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64)

"제길!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어떤 새끼야!"

영수는 분통을 터트렸다. 길드원들과 떨어져 다음 도시까지 따로 움직이다가 계속 저격을 당했다.

차영과 떨어지고 나서 홀로 움직인다면 더 안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차영과 떨어져 움직이는데 저격을 당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망쳤다.

도시 안에 누군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밖에 나가면 자꾸 공격당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틀린 추측이었다.

심후가 영수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운이란 준비된 자가 아니면 잡을 수 없는 것, 심후는 운이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았다.

그 결과, 다음 도시에 거의 도착했던 영수는 미리 길목에서 대기하고 있던 심후에게 죽고 말았다.

영수가 아무리 도망친다고 해도 목적지를 아는 이상 예상 경로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수동을 이용하면 영수의 위치를 어느 정도 알아내는 것도 가능했다.

'언제 거기까지 또 가지?'

문제는 심각했다. 다른 길드원들은 모두 다음 도시에 도착했는데 길드장인 영수만 도착하지 못한 것이었다.

목적지 근처에서 저격당한 것이 문제였다.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면 지도에는 표시가 되지 않는다.

지도에 표시가 되지 않고 사망하게 되면 지도에 표시된 도시 중 가장 가까운 곳에서 부활하게 된다. 즉, 목적한 도시에 들어가지 못하고 코앞에서 죽게 되면 바로 앞에 있는 목적한 도시에서 부활하는 것이 아니고 떠나왔던 도시에서 부활한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멍청한 시스템이라 할 수도 있지만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도에 표시 되지 않았고 방문하지도 않은 도시가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그 곳에서 부활하게 된다면 유저들이 새로운 위치의 도시를 별다른 모험도 하지 않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이동 중에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는 초보가 생길 수도 있었다. 현실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은 게임에선 비일비재했다.

어쨌거나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영수는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다.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걸리면 죽인다.

'정말 치가 떨렸다. 하지만 아무리 치를 떨어봐야 소용없었다. 상대들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동안 발광하던 영수는 길드원들에게 먼저 과학문명으로 가라고 말했다. 더 이상 함께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에 길드원들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은 불응했다.

- 형님, 그러지 말고 같이 가죠. 아니면 총은 그냥 경매로 올라온 거 사죠. 꼭 과학문명까지 갈 필요 있나요?

- 가야 해. 총만 구한다고 다가 아니야. 총기에 관한 스킬도 얻어야지. 검을 든 사람에게 유용한 검술 마스터리가 있으니 총기에도 그런 게 있을 거야. 그걸 익히지 않고 총만 든다고 뭐든지 해결되는 것도 아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총알이야.

- 네?

- 적어도 총알 제조 스킬이라도 익혀야 해. 그것만 가지고 판타지 문명으로 돌아가면 우린 돈 벌 수 있어.

총이란 무기는 총알이 없으면 장식품에 불과했다. 판타지 문명이나 무협 문명에 총기가 유입되면 당연히 막대한 총알의 소모가 생길 터였다.

그것을 매번 경매로 사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과학문명까지 필요할 때마다 사러 가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누군가 만들어 팔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 하지만 총기가 많이 퍼지면 유저들이 총알 정도는 무기점에서 살 수 있게 바꿔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 총알 제조 스킬이란 게 없다면 그렇게 되겠지만 스킬이 존재하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이건 기회야. 어쨌거나 스킬 문제도 있으니 모두 가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익히도록 해. - 알았어요.

확고한 영수의 말에 수동은 물러섰다.

영수의 결정을 전해들은 심후는 웃었다. 복수의 상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게 되었으니 즐거웠다.

이제 고춧가루만 팍팍 뿌려주면 되는 일이었다. 아니, 고춧가루뿐만 아니라 구정물도 뿌려서 먹지도 못하게 만들어 줘야 했다. 

'게임사에다 일단 건의나 해보자.'

먹힐지는 몰라도 시도하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보단 찔러보는 것이 좋았다.

총기의 보급이 보편화되면 기본 총기 정도는 다른 문명에서도 살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또한 총기에 필요한 탄약 보급은 해줘야 과학문명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제대로 된 근거 따윈 없다.

그냥 생각을 밝힐 뿐이었다. 게임사에서 받아주면 좋고 아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나 같은 유저 하나 건의에 세세하게 신경 쓰진 않을 거고.'

심후의 입장에서는 한 마디 한 것에 불과해도 게임사의 입장은 또 달랐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의견이 들어왔다.

의견뿐만이 아니라 불평불만도 많았다. 제대로 된 것들도 있지만 사소한 것들, 혹은 말도 되지 않는 요구를 할 때도 있었다.

게임사에서는 대부분 정해진 틀이 있고 그 안에서만 답변할 뿐이었다.

정말 유저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는 알기 힘들었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게임사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으니까.

건의를 보낸 이후 심후는 같은 내용의 글을 작성해 게임 게시판에 올렸다. 유저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는 하나의 선동으로써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된 일임을 알리고자 하는 행위였다. 

'고춧가루 뿌리는 건 지금은 이 정도면 됐고 그럼 사냥을 가볼까?'

심후는 수동이 알려준 위치로 이동했다.

거기엔 수동과 차영이 사이좋게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

질투는 절대 아니었다. 단지 자신에게 보여줬던 가증스러웠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뒈져라!'

분노의 저격으로 뒤통수를 날려주었다. 이후 차영에 대한 무차별 학살이 계속 이어졌다.

덕분에 수동도 계속 죽었다. 같이 움직이는 차영이 죽는데 수동만 살아서 멀쩡한 모습으로 계속 나타나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일반 유저였다면 절대 허락하지 않을 일이었으나 수동은 죽는 것에 거부감 따윈 없었다. 의뢰비를 두둑하게 받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게임에 특별하게 애정을 쏟지도 않기 때문에 어려운 결정도 아니었다.

죽이고 또 죽였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다. 게임 속에서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한 마디 보고가 기분을 풀어주었다.

- 차영 분노 폭발함.

괴롭힘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보고에 마음이 즐거워졌다. 가슴 한 구석의 응어리가 아주 조금 녹았다.

- 또 밖으로 데러와.

- 안 간다고 함. 오늘 게임 여기까지인 듯.

- 기분 잘 풀어주고. 생각 같아선 하루 종일 괴롭혀서 기분 나쁘게 해주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로그아웃하면 게임 상에서 괴롭혀줄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접속기에서 나온 심후는 콧노래를 불렀다. 주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게 춤까지 췄다.

팬티만 입은 엉덩이가 씰룩거리는 것이 몹시 흥겨워보였다. 

'출출하네. 뭘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선택한 것은 샌드위치였다.

시간과 공을 들인다면 더 화려하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지만 그냥 가볍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햄 한 장, 치즈 한 장, 토마토 한 쪽, 베이컨 한 쪽.'

마지막에는 케첩을 뿌려 마무리를 했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흔하디흔한 샌드위치였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무척이나 맛있게 느껴졌다.

베이컨의 바삭함과 부드러운 햄 사이에 살짝 녹은 치즈와 잘 익은 토마토가 한 데 어우러져 혀를 즐겁게 해주었다. 여기에 복수를 부분 달성했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양념으로 더해지니 별미가 따로 없었다.

샌드위치가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4개의 샌드위치를 먹어치우고 마지막으로 남은 5개째를 막 집어 들려는 순간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데?"

"지금 뭐해?"

전화를 건 사람은 에린이었다.

"샌드위치 먹는다."

"게임은?"

"왜? 또 싸우고 싶냐?"

"장보도 찾아야 하니까. 보물 벌써 찾은 거야?"

에린의 관심은 장보도였다. 물론 장보도를 빌미로 싸우는 것도 기대하고 있었다. 

"아니, 일이 좀 있어서."

"일? 무슨 일?"

"개인적인 일이니까 알 거 없고 아무튼 당분간 너랑 대결 못 할 거 같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통보 끝에 통화가 끝났다. 이후 심후는 남은 샌드위치를 아주 맛있게 먹었지만 에린은 인상을 썼다.

'심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겠어.'

에린은 아직도 은신을 하고 있던 심후를 추적했던 추적 스킬을 풀지 않았다. 비록 투명한 모습밖에 저장 못해 정확한 모습을 알아 볼 순 없다 해도 위치 정도는 얼마든지 쫓을 수 있었다.

에린은 아직도 은신을 하고 있던 심후를 추적했던 추적 스킬을 풀지 않았다. 비록 투명한 모습밖에 저장 못해 정확한 모습을 알아 볼 순 없다 해도 위치 정도는 얼마든지 쫓을 수 있었다.

'감히 날 심심하게 해?'

============================ 작품 후기 ============================

응원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에린은 아직도 은신을 하고 있던 심후를 추적했던 추적 스킬을 풀지 않았다.

비록 투명한 모습밖에 저장 못해 정확한 모습을 알아 볼 순 없다 해도 위치 정도는 얼마든지 쫓을 수 있었다.

'감히 날 심심하게 해?'

============================ 작품 후기 ============================

응원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아우! 성질 나!"

차영은 기분이 몹시 나빴다. 게임에서 계속해서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떨어진 숙련도도 문제였지만 없어진 금액과 장비도 만만치 않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장비는 모두 잃었고 지금 착용하고 있는 것은 수동이 구해다 준 것들이었다.

"기분 풀어요. 네? 우리 게임 그만하고 나가죠."

수동이 옆에서 살살 기분을 맞춰주며 달래자 차영은 화를 가라앉혔다.

'대체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 거야?'

차영은 심후가 노리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아, 몰라. 안 해."

로그아웃은 필연이었다. 도시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계속해서 죽었다.

즐거울 리가 없었다. 즐겁기 위해 하는 게임을 계속 방해 받으니 시간 낭비에 가까웠다.

계속해서 죽는 동안에도 접속방 사용료는 지불해야 했다. 전부 다 돈이었다.

"누나, 내가 계산할게요."

"고마워."

수동은 호구처럼 굴었다. 한 마리 호구가 되어 차영을 받들어 모셨다. 물론 그런 돈은 다 심후에게 받은 돈이었다. 어찌 보면 낭비였지만 모든 것은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

"그럼 가요."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모텔이었다. 고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깔끔한 곳이었다. 입구에서 주변을 살짝 둘러보는 수동과 달리 차영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가려 했다. 그때였다.

"누나, 근데 배 안 고파요?"

"응? 괜찮아."

살짝 짜증난 표정을 지었지만 수동에게 화내지는 않았다. 호구처럼 자신을 모시는 것도 좋고, 잠자리에서 가려운 곳을 아주 잘 긁어주는 기술도 좋았다.

때문에 화가 난다고 막 대하지 않았다. 

"에이, 표정 보니까 아직도 화났네. 우리 누나 화내면 주름 생겨요. 자, 이거."

작은 초콜릿을 까서 입에 넣어주는 것을 냉큼 받아먹었다.

싱그럽게 웃는 모습과 혀에서 느껴지는 달콤함에 짜증이 사르르 녹았다.

"어이구, 우리 예쁜 수동이."

차영은 수동의 팔짱을 끼며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사이좋은 모습으로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모텔 안으로 완전히 모습이 사라지기전, 수동은 살짝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후, 커다란 카메라를 든 남자가 입구가 환히 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후후후후후. 좋아. 그래 이거야.'

전송된 사진을 보는 심후는 즐거웠다.

차영과 수동이 활짝 웃으며 모텔로 들어가는 사진은 무척이나 다정해 보였다. 

'언제 보내주면 충격을 많이 받을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했다. 아니, 그 이상을 줄 생각이었다.

게임 속에서의 복수는 전채에 불과했다. 메인 코스는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누군가의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우월감은 초콜릿보다 부드럽고 달콤했다. '아아, 못 참겠다.

그냥 지금 보내자.'달콤함이 흘러넘치며 정신을 적시니 인내가 달아났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욕망이 이끄는 대로 결정했다.

그 결과, 사진을 전송하라는 명령이 수동에게 전해졌고 수동은 자신의 사진을 찍은 카메라맨에게 명령을 전했으며 카메라맨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제3자를 시켜 추적이 불가능하게 꼬리를 자르고 사진을 전송하도록 했다.

그리고 영수의 가슴에 불이 붙었다.

'뭐? 이런 썅!'

사진을 받은 영수는 게임을 하다말고 로그아웃했다. 요즘 들어 차영과 소원하다고 하지만 아직 헤어진 것은 아니었다.

'감히 나한테?'

하지만 영수가 화난 이유는 배신감 때문이었다. 물론 사랑에 대한 배신감이 아니었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도전에 화가 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수동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자신이 보다 우월한 수컷이라며 우월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수동이 영수의 자리에 도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수는 수동이 자신의 자리를 도둑질하려는 파렴치한 놈으로 보였다.

접속방을 뛰쳐나온 영수는 모텔로 달렸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자신도 잘 아는 모텔이었다. 항상 차영과 같이 간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응, 오빠. 왜?"

"너 지금 어디야?"

"응? 어디긴 친구랑 시낸데. 왜?"

"그래? 그럼 나도 거기 가도 돼?"

"오긴 뭐 하러 와. 이제 다 일어서려고 하는데. 내가 오빠한테 갈게. 집에서 기다려."

달리면서 전화를 걸어보았다. 내용만으로는 의심을 할 구석은 없었다. 그러나 사진에 적혀 있던 시간이 영수의 의심을 부추겼다.

'찍은 지 얼마 안 된 사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진을 보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화가 난 영수는 그런 문제를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위치 추적.'

몰래 폰으로 추적해보았다. 차영의 위치는 모텔로 나왔다.

'어떤 친구랑 나오는지 한 번 보자.'

영수는 이를 뿌득 갈며 기다렸다.

한편,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영상으로 받아보던 심후는 영수가 나타난 것을 보고 미소지었다.

'역시 돈이 좋아.'

돈으로 사람을 부리니 보기 힘든 모습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현장에 달려가 직접 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행여나 모습을 드러내 자신의 소행이라는 것을 눈치 챈다면 자신도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상황은 심후가 느긋하게 복수를 감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이 코앞을 지나갔다. 

'헙!'

뭔지 몰라도 놀란 심후는 깜짝 놀라 구르며 주위를 살폈다.

'어떻게 여길!'

총을 쏜 주인공은 에린이었다. 추적 스킬로 계속 추적해 결국 심후를 찾아낸 것이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

에린은 다시 총을 들고 추적 스킬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조준했다.

'제길.'

귀찮은 스킬을 사용하는 에린을 피하기 위해 심후는 엎드려서 기기 시작했다. 허나, 이번에는 쉽게 피할 수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에린이 저격총을 집어넣고 양손에 서브머신건을 든 것이었다. 그리고 조준한 곳이 바닥임을 깨달았을 때 심후는 반격을 시작했다.

에린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더 빨랐다. 하지만 현재 구할 수 있는 방어구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온 몸을 도배했기에 저격총의 총알이 어깨를 강타했음에도 자세가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반쯤 몸통이 돌아간 상태에서 반대편에 든 서브머신건을 앞으로 내밀며 방아쇠를 당겼다. 그 순간, 심후는 열심히 바닥을 구르며 가까운 거리에서 저격했다.

결국 승자는 간발의 차이로 심후가 될 수 있었다. 

'얼른 도시로 들어가야지.'

마라신공의 수련을 위해 지나가던 유저를 틈틈이 잡아주던 일은 접어야했다.

서둘러 도시로 가는 동안 에린을 한 번 더 만났지만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먼저 보내주었다. 그리고 도시에 들어가 은신을 푼 순간 에린이 나타났다.

"넌 이제 죽었어."

확실하게 심후의 모습을 추적 스킬로 찍어 저장한 에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심후가 은신을 써도 정확히 머리를 날려 줄 수 있게 되었다.

단 한 마디였지만 에린이 자신을 잡을 스킬을 익혔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현재 에린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알았으니까 저리 가."

적당히 자리 잡은 심후는 자신에게 전송되는 영상을 띄워놓고 바라보았다.

'아직 안 늦었군.'

영상을 보는 순간 심후는 자신이 늦지 않았음을 알고 즐거워했다. 모텔에서 나오는 수동과 차영을 영수가 가로막는 장면이 시작되었다.

'뭐야? 대체 뭔데.'

에린은 예전과 다른 심후의 반응에 괜히 심통이 났다. 마치 자신을 귀찮은 파리쯤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였다.

"야, 싸우자니까?"

"나중에. 나 지금 바쁘다."

에린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유저가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타 유저가 볼 수는 없기에 심후가 현재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물론 에린의 재력과 인맥이라면 마음 먹은 순간 얼마든지 알아 볼 순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디 두고 보자.'

물론 에린의 재력과 인맥이라면 마음 먹은 순간 얼마든지 알아 볼 순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디 두고 보자.'

옆에 털썩 주저앉은 에린은 메이드들을 불러들인 뒤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불타는 금요일 보내세요. 물론 에린의 재력과 인맥이라면 마음 먹은 순간 얼마든지 알아 볼 순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디 두고 보자.'

옆에 털썩 주저앉은 에린은 메이드들을 불러들인 뒤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불타는 금요일 보내세요.

한바탕 침대위에서 레슬링을 하고 내려온 두 남녀가 모텔을 나서고 있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영수는 울화가 치밀었다.

'감히 날 속여?'

분노한 심장의 질주를 이성은 따라가지 못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영수는 수동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새끼야!"

기합 대신 욕을 내뱉으며 주먹을 뻗었다. 불의의 일격이니만큼 피하기는 어려운 공격이었다.

허나, 호스트 출신이던 수동도 한가락 하는 남자였다. 밑바닥에서 굴러먹으며 폭력도 휘둘러본 전적이 있었다.

느닷없는 공격을 상체만 슬쩍 움직이는 것으로 피하더니 영수의 팔을 잡고 꺾으며 다리를 걸었다. 그러나 영수의 몸이 허공에서 빙글 돌더니 그대로 바닥에 팽개쳐졌다. 

"크윽."

"누나 어쩌죠?"

일단 누군가 덤비길래 때려눕히고 봤다는 식으로 차영을 바라보자 차영은 당황했다. 이건 차영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몰라. 나 먼저 가볼게."

불리한 상황에서 일단 발을 빼는 차영이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차영이 멀어지자 수동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어이, 멍청아."

"뭐?"

갑작스러운 수동의 성격 변화에 겨우 몸을 일으키던 영수는 어이가 없었다.

"그 동안 내가 굽실거리니까 신났지? 응? 아주 호구로 보였지?"

이죽거리는 폼이 순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순간 영수는 수동의 교활함을 깨달았다.

"하도 여자 끼고 잘난 척하길래 얼마나 대단한 여자라서 자랑하나 했더니 별 것도 아니더만? 응? 하여간 쟤는 내가 잘 데리고 놀 테니까 넌 그냥 조용히 닥쳐라.

알겠어?"

순진하고 말 잘 듣는 순둥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양의 탈을 벗어던진 늑대와 같았다.

영수는 모멸감을 느꼈다. 차영을 모욕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수준을 무시했기 때문에 다시 울컥했다. 

"으아아아아!"

분노에 몸을 맡기자 고통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금 수동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수동은 낮게 허리를 숙이고 몸을 잡으려 덤비는 영수를 보며 무릎을 차올렸다.

단단한 무릎이 코를 뭉개자 영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아무래도 오늘 푸닥거리 좀 해야겠네. 말로 해서 안 듣는 개한테는 매밖에 없지."

수동은 영수를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가서 먼지 나게 팼다.

바닥에 굴리면서 계속 발로 차는데 영수는 정신이 없었다. 가끔 몸에서 '우득'하고 소리가 나면 소름이 돋았다.

당장 아픈 것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아픔보다는 몸의 감각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 맞았다.

"앞으로 조심해라. 나대지 말고."

수동이 떠나고 구석의 벽에 몸을 기댄 영수는 신음을 흘렸다.

맞을 때는 그저 정신없었다. 고통은 구타가 끝나고 나서 찾아왔다.

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자 고통을 자각하게 된 것이었다. 

"씨......."

자신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단지 어이가 없었다. 

"두고 보자."

원한을 담아 한 마디 씹다 뱉고선 몸을 일으켜보았다.

다리가 휘청이며 다시 주저 앉았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는 영수는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찢어진 가슴 사이로 자신감의 근원이 모조리 뿜어져 나오며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연신 욕을 내뱉으며 세어나가는 자존심을 막아보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겨우 몸을 일으킨 영수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카메라 한 대는 영수의 모습을 빠짐없이 찍어 전송하는 중이었다.

"크크크크크."

게임 속에서 영수가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는 심후는 기분 좋게 웃었다. 드디어 한 가지 생각하던 일을 완성한 것이었다.

자신이 당한 것을 똑같이 당하게 한 것이었다. 비록 기절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얻어 터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얼굴이 붓고 입가가 찢어지는 것은 물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니 속이 후련했다.

'왜 이래?'

옆에서 시간을 보내며 심후를 골려줄 작전을 세우고 있던 에린은 흠칫했다. 음흉한 웃음소리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살짝 거리를 벌리며 경계했지만 뭔가 이상한 짓을 할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시선이 어딘가에 고정 되어 혼자 웃는 것이 뭔가 보는 것은 틀임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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