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52/64)

문득, 에린의 속마음도 어쩌면 전혀 다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생긴 호감은 다시 의심에 잡아먹혔다.

안으로 들어서자 로맨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세팅이 된 거실이 보였다. 제니와 메이드들은 인사를 하고 물러났고 거실에는 에린과 심후 단 둘만 남게 되었다.

사방의 벽면으로 환상적인 풍경이 보였다. 우주의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많은 별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우주 한가운데였다. 환하게 빛나는 별들이 무수히 많지만 어둠은 어딘지 쓸쓸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했다. 그렇기에 거실 한 가운데에 서있는 에린의 존재에 신경이 집중되었다.

외로운 우주 속에 의지할 단 한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과연 의지할 수 있을까?'

심후가 다가가 와인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자 에린은 말없이 와인을 준비했다.

마개를 열고 잔에 따르는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처음 거실에 들어설 때 잠깐 인사를 한 것 외에 에린은 말이 없었다.

단지 뜨거운 눈빛으로 심후를 바라볼 뿐이었다. 

'좋아하는 건 진심인가?'

실물을 통해 살펴보니 감정이 느껴졌다.

눈빛에서도, 은은하게 들리는 심장 소리에서도, 그리고 감각을 일으키는 향기에서도.

심후를 간절히 원하는 감정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거짓이라고 하기에는 강렬한 느낌이었다.

남자의 욕구가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이성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왜?"

"네?"

"왜 제가 좋은 겁니까?"

"그걸 꼭 말해야 해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분인데. 저보다 더 좋은 사람 많지 않나요?"

"그럴지도 모르죠."

은은한 미소 속으로 와인이 흘러들어갔다. 입술 속으로 사라지는 와인을 보며 순간 빨아 마시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도 했지만 이성의 끈은 쉽게 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심후씨인걸 어떻게 해요."

"그것이 전부입니까?"

단순하게 마음이 끌린다는 말만으로는 마음이 움직일 것 같지 않았다. 

'게임을 할 땐 이러지 않았는데.'

적당히 적의를 드러내며 싸울 때 느끼던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감정은 현실에선 잘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사실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그냥 '아! 재미있게 게임하는 구나'하고 흥미를 끈 거죠. 제가 도플갱어의 육신을 익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그리고 직접 찾아가서 싸웠을 때 짜릿했죠."

에린은 주변의 남자들에 대해 얘기했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이들은 에린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이용하려할 뿐이었다.

지위가 높은 이들은 에린을 그다지 봐주지 않고 부속물로 삼으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린 시절 이후 순수하게 모든 것을 잊고 놀 수 있는 이성은 심후씨가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일종의 소유욕을 느낀 것 같다는 고백에 심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해킹도 시도한 겁니까?"

"네. 그건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정말 알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감정은 금방 형성된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애정의 계단을 오른 것이었다.

"그렇지만 포기하려고 했었죠. 사실 파리에서 추억을 만들면 포기하려고 했어요. 심후씨와 전 이어지기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자존심 상하는 말이 나왔지만 심후는 상처 받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을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심후씨는 능력을 보여주었죠. 그리고 중요한 건 황태자 앞에서도 당당했다는 거죠. 보통 사람들은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보통인데 말이죠."

"그게 전부?"

"그건 아니에요. 황태자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다고 해도 심후씨와 추억 이상은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변수가 생겼죠."

"변수?"

"황녀 전하의 결혼식 기억해요?"

"물론."

"그때, 황녀님하고 거래했어요. 당신과 내가 사랑을 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었다. 에린과 같은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 옆에 있다 보면 좋든 싫든 대단한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며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원한이든 장난이든 권력을 가진 이들의 표적이 되면 보통 정신으로는 버티는 것이 힘들었다.

황녀 한정연이 도와주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부분들이었다.

심후를 건드리면 황실을 동원해 보복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정연의 남편은 바로 에린이 속한 R가문의 차기 후계자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성공적으로 가문을 잇게 된다면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되는 것이었다.

한제국의 황실과 R가문의 가주의 직위라면 심후를 보호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또한 무수히 많은 반대도 이겨낼 수 있었다.

"그것 참 고마운 일이군요."

거래 내용을 들은 심후는 담담히 대답했다. 대단한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 포진하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흥분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도 변한 건가?'

문득 자신이 과거와 달리 변한 것을 느끼는 심후였다. 과거였다면 대단한 사람의 비호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냥 담담했다.

"기쁘지 않아요?"

"별로."

"후훗, 그래서 매력적이란 거예요."

이쯤 되면 차려진 밥상이었다. 아름답고 돈 많은 여인이 바로 코앞에서 날 잡아먹으라고 살랑거리는 중이었다.

보통 남자였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입에 삼키려 했겠지만 심후는 달랐다.

관찰하는 눈빛으로 에린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치 배경은 어찌 되든 좋다는 눈빛이었다.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신뢰할 수 있는지의 여부만을 탐색하는 눈빛이었다.

심후의 앞에서 에린은 돈 많은 여인이 아니었다. 하룻밤 자보고 싶은 여자도 아니었다.

그냥 에린일 뿐이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에린의 마음은 더욱 타올랐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어려서부터 꽁꽁 숨겨 두었던 마음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외로운 우주에서 빛나는 별이었다.

별은 생명을 원했다. 간절히 자신의 곁에 날아와 숨결을 불어넣어주길 원했다.

"난 당신을 믿기 어려워요."

"믿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옆에 있게만 해줘요."

"그래서 얻는 건 뭐죠?"

"마음의 나무."

"네?"

"외로울 때 기댈 수 있는 나무요."

에린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하나씩 얘기했다. 심후는 묵묵히 길고 긴 얘기를 들었다.

의심을 한다면 자신을 속이기 위한 길고 긴 거짓말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으나 얘기를 하는 내내 에린은 차분했다. 그리고 조금은 에린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납득했어요?"

"조금은."

"그럼 오늘은 같이 있어줄래요?"

어느새 곁에 다가온 에린은 심후의 팔에 몸을 밀착했다. 부드러운 옷감 너머에 더 부드러운 가슴이 숨겨져 있다고 팔이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이대로 에린을 안을 수는 없었다.

"당신의 마음은 알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랑 밤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 그냥 추억 만들기라고 생각해요."

에린은 심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보통 여자의 힘이 아니었다.

무공을 익힌 무인의 힘이었다. 웬만해서는 풀 수 없는 단단한 팔 힘이었다.

심후가 거절할수록 에린의 마음은 불타올랐다. 거절하는 이유가 더욱 기름을 부었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은 보내주지 않을 거예요."

에린은 심후의 허리띠를 빠르게 풀러내고는 바지를 벗기려 했다.

심후는 뒤로 물러났지만 오히려 벗겨지는 바지에 걸려 뒤로 넘어졌다. 그것을 에린이 빠르게 움직여 충격받지 않게 다시 일으켜 세우고는 몸을 밀착하며 달라붙었다.

"날 더 부끄럽게 하지 말아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에린과 하룻밤 자게 생겼다.

하룻밤 자는 것이야 별 문제 없을지도 몰랐지만 심후는 내키지 않았다. 몸은 여체를 원했지만 정신의 마지막 방어벽은 아직도 견고했다.

'뿌리치려면 무공을 써야 하는데.'

하지만 무공을 쓴다면 진짜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될지도 몰랐다. 

'어쩐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심후에게는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대화를 하고 지켜봐도 마음속의 의심이 남아있는 한 완벽하게 신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모험이었다.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 셔츠가 벗겨지고 팬티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에린의 손은 심후의 팬티에 걸쳐졌다.

살짝 힘을 준다면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낙하하며 숨겨둔 남자의 상징이 세상에 풀려날 수 있었다. 

'시험해보자.'

에린과 하룻밤 같이 잔다면 그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음의 의혹을 지우지 못한 채 계속 곁에 둔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다.

"지금부터 난 내 비밀 하나를 알려주겠어요."

"네?"

"그러니까 그 비밀을 꼭 지켜요. 묻지도 말고. 더 알려고 하지도 말고. 소문내지도 말아요."

"비밀을 지키면 뭘 해줄 건데요?"

사업가답게 에린은 보상을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심후는 에린의 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내가 먼저 당신의 옷을 벗기겠어요."

그리고 심후는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무공을 사용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주말이군요.

모두 힘내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업가답게 에린은 보상을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심후는 에린의 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내가 먼저 당신의 옷을 벗기겠어요."

그리고 심후는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무공을 사용했다.

사업가답게 에린은 보상을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심후는 에린의 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내가 먼저 당신의 옷을 벗기겠어요."

사업가답게 에린은 보상을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심후는 에린의 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내가 먼저 당신의 옷을 벗기겠어요."

그리고 심후는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무공을 사용했다.

사업가답게 에린은 보상을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심후는 에린의 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내가 먼저 당신의 옷을 벗기겠어요."

그리고 심후는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무공을 사용했다.

사업가답게 에린은 보상을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심후는 에린의 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내가 먼저 당신의 옷을 벗기겠어요."

그리고 심후는 처음으로 타인 앞에서 무공을 사용했다.

사업가답게 에린은 보상을 요구했다.

잠시 생각하던 심후는 에린의 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내가 먼저 당신의 옷을 벗기겠어요."

심후가 돌아간 후, 에린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심후의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불가사의한 요리 솜씨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 것 같았다. 순수한 능력이 아니라는 것에 실망을 느낄 틈도 없었다.

심후 또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걸까?'

알고 싶었다.

궁금했다.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파헤치면 분명 굉장한 것이 나온다고 천재적인 투자 감각이 계속 신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묻지도 말고. 더 알려고 하지도 말고. 소문내지도 말아요.'

심후가 남긴 말 때문이었다. 

'언젠가는 알 수 있어.'

새차게 뛰는 심장은 터질 것만 같았다.

피가 끓어 몸이 기구라도 된 기분이었다. 몸이 허공에 뜬 기분이었다.

거실을 서성이며 걷는데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공중에 뜬 부유감이 계속 맴돌았다.

에린은 꼭 쥐고 있던 두 손을 조심스럽게 펴보았다. 손바닥 위에는 심후가 주고 간 투박한 모양의 수정구가 놓여 있었다.

수정구의 안에는 와인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무공을 이용해 수정으로 만들어진 잔의 모양을 바꾸며 탄생한 구슬이었다.

'잘못 본 게 아니야.'

무공의 증거가 손에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의심되는 것은 단 하나, 유산이었다.

심후는 어느 순간 유산을 물려받고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무공을 물려받은 걸 거야. 대체 어떤 무공일까? 시간도 무척 짧았는데 얼마나 대단한 것이면 이런........'

의문이 끊이질 않아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수단을 가리지 말고 뒤져보는 것도 한 방법이란 생각이 계속 고개를 들었다. 

'안 돼. 참아야 해.'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참기가 어려웠다.

"후읍! 하아!"

심호흡을 하며 에린은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수정구를 잘 숨겼다. 심후가 주고 간 수정구는 두 사람만의 비밀이자 약속의 증거였다.

'비밀을 지켜줘야 해. 그럼 언젠가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

심후는 기간을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린은 비밀을 지키기로 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때론 굉장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먼저 다가올 거야.'

심후가 먼저 다가와 옷을 벗기는 날을 몹시 기다려졌다. 흥분을 주체 못한 에린은 싱글벙글 웃으며 기저귀만 찬 채 접속기 안에 들어갔다.

이날, 신난 에린 때문에 수많은 유저들이 에린과 메이드 부대에 의해 학살당했다. 한편, 집에 돌아온 심후는 숨겨진 공간 안에 있던 접속기를 분해해버렸다.

만드는 방법은 이미 머릿속에 전부 저장 되어 있는 상태였다. 부품을 다시 만드는 것이 돈이 좀 들기는 하지만 새로 만들라고 하면 못 만들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을 분해하고 남은 것은 자료가 담긴 데이터 박스뿐이었다. 

'파기하자.'

데이터 박스 안의 내용물도 이미 머릿속에 다 저장된 상태이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내공을 사용해 박스를 완벽하게 파괴했다. 이제 심후의 머릿속을 읽어내지 못하는 이상 무공이나 다른 기술이 유출될 걱정은 별로 없었다.

에린이 배신한다고 해도 심후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알아 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데이터 박스 파괴 이후에는 현재 알려진 기술로는 만들기 힘든 부품들은 모두 파기했다.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행동이었다.

중요한 물품들을 다 파기하고 나서 한 일은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던 접속기를 분해해 종우가 남겨준 접속기의 케이스 안에 다시 조립해 넣는 것이었다.

조립이 끝나고 나자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형태의 접속기가 몸을 드러내었다. 물론 겉모습 뿐이었다.

'이제 다 끝났군.'

일을 마치고 나자 벌써 아침이 찾아온 뒤였다. 일반인에게는 무척 피곤한 순간이 될 수도 있었으나 잠시 앉아 내공을 사용하자 피로는 말끔히 날아갔다.

'이제부턴 그냥 지켜보는 것뿐인가?'

앞으로 무공 수련은 직접 해야 했지만 불편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부디 진실을 말했기를.'

떠오르는 해가 밝혀주는 세상을 바라보며 심후는 자신의 소망을 속삭였다.

해가 밝은 이후 에린은 바로 바밥바로 향했다. 주방에 선 심후는 아침부터 정력 요리를 먹으러 온 고객을 위해 열심히 요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멋있어.'

허공을 가르는 칼질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다.

요리를 하는 순간, 심후는 주방을 지배하는 커맨더였다.

"뭐해요? 배고파요?"

"네,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잠시 기다려 봐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에 흐르자 지켜보던 사람들은 살짝 놀랐다. 예전에는 데면데면 했는데 갑자기 가까워진 분위기였다.

마치 연인이 되기 바로 직전에 놓인 사람들 같았다.

에린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지정석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에린의 눈에는 세상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마음이 달라지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러나 세상은 꼭 아름다운 일만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뭐가 그렇게 기분 좋아?"

즐겁던 기분을 깨는 존재가 있었다.

"새신랑이 아침부터 여긴 무슨 일이죠?"

"무슨 일이긴, 기력 보충하려고 왔지."

아침 일찍 나타난 강운은 에린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캐리는 어떻게 하고요?"

"자."

간단한 대답과 함께 대화는 끊겼다. 에린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의사가 없었다. 강운도 별로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 없어 침묵했다. 에린에게 말을 건 이유는 그저 아는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요리 나왔습니다.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따로 먹죠? 누가 보면 오해할 텐데."

"그러지."

강운은 별 말하지 않고 일어나 심후가 만든 정력 요리를 한 입 먹었다.

"크으! 좋구나."

자신이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고 힘이 솟는 느낌이었다.

황실에서는 이미 심후의 정력 요리를 분석 중에 있었지만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애를 먹고 있었다. 재료는 모두 알아냈지만 공정을 자세하게 모르니 쉽게 만들기가 어려웠다.

비슷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했지만 똑같이 만들어내는 것이 힘들었다.

강운이 연신 감탄하며 요리를 먹는 것을 본 에린은 피식 웃었다.

강운의 행동을 보니 자신에 대한 관심은 완전히 끊은 것이 느껴졌다. 

'그럼 먹어 볼까?'

심후가 만들어준 전복죽을 한 입 떠먹자 입안에서 감칠맛이 감돌았다.

"으응......."

황홀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전신에 울려 퍼졌다. 

'이건 어떻게 만든 걸까?'

단순한 전복죽으로 보였는데 맛이 틀렸다.

무엇인가 좀 더 대단한 것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평화로운 아침 식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평화를 깨트리는 침략자가 나타낫다.

"싫다니까요!"

"어허! 10배! 10배 준다니까!"

"아 글쎄 돈 필요 없어요!"

"그럼 20배!"

"됐다고요!"

바밥바의 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청년과 아랍옷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종업원이 가서 중재를 해보지만 소용없었다. 청년은 대기업의 자제였고 아프리카 전통복을 입은 중년인은 아프리카 왕자 봉가니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봉가니는 심후의 정력요리를 먹고 푹 빠진 열혈 추종자였다. 심후의 정력 요리를 먹고 수많은 아내들을 한 자리에서 만족시킨 파워에 완전히 매료된 것이었다. 그래서 계속 먹고 싶어 했지만 심후는 예약 손님이 아니면 요리를 더 만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참아보려고도 했지만 뼈와 살이 녹여버린 위대한 힘을 느낀 밤의 추억을 잊지 못해 결국 다른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예약을 자신에게 돌린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봉가니에게 예약을 넘긴 것은 아니었다.

그때마다 봉가니는 이런 실랑이를 벌인 것이었다.

결국 청년은 자신의 요리를 먹게 되었고 봉가니는 울상을 지으며 빈 테이블에 앉아 다음 예약자를 기다리며 땅콩을 씹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애처로운 모습에 에린은 피식 웃으며 음식을 즐겼다. 그러나 평화는 정말 오래 가지 못했다. 갑자기 유리창을 깨며 돌진해 들어온 차가 폭발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저도 연참을 하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현재 제 능력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분량이 적은 것도 사실인데 그렇다고 억지로 늘려쓰기를 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또 이상해지는 것이 있어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분량을 모았다가 한번에 올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쉴 수 있는 핑계가 너무나 많아서요. 처음에는 격일로 하다 나중에는 삼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변할지도 모릅니다. 제 경우에는 한 번 쉬면 자꾸 쉬고 싶어지더라고요. 휴식은 달콤한 꿀과 같아서 한 번 먹으면 자꾸 먹고 싶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너무 쉬면 감을 잃어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할 위험도 크고요. 그래서 부끄럽지만 적은 용량을 매일 올리는 것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상이 현재 제가 연참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더위 조심하세요.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건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그리고 죽음은 더욱 갑작스럽다.

테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조금 더 돈을 벌어보겠다며 아침에도 일을 나온 아르바이트생, 열심히 요리를 배워 심후처럼 성공하겠다고 하던 요리사지망생, 연인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나온 웨이트리스, 그리고 아침부터 정력을 쓸 일을 찾았는지 식당을 찾았던 재벌의 자제와 매일 같이 정력요리를 먹기 위해 바밥바에 죽치고 있던 아프리카의 왕자,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자동차에 실린 폭탄의 위력이 그리 크지 않아 빌딩이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일반인들을 죽이기에는 충분했다.

"크윽........"

요리를 하던 심후는 갑작스런 충격을 받는 순간 무공을 사용하며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원래부터 단단한 몸이었으나 무의식적으로 위험에 몸이 반응한 것이었다.

충격의 여파를 견뎌낸 심후는 귀가 멍한 것을 느꼈다. 충격파에 의해 잠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장애가 생긴 것이었다.

일어나서 걸어보려 했지만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젠장.'

몸은 멀쩡하지만 일어서려하면 계속 균형을 잡지 못하고 몸이 휘청거렸다.

때문에 일어서길 포기하고 바닥을 기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밖으로 향해야 했지만 심후는 안으로 향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동안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이 파괴된 모습이었다. 화재는 빠르게 진압되는 중이었다.

소방관이 아닌 경호원들이 나서서 불을 끄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중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한 경호원이 심후를 발견하고 다가와 말을 걸었지만 심후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경호원이 계속 끌어당기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심후는 강하게 그를 뿌리치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린!"

전복죽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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