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을 안고 등을 토닥여주는 심후의 눈은 잔인하게 빛났다.
함께 술을 마신 이후 차영과 심후는 무척 가까워졌다. 그리고 심후는 슬슬 가벼운 선물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차영은 무척 좋아하며 애인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에린은 당황했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사귀는 건가? 그런 거야?'
심후가 절대 차영에게 넘어갈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서로 애인처럼 친근하게 구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야? 이게 무슨.'
에린은 무척 허탈해졌다. 하지만 이내 곧 정신을 차리고는 심후의 결정을 속으로 축하해주었다.
'꼭 행복해지길.'
심후가 결정한 것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물러나려 했지만 에린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고백도 제대로 못했는데.'
아쉬움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그런 눈물을 보는 충직한 메이드 제니의 가슴에는 불이 붙었다.
'감히 아가씨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다니! 용서 못해!'
아쉬움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그런 눈물을 보는 충직한 메이드 제니의 가슴에는 불이 붙었다.
'감히 아가씨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다니! 용서 못해!'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갑자기 많이 오는데 빗길 조심하시고 즐거운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아쉬움의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그런 눈물을 보는 충직한 메이드 제니의 가슴에는 불이 붙었다.
'감히 아가씨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다니! 용서 못해!'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갑자기 많이 오는데 빗길 조심하시고 즐거운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속도로 차영과 심후의 사이는 가까워지더니 급기야 결혼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심후씨! 이번에 결혼하신다고요?"
"예, 많이 축하해주세요."
심후는 행복한 남자를 연기했다. 방송을 타고 심후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널리 퍼지자 차영의 얼굴이 은근히 네트워크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품평을 하기 시작했다.
"에이, 남자가 아깝다.
사람들은 모두 심후가 아깝다고 생각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심후의 가게에서 서빙을 하다가 남자를 잡은 차영을 살짝 질투하기도 했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재미있기도 하지만 배 아픈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축하해요."
오랜만에 먹어봐에 출연한 지윤도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 때는 복수에 이용하려고 했었으나 어느 순간 바쁜 스케쥴 탓에 자연스럽게 멀어진 지윤이었다.
'귀찮게 안 하니 어쩔 수 없지.'
달라붙는다면 언제든지 괴롭혀줄 의향이 있었으나 이제 지윤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살짝 아쉬운 감이 생겼지만 이내 털어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복수였다.
먹어봐에서는 대대적으로 심후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 음식 만들기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결혼식 날이 밝았다.
고급 호텔의 결혼식장.
수많은 하객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대부분 심후의 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방송계와 요리계에 내노라하는 인물들도 몇몇 보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가 두 명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에린과 에린의 친구이자 한제국의 황녀인 세연이었다.
"너도 참 미련하다.
딴 여자랑 결혼한다는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래도. 좋아했으니까. 끝까지 잘 보내고 싶네. 미련 안 남게."
심후의 결혼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 에린은 가슴이 많이 아팠으나 이겨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마음이 다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게임의 추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남자가 하얀 턱시도를 입고 웃고 있었다. 이어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들어섰다.
에린의 눈에는 아름다워 보였다. 차영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심후의 손을 잡고 옆자리에 설 수 있는 자리가 부러웠다.
하객이 되어 두 사람의 등을 바라보는 가슴은 다시 떨렸다.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주례가 끝난다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았다.
아직도 미련은 강하게 남아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에 반대하는 분 있습니까?"
주례로 계속 뭐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이 한 마디만큼은 확실히 들렸다.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에린은 고개를 들고 손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옆에서 재빨리 잡는 손이 있었다.
"뭐하려고?"
"놔."
"안 돼."
세연과 에린은 잠시 다투는 사이, 갑자기 한 남자가 결혼식장 안으로 쳐들어왔다.
"이 결혼 무효야!"
웅성웅성. 갑작스런 난입에 하객들이 시끄러워졌다.
순간, 심후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살짝 스쳐지나갔다. 미소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소는 곧이어 당혹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옆에 선 차영이 손을 잡아오며 바짝 붙는 것이 느껴졌다.
'후후, 그래. 떨어라. 곧 네 정체가 세상에 까발려 질 거다.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꾹 참았다. 웃고 싶어 미칠 것 같았지만 여기서 웃으면 복수는 실패로 돌아갈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불쌍한 남자를 연기하는 것 뿐.
"당신 누구야?"
"나? 저 년 애인인데?"
"뭐?"
"엊그제까지 저 년이랑 같이 살던 남자라고."
순간 하객들은 침묵했다. 몇몇 여인들은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나타난 남자는 수동이었다. 모든 것은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
수동은 건들거리며 차영을 향해 다가가더니 욕을 하기 시작했다. 상스럽고 저열한 욕이 계속 됨에 따라 차영은 몸을 움츠리며 심후의 뒤로 숨었다.
'날 방패로 쓰시겠다고? 일단 방패가 되어주지.'
"이봐, 뭐하는 놈인지 몰라도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고 그러는 거야?"
"어디긴. 결혼식장이고 난 널 구해주려는 거지."
"뭐?"
"거머리 같은 년이랑 결혼하는 실수를 막아주려고 내가 온 거라고."
"말이면 단 줄 아나!"
심후가 주먹을 날리자 수동은 피하지 못하고 맞고 쓰러졌다. 그러자 수동은 악을 쓰며 외쳤다.
"저 년 때문에 내가 쓴 돈이 얼만데! 나 좋다고 할 땐 언제고! 난 저 년 때문에 가까이 지내던 형님도 배신했다고!"
심후는 수동을 끌어내려 했고 수동은 악을 쓰며 버텼다.
모든 것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결혼식은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생방송 중이었다.
난입자가 생긴 지점에서 방송이 끊겼어야 하는데 계속 방송되고 있었다. 처절하게 질질 끌려가던 수동은 품에서 사진을 꺼내 뿌렸다.
"봐! 보라고! 나랑 같이 놀던 년이잖아!"
증거로 사진이 뿌려지자 몇몇 사람이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두 사람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어떤 것은 상체는 탈의 되었는지 두 사람의 어깨까지만 나오지 않은 사진에 옷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있었다.
수동을 끌고 나가던 심후는 사진을 보고는 우뚝 멈췄다.
"어떻게 된 일이야?"
"심후야. 그게."
차영은 울먹이며 심후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닿을 수 없었다. 심후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우리 결혼 다시 생각해보자."
심후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결혼을 취소했을 뿐이었다.
결혼식이 취소되자마자 네트워크는 희대의 악녀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그리고 한 남자의 이야기가 더해지자 더욱 불타올랐다.
- 내가 그 여자 전 애인이었는데 그거 사실임. 결혼식장에 난입한 놈은 날 팼던 놈이고. 어쨌든 간에 그 년이 잘 되는 꼴 보기 싫었는데 잘 됐네.
영수는 얻어맞던 날의 일을 잊지 않고 복수를 위해 아주 자세하게 차영이 어떤 짓을 했는지 설명했다. 특히, 자신과 짜고 심후를 놀려먹으며 벗겨먹던 일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세하게 적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여론은 차영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음해라고 말하며 편들어주려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돈 때문에 심후에게 다시 달라붙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네트워크에서 차영은 가루가 되도록 까였고 그것은 현실에서도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오늘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차영은 바밥바에서 해고되었다. 결혼식은 취소되었고 심후는 차영을 더 만나주지 않았다.
입술을 질끈 깨문 차영은 심후를 불렀지만 심후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차영은 등을 돌려야만 했다.
'잘 가라.'
창가에 서서 멀어지는 차영의 뒷모습을 보며 심후는 미소 지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 것이었다.
처음 복수를 떠올릴 땐 폭력적인 방법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마음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농락당한 것에 대한 복수는 똑같이 농락으로 되갚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평판 무너트리기였다. 여자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평판'이라고 심후는 판단했다.
특히 허영심이 강할수록 평판에 민감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그것을 무너트리고자 했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너를 욕하면 네 기분은 어떻게 될까?'
농락을 위해 약간의 희생이 필요했지만 상관없었다.
조금 불쌍한 남자로 알려지겠지만 세상의 평판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심후였다.'추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심후는 수동에게 연락해 차영을 더 철저하게 감시할 것을 주문했다.
"하하하하하하!"
어둠이 짙게 깔린 사무실에서 웃고 있는 에린은 배가 아픈 상황에서도 계속 웃었다.
"깜빡 속았잖아! 대단해!"
결혼식장에 난입한 수동을 보았을 때 뭔가 이상함을 느낀 에린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후, 제니가 해준 보고를 받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보고에 의하면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모든 일이 생방송으로 네트워크에 퍼졌다고 했다. 먹어봐의 특집이라며 무리한 편성을 했지만 시청률도 꽤 높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결혼식 특집이라며 결혼식이 끝나고 퀴즈쇼를 진행해 경품을 뿌리기로 했기 때문에 지루한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심후가 노린 것은 간단했다.
'가면을 벗기려 한 거네.'
사람들의 이목이 자연스럽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가면을 벗기는 것이 바로 주목적이었다. 그냥 네트워크에 까발려봐야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갖질 않았다.
기껏해야 주변 사람들이 차영을 조금 멀리하는 정도로 끝날 뿐이었다.
때문에 심후는 자신이 유명해질 때까지 복수를 참은 것이었다.
아주 유명해져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 자신의 옆에 선 차영의 가면을 벗기자 사람들은 모두 차영을 욕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대로 열기가 식으면 재미없지. 이젠 내 차례야.'
심후가 계속 지켜보며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젠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은 에린이었다.
"제니, 알바 고용해."
"네, 아가씨."
알바가 고용되고 무수한 악녀 패러디가 네트워크를 장식했다. 그리고 에린은 차영이 직장을 가질 때마다 고용주에게 차영의 과거를 까발리며 힘들게 만들었다. 이후 차영은 편한 삶을 살지 못했다.
만나는 남자는 모조리 나쁜 남자였으며 언제나 차영을 착취했다. 가끔 어리숙한 남자가 걸리긴 했지만 곧 차영의 과거를 알게 되어 차이기 일쑤였다.
남자를 이용해먹지 못하고 나이가 든 차영은 결국 식당의 설거지와 같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먹고 사는 처지로 전락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아침은 좀 시원하네요. 모두 시원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를 이용해먹지 못하고 나이가 든 차영은 결국 식당의 설거지와 같은 일을 하며 하루하루 먹고 사는 처지로 전락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아침은 좀 시원하네요. 모두 시원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영이 추락하는 것을 본 영수는 속이 후련했다. 자신을 배신하고 수동과 붙어먹었던 것에 대한 복수에 일조를 했다는 생각에 가슴 한 쪽에 얹혀있던 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또한 네트워크에서 구한 영상 속에서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심후를 보며 다시 우월감을 느꼈다.
'그래 잘난 놈이라고 해도 나쁜 일은 있는 거야.'
아래에서 볼 때는 위에 있는 사람이 가진 것을 보고 부러워만 하느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을 영수는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영상 속의 심후는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영수에게는 진실 된 모습으로만 비쳐졌다.
'그만 두자.'
영수는 심후를 이겨보려는 생각을 겨우 멈출 수 있었다. 한 방에 팔자를 고쳐보려던 차영의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것도 있었다.
'크게 성공하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허락되지 않은 것에 접근하다가는 몰락하는 거지.'
아래에서 치고 올라가는 사람들은 재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점점 심후와 벌어지는 격차를 보며 영수는 드디어 경쟁심을 버릴 수 있었다.
'그래, 넌 잘 난 놈이다. 나보다 더.'
자신보다 못하던 심후의 성공을 겨우 인정했다. 그러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 동안 자신이 애써온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지며 씁쓸하기도 했다.
'나는 나대로 살아야지.'
영수는 차영의 실패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얻게 된 것이었다.
'정리하자.'
하지만 영수가 발을 빼는 것은 한 발 느렸다.
차영에 대한 공작을 지시했던 심후는 이미 영수에게 쳐놓았던 덫을 발동시키라고 주문한 상태였다.
수동은 영수가 정리를 하기도 전에 길드를 움직였다.
영수의 길드원들은 모두 아이템을 팔아치우고 잠적해버렸다. 졸지에 영수는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미 한 번의 배신을 경험했던 영수는 대부분의 거래를 자신이 직접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정신적인 타격이 무척이나 심했다.
'나 참.'
거듭된 배신을 겪자 씁쓸함이 입안에 감돌았다. 그때 문득 심후가 생각났다.
분노하며 덤벼들던 모습에서부터 영상 속에서 차영의 부정을 확인하고 씁쓸한 표정을 짓던 것들이 감정을 어지럽게 했다. 배신으로 인해 뚫려버린 가슴에 자꾸 심후의 모습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다.
'그 녀석도 이랬을까?'
마음이 허전하고 쓰린 만큼 후회가 생겼다.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큰 잘못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 받은 거지.'
멍한 표정으로 앉아서 소주를 마시던 영수는 천천히 정리를 시작했다. 게임 아이템을 전부 처분하고 캐릭터는 삭제해버렸다.
그리곤 심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번호를 몰라 직접 전화를 걸 순 없었지만 바밥바의 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심후씨하고 통화하고 싶은데요."
"어떤 용무신가요?"
"김영수라고 합니다. 예전에 심후씨한테 잘못한 일이 있어서 사과하고 싶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뒤, 심후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데?"
심후의 목소리는 곱지 않았다. 존대도 하지 않았다. 영수는 씁쓸하게 웃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었다 하더라도 심후처럼 반응했을 것 같았다.
"예전에 너한테 한 짓이 후회 되서. 정말 미안하다. 내가 정말 잘못했다."
"그게 다야?"
"그래, 정말 미안하다."
잠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전화가 끊겼나 싶었지만 통화시간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끊어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약 3분이 지나자 심후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후우, 앞으로 그렇게 살지 마."
"그래."
"그럼 잘 살아."
마지막 한 마디에 영수는 용서 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화를 끊은 영수는 짐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빼놓은 것이 없나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사장님, 저 갑니다."
"왜? 게임으로 성공하려던 것 아니었어?"
"그냥요. 제가 그렇게 게임을 잘 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아서요."
"그럼 앞으로 뭐하려고?"
"자격증 공부라도 해서 번듯한 직장이나 알아봐야죠.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요."
"그래? 아쉽네. 열심히 하고."
"네."
접속방 사장은 영수가 나가자 수동에게 연락했다. 이후 약 3개월 간 영수를 감시하던 이는 철수했다.
심후는 영수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렸다. 이미 어느 정도 복수도 했고 계속해서 성공하고 차영에 대한 복수를 완성하자 점점 복수심이 옅어졌다. 더구나 영수는 직접 사과까지 했다.
더 이상 집착할 이유가 사라졌다. 언제나 머릿속 한구석에 잊지 않기 위해 되새기던 일이 끝을 맞이하자 허탈했지만 마음의 응어리는 점점 작아졌다.
"후우......."
꿈꾸던 일들이 이뤄지자 느낀 짜릿함은 아주 잠깐이었다. 짜릿한 성취감 뒤에 밀려온 것은 허탈함이었다.
'이제 뭐하지?'
하지만 두려워하진 않았다. 이제야 겨우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끊임없이 악몽처럼 반복되던 복수심을 떨쳐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열등하지 않다는 감각, 홀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돌아오자 허탈함 속에서도 마음은 가벼웠다.
'뭘 할까?'
다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의식이 계속 압박을 가하는 것을 느끼며 잠시 고민하던 심후는 피식 웃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복수를 위해서 힘을 얻고자 했지만 이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기 위해 힘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억지로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려 하니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개미처럼 쉬지 않고 힘을 모으기 위해 계속 바쁘게 살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만 쉬자.'
쉬자고 생각한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게임이었다.
복수심에 불타며 힘들 때 마음의 위로가 되어준 게임은 여전히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 게임하고 있을 순 없지.'
당장 게임에 접속하고 싶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현재 심후는 굉장히 우울해 하고 있을 거라고 대외적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이 심후가 보이지 않는 학살자라는 것을 알 리가 없지만 에린이나 강운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심후가 뭔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지만 심후는 두 사람이 자신이 한 짓을 알고 있으리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완벽히 속인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접속하는 것은 참았다.
'일단 무공이나 수련해볼까?'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당연히 무공이었다.
몸을 더 튼튼하게 해주고 머리를 더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준 것이 바로 무공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조상님."
심후는 소리 내서 감사의 인사를 말했다. 정말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라지 않을 큰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대외적으로 우울한 상태임을 알리기 위해 칩거하던 심후는 계속 무공만 수련했다. 숨겨진 공간에서 종우가 물려준 접속기에 누워 열심히 공부하며 수련을 하던 도중, 알림음이 떴다.
- 뇌전공 수련 완료.
'응?'
의외의 알림에 심후는 정신이 번쩍 들어 무공창을 띄워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뇌전공 수련을 완벽하게 했다는 알림이 떴다. 내친 김에 다른 무공도 확인해보니 천명심법도 9성이나 익힌 상태였다.
복수의 완성에 이어 무공이 완성되니 경사가 겹쳤다.
"후후후후후."
좋은 일이 계속 겹치니 심장은 행복해서 미쳐 날뛰는 중이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소리를 질러도 흥분이 가시질 않았다.
기뻤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그때 누군가와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에린이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힌 것은 비밀이었다. 이성은 곧바로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라고 경고를 내뱉었다.
순간 몸이 싸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성과 감성이 충돌한 것이었다.
감정은 계속 에린을 찾고 있었으나 이성은 어느 누구도 믿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그래, 침착하자. 함부로 말하고 다닐 일이 아니다.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생각한 심후는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에린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 여자가 준 차네.'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마신 차는 바로 에린이 선물한 은성차였다.
고마움과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의심이 소용돌이 쳤다. 계속 자신을 도와준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에린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복수하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감시했을 거란 의심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계속 이대로 지낼 순 없다.'
이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함을 깨달았다.
에린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믿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을 감시했기에 무엇인가를 알아서 잘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게임에 접속한 심후는 에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싸우자!
============================ 작품 후기 ============================
항상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셨으면 합니다.
게임에 접속한 심후는 에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싸우자!
============================ 작품 후기 ============================
항상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셨으면 합니다.
게임에 접속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린이 도시에 나타났다.
"어쩐 일? 네가 먼저 싸우자고 하고."
"심심하니까. 준비 끝?"
"끝."
"나가자."
심후는 당당하게 도시 밖으로 향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등을 보이다니!'
심후가 앞장서서 걸어가는 것도 모자라 몸을 숨기지도 않고 바로 도시 밖으로 나갔다. 캐릭터를 어떻게 키우는지 몰라도 항상 숨어서 뒤통수를 치던 플레이를 하던 심후가 갑자기 당당하게 나오니 혼란스러웠다.
'어쨌거나 일단 쏴줘야지.'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싸워보면 될 일이었다.
에린은 애용하는 서브머신건을 꺼내 들고는 가속 스킬을 사용했다. 여기에 무협 문명에 와서 새롭게 배운 환영보를 시전했다. 그러자 빠르게 움직이는 에린의 모습이 5개로 늘어났다.
동시에 서브머신건이 불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