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확실히 더워진 게 느껴지네요. 몸이 더 축쳐지는 느낌입니다.
여러분 더위 조심하시고 즐거운 일요일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메이드들의 바주카에 수많은 유저들이 단숨에 날아갔다.
- 당신들 성공 보수는 없어! 계약 위반이야!
싸우는 와중에 제니는 고용한 알바 유저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혼란을 유도했다. 메시지 확인을 위해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은 유저들에게 더욱 치명적이었다.
바주카에 이은 머신건 세례에 검을 든 무인들은 쓰러졌다. 집단 전투에서는 화기를 든 과학문명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에린의 메이드들은 모두 에린의 추종자였다.
제니를 필두로 성심껏 에린을 모시기에 게임을 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메이드들이었다. 그렇기에 모두 과학문명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사람을 위해 희생을 불사하니 막강한 화력을 자랑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은 메이드들의 치밀한 공략에 속절없이 무너질 뿐이었다.
'잘하고 있네.'
도시에서 바쁘게 달려와 싸움을 지켜보는 심후는 때를 기다렸다.
지금 당장에라도 뛰쳐나가서 싸움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한바탕 총알을 쏟아 부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었다.
허나 에린과 메이드들이 있기에 조심해야만 했다.
납작 엎드려 기다렸다.
저격을 하며 틈틈이 메이드들을 잡아줄 수는 있지만 하지 않았다. 여기서 나서다가는 다른 유저들이 장보도를 들고 튈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까지나 에린에게 장보도가 가야 내가 먹고 튈 기회가 생기는 거지.'
다른 유저들의 정보를 모르니 한 번 놓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렇기에 유저들이 모두 쓰러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혈투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에린이 되었다.
똘똘 뭉친 메이드들의 화력은 끝날 줄을 몰랐다. 총알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데 그런 것이 없는 것처럼 계속 쏟아부었던 것이었다.
결국 질려버린 유저들이 숙련도와 경험치를 계속 잃게 되자 물러났다. 이익보다 손해가 많을 것 같으니 물러서는 것이 가장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무엇보다 계속 죽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유저들이 물러가자 메이드들은 환호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에린도 그런 그녀들을 말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올라이프 50에 있어서는 역사적인 승리이기 때문이었다.
과학 문명과 다른 문명이 처음으로 집단 전투를 벌인 사례였다.
무협 문명의 유저들은 과학 문명의 저력을 모르기에 상대함에 있어 미숙했던 것이었다.
판타지 문명과의 전투는 그래도 접근전이 존재했다.
난전으로 몰아가기만 하면 파티 플레이를 하며 여러 개의 작은 집단으로 뭉친 판타지 문명의 유저들을 분쇄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것도 전형적인 무협 문명 유저들의 전투법이었다. 그런데 과학 문명은 달랐다.
그들에겐 접근조차 허락 되지 않은 것이었다. 강력한 화망에 갇히면 속수무책이었다.
방어를 하며 접근하려고 하면 집단의 공격이 집중되어 처리되었다. 그야말로 녹아내렸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었다.
결국 남은 것은 화살이었는데 문제는 연사력에 있었다. 무협 문명의 유저들이 1초에 1발을 쏜다고 하면 메이드들은 무기에 따라 초당 10발씩 쏘기도 했다.
원거리에서는 과학 문명이 압도적인 것이었다. 첫 대규모 전투에서 승리하고 장보도도 얻게 된 에린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보물을 찾고 심후를 완벽하게 눌러주면 되는 거야!'
허나, 상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뒤통수에 익숙한 충격이 느껴졌다.
'이건 심후!'
정신을 차리고 반격하려는 순간 계속해서 총알이 날아와 결국 사망 처리 되었다. 승리에 들떠 기뻐하던 메이드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살폈지만 심후를 찾지 못했다.
"놈이야! 놈이 나타났다고! 장보도를 확보해!"
순간 장보도가 사라졌다.
"쏴!"
길게 말하지 않아도 메이드들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았다.
장보도가 심후의 품으로 사라졌다는 것은 바로 심후가 가져갔단 뜻이었다. 메이드들의 총기에서 연신 불이 뿜어졌다.
머신건은 물론 샷건이 동원되었다. 최대한 넓은 지역을 공격해서 심후에게 데미지를 입혀야 은신을 풀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바주카까지 동원해 범위 공격을 했다. 허나, 심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격 중지!"
제니의 명령에 메이드들은 일제히 멈췄다. 협곡 안은 초토화 되어 있는 상태였다.
원래의 형태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도망 간 것 같지?"
"네, 그러네요."
협곡 내부의 원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공격을 쏟아 부었는데도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지 사실만을 의미한다고 제니는 생각했다.
"무슨 스킬인지 생각나는 건 있어?"
"있다면 비행 스킬 같은 것인데 그건 마법 스킬이니 판타지 문명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배울 수 없습니다. 다른 가능성이라면 최상급 경공 스킬을 마스터했다면 일정 시간동안 허공을 비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야. 그럴 여유도 없었고. 그럼 대체 어떻게 도망친 거지? 우리가 모르는 과학 문명의 스킬을 익히고 있는 건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니와 메이드들은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토론했다. 허나, 그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메이드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순간에 심후는 조심스럽게 걸어서 협곡을 벗어나고 있었다. 심후는 대단한 스킬을 쓴 것이 아니었다.
장보도를 집는 순간 도망치지 않고 메이드들 앞에서 바짝 엎드린 것뿐이었다. 몇 발자국만 더 앞으로 걸어갔다면 심후의 존재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허나, 심후가 도망가고 있을 거란 전제하에 이뤄진 공격은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코앞에 있는 심후에게 안전지대가 되어주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에 알맞은 은신법이었다.
'아디오스!'
협곡을 벗어나 도시로 향하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에린을 발견한 심후는 이마에 총알을 박아 다시 도시로 돌려보내주었다.
올라이프 50의 새로운 뉴스가 방송되자 유저들은 뜨거워졌다.
- 이건 사기야! 과학 문명 아니면 다 죽으란 거냐!
- 옳소! 다운 패치 하쇼!
에린의 메이드 부대에 당한 유저들을 비롯한 무협 문명의 유저들은 시끄럽게 떠들었다.
허나 과학 문명의 유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뭔 헛소리야. 억울하면 총 들어. 무협 문명 유저라고 총 못 쓰는 것도 아니잖아.
- 맞아. 그냥 총 들지 무슨 패치를 들먹이나 몰라.
올라이프에 직업의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처음에는 무협 문명의 유저들이 약간 우세했었지만 곧 묻혀버렸다. 누구나 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 것이었다.
- 그래, 갑옷을 입고 총을 들면 무적의 총기사가 될 수 있어.
- 마법사는 죽으란 소린가!
- 굳이 마법사처럼 살 필요 있나? 총도 들고 마법도 배우고 하면 되지.
- 맞아. 스킬은 누구나 배울 수 있어.
집단 전투에서 우세를 보이는 강력한 무기를 본 다른 문명의 유저들은 총기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었다.
'그래, 총을 구하는 거야. 총과 검을 들고 싸우면 되는 거야.'
'총과 마법을 같이 쓰면 총법사라고 할 수 있을까?'
'총검술을 익히자! 멀리 떨어지면 쏴버리고 가까이 붙으면 총검술로 상대하면 무인의 약점은 사라진다!'
유저들은 단숨에 과학문명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올라이프 49에서의 플레이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과학 문명의 유저들에게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유저대이동을 일으켰다. 영수도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자 갈등했다.
'총을 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판타지 문명의 도시에선 총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총기와 비슷한 물건이 있기는 하지만 마법 물품이었으며 마법 관련 스킬을 익히지 않으면 사용할 수도 없었다.
다른 문명과의 교역을 통해 총기가 수입되지 않는 한 상점에서 구하긴 어려웠다.
'총기가 수입될 때까지 길드를 키워서 돈을 모아놓을까? 아니면 직접 가서 총을 사와야 할까?'
길드를 만든 영수의 고민은 바로 이것이었다.
게임을 통해 돈을 벌기로 한 영수에게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다. 대세는 총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총을 구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없었다.
단지 시기의 문제였다. 이제 막 길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리를 빨리 잡는 것이 좋았다.
자리를 잡고 상점을 내거나 큰 상거래를 통해 고정적인 수익을 만들면 돈을 빨리 벌 수 있었다. 그만큼 자리 잡는 것도 쉬워진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길드에 힘이 없다면 교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상품 운송 때 만나게 되는 도적들이나 유저들에게 당하면 말짱 헛일이었다.
만약 총이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유저들이 총기를 들고 공격해온다면 위험해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총을 구하러 가기도 애매모호했다.
총을 구하기 위해선 누군가 과학문명까지 움직여야 했다. 문제는 문명의 경계선에 있는 몬스터들은 굉장히 강력하다는 것이었다.
실력이 없는 이들은 쉽게 오가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뭉치지 않는다면 넘어가기 어려운 것이었다.
때문에 총기구매를 먼저 하려면 영수는 길드원을 모조리 이끌고 움직여야만 했다. 친목 길드였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영수는 돈을 벌기 위해 길드를 조직했다.
하루 영업 안 하는 것은 그만큼 손해란 소리였다. 또한 길드원들도 어느 정도 금전적 보상을 해주어야 영수의 명령에 따랐다. 모두 길드를 키워서 돈을 벌고자 하는 마음으로 뭉쳤기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이제 총이 대세잖아. 그래서 그런다."
"그럼 사러 가야죠. 남들 다 총 들고 싸우는데 우리만 없어서 뒤처지면 그것도 손해잖아요."
옆에서 수동이 부추기자 영수는 결심했다.
'그래, 가는 거야. 흐름을 타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야.'
영수의 결심은 길드원들에게 알려졌고 길고 긴 원정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 과학문명으로 총기 구매하기 위해 전 길드 이동 준비 중.
수동은 영수의 행동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심후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