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심후의 모습을 보며 승리를 확신한 에린은 잠시 후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총알이 하나도 박히지 않은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상황을 판단하려 했지만 심후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바로 코앞에서 몸을 숨긴 것이었다. 에린은 바로 새로 익힌 천리추적술을 사용했다.
동시에 머신건이 난사되며 에린의 환영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에린은 환영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에야 심후가 자신의 뒤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지금!'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렸다가 바짝 붙는 순간 뒤돌아서며 난사했다. 정면으로 난사를 당한 심후는 움찔하며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똑같았다.
총알은 통하지 않았다.
철혈신갑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뒤에 바짝 붙은 심후는 검을 꺼내 에린의 목을 베었다.
에린은 피하고자 했지만 너무 가까이 붙은 상황이었기에 목 부분에 검날이 스치는 것을 허용하고 말았다.
- 중독되셨습니다.
중독되자 속도가 살짝 느려졌다. 다음 순간 심후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저격총을 꺼내들었다.
에린은 심후를 집중 사격했지만 심후를 잡을 수 없었다.
바위처럼 굳건히 자리에 버티고 선 심후는 정확하게 에린의 이마를 겨누더니 말했다.
"아디오스."
다음 순간, 저격 콤보로 인해 제대로 된 반격은 하지 못하고 사망하고 말았다.
"어떻게 된 거지?"
"스킬이지 뭐."
"좋은 걸 얻었나보네."
"기연이니까."
에린과 몇 번 대결을 했지만 이젠 정면에서 부딪쳐도 심후가 지는 일은 없어졌다. 이는 심후가 익힌 철혈신갑이 어떤 스킬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에린은 빠른 스피드로 심후를 계속 농락하려 했지만 심후는 오히려 가까이 붙어 에린의 독검으로 에린의 속도를 살짝 죽인 뒤에 근거리에서 저격으로 에린을 사망시켰다. 철혈신갑을 마스터 한 뒤 지속 시간이 1분까지 늘어났지만 무시무시한 마력 소모는 여전했다.
때문에 에린이 시간을 끌며 장기전으로 끌고 갔으면 승자는 에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킬에 대한 정보가 없다보니 공략하는 것이 어려웠다.
딱 1분간만 물리공격에서 무적이 되는 것만 알게 된다면 심후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심후도 이에 대비해 보너스 포인트를 모두 지능에 쏟아 마력을 최대한 높였다. 마라신공까지 마스터한 상태였기에 최고 3번까지 철혈신갑을 펼치는 것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나저나 궁금한 게 있어서 불렀어."
"뭔데?"
"너, 내 접속기에 몰래 접속했었지?"
갑작스러운 질문에 에린은 침묵했다. 조용한 에린을 살펴보던 심후는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 알고 물어보는 거야.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일어난 사고와 같은 충격이 에린을 강타했다. 툭 내뱉은 질문에 에린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 알고 있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분명.'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머리가 굴렸다.
'보고는 없었어. 떠보는 걸까? 아니면 진짜 뭔가 있는 걸까?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좋아하는 사람의 질문이기에 쉽게 대답하는 것이 어려웠다.
'솔직하게 다 말할까? 그러면 이해해줄까? 하지만 상처가 많은 사람이야 정말 사실대로 말했다가 다시는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면? 그럼 속일까? 평생 속이는 거야 자신 있어. 하지만 그러다 들키면? 어쩌면 확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속이는 게 돼서 역시 못 보는 거 아냐? 하지만 그냥 유도심문일 수도 있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으니까 뭐라 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어. 이럴 땐 그냥 속이면 되는 걸까?'
이실직고를 하느냐 속이느냐 양자택일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동전 던지기와 같은 상황에서 에린은 마음을 쉽게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박과 같은 상황이었다.
'아, 이런.'
생각하느라 바로 대답을 못하고 3초 정도 경과했다.
이를 깨달은 에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속이려면 더 빨리 대답했어야만 했다.
'제발.......'
심후가 자신을 멀리하지 않는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며 에린은 입을 열었다.
"우선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겠다고 약속해주면 대답할게."
"더 안 들어도 알 것 같네."
차가운 대답이 돌아오자 에린은 가슴이 쿡쿡 쑤시는 것을 느꼈다. 분명 말뿐이었는데 물리적인 고통이 느껴졌다.
"미안해. 하지만 너무 궁금했어. 말을 안 해주니까. 알고 싶어서. 너무 좋아서 그랬어."
더 이상 숨기는 것은 쓸모없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따질 때도 아니었다.
상대가 납득할만한 답을 하지 못한다면 끝이었다. 매달리는 심정으로 에린은 애원했다.
심후는 그런 에린을 앞에 두고 침묵했다.
'어떻게 할까?'
심후는 솔직한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만약 하지 않았다고 깔끔하게 대답해버린다면 관계를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의심은 있는데 상대가 계속 부정한다면 영원히 마음속에 찜찜함을 남겨둔 채 관계를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에린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냥 그렇게 정하고 물어본 것뿐이었다.
아무리 고맙고 감사하더라도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데 있어 마음속에 남아있는 불신은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답한다면 기회를 한 번 더 주자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마음이 더 차갑게 식어버렸다.
에린이 그냥 보기 싫어졌다. 눈앞에서 울먹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짜증을 불러왔다.
'기회를 준다고 했었으니까.'
정해놓은 것을 지켜야 한다고 끊임없이 떠올렸다. 거부감이 들었다.
한 번 배신한 사람은 두 번 배신할 수도 있다는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냉정하게 끊어내면 될 것을 계속 부여잡는 감정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미련인가?'
가슴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감정의 조각이 보였다. 외로워하며 누군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흐느끼는 감정이었다.
'어떻게 할까?'
선택의 순간이었다.
이대로 미련이라는 감정의 조각을 지워버리거나 아니면 에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거나.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쉬웠을지 몰라도 심후에게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의 감정이 그만큼 컸기에 인간관계로부터 받는 상처가 두려웠다.
마음은 아직도 버림받은 시절의 아이와 같이 미숙했다.
'어떻게 할까?'
몇 번이고 자신에게 되물어봤지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싸우자!"
갑자기 강운이 나타났다. 은신을 풀고 있는 상태였기에 강운의 세력이 심후를 포착하고 보고한 것이었다.
"뭐?"
"도망갈 생각 마라!"
강운이 나타나자 심후는 더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싸우기 싫은데."
"패배를 인정하는 거냐?"
살짝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에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애처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떨리는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 화장실에서 울다 본 자신의 얼굴이었다.
"후우......."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하지만 덕분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에린, 저 녀석이랑 싸워서 이기면 기회를 줄게."
"지면?"
"얼마나 지든 상관없어. 한 번이라도 이기면 되니까."
에린의 눈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입가에 진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금방 이겨줄게."
============================ 작품 후기 ============================
비가 많이 온다는데 저는 아직도 덥네요. 습기도 그렇고 불쾌지수가 올라가려는 모양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방 이겨줄게."
============================ 작품 후기 ============================
비가 많이 온다는데 저는 아직도 덥네요. 습기도 그렇고 불쾌지수가 올라가려는 모양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방 이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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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온다는데 저는 아직도 덥네요. 습기도 그렇고 불쾌지수가 올라가려는 모양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운은 생각했다.
'한 번이라도 이기면 기회를 준다고?'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울먹이던 눈으로 심후를 보던 에린. 차가운 표정의 심후. 두 사람 사이에 분명 무엇인가 있단 소리였다.
'못 이기면 기회는 없다?'
순간 전투력이 급상승하는 기분이 되었다.
'못 이기면 둘은 영원히 사귀지 못한다!'
패배를 인정하며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데 뜻밖에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준비 됐나?"
"제가 먼저 시작하죠."
도시 밖 공터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이던 에린은 환영까지 만들어냈다.
이어서 서브머신건을 들고 강운의 주변을 맴돌며 난사하기 시작했다.
"하압!"
사방에서 날아오는 무수히 많은 총알을 피해 허공으로 강운이 날아오르자 에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끝이야!'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티티티티티팅! 무수한 총알이 모조리 검에 막혀 튕겨지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이었다.
"마룡참!"
한 번도 펼친 적 없는, 숨겨 두었던 스킬이 허공에서 시전 되자 검붉은 용이 검에서 튀어나왔다.
"엇!"
당황한 에린은 몸을 피하며 용을 향해 난사를 했지만 용은 총알을 그대로 통과시키며 따라붙더니 에린의 몸을 강타했다.
- 사망하셨습니다.
단 한 방에 에린은 끝나고 말았다.
"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
착지한 강운은 시원스럽게 웃었다.
승리는 달콤했다.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선택한 에린을 방해했다는 사실은 달콤함을 더욱 진하게 해주었다.
"나랑 싸우자!"
승리에 도취한 강운은 심후가 지켜보던 자리를 돌아보며 외쳤다. 허나, 지켜보던 심후는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무시무시한 실력이군. 차라리 잘 됐네.'
강운이 에린을 쉽게 잡아내는 것을 본 심후는 바로 모습을 숨기고는 도시로 들어와 로그아웃했다. 그리고 곧바로 에린에게 접속기로 메시지를 보냈다.
- 강운을 이긴 영상을 네트워크에 올리기 전에는 나 볼 생각하지 마.
아직은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에린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한 것은 일시적인 충동에 가까웠다. 때문에 감정을 가라앉히고 현실을 직시하고자 한 것이었다.
강운이 끼어든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도움도 되고. 나 참.'
피식 웃은 심후는 샤워를 하고는 숨겨진 공간에 들어가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필요한 것은 힘이었다. 때문에 심후는 힘을 가질 수 있는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에린은 여전히 강운을 이기지 못했다.
많은 돈을 들여 아이템을 사고 스킬을 익혀도 강운은 막강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에린은 초조해졌다.
금방 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어려웠다. 작심을 한 것인지 강운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졌다. 그리고 매일 에린을 꺾었다.
"날 이겨야 한다지? 하지만 난 절대 죽어도 져주지 않을 거야."
에린과 싸우던 강운은 이죽거렸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결혼하고 나면 게임 접을 거야. 그럼 넌 영원히 심후와 사귈 기회를 얻지 못하겠지? 그 녀석이 자기가 내뱉은 말을 안 지키진 않을 테니까."
싸우던 에린은 멈추고는 뒤로 물러섰다.
이대로 계속 싸워봐야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여유롭게 떠들면서 상대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 훤히 보였다.
"일주일 안에 꺾어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잘 해보라고."
강운은 손을 흔들어주고는 로그아웃했다.
"제니, 황태자의 캐릭터 정보를 알아냈어?"
"접근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떤 스킬을 익혔는지는 몇 가지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에린은 보고서를 읽었다. 그리고 신음을 흘렸다.
강운은 다이아몬드급의 스킬을 여러 개 익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평범하게는 잡을 수 없어.'
절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이대로 포기한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심후에게 상담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못 이기면 끝이다'란 단 한 마디였다.
"제니, 폐쇄된 원자력 발전소 열쇠는 구했어?"
"구했습니다."
"바로 나한테 보내줘. 오늘 거길 공략한다. 그리고 폭탄 제작 스킬 최고로 익힌 사람들도 섭외하고."
"네, 아가씨."
'절대 포기 못해.'
3일 후, 에린은 강운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당한 대결이라기보다는 함정을 발동시킨 것에 불과했다. 멀리서 선물이라고 다른 유저를 이용해 핵폭탄을 안겨준 후 작동 스위치를 누른 것이었다.
강운이 대단한 유저였지만 핵폭탄을 이겨내는 것은 무리였다. 강력한 방어 스킬을 여러 개 가지고 있긴 했지만 핵폭탄의 파괴력은 강운의 방어력을 뛰어넘었던 것이었다.
영업 시간이 끝난 이후의 바밥바에 세 사람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진 게 아니야. 함정에 빠진 거지. 이건 무효야!"
맥주를 비운 강운은 절대 진 것이 아니라고 고장 난 축음기처럼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진 게 맞죠. 꼭 정면에서 싸워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심후씨도 멀리서 방심한 적에게 저격하는 걸 즐기잖아요?"
에린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걸고넘어지니 심후는 강운을 편들 수 없었다.
"난 진 게 아니야! 함정에 빠진 거라니까? 이건 무효야! 무효!"
강운은 억지를 부리며 안주로 만든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었다.
"억지 부려도 소용없어요."
에린은 심후의 옆에 바짝 의자를 끌어당기고는 말했다.
"내가 이긴 거 맞죠?"
조금은 부담스러운 거리. 하지만 심후는 얼굴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도 물러나거나 하지 않았다.
투명한 눈 속에 가득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며 느낀 감정을 되새길 뿐이었다.
"에린씨가 이긴 것 같기는 하네요. 저랑 평소에 싸울 땐 예고 같은 거 없이 싸웠으니까요. 황태자 전하도 그렇잖아요. 저한테 예고하지도 않고 그냥 싸움을 거시잖아요."
"내가 뭘!"
"태자바도 그렇고 먹자도 그렇죠."
바밥바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태자바와 방송 프로인 '먹자'가 거론되자 강운은 조용해졌다. 확실히 어떤 것을 하겠다고 예고하고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키는 대로 시비를 걸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강운도 할 말은 있었다.
"그건 네가 내 도전을 안 받아주니까 그렇지."
"제가 꼭 전하의 도전을 받아줘야 할 의무는 없죠. 이 나라가 봉건주의 국가도 아닌데. 그리고 제가 인정하면 그만이죠. 저랑 에린씨 사이의 일인데."
"끙."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자는 치졸하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나하고는 왜 안 싸우는데? 너 그러는 거 아니야! 요리건 뭐건 덤비란 말이야! 남자가 왜 계집애마냥 이리저리 피하는데!"
"그 발언 녹음했는데 신문사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치사한 년! 말도 못하냐! 보내기만 해봐! 네가 어릴 때 얼마나 사고치고 다녔는지 다 까발릴 테니까!"
술자리는 어느새 폭로전으로 이어졌다. 묵묵히 맥주와 안주를 즐기던 심후는 두 사람이 떠드는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것도 나쁘진 않네.'
강운은 친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새 격식을 버리고 떠들면서 싸우는 분위기가 흥겹게 느껴졌다.
'마음속에 칼을 숨기고 등을 노리는 친구보단 칼을 맞댄 라이벌이 더 좋은 건가?'
싸워서 이겨야 할 존재이기에 오히려 속마음을 모두 알 수 있는 기분이었다.
골치 아프게 친한 척 할 필요 없어서 편했다. 챙겨줄 필요도 없었다.
동정도 필요 없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면 될 뿐이었다. 그래서 친구라는 단어보다 라이벌이란 단어가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흥이 조금씩 오르자 심후는 강운이 마시는 만큼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를 눈치 챈 강운이 마시는 속도를 올렸다.
심후는 이에 지지 않고 맞섰다.
"제법 마시는데? 그래도 내가 이긴다."
"잔이나 비우시죠."
대결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중간에 강운이 먼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일어선 순간 심후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건 무효야! 내가 먼저 마시기 시작해서 먼저 화장실을 가게 된 것 뿐이라고!"
"그거야 제가 알 바 아니죠. 싸우기 전에 화장실을 가셨던가 하면 되는 걸."
"크윽! 조금 이따가 다시 해!"
"전 취해서 일어나야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집으로 향하는 심후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작품 후기 ============================
이 시간에 연재는 무척 오랜만이네요.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집으로 향하는 심후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작품 후기 ============================
이 시간에 연재는 무척 오랜만이네요.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집으로 향하는 심후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작품 후기 ============================
이 시간에 연재는 무척 오랜만이네요.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강운의 결혼식이 결정되었다. 상대는 역시 에린이 은근히 밀어주던 캐리 햄프턴이었다.
캐리는 강운과 결혼을 하게 되자 에린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과거에는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무엇이든 방해했지만 영국보다 훨씬 큰 거대한 제국의 황후가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강운도 과거처럼 에린에게 집착을 보이지 않기에 자신의 매력이 통했다고 생각했다.
결혼식 전날 저녁. 총각 파티가 열리기 직전 요리 대결이 펼쳐졌다.
"오늘의 주제는 정력입니다.
"제가 불리하군요."
"겁나면 그냥 가세요."
강운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노골적인 표현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의미는 다 전달되고 있었다.
"총각 파티에 정력 요리! 과연 이들은 무엇을 계획하는 걸까요!"
신이난 포식이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식재료들을 소개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출렁거리는 뱃살이 신이 나 춤추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심후는 살짝 난감했다.
'갑자기 정력이라니.'
정력에 좋다는 요리 레시피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정력에 관심을 가지겠지만 무공을 수련하고 있던 심후는 따로 정력을 챙길 생각은 없었다.
반면 강운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연습했던 요리를 떠올렸다.
역사가 오래된 황실의 주방에서 진행된 요리 연구에는 정력에 관한 요리도 분명 존재했다.
'오늘은 기필코!'
총각 파티에 참석한 남자들은 모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정력에 좋은 음식을 만든다니 생기는 흥미였다. 요리 재료와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나중에 꼭 써먹으리라 다짐하는 표정들이었다.
"시작해주세요!"
포식의 시작 선언과 동시에 두 사람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런데 만드는 음식이 같은 종류였다.
"두 사람 지금 모두 탕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설마 따라하는 걸까요? 누가 누굴 따라하는 걸까요!"
하지만 재료가 달랐다. 강운과 심후가 선택한 재료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중이었다.
"다릅니다! 같은 종류의 요리지만 재료가 달라요!"
"정력에 좋은 탕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탕이 더 정력에 좋을까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증명합니까?"
중계를 하던 포식은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여기 계신 남성분들이 하신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