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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가문의 천재는 사실 귀환자-2화 (2/141)

2화

궁금증에 손가락을 갖다대자 작은 창이 떴다.

▶투신전(鬪神殿)

-현재 잠금 상태.

-5레벨 달성 시 해금됩니다.

“뭐지. 엄청 궁금하네.”

이때, 병실 밖에서 발소리가 서진의 귀에 들렸다.

드르륵.

그리고 병실의 문이 열렸다.

“어..?”

의식불명 상태인 한서진 환자가 있는 1인실.

평소처럼 문을 연 의사는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

한정후는 조금 전 안 좋은 소식을 받았다.

바로 한서진이 깨어났다는 것.

믿기 힘들었지만 현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동안 해온 공작들이 대부분 허사가 되었다.

올해만 지나면, 지금이 11월이니 딱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죽일 수 있었는데.

조금 더 일찍 여론을 선동했어야 했나.

한정후는 자조했다.

“물론 의미가 없는 후회지.”

계획이 무너졌음에도 그의 머릿속은 냉철하게 돌아갔다.

그가 침착할 수 있는 이유는 한서진에겐 헌터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 존재하기 때문.

첫 번째는 끔찍할 정도의 무재(無才).

어렸을 때 가문에서 명망 높은 교습 헌터까지 초빙해서 가르쳤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바닥이 구멍 난 장독대처럼 어떠한 가르침도 흡수하지 못했다.

검술,창술,궁술 등 무기술은 물론이요, 마법도 재능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당시 사람들은 흑룡검가의 장손이 어찌 저럴 수가 있느냐며 수군대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갈수록 한서진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사라졌다.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있는가.

헌터들 사이에서 종종 나오는 화두.

한정후는 불가능이라 여긴다.

더구나 한서진의 경우 노력은커녕 5년간 침대에 누워있던 게 전부.

그리고 더 치명적인 두 번째는 마광병.

한서진이 18살 때였나.

가족여행을 갔다가 분출형 던전으로 인한 참변.

한서진은 겨우 살아남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게 마광병이다.

‘죽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어차피 후계자 선정 과정에는 얼굴도 내밀지 못하겠지.’

*

서진이 의식을 찾은 후 일주일이 흘렀다.

그는 퇴원한 뒤 바로 칩거했다.

심신의 안정을 핑계로 가문 사람들의 만남을 거절한 채.

물론 아무런 힘도 없는 서진이 만남을 거절한들 안 먹힌다.

흑룡가주가 명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할배가 무슨 생각으로 허락한 진 모르겠지만.’

한서진도 알고 있다.

자신의 조부가 어떤 사람인지.

가문에 해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친족이라도 내칠 정도로 냉엄한 성격.

‘나도 올해 안에 깨어나지 않았다면 처분당했겠지.’

그간 가문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정도는 대충 들었다.

정말 미친 곳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물론 그런 냉정한 잣대가 자신에게 더 심하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

그런 여론을 주도하는 인물이 작은아버지인 한정후라는 것도 들었고.

멸시와 적대감이 가득 찬 이곳이라면 이 무공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테지.

그런 서진은 상태창의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능력 : 흑룡검술, 투신공]

전자야 가문 사람이라면 익히는 거지만 후자는 다르다.

서진이 이계에서 새로 창안한 무공이기에.

투신공(鬪神功)의 묘리는 어떤 무공과도 궤를 달리한다.

그리고 오늘은 이 효자 같은 무공을 처음 써보는 날이다.

ㅡ똑똑.

“도련님. 가주님과의 면담 장소로 안내해 드리러 왔습니다.”

가주가 퇴원 직후 서진의 칩거를 허락하며 내린 말이 있었다.

일주일 후 오전 11시에 오라는 것.

현재 10시 50분.

시간이 되었다.

서진은 사용인을 따라 밖으로 나와서 차에 탑승했다.

흑룡검가는 넓다.

가주가 업무를 보는 본채와 서진이 거주하는 별채와의 거리는 차로 5분 정도.

본채는 별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기억하기론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5년 동안 건물을 새로 지었나 보다.

서진은 사용인의 안내에 따라 집무실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턴 비서실의 안내에 따르시면 됩니다.”

그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물러났다.

집무실에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닌 비서실을 한번 거쳐야 했다.

서진은 데스크에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수고하십니다.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

“네. 가주님이 바로 들어오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서진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5년만, 아니 근 천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얼굴.

할아버지가 이렇게 생겼던가.

기억이 흐릿해져 더 늙은 건지 아닌진 모르겠다.

하지만 전신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군림하는 지배자, 그 자체였다.

“왔느냐.”

“네.”

그동안 무탈하셨습니까 등의 의례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고 안 할 이유가 있으니까.

한벽호는 손자를 가만히 쳐다봤고 서진도 말없이 응시했다.

그러다 한벽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무엇을 말입니까.”

“앞으로의 계획 말이다. 마광병이 있으니 조용히 살아야 한다는 것 정돈 알고 있겠지.”

그놈의 마광병(魔狂病)

정신과 육체가 마력에 침식당하다가 종래에는 마력에 미쳐버리는 증상을 일컫는 불치병이다.

결국 완전히 미쳐버린 사람은 ‘마인’이 되며 누구라도 습격하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마광병에 걸린 사람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흑룡검가 가주로선 손자가 마인이 되어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는 상황을 싫어할 터.

여기선 ‘그러겠습니다’라고 답해야 흡족해할 것이다.

하지만 서진은 조용히 처박혀 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싫습니다.”

흑룡가주는 들고 있던 만년필을 놓았다.

“마광병에 걸린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그게 아닙니다.”

서진은 짧게 심호흡 후 나직하게 말했다.

“뭘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뭘 하고 싶은가’가 중요한 겁니다. 저한텐.”

투신이라 불렸던 서진에겐 가능 여부보다 의지가 중요할 뿐이다.

한벽호는 일순 방안의 기세가 손자에게 넘어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착각이겠지.’

그것과는 별개로 녀석이 변한 건 사실이다.

원래 눈 하나 똑바로 못 보던 놈인데.

하지만 그거뿐이다.

자신이 직접 보지 않았던가.

손자 한서진의 끔찍할 정도로 없던 재능을.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마광병까지.

이 상황에 저런 태도는 오히려 독이다.

“주제를 모르는 것도 정도가 있다. 가문의 훈련생도 못 이길 네가 가능 여부가 아닌 의지를 따지느냐.”

“그럼 이기면 어찌하겠습니까.”

“뭐라?”

아까부터 계속된 서진의 예상치 못한 반문에 한벽호의 심기에 변화가 나타났다.

‘드디어 나왔다.’

투기(鬪氣)

한벽호의 상반신에 붉은 기운이 아른거리는 모습이 서진의 눈에 보인다.

투신공을 익힌 사람만 볼 수 있는 모습.

분노나 투쟁, 적대, 호승심 등 관련 감정을 끌어냈을 때 나오는 투기.

투신공은 그 기운을 흡수하여 강해지게 만드는 무공이다.

서진은 바로 투신공을 운용해서 한벽호의 투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근력이 3 상승합니다.]

[체력이 4 상승합니다.]

[민첩이 3 상승합니다.]

[마력이 5 상승합니다.]

아주 옅은 투기였는데 이 정도 수확이 된 걸 보면 역시 흑룡가주라 할 수 있다.

상대에 따라서 같은 양의 투기라도 상승량이 다르기 때문.

“네가 정말 훈련생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느냐.”

서진은 상태창을 치우고 입을 열었다.

“내기를 하는 건 어떻습니까.”

“내기?”

한벽호는 서진의 눈빛에 망설임이 없는 것을 읽어냈다.

보기엔 무모한 패기일 뿐이지만.

“진심이냐?”

“네.”

한동안 지루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일신의 무력이 완성 단계에 도달하며 가문이 안정화되고 나서부턴 흥미를 끌 만한 일이 드물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밖에 안 보이지만 오래간만에 재밌겠다는 감정이 생겨났다.

“내기라 하면 거는 것이 있어야 할 터. 아무것도 없는 네가 과연 나에게 뭘 줄 수 있느냐.”

“제가 진다면 ‘유니온’에 가겠습니다.”

유니온.

마광병을 척결하기 위해 창설된 범세계적 헌터 조직.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마광병을 싫어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그중에 헌터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 유니온이니 그 행보가 과격할 때가 여럿 있다.

영향력은 흑룡검가도 부담스러워할 수준.

그리고 지난 몇 년간 한서진을 내놓으라는 유니온의 압박이 있었다.

“대신 제가 이기면 가문의 힘으로 보호를 해주십시오. 어떤 외부 집단이든 간에.”

“평생 말이냐.”

“그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1년이면 됩니다.”

한벽호는 기묘한 눈길로 서진을 바라봤다.

1년은 엄청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태도를 보면 무슨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어찌 됐든 가주로서 괜찮은 내기다.

유니온이 부담스럽다고 한들 그걸 못 버틸 정도로 가문이 약하진 않지만 도움 안 되는 후계자를 계속 감싸고 돌 생각도 없었다.

“좋다. 대련은 일주일 뒤. 상대는 네가 정할 수 있게 해 주마. 이의 있느냐.”

“없습니다.”

“그럼 나가보거라.”

한벽호는 다시 책상 위의 서류에 눈을 돌렸다.

달칵.

한벽호는 서진이 문을 닫고 나간 뒤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백랑대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라.”

*

“서진아!”

조부와 대화를 마치고 별채에 돌아온 서진에게 누군가 찾아왔다.

“아저씨 오셨어요.”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 머리가 인상적인 약제원의 부원주 정선.

가문 내에서 서진과 친한 유일한 사람이다.

정선은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저씨 뛰어왔어요?”

“그거 사실이야?”

“뭐가요?”

“일주일 뒤에 훈련생이랑 대련한다는 거.”

“대화 끝난 지 몇 시간 안 됐는데 금방 퍼지네요”

“......진짜구나. 그런데 왜 하는 거야? 무슨 이유가 있을 거잖아.”

아직 내기 내용은 안 퍼졌나 보다.

“이유요? 당연히 있죠. 목표가 있거든요.”

“목표가 있다고? 그게 뭔데.”

“비밀이에요.”

“뭐? 아저씨 놀리냐.”

“하하, 그건 아니구요. 나중에 말할게요. 아직은 비밀.”

훈련대원하고 대련하는 것만으로도 이리 놀라는 아저씨다.

가주가 될 거라고 말하기엔 이르지.

돌아가신 부모님도 서진이 가주가 되길 바라긴 했었다.

물론 재능이 없다는 걸 알면서부턴 그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고 하셨다.

그래서 지금 가주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주일간 생활하며 느낀 가문 내에서 서진을 보는 시선.

그것을 뒤집고 싶은 욕심, 그리고 가주 자리에 다가갈수록 다른 후계자들이 어떤 재밌는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궁금증.

서진은 그런 원초적인 욕망이 들었다.

거기에 ‘투신공’을 운용하는 이상, 호승심은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원이었다.

이런 속마음을 정선이 알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어찌 됐든 가주님이 하자고 해도 네가 거절했어야지. 아니다 내가 다시 가서 취소해달라고 부탁해볼까?”

서진은 황급히 말렸다.

“하지 마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

“후우.”

“그렇게 걱정되세요?”

“당연하지. 현재 네 몸 상태로 훈련생을 어찌 이기려고!”

정선은 답답한 듯 서진을 바라보다 소리를 낮춰 말했다.

“혹시... 네 레벨이 2를 넘는 거냐?”

“아뇨 1인데요.”

“아휴, 그럼 그렇지. 그럼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똑똑.

갑자기 들려온 노크 소리에 서진과 정선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들어와도 됩니다.”

서진의 말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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