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3화 (63/64)

미지의 상대와 조우하는 기분이었다.

흥분과 걱정이 뒤섞인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 날이 밝았다.

"목표물 포착."

심후가 대결을 위해 집을 나서서 움직이자 한 남자가 얼른 어디론가 연락했다. 이후 심후가 움직이는 길목에는 어김없이 행적을 보고하는 사람이 있었다.

보고를 받은 최종 인물은 바로 아흐메드였다.

'이 날을 기다렸다.'

복수를 맹세한 아흐메드는 심후를 계속 노렸지만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주거지에서 밖으로 나오질 않으니 습격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에린이 공사를 시작한 이후 주변의 경계 시스템이 더욱 강화되어 더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결국 밖에 나오지 않는 이상 심후를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계획은 목표가 향하는 곳을 확인하라."

복수 계획은 자세하게 세우지는 않았다. 목표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놓치면 또 언제 기회가 올 지 알 수 없다.'

커다란 대기업의 회장이 된 주제에 심후는 앞에 나서지 않고 회사를 자주 둘러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일은 일사천리로 지시했다. 또한 부정을 저지르는 자들을 귀신 같이 알아내 처리해버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심후가 자리에 없어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를 대부분 받았다. 사소한 것이라고 하지만 심후가 모두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정리하라고 하니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막강한 권력자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 좋지만은 않은 경우를 심후는 몸소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접한 아흐메드는 전율하면서도 이를 갈았다. 심후의 정보망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인맥이라도 발견한다면 주변에 자신의 인물을 섞어 넣어 공작이라도 해볼 텐데 그것이 여의치 않았다.

때문에 어쩌다 한 번 하는 외출은 정말 중요한 기회였다.

'다음은 없어.'

한 번이라도 잘못 걸리면 다음에는 기회는 사라질지도 몰랐다. 무하메드가 죽은 것처럼 자신도 죽을 것이 뻔했다. 

'좀 더 신중하게 할까?'

망설이는 마음이 생겼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아흐메드는 흔들리는 마음을 꽉 붙잡았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감을 믿고 아흐메드는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집을 나선 심후는 무사히 강운이 지정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결을 위해 선택된 곳은 한 야구장이었다. 야구장 주변은 삼엄하게 통제되고 있었으며 내부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하늘에서 촬영도 못하도록 선택한 돔구장의 천장은 닫혀있었다. 

"꽤 좋은 곳을 빌렸네요."

"좁은 곳에서 싸울 순 없으니까."

일반인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 관중이라고 해봐야 황실에서 나온 황녀들과 에린과 R가문 사람 몇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경기장 안에 발붙일 수도 없었다.

"그럼 시작할까요?"

긴 말은 필요 없었다. 편한 복장을 한 두 사람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했다.

"내가 움직이면 넌 쓰러질 거야. 그러니까 먼저 덤벼."

"제가 움직이면 먼저 쓰러지실 겁니다. 그러니까 덤비세요."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자 강운은 피식 웃었다. 

"무공도 입심만큼이나 센지 두고 보자."

강운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움직였다.

처음부터 절망을 가르쳐줄 목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지금까지 당한 것을 모두 돌려주기 위한 공격이었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기 위한 날갯짓이었다.

먹이를 향해 내리꽂는 매처럼 강운의 움직임은 빨랐다.

한줄기 바람 같았다. 놀라기라도 한 것인지 심후가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걸렸다!'

목표에 근접하는 순간 강운은 내심 쾌재를 내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잠시 뒤 거대한 폭음과 함께 먼지가 피어올랐다.

============================ 작품 후기 ============================

오늘이 지나기 전에 올릴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더위 조심하시고 말복에 맛난 것 드시고 몸보신 하세요. 

폭음이 가시며 먼지가 걷히자 드러난 것은 지켜보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심후는 서있고 강운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내리친 모습이었다.

"어떻게......."

몇 안 되는 관객이 내뱉은 불신의 목소리는 강운의 마음을 대변했다. 의문이 가득한 강운의 눈빛은 심후도 봤다. 하지만 돌려준 것은 대답이 아닌 주먹이었다.

의문을 해소할 사이도 없이 강운은 서둘러 일어서며 공격을 막았다. 가까운 거리에서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빠르다. 하지만 나보단 느려.'

심후의 공격을 막으면서 강운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후는 분명히 빨랐다.

자신이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빨랐다. 지금까지 싸워본 상대 중에 제일 빨랐다. 그러나 자신보다 느린 것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어렵지 않게 모든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허나, 분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졌다.

"어엇!"

갑자기 심후의 움직임이 빨라졌는지 모습을 잠시 놓쳤다.

이어서 무릎 뒤쪽에 타격이 느껴졌다. 

'아까와 같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처음 바닥을 때릴 때도 같은 감각을 느꼈다. 처음에는 모르고 당했지만 두 번째 당하니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파악이 되었다.

강운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잽싸게 주저앉으며 뒤돌려 차기를 하고는 옆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때문에 시야에서 한 순간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이제는 안 당한다.'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선제공격에 당했다는 것이 기분 나빴다.

'선빵을 날리는 사람이 싸움에서 이긴다'는 속설도 있었다.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는 몰라도 민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움직이는 속도이기에 더 이상 속력을 올리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강운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속도를 어느 정도 파악했고 숨겨놓은 패를 확인했으니 반격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다시 한 번 달려드는 강운의 앞에서 심후는 사라졌다.

'왼쪽?'

조금 전 왼쪽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왼쪽을 예상하고 몸을 돌렸을 때 다리에 충격이 느껴졌다.

'오른쪽이냐!'

서둘러 몸을 돌리며 발차기를 날려봤지만 심후는 이미 멀어진 뒤였다.

'제길.'

이번에는 조금 위험했다. 몸을 틀지 않은 상태였다면 무릎 뒤쪽을 강타 당하며 자연스럽게 굽혀지거나 넘어지는 정도로 끝났겠지만 몸을 돌린 상태라 무릎 바깥쪽을 맞은 것이었다.

기를 이용해 몸을 강화한 상태라 충격을 흡수하긴 했지만 관절에 당하는 공격은 위험했다.

'도박인가?'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꿔 공격한다면 도박에 가까웠다.

맞출 확률은 반 정도였다.

세 번 정도 더 공격을 시도해 심후를 잡으려 하는 동안 계속 실패한 강운은 이를 갈았다.

강운에겐 자잘한 충격이었으나 계속 공격을 당한다는 것은 좋지 않았다.

'어디 언제까지 행운이 계속되는지 두고 보자!'

강운은 두어 번 더 공격을 하며 계속 심후를 읽어내려 했다. 그리고 마침내 심후가 언제 방향 전환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 어깨 움직임을 예측하고 움직인다.'

초인적인 반사 신경은 빠르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서로의 동작을 보고 반응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한계는 언제나 존재했다.

강운이 읽어낸 것은 바로 심후의 한계였다.

"하압!"

짧고 굵은 기합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보통 사람이 들었다면 고막이 뒤흔들려 움찔했겠지만 심후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싸움과 동시에 기합에 의한 공격도 염두에 두고 기를 이용해 귀도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기합을 지르며 머리부터 들이미는 상식 밖의 행동에는 당황하고 말았다.

'페이크 성공!'

당황은 아주 짧았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기에 일반인은 느끼는 것이 어려웠겠지만 강운에게는 다른 공격을 하기에 충분했다.

당황 이후에 습관적으로 주저앉으며 몸을 트는 심후를 향해 강운의 다리가 공격을 가했다. 틈을 노린 하단 돌려차기였지만 몸을 숙인 상태였기에 정강이가 얼굴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큭!"

간신히 두 팔을 교차해 막아낸 심후는 뒤로 굴렀다. 강운은 그대로 쫓아가며 발로 밟으려고 했지만 뒤로 구르던 심후는 몸을 튕겨 허공에 띄웠다.

'빙고!'

허공에 뜨며 공격을 피한 심후를 본 강운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는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에 노출 되기가 쉬웠다.

'끝났다!'

아래로 하강하던 심후의 착륙 예상 지점에서 등이 보일 것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자 심후가 억지로 몸을 트는 것이 보였다.

'페이크다, 이놈아!'

연이어 심후를 속이자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상대를 농락하고 있다는 감각이 되살아나자 몸은 자동으로 흥분했다.

심후가 몸을 틀려하는 것을 보며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역동작을 걸기 위한 속임수였던 것이었다. 하지만 속임수에 속임수로 대항하는 것일까?

거의 몸이 떨어져서 강운이 공격을 가할 타이밍을 재는 순간 심후의 몸이 뒤집어지며 위아래로 회전하는가 싶더니 다리가 펴지며 돌려차기가 나와 버렸다.

"큭!"

이번에는 강운이 팔을 교차해 발차기를 막으며 뒤로 굴렀다. 심후는 강운과 마찬가지로 쫓으려 했으나 강운이 일어서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조금 더 빨랐다.

빠른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심후의 속도는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운보다 약간 느렸으나 싸우는 동안 속도가 비슷하게 되었다.

'됐다!'

뇌전보를 극성까지 끌어올리자 몸에 활력이 돌았다.

몸 안에 일어나는 전기신호가 한계를 극복하며 육체를 한계까지 내몰았다.'다행이다.

'뇌전공이라는 외가기공을 완벽하게 터득한 것이 심후를 살렸다. 뇌전공을 완벽하게 익히며 육체의 한계를 계속 뛰어넘었고 뇌전공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데까지 개발했다.

덕분에 반사 신경은 물론 모든 것이 초인의 수준에 도달했다. 더구나 여기에 뇌전공으로 인해 개발된 육체에 잘 어울리는 뇌기를 쓰는 뇌전보를 익혔기에 상승 작용이 생겼다. 손 본 것도 한몫했다.

시간이 지나자 강운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강운은 믿을 수 없었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막상막하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황실의 최고 고수일 뿐 아니라 세계 제일의 고수로 인정받는 강운이 밀리니 경악했다. 모두 강운이 봐주고 있는 것이라 여겼었다. 그래서 놀랐다.

점점 엇나가는 방어는 급기야 공격을 놓치고 말았다.

"컥!"

가벼운 한 방이 정확하게 급소에 들어갔다.

약한 힘이지만 급소에 적중하니 충격이 컸다.

강운은 이를 악물고 버티려했지만 공격은 계속 들어왔다.

명치를 연속으로 맞자 숨이 턱 막히며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의지로 기를 움직이려 해도 되질 않았다.

미약한 기를 이용한 공격이 계속 급소를 때리니 옴짝달싹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강운은 쓰러지고 말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지다니......."

이번에는 상당한 충격이 강운을 강타했다. 세계 최고라 여겼던 자존심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계단에서 넘어진 사람과 절벽에서 떨어진 사람의 충격에는 차이가 있었다. 인생의 실패를 일찍 겪었던 심후는 계단에서 넘어진 정도였지만 강운은 절벽에서 떨어진 수준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부질없다 여길 추억이 되겠지만 추락한 시점에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능력이 강운에겐 없었다.

'그냥 가야겠군.'

충격 먹은 강운을 보던 심후는 위로하지 않았다.

패배자에게 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독이었다. 반감만 불러올 뿐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싸우죠."

심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은 의혹과 경악으로 점철되었다. 오직 에린만이 짧은 시간 안에 충격에서 벗어나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정말 대단했어."

경기장을 나서며 에린은 심후의 옆에 꼭 달라붙었다.

이제부터 심후가 지구상에서 가장 잘 싸우는 남자였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무사히 한편!

진짜 덥네요. 모두 복날 몸보신은 하셨습니까?

이제 말복이 지났으니 더위나 가셨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이상하게 강한 태풍이 북상할 것 같은 느낌.

더운 만큼 더 강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표물 포착."

경기장을 빠져나온 심후가 타고 움직이는 차량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됐어.'

상황을 보고 받은 아흐메드는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차가 다른 곳을 경유해 움직인다면 무리하게 미행을 해야 했다. 자칫하다가는 들킬 위험이 컸으나 아흐메드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심후는 다시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때가 되면 계획대로 습격하라고 전해. 알라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명령이 떨어졌다. 연락을 끊은 아흐메드는 관광을 시작했다.

어차피 심후가 죽게 되면 의혹은 피할 수 없게 될 터였다. 아흐메드가 직접 오지 않았어도 심후와 함께 있는 에린 때문에 추적당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최후 정도는 내 눈으로 봐야지.'

이미 죽음을 각오한 아흐메드의 눈은 평온하기만 했다.

부드럽게 달리는 차안, 심후와 에린은 찰싹 붙어 서로의 몸을 더듬기에 바빴다.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좁은 공간 안에 퍼지는 야릇한 향기는 운전하던 메이드의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들 정도였다. 

"넣어줘. 널 가득 느끼고 싶어. 내 안에 담고 싶어."

"활짝 열어봐."

치마 사이로 보이는 절벽이 열리며 안에서 나타난 작은 대머리 두더지가 어서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불기둥은 동굴을 꽉 채웠다. 뜨겁게 불타오르며 모든 것을 녹여내자 불을 끄기 위한 화재경보기가 작동해 물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난장판이 벌어졌다. 불을 지르는 방화범과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의 한 판 승부는 치열했다.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싸우는 동안 야릇한 불길을 더욱 치솟아 결국 메이드의 운전 실수까지 이어지게 했다.

그때였다.

커다란 폭음이 울리며 차가 뒤집어졌다. 상하가 뒤집어지며 난리가 났다.

"크윽!"

차가 구른 뒤에 정신을 차린 심후는 얼른 에린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심후를 바라보며 서둘러 옷을 입는 에린은 별 이상이 없었다.

심후는 바지만 빨리 밖으로 나갔다. 

'어떤 자식이야?'

차가 뒤집어진 곳 근처에 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이를 본 순간 심후의 두 눈이 분노로 인해 충혈 되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폭발을 경험하니 기분이 몹시 나빴다.

허나, 냉정한 머리는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는 달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피해야 한다.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 적이 총을 들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멀리선 저격을 하려고 하는 사람도 보였다.

무공으로 인해 단련되고 게임을 통해 발전한 기억력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얼른 가자!"

에린이 메이드 운전수까지 챙기자 심후는 달리기 시작했다.

총탄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맞았겠지만 무공으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심후였다.

맞을 리가 없었다. 중간에 에린이 뒤처지자 에린과 메이드를 양 어깨에 짊어지고 뛰기 시작했다. 그래도 속도는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만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심후가 달리는 동안 에린은 구원을 요청했다. 

'가만 두지 않겠어!'

쫓아오는 습격자들을 바라보는 에린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싸우고 싶긴 했지만 가지고 있는 무기가 없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피하라고 배웠다. 싸우다 잘못되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공격 헬기가 등장했다.

연락을 받은 제니는 한제국 황실에 이를 통보했고 황녀를 비롯한 황실 사람들은 바로 공격 헬기를 출동시킨 것이었다.

갑자기 헬기가 나타나자 전투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자신들의 제국에서 총을 들고 날뛰는 자들로 인해 분노한 헬기 조종사들의 공격에는 자비가 없었다.

헬기의 공격에 당한 이들은 도망치려 했지만 사방은 탁 트인 곳이기에 숨을 곳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사냥 당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하지만 습격이 끝났다고 사건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황제는 물론 강운까지 소식을 듣고는 날뛰기 시작했다.

황제는 제국에서 자꾸 위험한 일을 벌이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 불쾌했고 강운은 자신의 라이벌이 죽을 뻔 했다는데 분노했다.

'어떤 놈이 내 허락도 없이.'

자신이 명령한 것이면 몰라도 딴 놈이 건드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더구나 강운은 심후에게 패한 상태였다.

이대로 심후가 죽기라도 한다면 영원히 심후에게는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더 오래 사는 분야에서는 이긴다고 하지만 수명으로 누가 더 나은 인간인지 가르기에는 두 사람 다 너무 젊었다.

'죽여도 내가 죽여!'

패배는 분명 충격적인 일이었다. 절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심후가 죽을 뻔했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심후에게 이기는 것은 인생의 목표와 마찬가지였다.

'내가 이기기 전까지는 안 돼.'

소식을 듣고 나서 겨우 깨달은 사실이었다.

평생 싸워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라이벌이었다. 패배는 분명 아프고 불쾌했지만 패배 또한 인생의 경험이었다.

'난 더 강해질 수 있어.'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패배로 인해 더 정신이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일단 나쁜 놈들부터.'

심후와 다시 싸우기 이전에 처리해야 할 일은 바로 습격자들의 배후를 밝히는 일이었다.

"누가 한 거지?"

"아무래도 아랍 계통 같습니다."

"설마 무하메드랑 관련 있나?"

"아흐메드가 입국해 있는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그 놈을 잡아."

아흐메드의 행적은 금방 드러났다. 숨기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아흐메드 또한 그다지 숨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 끝났군."

습격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흐메드는 어느새 아지트로 돌아갔다.

텅 빈 아지트를 둘러보는 아흐메드의 표정은 아련했다. 이젠 재산도 다 썼고 복수도 실패했다.

남은 것은 생명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목숨 또한 받아가려고 덤벼들겠지.'

꽁꽁 숨어서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무하메드가 죽었다.

행적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있는 아흐메드가 잡히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테이블 위에는 무알코올 와인이 놓여 있었다.

와인을 마시다가 심후가 나서는 순간 모두 그대로 둔 채 떠났기에 방치 되어 있던 것이었다.

'진짜 술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평생 율법을 어기지 않고 살았지만 죽음의 문턱에 이르자 한 번쯤은 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보지 못한 것들, 이루고 싶었던 것들이 하나 둘 눈앞을 지나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소심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후회의 감정도 잠시 스쳐지나갔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허망했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남은 것은 바로 증오였다.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놈.'

심후를 생각하니 복수심이 치밀어 올랐다.

모든 것을 다 포기했지만 복수심만은 끝까지 남았다.'마지막까지 무엇이든 한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서 한 일은 차량에 남은 폭탄을 세팅하는 일이었다. 꽤 커다란 승합차에는 아직도 사용하지 않은 무기가 많이 남아있었다.

폭탄도 있었다. 아지트에 남겨두고 있던 것들을 모두 차에 싣고 세팅하자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 정도면 건물 하나는 날릴 수 있어.'

바밥바를 날려버렸을 때보다 폭발의 위력이 더 강한 것은 물론 폭탄의 양도 더 많았다.

'죽는 순간까지 싸운다!'

비장한 표정을 지은 아흐메드는 무알콜 와인을 들고는 단숨에 비웠다.

급하게 마시느라 입가로 삐져나온 와인이 옷을 적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죽으면 옷에 신경 쓸 일도 없었다.

시동을 걸자 덜덜거리며 차가 진동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그냥 차가 떨리는 건지는 아흐메드만 아는 일이었다.

"알라신의 뜻대로!"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는 액셀을 있는 힘껏 밟았다. 차는 급발진하며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갑작스러운 폭주 차량에 입구를 지키던 경비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당황도 잠시, 명령이 떨어졌다.

"쏴!"

심후가 습격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격해오는 차량은 심상치 않아보였다.

보통이라면 차를 세우도록 경고했겠지만 입구를 지키던 경비들은 폭주하는 운전자에 대한 안위 따윈 없었다.

속도 제한 표지와 과속 방지턱을 무시하며 달려들던 아흐메드의 차는 결국 집중 사격에 목표에 닿지도 못하고 폭발해버렸다.

인명 피속도 제한 표지와 과속 방지턱을 무시하며 달려들던 아흐메드의 차는 결국 집중 사격에 목표에 닿지도 못하고 폭발해버렸다. 

인명 피해는 입구를 지키던 경비들이 사망한 것이 다였다.

============================ 작품 후기 ============================

조아라가 변했네요.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오늘도 참 더웠습니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하메드에 이어 아흐메드까지 한제국에서 난리법석을 부린 것은 아랍왕족들에게는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

자신들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해도 믿어주질 않았다. 강운은 언론을 이용해 테러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다며 아랍인들을 비판했다.

나머지 아랍 왕족들은 억울했다. 자신들이 함께 공모한 짓이라면 덜 억울하련만 자신들은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들을 책임져야 할 판이었다.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라!"

강운의 강도 높은 비판에 전국적인 호응이 뒤따랐다. 한제국인에 미국인들도 들고 일어났다.

"아랍인은 물러가라!"

유대인과 아랍인이 공존하는 국가 미국은 금방이라도 종교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시끄러웠다. 강운은 혼란을 이용해 아랍 왕족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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