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64)

세상이 달라보였다.

'승리는 참 짜릿하구나.'

소주를 마시고 길바닥에서 잠들었다가 일어났던 때가 생각났다. 패자가 되어 바라본 허공과 승자가 되어 바라본 허공은 같은 허공인데도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 계속 이기는 거다. 이기면 즐거운 거야. 죽어도 이기는 거야.'

미소 지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던 심후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더니 잠들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눈이 감기기 전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허리를 타고 올라온 허전함이 잠들기 전에 눈물을 짜낸 것이었다.

무협 문명의 한 도시. 게임에 접속한 심후는 열심히 수련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마스터하겠군.'

장보도를 통해 얻은 은영무와 천심결, 그리고 철혈신갑의 완성이 머지않았다. 은영무와 철혈신갑을 익히느라 9억 골드를 써버렸다.

가만히 앉아서 마력 포션을 사용하는데 정말 쉬지 않고 써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돈을 소모해야만 했다.

일반인이었다면 10억 골드를 조금씩 현금으로 환전하며 돈을 벌고자 했지만 심후는 과감하게 게임에 투자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더 강한 캐릭터가 필요했다. 시간을 투자하든 돈을 투자하든 무엇인가를 투자하지 않고선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다.

해서 시간보다는 돈을 투자했다.

'영원히 살 것도 아닌데. 돈으로 시간을 사는 게 훨씬 낫지.'

현실에서는 바밥바와 각종 광고로 인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중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아직도 그러고 있나?"

스킬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앉아있는데 앞에 나타난 것은 강운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자신을 밝힌 것이었다.

"수련 끝나면 상대해줄게."

"게임이라고 막 나가네?"

"어쩌라고?"

게임과 현실이 확실히 다른 심후의 반응은 지금도 신선한 강운이었다. 살짝 기분이 나쁘기는 했지만 게임에서의 일로 현실에서 찾아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황실에 수치스러운 일이었기에 꾹 참았다.

억울하면 게임에서 괴롭혀서 게임 접게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게임 접고 싶은 모양이지?"

"접게 해봐."

말로는 지지 않는 심후였다.

강운은 침묵했다. 말로는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경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욱하는 마음에 가끔 찾아와 괜히 시비를 걸 뿐이었다.

강운은 게임 속에서 자신의 세력의 활동을 점검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심후가 갑자기 일어섰다.

'마력 포션 사려는 건가?'

포션을 사는 일 이외에는 절대 일어나는 일이 없던 심후였다.

헌데 심후가 움직이는 방향은 포션을 파는 가게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어디가?"

"수련 끝났다."

강운은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이를 갈고 이때만 기다린 강운은 심후를 놓칠 세라 뒤를 쫓았다. 강운이 자신의 뒤를 쫓는 것을 익히 아는 심후는 도시를 벗어나기 한 걸음 전 딱 멈춰섰다.

"뭐하냐? 안 나가고? 내가 겁나나?"

"아니, 잘 있으라고."

순간 심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놀란 강운은 도시 밖으로 나가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공격을 펼쳤다.

은신으로 도망치려고 한다고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추적!'

익혀 두었던 추적 스킬도 사용했다.

몇 번이고 확인해본 것이기에 심후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안심했다.

하지만 강운은 심후를 찾지 못했다.

자신의 세력을 불러 심후가 나간 쪽의 길에 포위망을 형성한 추적대를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심후는 일반 추적 스킬로는 쫓을 수 없는 은영무를 펼쳐 도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반대 방향에 있는 출입구로 나갔기 때문이었다.

이후 무협 문명에 피바람이 불었다.

보이지 않는 살육자가 돌아왔다는 소문에 무협 문명이 시끄러워졌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에도 더워 정말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네요.

모두 힘내시고 더위 조심하세요.

이후 무협 문명에 피바람이 불었다.

보이지 않는 살육자가 돌아왔다는 소문에 무협 문명이 시끄러워졌다.

이후 무협 문명에 피바람이 불었다.

보이지 않는 살육자가 돌아왔다는 소문에 무협 문명이 시끄러워졌다.

이후 무협 문명에 피바람이 불었다.

보이지 않는 살육자가 돌아왔다는 소문에 무협 문명이 시끄러워졌다.

이후 무협 문명에 피바람이 불었다.

보이지 않는 살육자가 돌아왔다는 소문에 무협 문명이 시끄러워졌다.

이후 무협 문명에 피바람이 불었다.

보이지 않는 살육자가 돌아왔다는 소문에 무협 문명이 시끄러워졌다.

"어디냐! 어디냐고!"

강운은 광분했다. 자신을 따돌리고 초보자들이 있는 곳에서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서둘러 달려왔다.

초보자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확인한 강운은 검을 뽑아 들고는 주변을 초토화 시켰다. 

'감히 날 농락하다니!'

급한 마음에 서둘러 뒤쫓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심리를 이용한 속임수였던 것이었다.

모습을 감추려면 처음부터 감추면 되는데 굳이 도시의 출입구 앞에서 모습을 감출 필요는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놀리려고 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심후는 추적을 따돌리는 확실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출입구 앞에서 모습을 감추니 강운은 심후가 밖으로 나가며 몸을 숨겼다고 착각했다.

사실 옆으로 살짝 비켜 반대 방향에 있는 출입구로 달린 것이었다. 여기서 추적 스킬이 제대로 먹혔다면 소용없었겠지만 심후가 익힌 은신 스킬은 은영무라는 것으로 플래티넘 등급이었다.

일반 추적 스킬로 심후를 열심히 찍어놨지만 모두 무용지물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심후가 은영무를 잠시 해제할 때 위치를 알아낸 강운은 곧바로 추적해왔다. 그리고 습격당하는 유저들의 주변을 돌며 공격을 난사하는 중이었다.

짐작 가는 방향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이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울분 때문에 가슴이 썩어 들어갈 것만 같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한편, 심후는 멀리 떨어진 나무 위에서 광분하는 강운을 보며 피식 웃었다. 화가 난 모습을 보니 더 기분이 좋았다.

참기름처럼 고소했다. 

'고추장에 계란까지 더해보자!'

PK를 통한 마라신공의 숙련도와 돈을 추가로 얻기 위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리며 허공을 뚫고 날아간 총알이 박히려는 순간! 갑자기 총알이 둘로 쪼개졌다. 

'뭐?'

이해가 되지 않은 심후는 다시 한 번 저격했다.

이번에는 다리를 노리고 쐈다. 허나 허벅지에 박히려던 총알은 또 갈라졌다.

'무슨?'

이번에는 세 번을 연달아 쐈다. 이마와 국부와 정강이를 동시에 노린 저격이었다. 그리고 보았다.

총알을 가르는 잔영을.

'헙!'

이후 강운의 몸이 쏘아진 화살처럼 일직선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피해야 한다!'

위급함을 느낀 심후는 얼른 나무에서 내려와 옆쪽으로 피했다.

그 순간 심후가 숨어 있던 나무에 강운의 광역 공격이 떨어졌다.

번개보다 더 강한 힘이 나무를 쪼개는 것으로 모자라 가루로 만들었다.

근처에까지 가루가 날리기 시작하자 심후는 서둘러 뒤로 물러나며 피했다. 

'총알을 잘라?'

무사히 강운의 공격권에서 물러난 심후는 멀찍이 떨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격을 할 땐 우습게 생각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님이 증명되었다.

날아오는 총알을 검으로 잘라내는 것도 모자라 먼 거리를 단숨에 좁혀왔다.

특히 숨어 있던 거목을 단숨에 가루로 만드는 공격은 무시무시했다. 생명력이 높지 않은 심후의 경우에는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무시무시하군.'

무슨 스킬을 얼마나 익혔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최소한 플래티넘급 스킬을 2개 이상 익힌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원거리 공격 스킬은 없다.

'만약 있었다면 직접 거리를 좁히며 공격을 날리는 대신 공격 받은 자리에서 반격을 날렸을 터였다. '당분간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네.'총알을 잘라낼 정도라면 지금 상황에서 공격할 수단이 없는 심후였다.

돈을 얼마나 처발라서 캐릭터를 키웠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강운의 캐릭터는 강하다는 것이었다.

'스킬을 더 익혀야해.'

심후는 서둘러 움직이며 다른 유저들을 PK하기 시작했다. 강운이 유저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뒤쫓았지만 직접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심후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심후와 강운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사이, 에린은 사람을 풀어 두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도록 하고 다른 쪽에 신경 쓰고 있었다.

'어디 보자. 이제 언니가 오빠하고 결혼하고 나면 바로 황태자비 선정에 들어갈 텐데. 아무래도 캐리가 낫겠네.'

에린은 은근히 캐리 햄프턴을 밀어주기로 했다. 항상 자신을 적대하며 방해하려고 해서 짜증나게 하기 때문이었다.

황태자와 결혼해 훗날 황후가 된다면 더 골치 아파질 수 있겠지만 에린의 분석에 의하면 오히려 자신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릴 가능성이 높았다.

'열등감이 많이 해소 될 거야.'

귀찮은 적을 물리치는 데 꼭 몰락시킬 필요는 없었다.

때에 따라서는 지원을 해주며 정신 승리하게 해주면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정신 승리한 후에도 계속 귀찮게 군다면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부디 황태자비가 되어 나가떨어지길.'

에린은 세연에게 연락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종용했다. 딸들에게 은근히 약한 한제국의 황제의 성격을 이용한 것이었다.

이번 혼사가 성사되면 에린은 더 이상 강운에게 시달릴 필요가 없었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친구인 세연과 함께 때를 기다려왔다.

물론 세연을 유혹하는데 친구로서의 우정만을 들이민 것은 아니었다. 에린은 강운을 치워버리는 일에 일조하는 대가로 막대한 연구자금을 약속한 것이었다.

과학자로서 연구자금은 아무리 많아도 모자랐다. 해보고 싶은 실험이 잔뜩 있어도 돈이 없으면 실험은 불가능했다.

특히 가상현실과 연동한 실험은 막대한 자금을 요구했다. 어쨌거나 이제 한시름 놓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쉽게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심후라고 했던가? 좋아하는 남자 이름이."

"언니."

제1황녀 정연이 화상전화의 스크린 안에서 싱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 결혼하는데 꼭 불러보고 싶네. 음, 결혼식에 쓸 한과를 부탁해볼 생각인데 어때? 잘 할 수 있겠지?"

"그건 황실 요리사들이 하는 거잖아요."

"이 참에 황실 요리사로 들여 볼까 생각중이야."

"언니."

은근한 협박이었다. 황실 요리사 자리를 제안한다고 해서 심후가 덥석 미끼를 물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승부욕이 강한 강운과 달리 정연은 결과를 중시했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에이,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그냥 어떤 남자인지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갖고 싶은 게 뭐죠?"

"다이아몬드 곰돌이."

"윽."

다이아몬드 곰돌이는 에린이 아끼는 곰인형이었다. 전신에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있는 것으로 에린이 처음 다이아몬드 광산을 인수했을 때 직접 주문해서 만든 인형이었다. 가끔 친구인 세연에게 자랑하긴 했었으나 이걸 정연이 알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싫어?"

"너무해요."

"대신 네가 그 남자랑 행복해질 수 있게 이 언니가 힘써줄게. 난 영원한 네 편. 어때? 곰돌이 하나에 황녀가 영원한 아군이라면 싸게 먹히는 거 아냐?"

순간 에린의 가슴 속에 불길이 치솟았다. 분노가 아니었다.

희망의 봉화였다. 

'언니가 내 편?'

한제국의 제1황녀가 편을 들어준다는 것은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연의 남편은 차기 가주로 유력한 사촌 오빠인 토니였다. 즉, 집안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찍어 누를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하나 가지고 되겠어요?"

에린과 정연의 거래는 성사 되었다. 이로써 에린은 막강한 세력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게 된 셈이었다.

'포기하지 않아도 돼.'

살짝 접어두었던 연정은 어느새 빳빳하게 펼쳐져 분홍빛 미래를 담기 시작했다. 심후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바밥바에서 요리를 하거나 방송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하면서 일을 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 비밀의 공간에 숨겨놓은 접속기에 들어가 자동으로 무공을 수련하는 동시에 이것저것 흥미가 생기는 것들을 공부했다.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면 게임에 들어가 열심히 게임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거 참 끈질기네.'

게임에 접속하면 어김없이 강운이 나타나 쫓아왔다. 접속하는 순간 아주 잠깐 추적을 허용하게 되는데 강운은 이걸 놓치지 않고 쫓아오는 것이었다.

이후에는 강운을 피해 유저를 사냥하며 마라신공의 숙련도를 높였다.

그러다 갑자기 에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으나 연속으로 메시지가 오기에 무시하는 것이 살짝 두렵기도 했다.

'이 여잔 또 왜?'

귀찮은 마음에 일단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일거리가 들어온 것이었다.

'결혼식에 사용할 한과를 만들라고?'

보수는 꽤 짭짤했다. 바밥바 3호점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일시불로 준다는 것이었다.

'좋군.'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볼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감이었다. 보통 이런 일은 너도나도 하겠다고 달려들어도 아무나 할 수 없었다.

제국 최고의 요리사들이라고 알려진 황실 요리사들을 제치고 일을 맡는다는 것은 그만큼 큰 의미를 지닌 일이었다.

'이건 하자.'

요리사 경력에도 좋은 일이었기에 심후는 단번에 허락했다.

그리고 심후는 바로 게임 접속을 끊고 한과를 만들기 위해 바밥바로 향했다.

홀로 남겨졌던 강운은 심후가 바밥바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심후가 정연의 결혼식에 쓰일 한과를 만든다고 알려지자 자신도 하겠다며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총알 자르는 사나이는 무섭습니다.

오늘은 7월 7일.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하는 날이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뭔가 행운이 일어나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 작품 후기 ============================

총알 자르는 사나이는 무섭습니다.

오늘은 7월 7일.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하는 날이네요.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뭔가 행운이 일어나는 날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식은 웨딩드레스를 입고하는 것이 아닌 동양 왕가의 전통 혼례를 약간 변형 시켜 내려져온 황실의 혼례식에 맞춰진 것이었다.

때문에 혼례 음식들 중 상당 부분은 형식에 맞게 준비해야 했으며 그 중에 심후가 맡게 된 것은 한과 중 찹쌀강정과 매작과였다.

반면, 강운이 맡게 된 것은 떡이었다.

"이건에는 기필코 꺾어주마."

신이 난 강운은 황실 요리사에게 결혼식에 사용할 떡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찹쌀강정과 매작과라.

이번에는 별로 자신이 없었다. 정해진 방식에 따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재료를 쓰느냐가 맛의 질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조리법에서 황실의 조리법을 능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고의 요리사들이 백년을 훌쩍 넘는 기간 동안 보완해온 조리법이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재료에 최고의 조리법에 대항하기 위해선 파격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 결혼식이란 특성상 파격을 내세우다 잘못되면 욕먹기 쉬웠다.

'시각을 더욱 돋보이게 해야겠군.'

조건은 강운도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국 승부는 누가 더 맛있어 보이느냐에 따라 갈라진다고 생각했다.

'정말 어려운 승부가 되겠어.'

하지만 이번엔 심후가 틀렸다.

떡이 만들어졌다. 아주 크고 거대한 떡이었다. 떡의 표면은 금박이 붙어서 거대한 황금덩어리처럼 보였다.

강운은 반짝반짝 빛나는 떡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그 녀석을 이길 수 있겠죠?"

황실 요리사를 향해 질문이 던져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엔 힘이 없었다.

"글쎄요."

"왜요? 설마 내가 지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이건 좀."

커도 너무 컸다. 이벤트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만 현재 준비하는 음식은 황실 혼례식에 쓰이는 것으로 요리는 떡 하나만 나온다는 것이 아니었다.

"괜찮아요. 잘못되면 내가 책임집니다."

승부에 눈이 먼 강운은 전체적인 조화는 생각하지도 않고 파격을 내세워 심후를 잡고자 했다.

"저게 뭐야?"

결혼식이 진행되며 드디어 음식이 등장하는 순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크게 아름다운 떡이 눈에 딱 들어왔다.

다른 음식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를 본 정연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이 자식이."

발끈한 정연이 움직이려는 찰나, 이제 신랑이 된 토니가 손을 급히 잡았다.

"여보. 잠깐."

"응?"

"결혼식이잖아. 여기서 폭력을 쓰면 어떻게 해. 전 세계에 중계될 텐데."

"하지만 바보 같은 동생이."

"지금은 참아. 응?"

토니는 정연의 턱을 살포시 잡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즐거운 날이잖아."

키스가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볼이 붉게 물든 정연은 주먹을 풀고는 고분고분해졌다. 결혼식이 끝나고 정연은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떠나기 전 한 가지 명령을 요리사들에게 내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황태자라고 봐주지 말고 냉정하게 평가하세요."

심후는 강운의 금떡을 보고 살짝 놀랐다.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떡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한과는 그냥 한과일 뿐이네.'

하지만 심후도 최선을 다했다. 한과의 모양을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었다.

꽃 모양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한과는 맛도 좋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강운의 떡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허나 심사 결과가 나오자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심후씨의 승리입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최종 심사가 내려지자 강운은 납득하지 못하고 버럭 소리 질렀다.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황실 요리사는 강운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

"황태자 전하의 떡은 물론 심후씨보다 크고 아름답습니다. 떡 자체만으로 하나의 예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왜?"

"하지만 중요한 점은 떡을 선보이는 장소가 결혼식이었습니다. 다른 혼례 음식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혼자 튀신 것이 감점 요인입니다.

여기 사진을 보십시오."

황실 요리사는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혼례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을 찍은 사진이었다.

유난히 크고 멋진 떡 하나가 한쪽에 높이 솟아 있었다. 때문에 사진을 찍어야 하는 정연과 토니는 중앙에서 살짝 벗어났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떡 때문에 오늘의 주인공분들이 밀려났습니다. 황태자 전하의 떡이 오히려 조화를 깨트린 것입니다.

"크윽!"

강운은 뒤늦게 자신을 돕던 요리사가 너무 크면 안 된다며 말리던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황태자라는 직위를 이용해 강행했다. 

'내가 내 무덤을 팠어.'

지나치게 심후를 의식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음을 깨달은 강운은 심후를 노려보며 한 마디 했다.

"운 좋은 줄 알아라."

"네."

고분고분 고개를 숙이는 심후는 속으로 외쳤다.

'거저먹었다!'

정말 거저먹은 승리였다.

황실 결혼식에서 벌어진 승부가 방송되자 심후는 유명인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흥미 위주로 방송되었지만 황실 결혼식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다룬 뉴스였다.

여기서 강운의 떡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로 인해 심후도 자연스럽게 주요 언론에 노출되었다.

이제 심후가 운영하는 바밥바는 그저 그런 식당이 아니게 되었다.

황실 요리사들도 인정한 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었다.

테이블은 항상 만원에다가 포장 주문까지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익은 폭발하며 수직상승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가게에서 일하던 차영은 바쁘게 일하는 것으로 성공을 체감했다.

'조금만 더 하면 돼. 이제 거의 넘어왔어.'

심후는 계속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조금씩 거리가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차영은 조금만 더 하면 심후가 다시 예전처럼 호구가 되리라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일이 모두 끝나고 늦은 밤, 심후의 퇴근길에 매복하고 있던 차영은 심후가 나오자 곧바로 달려가 안겼다.

무공을 익힌 심후는 그 어떤 습격이라도 여유롭게 피할 수 있었으나 차영인 것을 확인하고 모르는 척했다.

"심후야. 오늘 나 좀 위로해주면 안 돼?"

"누나, 늦었어. 들어가서 쉬어."

"우리 맥주 한 잔만 하자. 응?"

애처롭게 달라붙는 차영에게 못 이기는 척 져준 심후는 가까운 바로 향했다. 바에선 열심히 술을 마셔주었다.

차영이 연신 취한 척 엉겨오는 것을 받아주느라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지만 받아주었다. 

'곧 소중한 걸 박살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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