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1화 (61/64)

에린이 싱긋 웃으며 주먹을 든 순간 심후는 난처해졌다. 

"잠깐, 잠깐만."

"살살할 게. 자기야."

말이 끝나는 순간 에린의 모습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심후는 위험을 느끼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피했다. 순간 심후가 서있던 자리가 움푹 파이더니 에린의 모습이 보였다.

"날 죽일 셈이야?"

"이 정도론 죽지 않아. 걱정 마."

"무슨."

"하압!"

에린은 봐주는 것이 없었다. 심후는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맞서 싸웠다.

'그래, 죽지 않을 정도로만!'

처음에는 방심해서 에린의 모습을 끝까지 보지 못했으나 긴장하며 전투태세에 돌입하자 에린이 보였다. 여전히 빠른 속도였지만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심후는 에린의 주먹을 피하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모두 가로막혔다. 사람과 대련을 하는 것은 처음인 심후와 달리 에린은 풍부한 경험이 있었다.

덕분에 심후를 몰아붙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이 어지러워진 심후는 타격만으론 에린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작전을 바꿨다.

'붙잡는다!'

레슬링 기술이라면 티브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본 것과 전투 훈련을 받으며 교육 받은 것이 있기에 그럭저럭 따라할 수 있었다.

에린이 주먹을 내지르자 피하지 않고 가까이 붙은 심후는 내지른 팔 바깥쪽으로 빠지며 접근했다.

에린은 심후의 방향으로 몸을 돌려 무릎으로 찍으려 했지만 심후가 옆구리에 달라붙으며 다리를 거는 것이 더 빨랐다.

에린의 몸이 기울어지자 심후는 관절기를 사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몸이 기울어진 에린이 요상하게 움직이더니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바닥에 두운 두 연인은 서로의 몸에 올라타거나 밀치며 뒤집어지길 수차례 반복했다.

허나 마지막 승자는 에린이었다.

"큭!"

"항복?"

"항복!"

바닥 위에서 싸우는 그라운드 기술 또한 에린이 압도적이었다. 심후가 훈련을 받으며 익힌 것보다 에린이 한 수 위였던 것이었다. 심후가 항복하자 에린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너무 즐기는 거 아냐?"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만 살짝 심술이 난 심후였다.

"난 너랑 싸울 때가 제일 즐거워."

"그래? 그럼 계속하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싸우고 싶어지는 남자는 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제대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이 하루의 수련을 마쳐야만 했다.

수련을 마치고 난 이후 욕실에서 다시 한 차례 두 사람은 맞붙었다. 일명 사랑의 레슬링이라고 하는 이 싸움은 무척이나 격렬했다.

에린은 연신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어때? 내가 더 쎄지?"

"응! 하윽!"

무너진 남자의 자존심은 다시 회복되었다. 에린은 까무러치기까지 하며 나중에 그만하자고 애원할 정도였다. 의기양양해진 심후는 조심스럽게 에린의 몸을 씻어주고는 함께 욕실을 나섰다. 

"짐승."

"크크크, 그럼 한 번 더할까?"

"아냐, 잘못했어요."

일부러 연약한 소녀와 같은 표정을 짓는 에린은 사랑스러웠다.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사랑의 여운을 느끼며 소모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간식을 먹었다.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진 닭튀김은 소모한 에너지를 채워줄 뿐 아니라 단백질도 제공했다. 두 사람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서로를 안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간식을 먹고 나자 몸이 나른해지며 졸음이 밀려올 정도였다. 허나 심후는 자지 않고 일어섰다.

"왜?"

"할 일이 있어서."

심후가 움직이자 호기심이 생긴 에린도 따라 일어났다. 

"봐도 돼?"

"응."

작업실에 들어선 심후는 접속기의 부품을 갈아 끼우더니 프로그래밍을 하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야? 접속기가 이상해?"

"아니, 지금부터 하는 걸 잘 봐."

프로그래밍은 몇 시간에 걸쳐 계속 진행되었다.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무엇을 하는지 알기 힘들었지만 에린은 지루해하지 않고 심후가 작업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듬직하고 사랑스러워 보여 가슴이 계속 콩닥콩닥했다.

장시간에 걸친 프로그래밍이 끝나자 심후는 작업실 구석에 있는 곳에 가더니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를 꺼냈다.

"그건 뭐하려고?"

동작 감지 슈트라는 물건으로 슈트를 입고 움직이면 모든 동작이 메모리에 그대로 저장할 수 있었다. 심후는 별다른 설명 없이 슈트를 입고는 검은곰주먹, 흑웅권의 초식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에린은 뭘 하는지 알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무공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인가?'

에린도 가상현실 접속기를 통해 초식을 외우기 위해 무공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몸에 초식이 완벽하게 익지는 않지만 무공을 처음 배울 때 동작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허나, 심후가 만드는 것은 에린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모든 초식의 동작을 입력한 심후는 다시 프로그래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작업은 끝이 났다. 시계를 보니 아침이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 오후에 시작했던 작업이 다음 날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그 동안 에린은 심후의 곁에서 간식을 조달하며 더욱 편하게 작업하도록 맞춰주었다.

모든 것이 완성되자 심후는 목을 풀더니 에린을 끌어안았다.

"오래 기다렸지?"

"뭘 만든 거야? 무공 교육 프로그램?"

"응, 하지만 이건 그냥 교육 프로그램이 아냐."

"뭐가 다른데?"

"이걸 사용하면 자동으로 무공이 수련돼."

"뭐?"

에린은 뭔가 잘못 들었다 생각하며 반문했다.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자동으로 무공 수련을 할 수 있어. 그냥 들어가 접속한 것만으로 몸이 자동으로 익히게 해주는 거야."

"농담도."

에린은 웃으며 심후의 가슴을 툭 쳤다. 하지만 심후는 웃지 않았다. 농담 아니란 표정으로 진지하게 계속 바라보자 에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진짜야?"

"진짜."

"말도 안 돼."

"돼. 내가 그 증거야."

"어떻게 그게 가능해?"

심후가 그 증거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었으나 믿기지가 않았다.

"내게 유산을 물려준 분은 바로 나의 조상이신 한종우님이시니까."

심후의 고백에 에린은 오히려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돼. 죽은 사람이 어떻게."

"죽지 않았던 거지. 사망했다고 알려진 사고는 사실 자작극이었어. 그리고 죽지도 않고 지금까지 계속 살아서 무공은 물론 여러 방면으로 연구하신거지. 그 결과물이 바로 이것, 접속기였어. 이것 덕분에 무공을 쉽게 익혔지."

진지한 심후의 설명에 에린은 계속 믿지 못하고 웃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심후의 말이 사실이라면 종우는 300년을 살았다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라졌어. 삼백년을 살면 할 수 있다면서 묘기도 보여주시더라고."

종우의 유산을 물려받을 당시 종우가 보여줬던 것을 설명해주자 에린은 연신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얘기를 하는 사람은 심후였다.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이건 사실이야. 내가 익힌 무공에 대해선 가르쳐 줄 수 없지만 나의 비밀을 조금은 너하고 공유하고 싶었어."

입술을 쓰다듬는 손길에 담긴 것은 사랑이었다.

무공을 알려주진 못한다는 말은 섭섭하지 않았다. 만약 심후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접속기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이 뒤집어질 정도로 대단한 비밀이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진짜."

말하지 않아도 에린과의 사이가 변할 것은 없었으나 심후는 조금은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기로 했다. 얼마나 큰 비밀을 알고 있는지 에린에게 알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비밀 공유란 실로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신뢰한다는 의미에서 비밀을 교환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최후의 보루가 되어줄 무공은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접속기의 기술에 대해서는 알려줘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이미 믿기로 하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너무 숨기는 비밀이 많은 것은 오히려 상처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에린에게 받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신뢰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생겼다.

"거짓말 아니지?"

"아니야."

"그럼 믿어볼게. 대신 부탁이 있어."

"뭔데?"

"내가 완전히 익히지 못한 무공이 있어. 그걸 접속기로 익힐 수 있게 해줘봐. 그럼 믿을게."

"어렵지 않아."

심후는 에린의 마음을 이해했다. 말만으로는 믿기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만약 남이 자신이 했던 말을 한다면 쉽게 믿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에린은 흑웅권을 완벽히 익히고 있기에 프로그램을 사용해봐야 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새로이 심후에게 알려주게 된 무공은 '라이트닝 스텝', 혹은 '뇌전보'라고 불리는 무공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마찬가지였다. 에린은 흑웅권을 완벽히 익히고 있기에 프로그램을 사용해봐야 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새로이 심후에게 알려주게 된 무공은 '라이트닝 스텝', 혹은 '뇌전보'라고 불리는 무공이었다. 마찬가지였다.

에린은 흑웅권을 완벽히 익히고 있기에 프로그램을 사용해봐야 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새로이 심후에게 알려주게 된 무공은 '라이트닝 스텝', 혹은 '뇌전보'라고 불리는 무공이었다.

마찬가지였다. 에린은 흑웅권을 완벽히 익히고 있기에 프로그램을 사용해봐야 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새로이 심후에게 알려주게 된 무공은 '라이트닝 스텝', 혹은 '뇌전보'라고 불리는 무공이었다. 마찬가지였다.

에린은 흑웅권을 완벽히 익히고 있기에 프로그램을 사용해봐야 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새로이 심후에게 알려주게 된 무공은 '라이트닝 스텝', 혹은 '뇌전보'라고 불리는 무공이었다.

마찬가지였다. 에린은 흑웅권을 완벽히 익히고 있기에 프로그램을 사용해봐야 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새로이 심후에게 알려주게 된 무공은 '라이트닝 스텝', 혹은 '뇌전보'라고 불리는 무공이었다.

뇌전보가 새롭게 추가되자 에린은 시험 삼아서 하루 종일 접속기 안에서 지내보았다. 에린이 특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부분적인 허가를 내주어 뇌전보를 자동으로 익히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정말 게임을 해도 효과가 있는 거야?"

에린은 정신을 집중하거나 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심후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심후는 에린의 접속기를 이용해 올라이프에 접속했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에린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후의 얘기를 가슴으로는 받아들이려 해도 머리는 좀처럼 납득을 하지 못했다.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였기에 충격이 큰 탓이었다.

"믿어. 일단 사냥이나 가자. 하던 거 있잖아."

"아, 그거."

두 사람은 곧 이빨 던전을 떠올렸다. 아무리 깨도 끝이 안 보이던 이빨 던전. 에린에게 처음 무공을 알려주고 다음 날 테러가 벌어져 게임에 대한 것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해 까맣게 잊고 있던 던전이었다.

"끝까지 가보자."

"응."

추억의 장소로 다시 간다니 에린은 들떠서 먼저 달려나갔다. 그리고 도시 밖으로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순간 뒤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 먼저 가 있을게."

이어서 총성이 울렸다. 공중을 나는 팽이처럼 에린의 캐릭터가 허공에서 핑그르르 돌았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 팽이처럼 돌았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회전은 멈췄다. 그리고 에린은 도시에서 다시 부활했다.

광장에서 부활한 에린은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잠시 생각해보더니 미친 듯이 웃었다.

"후후후후후, 그래. 이래서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거야."

서브 머신건을 꺼내 양손에 쥔 에린은 달리기 시작했다. 허나 심후는 던전 앞에서 얍삽하나 말을 했다.

"지금 날 쏘면 나 혼자 들어갈거야."

"혼자서 할 수 있을까?"

"될 때까지 하면 돼."

"흥! 못 됐어."

말로는 화를 냈지만 표정은 계속 웃고 있었다. 사랑에 빠졌다고 바보 같은 남자가 되지 않고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매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심후가 사랑스러워 참을 수 없었다.

"나중에 두고 봐."

"응, 얼마든지."

틈만 나면 뒤통수 칠 기회를 노리는 커플은 조용히 던전 안으로 들어가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에린은 자신의 무공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하루만의 수련으로 크게 변화가 생길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상태를 매일 세밀하게 확인하는 에린은 아주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더 자연스러워졌어.'

약간 막히던 부분이 있었는데 하루가 지나자 갑자기 자연스럽게 움직여진 것이었다.

이성은 기억을 못해도 프로그램에 의해 각인된 지식을 몸이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이었어.'

전율을 느낀 에린은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리고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

우선 보안이 더 강화되었다. 아울러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주거지역에는 철옹성을 지을 계획이었다. 허가 없이는 아무도 들어 올 수 없는 벙커도 추가했다.

벙커 위에 지을 것은 서버 센터와 외양이 똑같은 건물이었다. 주변에는 수많은 서버 센터를 짓도록 계획했다.

계획은 빠르게 세워졌고 막대한 자금이 동원되자 빠르게 진행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ES 그룹의 적극적인 사업 영역 확장으로 보이지만 진실은 달랐다.

심후가 요구하는 수많은 부품들을 아무런 의심도 사지 않고 들여오기 위한 눈가림이었다. 서버 센터가 지어지며 필요하게 되는 부품에는 여유분이 필요하기도 했다. 또한 연구 목적으로 주문하는 것도 있으니 구매 내역을 봐도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지 알아내는 것은 어려웠다.

'가문에도 알릴 수 없어.'

R가문에 알린다면 난리가 날 일이었다. 무공을 자동으로 익힐 수 있게 해주는 기계라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 기술만 있으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해서 두려울 지경이었다.

만약 가주가 욕심을 내 독차지하려고 한다면 심후는 물론 자신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 기술임을 알기에 에린은 철저히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존재했다.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심후가 사랑의 증거로써 알려준 비밀이었다.

당연히 다른 사람하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신뢰의 증거인 것이었다.

죽은 이후에 누가 독점하든 알 바가 아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절대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다.

공사가 진행 되는 동안 에린은 외부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심후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생활은 단조로웠다.

각자 업무를 처리한 이후에는 사랑을 나누고 게임을 했다. 에린은 첫날만 접속기를 사용하고 다음부터는 심후의 차지였다.

강운과 대련 약속을 했기에 수련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었다.

매일 같은 생활이 반복되었지만 두 사람은 질리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질릴 틈이 없었다.

"가자!"

이빨 던전의 공략은 거의 막바지였다.

99번째 이빨을 동상에 박아 넣고 들어온 참이었다.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모두 도플갱어였다.

두 사람의 모습을 꼭 닮은 도플갱어들은 이제까지 두 사람이 던전 안에서 쓴 스킬과 무기를 사용했다. 하나하나가 강력한 적이었다.

허나 두 사람은 굴하지 않았다.

자신이 쓴 스킬과 무기를 모두 가진 도플갱어는 막강했다. 하지만 공략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플갱어들은 이제까지 두 사람이 쓴 것을 사용하는 선에서 그쳤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하는 두 사람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스킬과 무기에 대해 잘 아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허점 또한 잘 알았다.

심후는 생명력이 약했다. 또한 도플갱어들은 심후 만큼의 게임 센스는 없었다. 때문에 에린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

심후에게 있어 에린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들은 시간을 좀 더 들이면 잡을 수 있는 표적에 불과했다.

에린이 앞에서 버티는 동안 뒤에서 심후가 저격으로 깔끔하게 처리해나가는 방식으로 두 사람은 계속 전진이 가능했다.

한 번에 한두 마리씩 상대했기에 속도는 굉장히 느렸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보스 방 앞에 선 두 사람은 다시금 데이트를 만끽했다.

둘만의 공간이라는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것이었다. 현실에서의 데이트는 자유롭지 못한 면이 있지만 가상공간 안에서는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었다.

"앞으로 가상현실도 많이 변하겠지?"

보스방의 문을 바라보며 돗자리를 깐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상태였다.

"아마도."

"돈 많이 벌겠다."

"그렇겠지?"

심후가 가진 기술력을 조금만 응용한다면 새로운 가상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했다. 아울러 에린이 투자하고 있던 세포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는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권리들만 쥐고 있어도 막대한 돈이 흘러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럼 그 돈으로 우리 섬이라도 하나 살까?"

"섬?"

"응, 섬을 사서 우리 둘의 왕국을 만드는 거야. 내가 섬의 호수에서 홀딱 벗고 수영할 때 자기가 나타나서 날 덮치는 거야. 어때?"

"좋지."

심후가 지겨워하지 않도록 에린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계속해서 무엇을 하고 놀 것이지 주고받던 연인들은 휴식이 지겨워질 때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문을 열자 기가 막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인이네."

"응, 도플갱어 거인이네."

두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베낀 도플갱어 거인 둘이 바로 보스였던 것이었다.

"폭탄 있어?"

"응. 신제품이라서 안 썼는데 이렇게 쓰게 되네."

"입에 넣어주자."

보스 공략은 오히려 시시했다. 에린은 한 번도 쓰지 않은 신형 폭탄을 두 거인의 입에 집어넣었다.

속에서 폭발한 특제 폭탄 때문에 거인들은 금방 쓰러졌다. 거인들의 내구성이 대단하지 않았다면 에린과 심후가 무사하지 못했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력한 폭발이 있었으나 거인들이 모두 충격을 흡수하며 폭발이 커지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또 이빨이네."

"그래도 이번 이빨은 특이한데?"

거인들을 죽이고 얻은 이빨은 특이했다. 아주 작은 이빨들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이빨을 살핀 심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지금까지 싸웠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더 상대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것도 한꺼번에."

지금까지 동상에 박아 넣었던 이빨들의 패턴이 모조리 들어있는 이빨이었다.

아주 깨알 같아서 대충 보면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은 이를 금방 알아차렸다.

"깨기 힘들 거 같네."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아. 어쩌면 지금까지 깬 던전들을 정말로 다 합쳐놓은 걸지도 모르잖아."

심후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다음 날 단단히 준비하고 던전에 들어가자 더욱 더 강력해진 늑대인간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두 사람을 환영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심후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다음 날 단단히 준비하고 던전에 들어가자 더욱 더 강력해진 늑대인간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두 사람을 환영했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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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들은 강했다. 빠르게 돌파를 하고 싶어도 지금까지의 전투 패턴을 학습하기라도 한 것인지 몬스터들은 두 사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하나씩 유인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가야만 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전투 패턴을 학습했다고 하더라도 멀리서 하나씩 유인하는 것에 대한 것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다. 에린은 유인하고 심후는 저격했다.

통로를 가득 채운 몬스터들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를 이겨냈다. 지루한 작업의 반복이지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이기에 웃으며 싸울 수 있었다.

죽이고 또 죽이고. 길고 긴 던전 공략은 3일 동안 진행되었다. 중간에 챙겨놓은 긴급로그아웃텐트가 없었다면 깨지 못하고 포기해야할 정도로 시간을 잡아먹었다.

"다 왔다."

보스방 앞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맥이 탁 풀려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정말 끝이겠지?"

"이빨은 보기만 해도 짜증나."

"그래도 이제 곧 끝나잖아."

"안 끝나면?"

"그럼 더 해야지 뭐."

담담한 심후의 말에 에린은 품에 안겨왔다.

"자기 아니었으면 정말 때려치웠을 거야."

이윽고 키스가 이어졌다.

던전 보스방 앞에서 애정행각을 벌인 두 사람은 잠시 로그아웃까지 해서 한바탕 사랑을 나누고 식사까지 한 뒤에 접속했다.

"가자."

서서히 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타난 보스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신가! 내가 이 게임의 보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하셨네!"

보스는 올라이프를 개발한 개발사의 사장의 모습을 한 몬스터였다. 

"엄청난 머리네."

"응."

특이한 것은 몸통이 깔려서 찌그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머리통을 가졌다는 사실이었다. 

"자! 우리 싸워 보자고!"

심후는 망설이지 않고 거대한 눈동자를 향해 총을 쐈다.

강력한 탄환은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가 눈에 콕 박혔다. 

"아야!"

보스 몬스터인 사장은 아픈 눈을 비비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지만 손이 닿을 리가 없었다.

"아프잖아!"

몬스터의 외침을 들은 심후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 공격을 안 할까?"

"함정이거나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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