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두 편이네요. 용량으로 치면 얼마 되지 않지만요. 어쨌든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마라철혈경. 그것은 두 가지 스킬을 담고 있는 비급이었다. 첫 번째 스킬, 마라신공.
광마는 세상에 나타났을 때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수많은 협객들은 그런 광마를 죽이기 위해 척살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모가지가 들판에 핀 들꽃처럼 똑똑 꺾여나갔다. 광마가 공포의 대명사가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얼핏 보면 무공 수준이 별로 높지 않은 인간 같지만 그의 손에 잡히면 누구든 목이
'똑!'
하고 분질러졌다. 그런 광마의 무공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마라신공이었다.
마라신공은 마공 심법이었다. 마스터 했을 경우 본신의 마력을 5배로 뻥튀기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허나 이것은 플래티넘급이었다.
다이아몬드급 스킬은 두 번째 스킬, 철혈신갑이었다.
스킬 발동시 10초간 물리 공격에 한해서 무적이 되는 스킬이었다. 마스터 했을 경우에는 무적 타임이 더 늘어난다는 설명이 있었다.
마라신공: 플래티넘, 레벨 0
(0%)
마력 +5%- 레벨 상승시 마력 +50% 철혈신갑: 다이아몬드, 레벨 0
(0%)
스킬 발동시 10초간 모든 물리 공격 무효화.
지속시간 10초 필요 마력: 5000마라신공은 패시브 스킬이었다. 수련 방법은 오직 하나 PK였다.
'참 특이한 수련법이란 말이야.'
유저를 죽여야 숙련도가 오른다니 심후의 마음에 쏙 드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철혈신갑이었다.
'필요 마력이 무지막지하군.'
마스터했을 경우 마력을 5배로 뻥튀기 해주는 마라신공이 같이 세트로 묶여있는 것이 이해가 갔다.
'지금 익혀도 수련하기도 힘드네.'
마력 최대치가 5000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
'또 지능에 올인 해야 하나.'
원래 계획했던 길과는 달랐다. 기연으로 경공을 얻어 숙련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것은 항상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다.
'스킬 2개를 더 익혀버리면 나중에 더 힘든데.'
그렇다고 익히지 않을 수도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판다면 돈 좀 만질 것 같지만 그건 싫었다.
처음 보는 다이아몬드급 스킬이었다. 이걸 남에게 주고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면 나중에 배가 아플 것 같았다.
'익히는 게 좋겠다.'
계획은 수정되었다. 고집을 버렸다.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 신나게 놀고 복수도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계획한 이미지대로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익히면 죽을 위험은 줄어들겠네.'
심후는 일단 마라신공을 익혔다. 그러자 마라혈천경에서 마라신공의 내용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철혈신갑뿐, 비급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심후는 철혈신갑마저 익혀버렸다. 한꺼번에 2개의 스킬을 익히는 것은 숙련치만 늘려버리는 짓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죽으면 드롭 된다.'
자신을 쫓던 유저들을 떠올리니 불안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행여나 죽어서 비급을 떨어트린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아프고 치가 떨렸다.
'내껀 못줘.'
못 준다.
절대 못 준다. 자신의 것에 대한 강한 집착과 욕망이 2개의 스킬을 동시에 익히게 만들었다.
죽으면 스킬의 숙련도는 떨어질지언정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철혈신갑은 사용할 수도 없었으나 상관없었다.
남 주느니 차라리 고생 좀 더 하는 게 나았다.'포션제조라도 배워야겠네. 아니면 포션제조 유저라도 사귀던가.
'철혈신갑은 한 번 사용하는데 5000 마력이 드는 스킬이었다. 스킬의 내용을 생각하면 나쁜 것은 아니었다.
10초간 물리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해내는 스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중에 마스터한다면 시간이 더욱 늘어날 테니 만족스러운 스킬이었다.
'돈이야 유령신투의 보물로 해결하면 어떻게 되겠지.'
믿는 구석도 있었다. 평생을 모아놓은 보물이라고 하니 적지 않은 액수일 터였다.
스킬이 담긴 비급과 같은 것들은 모두 꿀꺽하겠지만 그 외에 돈이 될 만한 아이템들은 웬만하면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그 놈들 밖에 있겠지?'
기연을 꿀꺽하고 나자 나가는 것이 걱정이었다.
유저들이 자신을 끝까지 찾아 추격하려는 것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몸에 추적향 같은 것을 썼으니 벗어나긴 어려웠다.
'로그아웃하자. 언제까지 밖에서 기다리나 두고 보자.'
심후는 바로 로그아웃했다.
당분간 게임 할 생각은 접었다. 이로 인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백명의 알바들은 제대로 게임을 즐기지도 못하고 대기하며 이를 갈았다.
36계 주위상은 멋진 병법이다.
"심후씨! 이번에는 사막입니다!"
"사막이요?"
"네! 그렇습니다!"
바밥바는 영업시간이 끝나면 곧 '먹어봐'의 세상이 된다. 홀로 주방에 남게 된 심후는 여러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만들며 수련을 했다.
이제는 계속 반복되는 장면이라 방송에 내보내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찍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스폰서로 계속 지급되는 식재료들도 있었고 바밥바의 사장도 적극적으로 편의를 봐주었기 때문이었다.
메인으로 삼기에는 부족해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거리가 되니 찍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사막이라.
거기가면 뭐 먹죠?"
"그거야 요리사가 생각해야죠."
"요리사가 되고 싶지 생존왕이 되려는 게 아닙니다."
"어허, 생존요리왕. 얼마나 좋아요?"
썰렁한 농담이 마구 쏟아졌다. 촬영 현장에서는 썰렁한 소리든 뭐든 일단 다 해야 한다.
생각보다 본능에 따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 그렇게 해도 방송에 내보낼만한 것들이 나올까 말까한다. 혼자서 아무리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해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생존요리왕되면 식당은 오지에서 열고요?"
"그러쵸!"
"돈은 물 한 동이 뭐 이렇게 받습니까?"
"크크크크크."
포식의 리액션은 정말 다채로웠다. 별 것도 아닌 것에도 뒤집어지는 반응을 보여주었다.
"왜 웃어요. 전 심각한데."
"아, 네. 아닙니다. 그래도 일단 심후씨는 저희 프로에 출연 계약 하셨으니 하셔야 합니다. 생각해내세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보너스가 나갑니다."
"보너스요?"
"네, 이번에 능력을 보여주시면 심후씨가 9박10일 프랑스에서 먹는 모든 요리의 계산은 저희가 합니다."
"진짜요?"
이건 예상치 못한 보너스였다. 9박10일간의 식비 부담은 말만 들어서는 얼마 안 될 것 같지만 상류 사회의 밥값을 생각하면 무시 못 할 금액이었다.
어떤 갑부의 한 끼 식사가 평범한 직장인의 한 달 월급과 맞먹는 일은 허다했다. 심하면 1년 연봉까지 올라갈 수도 있고 금가루를 계속해서 솔솔 뿌리다보면 가격은 계속 오를 수도 있었다.
"정말 아무거나 다 먹어도 됩니까? 한 끼 백만원짜리도 괜찮아요?"
"이거 얼마짜리 먹으려고 그렇게 물어봐요? 무섭게."
"중소기업 하나 말아먹을 만큼요."
최소 억단위로 먹겠단 소리였다. 깜짝 놀란 포식은 얼른 전화기를 꺼냈다.
"여보세요? 지금 통화 괜찮으신가요? 네네.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포식의 연락을 받은 것은 에린의 비서였다. 혹시나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하라고 방송국 측에 알려준 번호였다.
통화가 끝나자 포식의 살들이 부들부들 떨렸다. 기쁨과 환희가 느껴지는 떨림이었다.
"심후씨! 기뻐해주세요! 된답니다! 빌딩이건 뭐건 닥치는 대로 먹어도 다 부담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만세!"
포식의 떨림에 영향을 받은 심후도 떨었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이 번쩍 올라갔다. 환호성의 구호는 당연히 '만세'였다.
"만세!"
"어? 포식씨는 왜 따라 해요?"
"저도 데려가 주실 거죠?"
"저만 가는 거잖아요. 거기에 왜 포식씨가 낍니까?"
"아아! 그러지 마시고 좀! 저도 상류 사회의 밥은 못 먹어 봤단 말입니다. 특히 금가루가 솔솔 뿌려진 금밥이 제일 먹고 싶어요. 금가루로 코팅된 누런 밥을 간장에만 슥 비벼먹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프랑스 요리 먹으러 가는데 웬 금밥을 찾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어쨌든 데려가 주세요!"
"그거야 허락을 받아야죠. 제 돈도 아닌데."
포식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된답니다. 대신 심후씨가 꼭 성공해야 한데요."
"그래요? 그럼 제 보조를 철저히 해주실 거죠?"
"목숨걸고 충성하겠습니다!"
"좋은 자세입니다."
시시덕거리는 와중에도 심후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대화를 하던 중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은 능숙한 요리사처럼 보였다.
"크림 스튜입니다.
특별히 밥하고 먹을 수 있게 준비해봤습니다."
감자와 고기가 걸쭉하고 하얀 국물에 잠겨 있었다.
겉모양만 보자면 맛이 어떨지는 몰랐다. 하지만 한 입 떠먹는 순간 포식의 손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찹찹찹찹!"
게걸스럽게 먹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심후의 스튜가 얼마나 맛있는지 몸소 표현해주었다.
식사가 끝나고 티타임이 이어졌다. 후식으로 만들어진 티를 마시며 소화하던 포식은 질문을 던졌다.
"사막에 가면 이런 호사를 누리긴 힘들겠죠?"
"연구해봐야죠. 능력을 보여주면 9박10일 호화판 식사가 기다리는데."
"흐흐흐, 뭐든 말하세요. 제가 돕습니다."
촬영이 끝난 뒤, 집에 돌아온 심후는 게임에 들어가지 않고 사막 국가와 부족들이 해먹는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들을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