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64)

장보도 쟁탈전으로 인해 총기의 우수성이 올라이프 유저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무시하고 보물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수동의 보고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영수와 그의 길드원들이 전부 과학문명을 향할 거란 얘기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뜻하지 않게 때가 온 것이었다.

장보도의 정보를 수집해 보물을 찾는 일을 중단한 심후는 바로 움직였다. 그것은 하루라도 빨리 영수 일행이 목표지점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일부러 판타지 문명의 경계선까지 가서 몬스터들을 몰래 처리해주었다. 도플갱어의 육신과 은신 스킬을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총기를 들고 저격을 해버리니 몬스터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심후가 몬스터들을 은밀히 청소해준 덕분에 영수 일행은 빠르게 무협 문명으로 건너와 중심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지독한 암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길!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하면!"

도시 밖으로만 나가면 영문도 모르고 사망하게 되자 영수와 길드원들은 답답했다. 적의 모습을 확인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냥 총알이 계속 날아오며 길드원을 하나씩 잠재우니 모두 함께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누군지 몰라도 우릴 찍은 것 같은데 이대로 가면 위험해요."

길드원의 말에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일단 로그아웃하자. 좀 쉬다보면 적도 포기하겠지."

"네."

로그아웃하고 나면 목표를 잃은 적이 흥미를 잃고 포기하리라 계산한 영수였다. 하지만 계산은 완벽한 오산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몰라도 심후가 로그아웃했다고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영수의 옆에는 수동이 붙어 있었다.

어디서 뭘 하든지 모든 상황이 심후에게 보고되며 특히 게임에 접속하면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요구에 의해 보고되기도 했다. 영수와 길드원을 귀신 같이 찾아내 PK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스파이 역할을 해준 수동 덕분이었다.

- 내일 저녁 7시에 접속하기로 함.

- 알았음.

보통 유저였다면 사냥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접속해 있으면서 대기 타야 하겠지만 심후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쉬다가 수동이 접속한다고 연락하면 그때 접속하면 되는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 다음 날 저녁 7시가 되었다. 영수와 길드원들은 시간에 딱 맞춰 접속했다.

"누가 보기 전에 빨리 가자."

도망치듯 도시를 벗어난 영수 일행이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공격이 없자 안심하고는 속도를 조금 줄이기 시작했다.

"없나 봐요."

"하긴 어떻게 24시간 지키겠어. 진짜 우리랑 척진 대형 길드라면 모를까 24시간 감시하면서 우리만 잡아 죽일 이유는 없지."

누군가 안심하며 말한 순간이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영수가 쓰러졌다.

이마에 바람구멍이 뚫린 것이었다.

"조심해!"

영수가 쓰러지는 모습에 경계해보지만 소용없었다. 또 다시 

'퍽!'

 소리가 들리며 차영의 이마에도 바람구멍이 뚫렸다.

당황한 길드원들은 모두 한데 뭉쳤다.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방패를 꺼내고 실드를 쳤다.

허나, 이것이 패착이었다.

계속 이어지는 저격에 길드원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계속 이어진 공격은 하나하나 파괴적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패는 기능을 상실하고 실드 마법도 깨졌다.

결국 도망치려고 흩어지는 이들까지 모두 잡히고야 말았다. - 저도 쏘세요. 의심 받으면 안 되잖아요.

마지막으로 남은 수동은 자신을 쏘라고 했다.

그 순간 이마에 총알이 박히며 수동 또한 길드원들과 함께 부활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마치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잖아."

영수 일행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왜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이렇게까지 답답하지 않았다. 문제는 상대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대로 뭉쳐서 다니기 보단 차라리 전부 흩어져서 다음 도시에서 만나는 게 어때요?"

"그럽시다. 적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전부 흩어지면 포위망이 흔들릴 테니 잡기 힘들 겁니다.

새로운 방법은 곧바로 심후에게 보고되었다. 

"그럼 다음 도시에서 봅시다.

영수 일행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며 도시를 벗어났다. 

'머리 써봐야 소용없는 일이지.'

목적지가 어딘지 알기 때문에 소용없는 일이었다.

심후는 일단 도시 밖으로 나오는 이들 중 몇 명을 잡아 도시로 돌려보내주었다. 하지만 영수와 차영, 그리고 수동은 건드리지 않았다. 덕분에 영수와 차영은 꽤 먼 곳까지 진출했다.

공격 받지 않고 도시에서 멀어지게 되자 자신들의 방법이 통했다며 좋아했다.

"누군지 몰라도 숫자가 적은 것 같아. 안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거야."

영수의 짐작은 정확했다.

숫자가 많았다면 멀리 떨어질 때까지 자신들을 못 잡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영수는 알 수 없었다.

세 사람이 먼 곳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심후가 그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란 것을.

'다른 유저들은 모두 이제 도시를 벗어난 상태군.'

심후는 곧 행동에 들어갔다.

다음 도시까지 절반이 조금 넘게 남아있는 지점에 총을 꺼내들었다. 

'복수도 하고 스킬 숙련도 올리고 참 좋네.'

새로 익힌 마라신공은 유저를 죽일 때마다 숙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스킬이었다.

심후가 영수 일행을 잡는 동안 숙련도는 꾸준히 올라갔다.

'재수 없는 새끼!'

저격총에 달린 스코프로 영수의 얼굴을 보며 이마를 조준했다.

항상 패주고 싶던 존재를 이렇게 괴롭힐 수 있다니 가슴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렸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떨리는 거였다.

입가에는 어둠보다 진한 미소를 머금은 채 조심스럽게 조준했다. 흥분 때문에 손이 떨린다면 조준이 빗나가기 때문이었다.

'죽어!'

방아쇠를 당긴 순간 총알은 공기층을 찢으며 날아갔다. 눈 깜빡하는 순간 영수의 이마에 구멍이 나며 날아갔다.

심후는 바로 차영을 조준했다.

'재수 없는 년!'

이번에도 욕을 하면서 흥분했다.

자신을 농락했던 여자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는 순간 등골이 짜릿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아아! 진짜 좋네.'

중독 될 것 같았다.

짜릿한 흥분이 척추를 관통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잠시 자리에서 짜릿한 여운을 즐기던 심후는 수동을 죽여 영수와 차영이 가 있을 도시로 보내주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도시를 향해 달려갔다.

- 영수와 차영 서로 떨어지기로 함. 난 차영을 추적하겠음.

아직 도시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서로 떨어졌다는 소리에 심후는 영수를 직접 찾아야만 했다. 

'귀찮게 갈라지냐.'

거대한 세력을 휘하에 두고 있거나 혹은 속해 있었다면 사람을 동원해 추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겠지만 심후는 혼자였다.

수동이 옆에서 돕고 있긴 하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사람을 아주 많이 고용할 순 없었다. 수동의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차영의 위치를 계속 확인했다.

둘이 갈라졌다면 적어도 두 사람이 한 곳에 있을 리가 없었다. 하나의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더 올라가니 정보 수집은 필수였다.

도시로 길을 되집어 가며 차영이 움직이는 방향과는 좀 떨어진 곳을 하나하나 살폈다. 길목에 자리한 높은 나무에 오르거나 하면서 멀리서 다가오는 유저를 살피는 것이었다.

'운이 좋은데?'

심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영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잘 가라.

'영수는 또 죽었다. 이후 심후는 차영을 잡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고 영수를 집중적으로 잡기로 했다.

길드장이 없으면 다음 도시에서 다른 길드원들이 움직이기 쉽지 않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길드가 망할 때까지 괴롭혀 주마.'

절대 곱게 돌려보낼 생각이 없는 심후는 영수를 스토킹하려 했다. 하지만 도시에서 결국 놓치고 말았다.

바로 옆에 사람이 붙어 있지 않은 관계로 추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도시 밖에서 저격을 하고 부활하는 광장까지 달려가는 동안에 생기는 공백 동안에 영수가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친 것이었다.

'쳇, 어쩔 수 없군.'

 영수를 포기한 심후는 빠르게 다음 도시로 움직였다.

'어차피 갈 곳은 뻔하니까.'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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