방향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고레벨이 되어 여유가 넘친다면 심심풀이로 익혀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언제든 배울 수 있는 거니까.'
생각을 정리한 심후는 바로 산을 내려갔다. 계속 산에서 얼쩡거리다가 자칫하면 꼬리가 잡힐 수도 있었다.
죽었던 이들이 복수를 하겠다고 열심히 달려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자!'
하나의 기연을 강제로 강탈한 심후는 콧노래를 부르며 달렸다.
약탈이 즐거운 심후였다.
"이노무 자식 어디로 간 거야?"
심후에게 죽은 이들은 몇 배나 더 되는 인원을 끌고 나타났다.
이들은 화산파에 소속된 유저들이었다.
"안 돼! 기연이 발동 안 돼!"
"놈이 가로챈 게 틀림없어!"
화산파 유저들은 분개했다. 문파에 소속되었다고 다 좋은 무공을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
사부와의 인간관계도 개선해야 했고 다른 유저들과 경쟁해서 이겨야만 더 좋은 무공을 익힐 기회가 주어졌다. 즉, 같은 문파에 속해 있어도 실력이 없으면 무공 배우는 일은 매우 어렵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기회가 있으니 바로 기연을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다. 달밤에 무공 연마를 하다보면 문파의 어른이 나타나 살짝 한 수 정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화산파 유저들은 매화검자에 대한 정보를 얻은 이후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기연을 얻을 수 있는 실마리를 포착했다. 그래서 화산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서 기연을 얻으려 했는데 심후가 방해한 것이었다.
"추적은?"
"안 돼! 갑자기 사라졌어!"
"하긴 몰래 공격한 것을 보면 은신을 익힌 게 틀림 없겠지."
"아악! 내 장보도!"
한 남자가 절규했다. 장보도는 정말 우연히 구한 물건이었다.
장서각에서 비급을 볼 기회가 주어져 열심히 기연을 찾아 뒤지다 발견한 것이었다.
"용서 못한다!"
강남인이란 유저명을 가진 남자는 다섯 글자를 외치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