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전복죽을 먹고 있을 시간이었다. 때문에 찾아야 했다.
무사한지 보고 싶었다.
경호원들은 심후의 행동을 이해했다.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 모습을 보이더니 무엇인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에린씨는 무사합니다.
지금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뭐? 안 들려!"
심후가 계속 말을 못 알아듣자 경호원은 수첩에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 그제야 심후는 진정하고는 경호원들을 따라 건물을 벗어났다.
뜻밖의 테러 뉴스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처음에는 작은 식당이 테러를 당했다는 소리에 무슨 말인가 했지만 사망자 명단과 당시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의 명단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업의 자제와 아프리카의 왕자가 사망했고 한제국의 황태자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그룹의 회장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뉴스였다. 이 일로 인해 한제국은 난리가 났다.
황태자가 테러를 당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정보국은 그야말로 무능한 집단이라는 오욕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어떤 새낀지 아직도 몰라?"
제국정보국의 국장은 부하 직원들을 불러 놓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러자 국장은 부하들의 정강이를 까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아! 나 옷 벗으면 너희들은 무사할 줄 알아! 빨리 알아내! 잡지 못하면 다 죽었다고 생각해!"
흥분한 국장은 평소와 달리 욕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국장에게 까인 부하들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자신의 부하들에게 똑같이 되돌려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부하들의 부하들에게 똑같이 이어졌고 맨 밑바닥에 있는 말단들은 욕을 하면서 분노를 씹어 먹을 뿐이었다.
'젠장 어떤 새낀지 걸리기만 해봐.'
제국정보국의 모든 조직원들은 독기를 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이게 웬 날벼락이야."
병원에 입원했다가 깨어난 강운은 푸념했다. 그때 옆에서 캐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별 탈 없어서 다행이에요."
"운이 좋았던 거지."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 강운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는 테이블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는 무공을 사용했다.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자 평소에도 단단한 몸의 방어는 더욱 높아졌고 폭탄 테러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폭발의 중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게요. 에린은 지금 수술중이라고 하던데."
"그래?"
강운은 별 말하지 않았다. 그걸 보며 캐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모른척하지 않아도 질투 안하니까 관심 없는 척 하지 않아도 되요."
"아, 그냥. 이제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잖아. 내 아내는 당신이니까. 에린은 저 좋다는 남자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요?"
이후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캐리가 강운의 입술을 덮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아직 신혼부부였다.
한편, 병원에 온 심후는 에린이 수술중이란 소리를 듣고 이를 갈았다.
'대체 어떤 놈이.'
폭탄 테러는 아무나 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성명 발표는 없었다니 그럼 암살일까?'
심후의 머리는 맹렬히 회전하며 테러를 할 만한 인간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은 사람들과 당시 현장에 있던 중요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강운을 표적으로 한 자들이 있을 수 있었다. 이유는 짐작이 가지 않지만 거대한 제국의 황태자로 제국의 화폐발행권이 황실에 있고 강운이 이를 물려받게 되니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황태자가 황제가 되는 걸 싫어했거나 후계자를 남기지 않길 바란 세력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하지만 정보가 없으니 다음으로 넘어 갔다.
'에린은 투자자니 인수합병하면서 생긴 문제로 인해 원한을 산 사람들이나 에린의 자리를 노린 R가문 인물들이 사주했을 가능성이 있겠지.'
그리고 죽은 재벌의 자제와 아프리카 왕자도 마찬가지로 의심 가는 세력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확실하게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대체 누굴 노린 걸까?'
분노를 풀어낼 대상이 필요했다.
전해들은 사항에 의하면 바밥바는 건물을 다시 지어야만 했다. 중요한 것은 테러로 인해 심후의 사업에 지장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심후가 만드는 정력 요리를 파는 호텔과 레스토랑 투자건이 무산되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주요 인물들이 드나들게 되는 곳이라 테러범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젠장 다른 호텔들에 있으면 그럼 무사하다는 건가?'
비논리적인 이야기였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항상 이성적인 것은 아니었다. 테러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나왔으니 위축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했다.
'빌어먹을 놈들.'
망했다.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돈은 어느 정도 있지만 그 동안 고생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상류사회에 들어갈 기회가 날아간 것이었다.
'날 건드려?'
망해버린 식당 주인의 원한은 시간과 함께 더욱 짙어졌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시간 단위로 분석이 이뤄지고 있었다.
세계는 이번 테러 사건에 주목하고 있었다. 한제국과 R가문에서는 자신들을 향해 이를 드러낸 존재들을 말살 시킬 생각으로 주변을 뒤졌지만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증거가 없어? 그럼 심증만 잡아. 수상한 놈들 다 족치다 보면 언젠가 걸리겠지."
증거를 찾지 못한 정보국은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의 스파이들과 테러 단체들은 모두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거인들의 분노가 강하기 때문이었다.
수사 방법을 바꾸자 용의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황족 중 한 명이 물망에 올랐다. 황위 계승권을 가졌으나 현 황제에 밀려 계승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강운이 죽는다면 가장 유력한 황위 계승권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화폐발행권은커녕 권력에 대한 욕심도 다 접고 게임에 미쳐있는 황족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황제가 시퍼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는데 황태자만 노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R가문의 후계자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역시 제외되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R가문에서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이었다. 아예 주목 받지 않은 인물이 했다면 가능성이 있지만 주목 받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감시의 눈이 따라 붙기 때문에 테러와 같은 사고를 가문 몰래 저지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후계자의 자리를 노렸다면 에린보다는 한제국의 황녀와 결혼한 토니를 노리는 것이 더 합당했다.
"남은 것은 테론 그룹과 자룬 왕국의 제2왕자입니다."
대기업과 아프리카의 왕국. 둘은 경쟁자가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문제도 많았다.
테론 그룹의 경우 사채로 시작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성장한 그룹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은 기본이었고 불법적인 일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이었다.
마지막으로 자론 왕국의 제2왕자는 죽은 자론 왕국의 제1왕자인 봉가니 다음으로 왕위 계승권을 가진 남자였다.
오랜 세월이 흘러 아프리카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권이 불안한 곳은 많이 남아 있었고 자룬 왕국도 그 중 하나였다.
"둘 다 조사해. 특히 죽은 사람들로 인해 이익 본 녀석들을 집중적으로 털어!"
============================ 작품 후기 ============================
응원 감사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더위 조심하세요.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론 왕국의 제2왕자는 죽은 자론 왕국의 제1왕자인 봉가니 다음으로 왕위 계승권을 가진 남자였다.
오랜 세월이 흘러 아프리카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권이 불안한 곳은 많이 남아 있었고 자룬 왕국도 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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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몽롱한 어둠을 헤치며 눈을 떴을 때, 에린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심후였다. 왜 자신이 누워있고 심후가 자신을 바라보는지 잠시 혼란이 왔다.
방심하고 있던 순간 폭발에 휘말린 에린은 사고 당시의 기억이 별로 없었다.
뭔가 물어보기 위해 말을 하려 했지만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어서 심한 갈증이 엄습했다.
'어떻게 된 걸까?'
수많은 의문이 생겼지만 손에 느껴지는 감각에 의문은 빠르게 지워졌다.
"정말 다행입니다."
손을 쥐고 있는 심후는 에린의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놓고는 일어섰다.
"푹 쉬세요. 저는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잠시만 더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에린은 그렇게 떠나가는 심후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에린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심후는 가진 재산을 전부 처분해 현금으로 만들었다. 살고 있던 집과 권리, 그리고 물건들까지 팔 수 있는 것은 전부 팔아치웠다.
팔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접속기뿐이었다.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감히 날 건드려?'
에린이 누워 있는 모습이 떠오르니 가슴을 타버리지 않나 싶을 정도로 심장이 뜨거워졌다.
병문안을 갔을 때 본 심후는 얼굴만 보고 나올 수 없었다. 얼굴 한쪽에 생긴 화상과 자잘한 상처들을 보는 순간 에린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깨어날 때까지 지켜주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자리를 지켰다. 현대 의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화상 치료는 얼마든지 가능했고 피부 정도는 말끔하게 고치는 것이 가능한 시대였다. 하지만 상처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는 동안 심후는 화가 났다.
애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말하던 여자였다. 테러를 당하기 전날 했던 약속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했다.
왠지 자신의 여자를 건드린 것 같은 기분을 멈출 수 없었다.
'썩을 놈들. 어떤 놈일까? 어떻게 할까?'
만약 지금 당장 범인들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바로 찾아가 총질을 할 것만 같았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성을 지워버리는 분노에 몸을 맡긴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았다.
"후읍!"
허나 정보가 아무 것도 없었다.
'더럽게 맑네.'
심호흡을 하며 하늘을 바라보니 무척이나 푸르렀다. 너무 맑아서 영혼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젠장.'
사람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저 계약 관계로 맺어져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항상 웃으며 자신을 대하고 가끔 농담도 하고 일을 배우기 위해 눈을 빛내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씨발."
욕이 나왔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한 순간에 죽어버렸다.
"씨발......."
욕이 멈추지 않았다.
사람의 생명은 단 하나라는 사실이 가슴을 후벼 팠다.
하늘을 향하던 고개는 다시 숙여졌다.
가슴 속에 피어오르는 검붉고 더러운 꽃이 피어났기 때문이었다. 밝은 곳에서는 살지 못하는 꽃을 지키기 위해 땅을 바라보았다.
땅에 묻힌 이들이 다시금 생각났다.
한 줌 흙이 되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세계로 떠나 버린 이들의 모습을 보며 심후는 죽음이란 것을 피부로 느꼈다.
"개새끼들."
자신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심장이 미치도록 뛰었다. 생활이 파괴되었다.
지인이 죽었다. 자신도 죽을 뻔 했다. '더러운 선물 잘 받았다.
'안전한 생활을 추구하며 가진 것을 숨기고자 했던 결심에 변화가 생겼다.'
전부 다 부셔버리겠어.'새로운 거처로 돌아가는 심후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쓸쓸했다.
시간이 흐르자 조사 내용이 하나둘 뉴스를 타고 세계로 퍼져나갔다. 우선 테러에 사용된 차량과 폭탄에 대한 것이 가장 먼저 발표되었다.
차량은 평범한 일반인은 평생 월급을 모아도 살 수 없는 고급 스포츠카였다. 도난 차량이었기에 당시 상황을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차주가 혹시 테러 단체의 일원이 아닌지 조사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폭탄에 대한 것이었다. 폭탄은 폭발물 지식이 있는 사람이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해 만들어낸 것으로 판명되었다.
폭탄의 재료가 되는 것들을 어딘가의 군부대나 공장에서 빼돌린 것이 아닐까 조사해봤지만 그런 흔적은 전혀 없었다. 직접 모든 것을 생산해 만들어서 그런지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편이었다.
덕분에 심후와 강운, 에린이 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계속 되는 분석 결과가 실시간으로 보도되었고 수많은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테러 단체들은 아닐 것 같다는 의견이 조금씩 늘어났다.
자신들의 뜻을 전하기 위한 테러 단체보다는 암살에 초점을 두었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졌다. 만약 진짜 테러 단체에서 한 것이라면 벌써 성명 발표가 나와야 할 시점이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테러 단체도 자신들이 했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심받던 몇몇 단체는 자신들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발표했다.
용의자의 범위는 계속 좁혀지며 언론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자론 왕국을 꼽았다. 왕자인 봉가니의 자리를 노린 다음 순위의 후계자가 테러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많은 국왕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왕자들 간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는 충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론 왕국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테러가 일어난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못했다.
스포츠카의 도난과 수제 폭탄 제조는 어느 정도의 기술과 지식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금이 많지 않아도 가능했다. 더구나 스포츠카는 사람이 운전한 것이 아니라 더미를 이용해 위장, 자동으로 원격 조종 되었다. 하지만 범인이 빨리 밝혀지길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으로 인해 용의자를 범인처럼 몰아가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특히, 자론 왕국을 분열시켜 이참에 이득을 보려는 인물들이 사건을 여론을 몰이하는 중이었다. 다이아몬드와 금광이 아직도 풍부하게 존재하는 국가이기에 하이에나와 같은 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자론 왕국?"
뉴스를 보던 심후의 눈은 가늘어졌다. 아직 확실치도 않은데 사건을 빨리 해결하려고 서둔다는 느낌이 강했다.
'테러는 마음만 먹으면 나도 가능한 수준이었어.'
폭탄을 만들어 둔 뒤에 차량을 훔쳐서 원격조종으로 빌딩에 돌진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체적으로 상황을 조사하면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자론 왕국의 권력자들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방송국 인맥을 통해 얻은 정보로는 알 수 있는 것이 너무나 적었다.
'해킹할 수 있는 머신이 필요해.'
종우가 물려주었던 접속기가 절로 떠올랐다.
고성능 접속기는 해킹 알람 기능까지 있어 완벽한 방어력을 보여주었었다. 몇 세대를 뛰어넘는 기술력이 집약된 물건이었기에 해킹에 이용한다면 정부 기관의 방어벽을 뚫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다시 만든다.'
과거, 자신의 정체가 알려져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까 두려워했었지만 이젠 신경 쓰이지 않았다.
빼앗길 때 빼앗기더라도. 자유를 잃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을 건드린 놈을 아작 내지 않는다면 미칠 것 같았다.'꼭 찾아주마.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라.
'심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진 곳에 작은 창고를 빌려 숙식을 해결하며 무엇인가를 만들기 시작하자 에린과 강운에게 바로 보고가 들어갔다.
에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 움직일 수 없어 제니를 보내 심후가 필요한 것은 뭐든 들어주라고 명령했다. 반면 강운은 호기심이 발동해 심후를 찾아갔다.
"뭐하냐?"
"뭐 좀 만듭니다."
"뭐 만드는데?"
"비밀입니다."
물어본다고 대답해줘야 할 의무 따윈 없었다. 차가운 반응이 돌아왔지만 강운은 눈썹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그래도 거기서 용케 살아남았네."
강운은 멋대로 냉장고를 열고는 맥주를 꺼내 마셨다.
"만원입니다."
"왜 이렇게 비싸? 싸구려 맥준데."
"그 맥주를 사서 채워놓기 위해들인 제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결과입니다."
"비싸게 굴긴."
강운은 돈다발을 꺼내 냉장고 위에 올려놓고는 멋대로 냉장고를 뒤져 음식을 꺼내먹기 시작했다.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강운을 보니 한숨이 나오는 심후였다.
'달라붙으면 귀찮은데.'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보아 무엇인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 경쟁하겠다며 달라붙을 위험이 있는 존재가 바로 강운이었다.
"머리는 좀 괜찮아?"
"머리는 멀쩡합니다."
"그거 말고. 정신 말이야. 상담 안 받았다며? 잘못하면 트라우마 때문에 고생한다. 병원 가봐."
"문제없습니다."
"고집은."
강운은 말없이 맥주를 마시며 냉장고에서 꺼낸 음식을 먹었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침묵속에 서로를 탐색할 뿐이었다. 냉장고 안의 맥주를 전부 마셔버린 강운은 일어섰다.
"부탁할 일 있으면 하고. 웬만하면 도와줄 테니까."
"됐습니다."
"고집 부리긴."
"전하나 몸 잘 챙기십시오. 이제 결혼도 했는데 고자 될 뻔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이었다. 허벅지 부근에 파편이 박혀 조금만 더 중앙으로 파고들었다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뻔 했다.
"끙. 걱정 마라. 팔팔하니까. 난 간다."
고집을 부릴 줄 알았던 강운은 의외로 쉽게 물러났다.
강운이 떠나고 나자 그가 걱정이 돼서 찾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게 안 하면 됐지 뭘.'
친근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친근한 척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행동한다면 강운이 더 싫어할 것 같았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 작품 후기 ============================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위네요. 곧 중복입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얼른 접속기나 만들자.'
하지만 강운이 떠나고 나서 찾아온 제니 때문에 작업은 뒤로 미뤄둬야만 했다.
"무슨 일이지?"
"아가씨께서 보내셨어요. 뭔가 하신다고요."
"그래서? 탐색이라도 하려고 온 건가?"
"아니요. 아가씨께서 심후씨를 도와주라고 하셔서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한테 말하세요."
"내가 뭘 하려는지 감시하려는 것은 아니고?"
계속해서 의심을 드러냈지만 제니는 불쾌해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는 느낌으로 계속 대답을 할 뿐이었다.
"제가 불편하면 돌아가겠어요. 가도 될까요?"
대화를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제니를 살펴보고 있던 심후는 제니가 정말 다른 뜻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있다면 속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심후의 감각에 제니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부탁하면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네, 필요한 게 있나요?"
"돈이 필요해. 10억 달러 정도."
"너무 많아요. 한 번에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나눠서는 줄 수 있다는 건가?"
"돈이 필요하신 이유를 알려주신다면 필요에 따라 해당 금액에 상응하는 현물을 준비하는 것은 가능해요. 아니면 채권이나 주식으로 받으시던가요."
잠시 고민되는 제안이었지만 심후는 고개를 흔들었다.
"현금이 필요해."
"그럼 기다리셔야 합니다."
"돈 준비되면 다시 와."
심후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접속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들이었다.
돈이 있다면 적당한 규모의 회사를 사서 직접 부품을 만들거나 몰래 주문하는 것이 가능했다. 직접 만들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시간이 너무 걸리는 작업이었다.
"이건 선물이에요. 별 것 아니지만 드셨으면 해요."
용건을 모두 주고받자 제니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건넸다. 종이봉투 안에는 유명 제과점에서 만든 조각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잘 먹지."
"그럼 다음에 뵙죠."
쌀쌀맞게 인사한 제니는 그렇게 떠났다. 불청객이 연달아 찾아와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시간만 잡아먹었으나 소득은 있었다.
제니가 정말 돈을 가져온다면 직접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접속기의 완성을 앞당길 수 있었다.
'맛이나 볼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에 여유로워지자 케이크에 신경이 갔다.
유명 제과점의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접속기를 만든다고 머리를 많이 써서 달콤한 것이 더욱 생각났기에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케이크는 여러 종류가 들어 있었다. 알록달록한 모양들이 서로 자신을 먹어달라고 뽐냈다.
'그래, 딸기부터.'
고민은 길지 않았다. 먼저 선택하게 된 것은 딸기였다.
가장 흔하고 간단해 보이는 쇼트 케이크였다. 하지만 맛은 흔하고 간단하지 않았다. 최적의 맛을 이끌어낸 최고의 쇼트 케이크였다.
'우유, 우유.'
맛있게 먹던 중 뭔가 맛이 조금 이상했다. 위화감이 들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우유를 꺼내 마시자 궁합이 딱 맞았다. 행복한 미소를 지은 심후는 차례차례 케이크들을 먹어 치웠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잠시지만 복수심에 대한 것도 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