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에서 들려오는 떨리는 목소리에 심후는 우뚝 멈췄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뒤돌아 주먹을 날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참자, 여기서 터지면 안 돼. 참아. 더 완벽하게 복수하기 위해 참아.'
이를 악물고 터지려는 심장을 진정 시키며 길게 숨을 내뱉었다. 거칠고 긴 숨이 토해지고 나자 조금 진정되었다.
"괜찮아."
짧게 말하고 심후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이를 보며 차영은 심후가 아직도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차갑게 말하는 것과 달리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계속 받아주는 것으로 보인 것이었다.
서둘러 집에 돌아온 심후는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복수의 대상을 앞에 두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려니 온 몸이 근질거렸다.
'덥다.'
열을 식히려 찬 물로 식혀보려 했지만 전혀 식지 않았다.
몸 안에 끓어오르는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고 싶었지만 마땅한 대상이 없었다. 열 받은 심후는 냉장고를 열고는 얼음을 있는 대로 꺼내 입에 물었다. 그래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뭔가 만들자. 다른 걸 생각해. 뭘 만드는 것이 좋을까?'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으려하면 할수록 뇌는 그것을 더욱 인식하기 마련이었다. 덫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오히려 올가미를 더욱 꽉 조이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를 느낀 심후는 요리에 집중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뜨거운 7월이 시작되었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으려하면 할수록 뇌는 그것을 더욱 인식하기 마련이었다.
덫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오히려 올가미를 더욱 꽉 조이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를 느낀 심후는 요리에 집중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뜨거운 7월이 시작되었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는 더해갔다. 여름의 더위와 분노가 겹쳐져 이성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었다.
'이대론 위험해.'
해맑게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 차영을 볼 때면 뺨을 때려주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참느라 뇌가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이대로 이성이 녹아내린다면 다음에는 어떤 짓을 하게 될 지 감이 안 잡혔다.
'시원한 게 필요해.'
궁리를 하던 심후는 광고 하나를 보았다.
맞은 편 태자바에서 팔기 시작했다는 '황실 특제 팥빙수' 광고에 발끈했다.
'저 것도 마음에 안 들어.'
황실 특제 팥빙수라는 말에 사람들이 줄을 선 것이 보였다.
'일단 저걸 이겨보자. 경쟁에 집중하자.'
분노를 식히기 위해 경쟁에 스스로를 몰아넣었다. 바쁘게 생활하다보면 분노가 의식을 잠식할 틈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얼음 가져와! 과일하고 팥도! 빙수 만든다!"
심후의 명령에 먹어봐에 출연하기로 한 두 명의 후배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심후가 이번에 뭘 만든다고?"
"팥빙수를 만든다고 합니다. 황태자 전하가 황실 특제 팥빙수를 팔기 시작한 것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겠지."
심후는 포식에서 한 가지 특이한 물품을 주문했다.
"유리 탱크를 싣고 다닐 수 있는 트레일러라.
팥빙수. 유리 탱크. 심후가 해온 일을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나왔다.
"후후후후후."
보고를 받고 있던 에린의 입술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최고로 큰 팥빙수를 만들려고 하겠지?"
이번 물품은 굉장히 중요했다. 팥빙수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용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재료를 그냥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최대한 크게 만들라고 그래. 차를 새로 만들어도 되고. 돈은 아끼지 말고. 알았지?"
"알겠습니다."
마음속에 숨겨둔 에린의 동심은 자극 받았다.
'팥빙수 속에 풍덩하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그걸 먹으려고 하는 거대한 거인이 수저를 뜨면 딱 내가 수저에 올라가 있는 거야.'
이상한 상상을 하며 혼자 실실 거리는 에린은 간식으로 팥빙수를 주문했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오늘은 오랜만에 거인의 주방에 관한 에피소드인데 저거 보이십니까? 저게 바로 빙수 그릇입니다.
빙수 그릇!"
바밥바의 앞 도로는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차선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크고 지네처럼 길쭉한 트레일러가 주차되어 있는 까닭이었다.
무식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더대한 트레일러는 아름답게 빛나는 중이었다. 투명한 유리로 된 탱크가 실려있기 때문이었다.
커브를 돌기 위해 접혀야 하는 연결부분은 기차의 열차처럼 되어 유연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빙수 그릇이 아니라 빙수차라고 해야 맞았지만 포식은 연신 빙수 그릇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빙수 그릇 옆에 붙은 트럭들 보이죠? 저게 다 빙수 재료를 싣고 있는 겁니다. 오늘 정말 제대로 된 거인만이 만들법한 거대 팥빙수 만들기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의 요리사지망생들이 돕기 위해 참가한다고 합니다!"
요리사지망생들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얼른 뛰어갔다.
그냥 돕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더 많이 시킨 일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점수를 더 준다고 했기 때문에 경쟁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나타난 것은 심후였다.
"심후씨! 오늘은 어떤 빙수를 만들 겁니까?"
"별 거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팥빙수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만드는 건 돈 받고 팔 겁니다."
"아, 경영자가 되시더니 돈을 밟히시는군요!"
"요즘 경쟁자 때문에 수입에 문제가 심해서요."
"그렇군요! 그럼 이제 보여주세요!"
거대한 팥빙수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움직이는 인물은 단 3명뿐이었다.
"망고 가져와! 왜 이렇게 느려!"
"팥! 팥 호스를 가져오란 말이야!"
"이러다가 얼음 다 녹겠다!"
유리 탱크에 냉각 기능이 있었지만 재료를 넣기 위해 열어 놓은 상태이기에 시간이 흐르면 녹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때문에 심후는 연신 요리사지망생들을 다그치며 주문했다.
요리사지망생들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트레일러에 퍼붓기 위한 재료의 양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다듬어 놓은 망고를 한 상자 들고 가서 부어봐야 티도 나지 않았다. 때문에 상자를 들고 열심히 뛰며 고생해야 했다.
사람을 많이 동원한다면 편하게 금방 만들 수 있지만 거인의 주방 에피소드에서는 먹어봐에서 지정한 요리사들만 나온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배제되었다.
심후는 거대한 호스를 들고 유리탱크의 입구에 대고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잘게 갈린 얼음이 호스에서 밀려나와 유리 탱크를 채우기 시작했다. 얼음이 어느 정도 깔리자 다시 요리사 지망생들을 다그쳐서 과일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팥 호스를 대면 팥이 쏟아져 나왔다.
요리가 아니라 공사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뙤약볕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힘든데 일을 하니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때 차영이 나타났다. 쟁반에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것 좀 마시고 하세요."
친절한 웃음을 보이며 요리사지망생들에게 레모네이드를 건넨 차영은 곧 심후에게 다가갔다. 심후는 다가오는 차영의 존재 때문에 열이 확 올랐지만 호스를 꾹 잡고 참았다.
'그래, 잘한다. 그렇게 해라.'
차영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이유는 그녀에게 더 큰 절망을 안겨주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심후는 가까스로 인내심으로 분노를 억누르는 것에 성공했다.
"힘들지?"
"괜찮아."
레모네이드를 담은 잔에 빨대를 꽂아 먹기 쉽게 해주곤 땀까지 닦아주는 모습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심후는 필사적으로 고맙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를 본 차영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돌아갔다.
이를 보고 있던 강운과 에린은 의문이 들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설마 정말 좋아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걸까?'
에린은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꾹 참았다.
'심후의 성격을 봐선 절대 다시 시작할 리가 없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지금은 지켜봐야 해.'
에린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하고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 끝나면 두고 보자.'
에린은 바밥바 안으로 들어가는 차영의 등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팥빙수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관건이었다.
너무 늦게 되면 얼음들이 다 녹아버려 팥빙수가 아닌 팥물이 되기 때문이었다.
"제작 완료!"
거대한 유리 탱크는 층층이 쌓인 얼음과 과일, 그리고 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뜨거운 햇살에 반짝거리는 유리 탱크로 인해 그 모습은 더욱 더 먹어보고 픈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심후씨. 이걸 어떻게 팝니까? 이대로 퍼내면 누군 팥만 먹고 누군 얼음만 먹게 되지 않을까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심후가 신호를 보내자 갑자기 투명한 유리 탱크의 안쪽이 회전하는 것이 보였다.
"어? 저게 뭡니까?"
"저렇게 계속 돌리다보면 재료가 골고루 섞이게 될 겁니다. 그럼 저기 끝에 꼭지에서 조금씩 퍼내면 되죠."
유리탱크의 끄트머리에는 수도꼭지 같은 것이 달려있었다.
"먹어 보시죠."
1시간 후 유리 탱크 안의 재료들은 모두 골고루 섞였다. 유리탱크는 냉각 시키는 기능도 있어서 얼음이 식게 녹지 않아 팥빙수를 한 컵 뽑아냈을 때에도 얼음이 전부 녹지 않게 유지시켜주었다.
"으아! 시원하네요! 한 컵 더 주세요!"
포식은 호들갑을 떨며 순신간에 비워낸 팥빙수 잔을 들고 이마를 눌렀다. 차가운 것을 너무 빨리 먹어 생긴 두통이었다.
"한 컵에 삼천원. 싸죠?"
컵을 받아든 심후의 말에 포식은 주저하지 않고 돈을 꺼내 들었다.
이날 만들어진 팥빙수는 화제가 되었다.
길을 지나가던 이들이 호기심에 전부 한 컵씩 사먹고 지나간 것은 물론 심후가 만들었다는 거대한 팥빙수를 먹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거리는 완전히 막혀버렸다.
또 하나의 대박을 터트린 심후는 강운을 슬쩍 보고는 웃었다.
이를 본 강운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팥빙수 고객 동원 대결은 강운의 패배였다.
============================ 작품 후기 ============================
비가 와서 조금 시원해 진 것도 같네요. 하지만 비가 그치면 또 덥겠죠.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팥빙수 고객 동원 대결은 강운의 패배였다.
============================ 작품 후기 ============================
비가 와서 조금 시원해 진 것도 같네요. 하지만 비가 그치면 또 덥겠죠.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촬영이 끝나자 동원되었던 출연진과 함께 있던 지윤이 심후에게 다가갔다.
"오빠, 정말 대단했어."
"왔구나. 한 컵 할래?"
"응."
이제는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편하게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이었다. 심후는 직접 팥빙수를 컵에 따라 건네주었다.
온통 뒤죽박죽 섞여서 모양은 별로였지만 거대한 유리 탱크에서 팥빙수가 만들어진 것을 본 사람들은 전부 한 입 먹어보길 원했다.
"진짜 맛있어."
얼음이 살짝 녹은 사이에 팥과 약간의 과일이 섞인 팥빙수는 시원하면서도 달콤했다.
지윤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
웃으며 대답하는 심후의 모습에 지윤은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꼇다. 하지만 동시에 안타까웠다.
'이제 더 보기 힘들겠지?'
심후가 바밥바에 투자한 이후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제는 고정 출연이 아닌 가끔 나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때문에 지윤은 심후를 자주 볼 수 없었다. 사심을 가지고 방송을 하던 것은 이제 건너간 상태였다.
처음에는 인기를 얻기 위해 이용하려 했지만 사막에서 함께 한 이후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그 뒤에 계속 방송에서 가까워지며 정말 연인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달콤한 기분을 맛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심후가 하차하면서 모든 것이 틀어졌다.
'인연이 없는 건가?'
먹어봐의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지윤의 인기도 높아져 이제는 솔로로 활동하는 중이었다. 덕분에 무척 바빠져서 심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한 컵 더?"
"아니. 더 먹으면 매니저한테 혼나. 살찐다고."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윤은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마음을 숨겼다.
'포기하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한창 치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연예인이란 한 순간의 방심으로 한 번에
'훅!'
가는 위험이 있는 직종이었다.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놓지 못하면 나중에 고생하기도 했다. 때문에 생활은 바쁠 수밖에 없었다.
심후가 좋기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때문에 지윤은 홀로 작별 의식을 치르기로 했다.
"오빠 덕분에 나 성공하는 거 같아. 고마워."
"갑자기 뭘."
"그럼 갈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지윤은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돌아섰다. 가슴 한 구석이 뜨거운 햇살에 녹아내린 기분이었지만 꾹 참고 걸었다.
'오빠 마음을 얻지 못했으니 만인의 연인이라도 돼야지.'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한 지윤은 스타의 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지윤은 몰랐다. 자신의 선택이 고생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을. 이후 지윤은 승승장구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다.
'후후후, 그래.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태자바의 창가에 선 황태자 강운은 거리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연일 유리탱크에 팥빙수를 채워 파는 심후의 행동으로 인해 거리는 한 입 먹어보자고 찾아온 사람들로 붐지는 중이었다.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음악까지 틀어놓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팥빙수를 팔아먹는 짓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거리에는 하나의 파티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은 심후의 팥빙수를 한잔하고 바밥바로 들어가기도 했다. 바밥바에 들어가지 못한 인원들이 태자바로 들어오기도 했지만 태자바의 비싼 가격 때문에 도로 나가 바밥바로 가기도 했다.
이에 바밥바에서는 길에서 주문을 받아 사람들이 들고 먹을 수 있는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먹어봐의 진행자인 포식과 출연자들이 나서서 쇼를 하기도 하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각종 게임을 하기도 하고 개그를 선보이며 거리를 점령했다.
'감히 내 앞에서.'
패배를 맛 본 강운의 가슴은 승부욕으로 불타올랐다. 매일 바밥바의 팥빙수가 포식의 먹어봐를 통해 방송되며 사람들이 더욱 몰려들었다.
영업방해라고 하고 항의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다. 에린이 이미 모든 허가를 받아 놓은 것은 물론 태자바로 들어가는 길을 사람들이 막지 못하게 통로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운이 권력을 동원해 못하게 막을 순 있었다. 허나, 권력을 이용해 찍어 누르는 것은 강운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좋아. 그렇게 나온다면 받아주겠어. 이게 우리의 재대결이라 이거지?'
혼자 마음대로 대결이라고 생각한 강운은 비서를 불렀다.
"인터넷 방송국 하나 물색해 봐. 먹어봐랑 똑같은 시간에 먹방을 내보낼 곳으로."
"알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그래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라. 곧 한 방 먹여줄 테니까.'
음흉하게 웃던 강운은 태자바를 나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경호원과 함께 움직이는 강운을 본 사람들은 길을 열어주면서도 강운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나도 한 컵 주지 그래?"
"삼천원입니다."
강운은 팥빙수를 한 컵 비우고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다시 돌아갔다. 며칠 후, 심후는 포식의 연락을 받았다.
"심후씨! 큰 일 났어요!"
"왜 그러세요?"
"황태자 전하가 먹방에 출연합니다!"
"네?"
"기사 확인해 봐요! 지금 당장!"
서둘러 네트워크를 통해 기사를 확인하는 순간 욕이 튀어나왔다. 강운이 인터넷 방송에 직접 고정 출연한다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 한심후씨와의 대결에서 져서 정말 분했습니다. 재대결을 원했지만 심후씨는 받아주지 않았죠. 그래서 이렇게 방송을 통해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심후씨가 간 길을 따라가며 그가 세웠던 모든 것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도전을 안 받아줘서 상처 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방송을 통해 간접적으로 도전한다는 소리였다.
이에 네트워크는 상당히 시끄러웠다. 심후가 다시 재대결을 펼쳐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다.
허나, 강운이 너무 사소한 일에 집착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해보자는 거냐?'
같은 시간에 하는 요리를 주제로 한 방송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강운이 출연하는 방송이 큰 인기를 끌며 포식의 먹어봐는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가는 수도 있었다.
먹어봐가 망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강운의 목표가 뻔히 무엇인지 아는데 그대로 망하도록 방치할 순 없는 일이었다.
바밥바가 아직도 유지되며 태자바가 생겼음에도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먹어봐 때문이었다. 먹어바가 망한다면 팔 하나가 잘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태자바가 압도적인 인기를 끌 것이고 그것은 바밥바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소리였다.
'오냐,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어쨌든 심후씨도 관련이 있으니까 나중에 대책 회의에 나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꼭 가죠."
바빠진 것은 심후만이 아니었다.
에린 또한 강운의 행동에 발끈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직접적인 공격은 아니지만 충분히 훼방을 놓는 행위였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런 정도의 도발에 무너질 에린이 아니었다. 세계를 상대로 부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투자 전쟁의 신성 중 하나가 바로 에린이었다.
"제니, 방송국에 전해. 뭐든 지원할 테니까 걱정 말고 대책 세우라고."
"네, 아가씨! 그런데 심후씨한테는 뭐라고 하실 겁니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강운이 들러붙어서 방해를 하는 이유는 에린이 원인이었다.
에린의 일로 자존심이 상한 강운이 계속 심후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었다.
"만나자고 그래. 시간과 장소는 심후가 정하도록 하고."
제니가 대답을 하고 물러나자 에린은 일어나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황태자라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가르쳐주지.'
어려서부터 제멋대로인 강운이었다. 어렸을 땐 별 힘이 없어 피하거나 하는 정도로 그쳐야 했었다.
초식 동물처럼 피해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 에린은 초식 동물이 아니었다.
말 한 마디에 수만 명이 직장을 잃고 실업자가 되거나 수십만 명을 굶주리게 만드는 것도 가능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적당히 봐주는 일은 이제 안하겠어.'
"세연아, 네 오빠 더 이상 못 봐주겠어. 우리 계획을 더 앞당기도록 하자."
"좋아, 기다리고 있었어."
에린은 세포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이자 한제국의 황녀이기도 한 한세연에게 연락을 넣었다.
두 여자는 한참을 쑥덕거리며 모종의 계획을 세웠다.
============================ 작품 후기 ============================
날씨가 현기증 날 정도로 좋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세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린은 세포 시뮬레이션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이자 한제국의 황녀이기도 한 한세연에게 연락을 넣었다.
두 여자는 한참을 쑥덕거리며 모종의 계획을 세웠다.
============================ 작품 후기 ============================
날씨가 현기증 날 정도로 좋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세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태자 강운이 직접 요리사로 출연하는 먹는 방송 '먹자'가 방송되었다. '먹어봐'와 '먹자' 프로그램 이름도 굉장히 유사했다.
먹자에 출연한 강운은 황실 요리사와 함께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출연진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누구 요리가 더 맛있는지 심사하는 아주 간단한 포맷이었다. 단, 심사를 할 땐 누구의 요리인지 표시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출연진은 모두 톱스타들이었다. 몸값만 해도 억소리가 나는 이들을 잔뜩 끌어 모은 것이었다.
국민 엠씨라 불리는 사람부터 웃기는 사람, 멋있는 사람, 예쁜 사람, 푼수지만 예쁜 사람 등등 예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사람들을 전부 모아놓은 프로였다.
출연진만 놓고 보면 먹어봐가 확실히 밀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태자바에서 강운이 특정 시간에만 요리를 만들어 판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메뉴이긴 했지만 황태자가 직접 만든 요리를 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시간만 되면 태자바는 손님들로 붐볐다. 심후와 포식에게는 위기였다.
"좋지 않아요. 시청률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매출도 그래요.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타격이 있습니다."
"저 쪽에선 태자바 2호점 낸다고 했죠?"
연일 회의가 열렸지만 폭풍 같이 휘몰아치는 강운의 마케팅에 심후와 포식은 밀리기만 했다. 에린이 뒤에서 받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시청률과 매출이 반토막 났을지도 몰랐다.
"뭐 좋은 아이디어 없나요?"
피디의 질문에 포식은 침묵했다. 엽기적인 생각 몇 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인기가 없던 시절에나 먹힐만한 것이었다.
강운을 이기기 위해선 대중을 포용할만한 컨셉이 필요했다.
"더 이상 엽기만으로는 힘들어요."
"그럼 바꿉니까? 그건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원래 있던 고정 시청자도 떨어져나갑니다.
컨셉을 바꾸는 것은 모험이었다. 자칫하다가는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고정 시청자들마저 빠져나가 폐지의 수순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망할 판인데 모험이라도 해봐야죠."
다른 사람들은 컨셉을 바꾸는데 동의했다.
"심후씨는요?"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눈만 감고 있으니 피디는 마지막으로 의견을 물었다.
"우린 꼭 바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대론 위험합니다."
"대신 새로운 것을 추가해야죠."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있습니까?"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눈이 빛났다. 이제 심후는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