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데 귓가에 윙하고 울리는 공습 경보.
모기가 영공을 침해했습니다. 잡으려 했는데 스텔스 기술로 빠져나가네요.
어쨌거나 다들 모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 사는 집, 문을 연 순간 쓸쓸한 공기가 튀어나왔다. 외로움을 전염시킬 균을 지닌 공기였으나 소용없었다.
가슴에 사막을 담은 남자에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촬영이 끝나고 바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제는 피로를 풀어야 할 시간, 심후는 별로 피곤한 것이 없었으나 쉬기로 했다. 아직은 초인 같은 능력을 세상에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피로 회복에는 게임이었다. 정해져 있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게임 속에 들어가면 아직도 지키고 있을 텐데.'
접속을 하는 순간 떠오르는 것은 바로 로그아웃 순간의 상황이었다.
기연을 얻고 밖에서 수많은 유저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상황이었다.
'에린이 아마도 기다리고 있겠지.'
게임에 접속하고 나서 떠보기 위해 에린에게 메시지를 보내봤다.
- 어디?
- 거기서 나오면 보일 거야.
- 기다리고 있었냐?
- 당연하지. 숨기지 않는 에린의 대답에 심후는 웃었다. '어디 한 번 잡아봐라.
'유저들이 밖을 지키기 있을 때 바로 로그아웃 한 이유는 상대가 잔뜩 경계하는 상태에 있을 때 마주치기 싫어서였다. 시간이 지나면 긴장이 풀리고 경계가 느슨해지기 마련이었다.
심후가 사막으로 촬영을 간 기간 동안 계속 절벽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저들이라면 쉽게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에린이 직접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려울 수 있었다.
라이벌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심후가 에린을 잘 알듯이 에린도 심후를 잘 알았다. 또한 자신이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 어떤 식으로 얼마나 성장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나마 심후가 에린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린이 장보도를 가져간다면 도로 빼앗아오면 되니까.'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유저에게 죽는다면 장보도를 되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에린이 자신을 죽이고 떨어트린 장보도를 가져간다면 되찾는 것은 쉬웠다. 결투를 빙자해 사망을 선사하면 되는 일이었다.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가볼까?'
은신을 펼친 심후는 조심스럽게 이벤트로 인해 생성된 공간을 벗어났다.
'이거 좀 어렵겠는데?'
공간에서 벗어난 순간 절벽에 매달린 꼴이 되었다. 은신없이 모습이 드러났다면 쉽게 저격의 목표가 되었을 것이다.
허나, 마스터에 이른 은신은 심후의 모습을 완벽하게 숨겨주었다. 다만 문제 되는 것은 바로 절벽이었다.
조심스럽게 절벽을 타고 내려갔다.
절벽 아래에는 많은 유저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심후는 겁내지 않았다. 위로 올라간다고 해서 딱히 나을 것 같지도 않았다.
위로 힘겹게 올라갔는데 유저들이 포진하고 있다면 포위되는 것은 똑같았다.
'에린이 직접 와있다면 날 직접 잡으려고 할 거야.'
이것이 또 다른 노림수였다.
에린은 심후가 다른 사람에게 당하는 것을 싫어했다. 유치한 자존심일수도 있으나 자신과 동등하게 싸우는 사람이 남에게 맞고 다니는 것이 싫은 것이었다.
때문에 심후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에린이었다. 물론 심후는 거부하는 법이 없었다.
받을 건 다 받고 언제나 에린의 뒤통수를 때려주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짜증낼 법도 한데 에린은 오히려 더 좋아했다. 그래서 심후도 에린을 상대하는 것은 조금 즐거웠다.
"엇? 움직인다!"
심후가 절벽을 다 내려와 절벽 아래의 협곡을 벗어나려는 순간이었다. 멍하니 절벽을 보며 면벽수련을 하던 유저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이어서 심후가 움직인 방향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저기! 저쪽이다!"
심후에게 뿌려진 억리추종향 때문에 발각되었다.
다급해진 심후는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협곡을 벗어나려는 순간 화살비가 내렸다.
'제길!'
속으로 욕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더 앞으로 갔다가는 쏟아지는 화살비에 갖혀 사망할 것 같아서였다. 에린에게 죽어주는 것을 각오하긴 했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벗어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뒤로 물러서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절벽에 박혔다.
돌 부스러기가 튀며 작은 데미지를 입었다.
'에린이군.'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심후는 총알이 박힌 절벽을 살피곤 방향을 가늠했다. 에린이 저격총을 들고 겨누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보이는 건가?'
심후는 순간 납작 엎드렸다. 그 순간 총알이 한 발 또 날아왔다.
자신이 서있던 자리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높이에 총알이 지나가더니 절벽에 박혔다.
행여나 저격에 맞을까 열심히 포복했다.
꿈틀거리는 몸짓은 굉장히 빨랐다. 일반인이 걸어가는 속도로 기어갔다.
이후 총격이 두 번 더 있었으나 이상하게 모두 엉뚱하다면 엉뚱한 곳을 노렸다.
'난 엎드려 있는데 내 머리가 있을 높이를 노린다?'
순간 심후는 웃을 수 있었다.
은신을 한 상태에서 공격을 받아 자신을 볼 수 있는 스킬을 익혔나 싶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에린이 익힌 것은 '추적'이란 스킬이었다.
등급은 그리 높지 않았으나 특정 대상에 대한 정보를 한 번 입력하면 상대를 계속 추적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제대로 이미지를 찍어야 하는데.'
스킬을 이용해 심후의 이미지를 찍었어야 정확히 추적이 가능한데 에린은 억리추종향 사용자의 말에 대충 방향을 잡고 스킬을 발동한 것이었다.
보이지는 않았으나 운 좋게 심후가 서있는 곳의 이미지를 찍었고 스킬은 찍은 이미지 안에 있을 유저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투명한 상태에서 찍은 것이기에 정확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엉뚱한 곳에 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었지만 상대의 스킬에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심후는 활짝 웃었다.
'그래, 이대로 기어서 도망가면 되는 거야.'
무서운 속도로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었다.
허나, 탈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격을 해도 심후를 잡지 못한 에린은 서브 머신건을 꺼내들었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심후가 있을 방향으로 뛰어왔다.'모험이다.
'에린이 근처까지 온 것을 본 심후는 저격총을 꺼냈다. 이제는 도박을 할 시간이었다.
에린이 자신을 죽이지 말라고 모여 있는 유저들에게 말해두었다면 심후는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냥 죽여도 된다고 말해놓았다면 사망은 피할 수 없었다.
서브 머신건이 들려지며 불을 뿜기 직전 심후는 에린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주었다.
'죽이지 말라고 명령했다면 에린만 없으면 살 수 있다!'
마지막 희망을 담은 총알은 에린의 이마에 박혔다. 이후 계속해서 얼굴에 총알이 박힌 에린은 결국 사망했다. 하지만 심후의 모습도 드러나게 되었다.
에린을 공격하는 순간에 총구가 불을 뿜은 것이 문제였다.
심후의 모습은 완벽하게 숨겨주는 스킬이지만 총을 사용할 경우 불까지 완벽하게 가려주지는 않았다.
덕분에 위치가 발각되었고 수많은 화살이 날았다.
보이지 않지만 대충 어느 방향에 있는지만 알면 화살로 만들어진 화망에 가두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제기랄.'
화살을 맞은 심후의 모습은 드러났고 결국 어느 무협 유저의 손에 사망하게 되었다.
'재수도 없지.'
도박은 실패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패배감이었다.'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다시 부활한 심후는 달리기 시작했다. 인벤토리에 장보도는 들어있지 않았다.
기연 아이템이다 보니 사망하면 강제적으로 떨어트리게 만들어진 탓이었다. 이로 인해 심후를 죽였던 유저들 사이에는 큰 일이 벌어졌다.
"저 놈 잡아라!"
한 남자가 도망치고 있었다. 심후가 죽은 자리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던 남자가 떨어진 장보도를 얼른 줍더니 도망치는 것이었다.
에린이 주겠다고 한 보수도 좋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장보도도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남자를 움직였다.
"죽어!"
허나 과욕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어느 새 따라 잡은 유저 하나가 남자를 사망시켰다. 이후 장보도는 남자를 죽인 유저의 손에 들어갔다.
"저 놈 잡아라! 튄다!"
새로운 장보도의 주인은 그대로 달아나려 했지만 유저들의 포위망을 뚫기는 어려웠다.
협곡 안에서 장보도 쟁탈전이 갑자기 벌어졌다.
유저들은 죽고 죽이는 것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면 숫자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싸우는 유저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알바한다는 생각으로 나섰던 이들의 탐욕은 친구나 지인들을 부르게 만들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들은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다른 유저들도 친구를 불렀고 점차 패싸움으로 변질되었다.
'이 자식들이!'
사망한 뒤 도시에서 부활했던 에린은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허락도 없이 싸우는 유저들을 보곤 분노했다.
'감히 내껄 노려?'
심후를 직접 죽이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고용한 사람이 죽인다면 그래도 자신이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장보도를 탐냈던 에린이었다. 장보도를 통해 얻게 될 스킬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더 강해져서 심후를 고양이 앞의 쥐처럼 괴롭히려는 것이었다. 헌데 이것이 뒤틀어지게 생겼다.
모두 인간의 탐욕 때문이었다.
"제니, 싸울 준비해."
"네, 아가씨."
제니를 비롯한 메이드 부대가 등장했다.
"바주카 앞으로!"
바주카를 든 메이드들이 일렬로 서서 협곡 안의 유저들을 조준했다.
"발사!"
명령에 따라 바주카에서 발사된 포탄은 포망을 형성하며 유저들을 덮쳤다. 강력한 폭발에 휘말린 유저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메이드들과 무협 문명의 유저들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